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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3

       

        

        

        

        

        

        

        

       “…그래서, 이게 역사를 통틀어 간혹 있는 일이었고, 보통 라이벌 관계일 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이건가요? 그래서 몇몇 역사 교수님을 데려온 거고?”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항우와 유방, 한니발과 스키피오, 리처드 1세와 살라흐 앗 딘…국내에도 몇몇 경우가 있고, 가장 최근의 케이스는 보디빌딩계에 존재하던 로니 콜먼과 제이 커틀러 정도가 있습니다만…이런 경우는 완전히 처음입니다.”

        

       “대강 이해는 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라이벌 관계일 때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예외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느닷없이 발현자로 변한 지 40분이 지났다.

        

        현재 내 눈 앞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측정 기기를 다룰 수 있는 인원들 몇 명, 발현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저명한 의사와 과학자들, 그리고 역사학자들 일부를 포함하여 대략 10명 가량의 인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다른 방에서 하모니와 다이스를 확인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이긴 했지만 그닥 문제는 없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인원은 대략 10명 가량이었고, 이 사람들의 시간을 1시간당 1억에 산다고 요청을 보낸 순간 다들 자동차를 타고, 혹은 헬리콥터까지 타고 득달같이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고, 나를 구해주었던 두 연구원에게도 연락을 넣어놓았다. 아마 금방 답장이 오겠지.

        

        

        아무튼 다시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할 시간이었고, 나는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감정들을 접어넣은 채 계속해서 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옆에 여러가지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뉴스 화면이었다.

        

        온통 발현자에 대한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초점 자체는 라이벌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던 시대의 사료를 살펴보면, 그 해에 유달리 발현자의 발현률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화면을 보시면 알겠지만 오늘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으로만 열일곱 명의 발현자가 탄생했습니다.”

        

       “과거 사료를 통해 반추했을 때, 이번 일은 단 하루 안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 혹은 모레, 그 이후로 동일한 일이 발생할 확률은 현저히 낮을 거라고 예측됩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것에 관해서입니다만.”

        

        

        

        이런저런 데이터가 기록된 차트를 뚫어져라 확인하던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현 시점에서 민아 씨와 예린 씨의 신체 능력을 얼추 테스트한 결과, 상위 0.01% 영역의 사람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까지 신체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대략 3대 700 정도가 되겠군요.”

        

       “…으음. 생각보다 좀….”

        

       “많이 낮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그러자 허허로이 웃은 의사 분이 차트를 스리슬쩍 덮었다.

        

        내 생각보다도 상당히…낮은 수치. 내가 현 시점에서 프리웨이트 운동의 합계가 4톤을 간단히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많이 낮았기에,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을 뿐이었기에 대답을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진 씨. 운동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능숙하게 기구를 다루고, 무거운 무게를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이해하신 모양이로군요. 방금 말씀드린 수치는 단순한 시작점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고려해보건대…아마 저 두 분은 유진 씨를 결코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학생은 본인이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신체를 단련해왔는지를 좀 더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맞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그 부분은 내 맹점이 맞구나.

        

        아무튼 방금 말했던 것처럼, 현재 하모니와 다이스는 다른 방에서 이리저리 신체검사를 받고 있었기에, 나는 옆 방에 비치된 소파에 깊숙히 몸을 파묻고 두 명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고 있자니 문득 불과 몇 분 전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의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말 그대로…이걸 악몽이라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 갑작스럽게 꼬리가 생겨난 탓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꼬리로 뭔가 해보겠다고 낑낑대는 모습이라든지 말이다.

        

        내 멀쩡한 꼬리에 자기 꼬리를 얽어보려고 시도하길래 황급히 뚝배기에 춉을 먹여 제지했던 건 덤이었고.

        

        

        그 다음으로 벌어진 일은 간단했다. 신체증명증을 발급받을 때 받았던 번호에 긴급연락을 건 후, 부모님께 연락하여 한국 내의 이런저런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방안을 받고, 그들의 시간을 돈으로 샀으며….

        

        ….

        

        

        

       “…진 씨, 유진 씨! 저희 다 끝났어요!”

        

       “자고 계시면 어떡해요, 후후. 저희가 얼마나 신체검사를 즐겼는데…이젠 저희도 어엿한 새끼비얌이라구요!”

        

       “…몸이 그렇게나 극적으로 바뀌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분밖에 없을 거예요.”

        

        

        

        그 순간 방문이 열리고 하모니와 다이스가 들어왔다.

        

        아까는 보기만 해도 뇌가 타버릴 것만 같은 광경이었기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까 좀…그래. 적응이 되긴 하네. 둘 다 전반적으로 나와 인상이 아주 조금 비슷해졌다. 구체적으로는 나처럼 엘프귀가 되어버린 귀라든지, 뾰족해진 송곳니나 세로로 변한 동공.

        

        꼬리는 뭐어…구태여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다이스는 원래 노란색이었고, 그에 어울리는 볼파이톤같은 꼬리가 되었으며, 하모니는 약간 방울뱀 컬러링 같기도 했다. 원래 자연갈색인 머리카락이었으니까.

        

        근데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긴 하지만….

        

        

        

       “…둘 다 별로 비얌같지는 않네요.”

        

       “에에…?”

        

       “그럴리가요, 이젠 저희도 정식 비얌이라구요!”

        

       “그치만 그렇게 짜리몽땅…아니다. 실언이었어요.”

        

       “저희가 작은 게 아니라 유진 씨가 키가 큰 거잖아요-!”

        

        

        

        아, 역린을 건드려버렸구만.

        

        아무튼 그 말대로긴 했다. 내 키는 172cm였고, 여자치곤 상당히 큰 키였다. 하지만 하모니와 다이스는 전반적으로 150cm 후반~160대 중반 어딘가였다. 둘 다 연예인마냥 머리가 작았기에 비율 자체는 괜찮았지만 아무래도 작은 건 작은 게 맞단 말이지.

        

        물론 키가 188cm인 상어와 북극곰 앞에선 누구나 땅꼬마가 된다.

        

        그리 생각하며 슬그머니 두 명의 뒤로 돌아가고, 꼬리를 잡았다.

        

        

        

       “으히익!?”

        

       “히야앗?!”

        

       “여태까지 제 꼬리를 멋대로 잡으면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체감해봐야만 하지 않겠어요, 두 분?”

        

        

        

        절대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진짜로.

        

        아무튼 두 명의 몸놀림은 아직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반사신경이나 힘이 이전에 비해서 상당히 늘어났다. 수치적으로 따지면 이제 갓 1군에 올라온 UFC 헤비급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 정도도 엄청난 거긴 하지만 나와 비교했을 땐 좀 사소하긴 하지.

        

        당분간은 꼬리의 존재로 인해 변동되는 균형감각을 위주로 알려줘야겠고…듣자 하니 하모니와 다이스가 공식적인 발현자로 승급됨에 따라 저들의 가족친지에게 전부 긴급 문자가 발송되었다고 하니까 뭔가 더 해줄 말은 없겠지.

        

        두 명이 발현자가 됐다는 사실은 인터넷에 차차 알려질 예정이고, 선 넘는 내용은 이제 본격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쳐내줄 터.

        

        

        그럼 이제 남은 건…앞으로 프로 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정도인데, 사실 기존 아바타 및 보정 슬라이더 설정을 그대로 놔두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감각의 혼선은 이 두 명이 알아서 극복해야만 하는 문제일 거고.

        

        

        

       “아, 그건 그렇고…유진 씨 이번에 돈 엄청 많이 쓰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그 부분은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저는 여러분들이 걱정되죠. 그래도 뭐어, 알아서 잘 할 것 같으니 비교적 마음이 놓이긴 하네요. 앞으로 수많은 귀찮은 일들이 무시무시하게 닥쳐올 테니까 마음의 준비만 잘 해두시길.”

        

       “…아직 실감이 안 나요.”

        

       “뱀꼬리를 얻었으면 그 정도는 감안하세요.”

        

       “히히.”

        

        

        

        …좋댄다, 아주 그냥.

        

        언제나 그렇지만 참…못낸이들이 따로 없었다. 이젠 비얌이 됐으니 새끼-못난이라고 해야…아니다. 어감이 좀 많이 이상하구만.

        

        아무튼, 나는 그제서야 소파에 털썩 걸터앉으며 덧붙였다.

        

        

        

       “…신체 검사만 받으면 끝이니, 다른 건 신경쓰지 마시길. 일단 제 집으로 갑시다. 다이스야 제 옆집이니 상관은 없겠지만, 민아는 앞으로 어떻게 할래요?”

        

       “어…소란이 좀 가라앉으면 돌아가야겠네요. 그래도 중간에 한 번 집은 갔다와야겠어요. 냉장고에 넣어놓은 음식도 확인해봐야 해가지고.”

        

       “그래요. 슬슬 돌아갑시다.”

        

        

        

        오늘 내가 시간을 산 인원들 역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고, 일부만이 남아 이런저런 정리를 할 즈음, 나는 오늘 상황의 여파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전부 차단해두었던 연락을 풀었다.

        

        아니나 다를까 산처럼 쌓여있는 수많은 연락들. 그리하여 하나하나 차례차례 확인해볼까 하던 와중, 갑작스럽게 전화가 왔다.

        

        제1편집자였다.

        

        부재중 전화는 한 통 가량, 1분 전에 와있던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았고 –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아, 받으셨다. 유진 선생님, 저 진짜 급한 일이 하나 있는데, 진지하게 들어주실 수 있나요…?”

        

       “…누구신가요?”

        

       “저예요, 저! 어제 유진 쌤이 방송까지 와서 도네도 하셨잖아요! 새우꺾기 해버린다고!”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그림들.

        

        과도하게 많은 생각이 한 번에 처리될 때나 보이는 사진 형태의 기억들이 퍼즐처럼 맞춰지는 순간, 나는 일견 성스럽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막 자리를 정리하려던 이들을 붙잡기 위해 시설의 스피커를 모조리 해킹해버렸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잠깐 전부 스탑. 1시간만 더 부탁드립니다.”

        

        

        

        혼란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렇게 된 거예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신경쓰지 마세요. 원래 그런 거니까요. 일단 갑자기 신체가 바뀐 셈이기도 하고, 부모님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테니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도록 합시다. 신체변이 관련 지침서는 받으셨죠?”

        

       “네. 지금도 열심히 전화가 걸려오고 있어요…일단 지침서에 나와있는 내용대로 전화는 무시하고, 대신 문자 메시지로 대화 중이예요.”

        

        

        

        오후 6시.

        

        사회 전체가 반쯤 들썩일 정도의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해는 평소처럼 뜨고 진다. 한강 너머로 붉은 태양이 지고 있었다. 흡사 강물에 붉게 녹아드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방 안에 비얌들이 가득했다. 나는 7년 전부터 이런 몸뚱이였으니 상관은 없었고, 하모니와 다이스는 평소보다는 조금 흥분한 표정이었으며, 제1편집자…아니, 개명 전까지는 무난하게 아이리스라고 부르자. 아무튼 아이리스는 침대에 누운 채 멍한 표정으로 휴대폰만을 만져댔다.

        

        다시 지침서로 돌아와서, 가이드북에서 전화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섣불리 통화했다가는 상대방과의 관계가 난장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이렇게 성별까지 변한 경우는 특히나 더더욱 그러했다.

        

        

        

       “이런 지침서가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여기 적혀있는 상황 그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상당히 신기하다고 해야만 할지. 멘탈 회복 방법부터 가족과의 관계를 복구하는 방법 역시도 적혀있군요.”

        

       “저희도 받긴 했는데, 저랑 하모니는 외형에 실질적으로 변화가 없으니 큰 문제는 없어서…어디 보자. 신체가 급작스럽게 바뀌었을 경우, 문자를 통해 부모님과 공유 가능한 기억을 공유하십시오. 최대 48시간 가량의 유예를 둔 이후 통화를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어우.”

        

       “연구 결과, 성별 반전 이후 24~48시간부터는 성별 변환자의 변화로부터 인해 촉발된 혼란보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좀 더 우선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이야, 이런 건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과거부터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에 가깝겠네요.”

        

        

        

        물론 반쯤은 거짓말이었다.

        

        이를 설명하려면 조금 이야기를 길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데…최대한 축약해보자면, 이건 몇 시간 전 나를 구해준 연구원들, 앞으로는 편의상 S와 F라고 부르자. 합치니까 뭔가 그럴싸하다. 아무튼 이 사람들이 무언가 빠르게 수를 썼다.

        

        아무튼, 과거로부터 축적된 연구 데이터는 일부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저 S와 F가 현재를 건드려 역인과를 설립, 과거로 이어지는 인과 일부를 소급하여 연구 데이터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역사를 일부 개변한 것이었다.

        

        그와 더불어 아이리스와 관련된 이들의 심리적 허들을 일부 낮췄다는데…뭐어, 이제 이런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 남들이 절망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일부 개변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게 더 낫겠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덥석!

        

        

        

       “후와아앗-!”

        

       “엄멤메, 반응 너무 격하네. 미안해요…으갸갹!”

        

       “몸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아직도 역지사지를 체감하지 못하고 계신 건가요?”

        

        

        

        다이스가 백색 비얌꼬리를 자기도 모르게 잡았고, 나한테 혼났다.

        

        배려심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와중 나 역시도 아이리스의 꼬리를 눈에 슬그머니 담았다.

        

        

        각양각색의 네 개의 비얌-꼬리 중에서도 유달리 희고 매끈하게 빛나는 꼬리.

        

        백발적안TS비얌수녀라고 했었나. 생각해보니 도대체 이 옷은 뭐야. 아바타를 그대로 꺼내온 것마냥 수녀복도 그대로 입고 있…아니, 꼬리 이야기 하다가 다른 곳으로 새면 안 되지. 아무튼 그 말대로, 말 그대로 알비노를 연상하게 만드는 외형이었다.

        

        옛날에 이런 소설 많았지. 사람이 게임의 아바타로 TS된다든가 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살아간다는 건 실로 머리가 아픈 일이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사소한 일로 떠들다보니 아이리스도 꽤나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물론 그 전에 급한 상황이랍시고 공지를 띄운 덕에 오늘 소화해야만 하는 스케줄을 간신히 다른 날로 이전하는 과정 역시 거쳤고.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EM급이 되면서 새로이 발급받은 신체증명증을 찍어서 아이리스의 개인 트리키 커뮤니티에 올렸고, 그것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좀 전환시키기 위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아이리스는 이제 저랑 합방할 수도 있겠네요.”

        

       “헉….”

        

       “와, 인재를 이렇게 영입하시네.”

        

       “안 돼요, 아이리스! 여긴 지옥이야! 앞으로 하루 16시간씩 총만 쏘게 만드는 악질 비얌교관한테 잡히게 될 거예요! 어서 도망쳐요! 저희가 비루하지만 막고 있을 테니까앗-!”

        

       “여러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아주 잘 알 것 같네요. 이젠 힘조절 좀 덜 해도 되겠지요?”

        

       “우왁, 우와아악…이 사람 진짜 힘 너무 쎄에…!”

        

        

        

        고작해야 갓 EM급이 된 사람들이 나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있을까.

        

        전차처럼 전진하는 나의 양쪽에 달라붙은 하모니와 다이스조차 내 이동을 막을 수 없었고, 아이리스는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호다닥 도망쳤다.

        

        아무튼 그렇게 꽤 낄낄거리는 시간이 이어졌고, 그렇게 대략 1시간 정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떠든 덕에 평소와 같은 맑은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더하여 아이리스는 지침서에 나온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부모님과 연락하여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이어 무사히 첫 경험을 치루었다.

        

        …뭔가 단어 선정이 좀 잘못된 것 같은데, 부모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아들이라는 것을 무사히 증명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눈물 뚝뚝 떨어지는 – 나 빼고 – 감성 넘치는 시간이 지나갔고, 대략 30분 정도가 지났을 즈음 다들 긴장이 풀렸는지 덧붙였다.

        

        

        

       “저 배고파요.”

        

       “…그럴 것 같았어요. 이미 대충 근방의 음식점에 싸그리 배달을 시켰으니, 한 사람당 25만원씩 감당하면 됩니다.”

        

       “엣, 어, 그….”

        

       “농담이에요, 농담. 오늘은 제가 살 테니까 다들 걱정 말고 밥이나 먹어요.”

        

       “아니, 그것보다 저희는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

        

        

        

        하지만 나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고, 이들을 보며 덧붙였다.

        

        

        

       “모자르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게 더 편할 거예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마치 마술처럼 뷔페 단위의 음식이 배달을 오기 시작했다.

        

        당연하겠지만 포장용기가 텅텅 비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의 일을 단 1도 예상할 수 없는 괴상망측한 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모든 발현자들은 비얌의 집에서 합숙해야 한다

    아무튼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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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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