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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3

        

         

       [ sed aras eorum destrue confringe statuas lucosque succide. ]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그들의 제단을 헐고 그들의 주상을 깨뜨리고 그들의 아세라 상을 찍어내라 하셨음이라.

         

       아, 그분께서는 참으로 우상을 싫어하시도다.

         

       너희는 어찌 그분께서 존재하는데 감히 우상에 절을 하고 그들을 숭배하느냐?

         

       [ noli adorare deum alienum Dominus Zelotes nomen eius Deus est aemulator. ]

         

       너는 다른 신에게 절하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니 주님의 이름은 질투라.

       그분께서는 질투하는 하나님이시니라.

         

       “끄아아악!”

         

       격통이 달린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거부반응이 몸에 솟구친다.

       피부를 괴롭히던 수준의 거부반응은 이제는 목숨을 위협할 수준으로 변화한다.

         

       오롯이 존재하시는 그분 השם המפורש 께서는 다른 신을 모시는 것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이신지라. 그리하여 그 질투로 감히 다른 신에게 절을 한 이에게 벌을 내리실 수도 있는 분인지라.

       아, 그래서 케네스에게도 그분의 질투가 닿았도다.

       그분의 벌이 지금 내리려 하고 있도다.

         

       [ 보아라. 이것은 땅에 뿌려지면 나의 은총을 받아 자라나는 것이니, 이것은 태양의 기운을 흠뻑 머금은 작물이라 이것의 이름은 쿠이틀라코체(cuitlacoche). 내가 너희를 위하여 개미에게 빼앗아 온 작물이니 너희는 이 황금을 머금은 알갱이를 주식으로 삼아 무럭무럭 자라나 나를 섬기도록 함이 옳을 것이다. ]

         

       거기에 질 수 없다는 듯 축복이 내려앉는다.

       저 멀리에서 젊은 주술사가 있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뜯으니 그것은 팝콘이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는 팝콘의 종이봉투가 찢기고 옥수수 알갱이가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그리곤 마치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열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파악’, ‘타닥’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꽃을 피워내듯 부풀어 오른다.

       그렇게 허공에서 튀겨진 팝콘은 마치 민들레 씨앗이라도 된 것처럼 둥실둥실 날아 케네스의 머리 위까지 도달하고, 거기에서 누군가가 끌어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후두둑 땅바닥으로 쏟아지며 케네스의 몸을 두들긴다.

         

       [ 너희는 벌이 그러하듯 쿠이틀라코체를 쥐어 씹으라. 그리하면 너희는 그들의 결실과 같은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그것을 마시면 능히 맹수와 대적할 힘을 얻게 되리니, 이것이 바로 내가 너희에게 준 축복이니라. ]

         

       [ 너는 그 축복을 머금어 생명이 가득하리라. ]

         

       [ 태양의 힘을 머금어 태양과도 같은 열기를 품게 될 것이요, 그 열기가 꺼지지 않는 한 너는 나의 시선을 받게 되리니 네가 바로 나의 사자로다. ]

         

       [ 너는 태양의 전사이며. ]

         

       [ 나는 너희의 창조주이며 너희를 아끼는 창조신이로다. ]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가 또 끼얹어진다.

       팝콘으로 만들어진 우박이 떨어진 뒤에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corn syrup)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지며 그의 몸을 타고 흘렀고, 달콤한 냄새를 한껏 풍기며 그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것은 피부에 흡수가 되기라도 하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고통에 일그러진 케네스의 표정에 혈색이 돌게 했다.

         

       그래.

       마치 깃털 달린 뱀이 정말로 생명력을 주입하는 축복이라도 준 것처럼 말이다.

         

       [ noli adorare deum alienum Dominus Zelotes nomen eius Deus est aemulator. ]

         

       이 얼마나 불경한 짓인가?

         

       그분께서 감히 지켜보고 계심을 알면서도 어찌 이교의 존재의 축복을 받아들이느냐?

       신은 오직 그분 한 분뿐이니 그분은 네 글자의 신이며 오롯이 존재하시는 분이로다.

       감히 섬기지 아니하고 부정하는 자에게 어떤 벌이 내릴지 상상을 할 수 있겠느냐?

         

       너 어리석은 자야 너는 그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

         

       Tetragrammaton께서는 질투하시는 분이로다.

       참으로 그러하니라.

         

       꽈지직.

         

       보아라.

       그분의 손길이 닿느니라.

       그분의 피조물임을 거부하였으니 너는 그분이 베푼 것을 누릴 수 없으리라.

       그분의 피조물임을 거부하였으니 너는 그분의 손길이 닿은 것을 누릴 수 없으리라.

         

       뿌드득.

       뿌득!

         

       “아아아악!”

         

       일찍이 그분께서는 뼈를 뜯어 여자를 빚어내 아담에게 선물을 하신 적이 있으니.

       그것은 하찮은 재물을 가져간 대신에 방 하나를 금은보화로 채운 것과 같은 일이니 이와 같은 축복이 또 어디에 있는가?

       다만 그분의 자식임을 부정하는 자가 있으니 그 선물은 마땅히 돌려받아야 할 것이니 너는 선물을 빚어내기 위해 가져간 뼈를 돌려받게 되리라.

         

       자, 너 불신자야 돌려받아라.

       이것이 여자를 빚어내기 위하여 남자의 몸에서 가져간 뼈.

       음경골(baculum)이로다.

         

       뿌드득!

         

       “끄으으으아아악!”

         

       끔찍한 고통.

       뒤틀리는 듯한 소리.

       단단한 무언가가 자라나고 살을 부풀리고 가죽을 찢을 기세로 자라나는 그 소리.

         

       그 소리는 고통이 그대로 담긴 비명이 되어 케네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오, 지옥에서 산채로 유황불에 타오르는 죄인이 저런 비명을 내지를 수 있을 것인가?

       감히 단정하건대 케네스의 비명은 그 못지않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만했다.

       지금 케네스의 음경에는 끔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본래 남자의 성기에는 뼈가 없다.

       대신에 해면체(corpus spongiosum)가 있어 음경의 골격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지금, 케네스의 성기는 없어야 할 것이 생기고 있었다.

         

       음경골(baculum).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지 않아야 할 그것이 생기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없어야 할 것이 생기는 것은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것이 갑자기 급작스럽게 생기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뿌드득!

         

       보통 음경골은 음경의 끝부분에 위치하는데….

       케네스의 성기 역시 일반적인 음경골이 그러하듯, 성기의 끝부분에 음경골이 ‘생기고’ 있었다.

         

       속에서부터 말이다.

         

       그것은 갑자기 살가죽 안에 기둥이 생기며 사방팔방 부풀리고 찢으려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그것은 그야말로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고통에 치아가 깨질 때까지 이를 악물게 하는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주술사가 고통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이 고통은 그 고통의 강도를 떠나서, ‘색다른 고통’에 속한 것이라 견디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하기야 당연히 색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몸을 찢고 태우는 등의 손상과 관련된 고통을 주로 겪었을 테지, 어디 이러한 고통을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그냥 뼈마디가 늘어나거나 몸 어딘가에 종양 같은 것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멀쩡한 음경에 없어야 할 음경골이 생성되어 성기를 이리저리 뒤틀고 찢는 끔찍한 고통을 어디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대주술 의식을 행하면서 심상치 않은 대가를 많이 겪어온 케네스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색다른 고통’에는 면역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고통에 잠시 정신이 팔려, 젊은 주술사가 근처에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역시 정상적인 일일 것이며.

         

       푸욱!

         

       그 주술사가 배에 날카로운 흑요석을 꽂아버릴 때까지 반항하지 못한 것 역시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 * *

         

         

         

       주술사는 자신만의 목적이 있고 뜻이 있어 그것을 향해 나아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뜻을 이루기 위하여,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고통을 감내하고 모진 대가를 감수하는 그 모습은 어찌 아름답지 아니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멀쩡히 길을 걷던 발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향하고, 광기에 침식된 정신은 길을 벗어난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미친 듯이 헤매며 제자리를 맴돌고 이상한 곳으로 향하는 것이 어찌 아름답다고 할 수 있으리오?

       그 방황이 잠시 찾아온 미혹에 불과하면 모르되 그것이 다른 이들의 목적을 짓밟는 것은 기본이요 자신이 향하려는 목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 어찌 옳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 안타깝고 안쓰러운 일이로다.

       이 어찌 딱하다 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러니 자비를 베풀러 이곳에 그는 서 있다.

         

       박진성은.

       뒤틀린 시간 속을 거닐며 케네스를 앞에 두게 된 주술사는 자비를 베풀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어찌 자비로움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길을 헤매는 양을 마땅히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느냐?

         

       그분이 있다면 흡족하게 여길 것이요, 그분이 없다면 마땅히 그것은 업으로 자리 잡아 선함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빛을 발하게 해줄 것이라.

         

       “아, 허무한 미래를 맞이할 주술사야. 육신의 한계에 결국 광기에 침습되어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산화해버릴 덧없는 목숨아….”

         

       이 어찌 남일이라 할 수 있겠느냐?

       진성이 초월을 원하였지만 결국 한계에 이루지 못하였듯.

       이 주술사 역시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미쳐버리게 된 불쌍한 사람아.

       곱씹을수록 가엾은 주술사여….

         

       “내가 너의 마지막을 허무하지 않게 해주리니.”

         

       그러니 진성은 나아간다.

       케네스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그를 질질 끌고 앞으로 나아간다.

         

       “자아, 가자꾸나. 화산으로.”

         

       가자.

       화산으로 가자.

       킬라우에아도 아니고 할레마우마우는 더더욱 아니지만.

         

       “그곳에는 펠레(Pele)와 폴리아후(Pol’iahu)가 있으리니. 자아, 화산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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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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