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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4

    <614 – 맛있는 연계퀘스트(38)>

     

    황당한 거야 황당한 거고, 현실은 현실이었다.

     

    “특별 가석방을 허락하겠습니다.”

    “괜찮습니까, 교수님?! 아카데미에 지금껏 없는 선례를 만드시다니요!”

    “선례란 때려죽이고 싶은 녀석을 억지로 괴롭히고 싶을 때나 들먹이는 인간들의 명분입니다. 드래곤의 가디언인 제게 인간들의 명분인 선례를 들먹이지 마십시오. 이치에 합당한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만 합니다.”

    “와! 가석방! 조나, 두부무침 먹을래요?”

    “아가씨. 가방에 그런 음식을 넣고 다니지 마십시오. 콩과 두부 요리는 아끼지 말고 빨리 드셔야 피부미용에 좋습니다.”

    “힝. 그치만 두부요리는 마파두부 빼고는 능력치 상승폭이 적은걸요.”

     

    마하바라타 교수님은 조나의 공을 높이 사서 특별가석방을 선언했고, 조나구출대는 목표를 완수했다.

     

    “일을 반만 끝마친 여러분은 왜 덩달아서 후련한 얼굴을 하고 계시죠? 당장 학생회와 함께 탈옥자들의 추적생포를 개시해야죠.”

    “아…”

    “벨로카시오 이 개자식… 용서할 수 없어… 잡히면 평생 벗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비키니아머단의 비키니아머를 입혀버린 채로 감방에 던져버릴 테다…”

     

    잔인한 결심을 하며 떠나는 교관들.

    그들의 뒷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던 이슈타르가 정신을 차리고 내게 전음마법을 걸었다.

     

    -난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 황제토벌의 큰 그림도 그렸던 너라면 분명 계획이 있었을 거라고.

    -근데 왜 전음을 거세요?

    -불안해서. 간수장을 쓰러뜨리는 걸 돕고 죄수들을 탈출시킨 것도 계획이 있는 거 맞지? 잡으려면 못 잡을 거야 없지만 내가 간수장을 쓰러뜨리는 걸 도운 탓에 나쁜 놈들을 너무 많이 탈옥시켰잖아.

     

    좋은 일을 했는지 나쁜 일을 했는지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이 안 되어서 불안한가 보다.

    인생 1회차인 뉴비면 머 그럴 수도 있지!

     

    -물론 좋은 일이죠. 마왕군 사천왕이 건재했으면 북부전선은 지금쯤 더 가혹한 상황에 놓였을걸요?

    -그렇겠지?

    -물론이죠!

    -그럼 성녀연합회 출범식은 이제 필요 없지 않아?

    -넹?

    -사천왕이 소환되어서 암살당했는데, 그런 무시무시한 일을 언제 당할 줄 알고 사천왕들이 전선에 나가서 힘을 빼고 있어?

     

    사천왕이 사리면 군단장들도 사리고, 군단장들이 사리면 마왕군 침공도 시들시들해진다.

    그 결과, 각 교단의 지원군과 성녀들이 없어도 북부대소동은 알아서 해소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성녀연합회가 출범한 이유는 애초에 북부전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네페르템 선배의 저주를 풀려면 어쩔 수 없어요!

    -휴. 역시 좋은 일을 한 거였어.

     

    결과적으로 선행을 한 셈이 되었다며 안심하는 이슈타르에게도 탈옥기념 두부 요리를 하나 먹여줄까, 생각하고 있는데 대강당에 배치되어 탈옥수를 쫓지 않아도 되는 운 좋은 교관이 급히 달려왔다.

    교관의 이야기를 들은 마하바라타 교수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아졌다.

     

    “마왕군 사천왕이니 죄수들의 집단탈옥에 대한 진술서는 나중에 따로 작성하기로 하고, 일단 대강당에 갑시다!”

    “제가요? 왜요?”

    “성녀연합회 출범식에 참석한 세계각국의 귀빈들에게 오크노디 2년생을 대신해서 출범식 인사를 하러 나왔다는 핑계로 교장님이 깽판을 치고 계십니다!”

     

    우르릉 쾅쾅.

    대강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두껍게 깔린 먹구름에서 번개 다발이 마구마구 대강당에 떨어지는 꼴을 보니, 보통 일은 아닌 듯 보였다.

    벨로카시오단이 도망칠 시간도 벌어줘야 하니 겸사겸사 좋은 기회로 보였다.

     

    “당장 갈래요!”

     

    무엇보다도 이런 재밌는 이벤트, 나만 빠질 순 없지!

     

     

    * * *

     

     

    [신흥조직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기존조직에 버금가는 위상을 지니려면 그에 걸맞은 전설적인 출범식 이벤트가 있어야지.]

    [이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성녀출범식에 어울리는 길이길이 전설로 회자할 전설을 만들어 주마.]

     

    오모시로이는 꼴도 보기도 싫었던 선황을 발견하자마자 호시탐탐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밥도 해주고 집안일도 해주고 자산관리도 해주고 아카데미 포인트 변동치 관리도 해주고 교수들 관리까지 해주는 만능가디언 마하바라타가 자리를 비우자, 냉큼 날아와서 연설대에 그 거대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면전에서 사고를 치기는 미안하지만, 면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다는 악룡다운 사악한 생각과 함께 오모시로이가 일을 저질렀다.

     

    우르릉 쾅쾅!

     

    “끄아악!”

    “사람 살려!”

     

    오모시로이와 동일한 개수의 차원장벽을 지닌 선황은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공격을 흘려보내고 있으니, 그 피해는 엄한 이들이 겪었다.

    교장이 원한다면 다른 이들은 피해를 보지 않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제국의 지배자가 바뀌고 세계의 질서가 불안정해지며 엄한 생각을 하는 자들이 슬슬 나타나던 참이었다.

     

    ‘아카데미에 성녀를 파견해서 학생을 기습한다? 건방지기는 해도 나름 질서를 유지할 줄 알던 선황 녀석의 시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

     

    제국의 힘이 강대했을 적에는 선황이 알아서 눈치를 보고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해왔지만, 지금은 그도 오랜 책무를 벗어던졌다.

    덕분에 교장도 겸사겸사 출범식에 참여한 귀빈들에게 악룡의 두려움을 몸소 새겨주고 있었다.

     

    [성녀연합회는 세계의 적, 마왕진영에 맞서 궐기한 인류의 등대와도 같은 세력. 네놈들이 허튼 마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거든 성녀연합은 물론이고 세계가 개판이 날 거다. 오늘의 전기지짐이는 개판이 나면 너희가 겪게 될 고통을 앞서 겪는 것이다!]

    [불만이 있다면 성녀연합회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지금 즉시 아카데미를 떠나라.]

     

    번개다발을 메챠쿠챠 꽂아버리면서 출범식을 인정할 수 없으면 떠나고, 인정할 사람은 남아있으라는 포악한 인성질을 벌이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난 이들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기 무섭게 상태이상 <마비><감전>이 근육과 마나의 움직임을 정지시키고 다시 의자에 그들을 앉혔다.

     

    [오호라. 한 놈도 대강당을 떠나지 않고 착석하다니, 세계평화를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그 의기가 실로 대단하구나.]

    [그 의기를 높이 사서 성녀연합회에 후원금을 바칠 기회를 허락하마. 후원 규모는 60초마다 1천만 포인트씩 가산해도 재밌겠군!]

     

    양아치도 아주 생양아치가 따로 없는 중간계의 원조깡패 드래곤의 삥 뜯기!

    괜히 출범식에 참석했다가 전기에도 지져지고 포인트도 삥 뜯기던 불쌍한 사람들에게도 뜻밖에 구원의 손길이 내밀어졌다.

     

    “교장님. 개최식을 담당한 오크노디 학생이 돌아왔습니다. 유희는 이쯤 즐기시지요.”

     

    교장이 도마뱀을 닮은 세로로 쭉 갈라진 동공으로 오크노디를 째려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참에 아예 아카데미 밖으로 탈주까지 해버리지 그랬냐? 그럼 일주일은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건 곤란해요! 이제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아카데미에서 꿀빨 것들이 더 많은걸요.”

     

    [그럭저럭 즐기기는 했으니 이 정도로 봐주마. 인간들이여. 앞으로 처신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너희의 그 잘난 신과 나라들이 목숨까지 보살펴 주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리 썩어빠진 교장이라도 일단은 아카데미의 교장.

    오크노디가 학생으로 남고자 한다면 교장은 학생의 편인 것이 당연했다.

     

    [자, 오크노디여. 그럼 성녀연합회를 쥐락펴락 해보겠다고 모여든 이 건방진 것들에게 너의 잔인하고도 사악한 본색을 드러내봐라. 네 목적이 뭐냐.]

     

    갑자기 든든한 뒷배가 된 교장님의 발언에 전기지짐고문이 끝나고 겨우 한숨 돌리던 참석자 일동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오크노디를 올려다보았다.

    기프트 아카데미의 교장과 제국의 황제를 갈아치운 와이히엠하이 재단 수석장학생 오크노디.

    이 둘의 합작은 어떤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지 두려워하는 모두의 앞에서 오크노디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머쓱해하였다.

     

    “어, 음. 실은 여러분이 여기 와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딱히 도움은 필요 없어서요. 성녀연합회는 만든 걸로 쓸모를 다했고요,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는데 이거라도 구경하실래요?”

     

    기념상품이라도 보여주는 것처럼 자루를 열어서 내용물을 바닥에 쏟는 오크노디.

    그 자루가 시체자루이며 안에서 쏟아진 것이 마왕군 사천왕 엘니뇨의 시체임을 알아차린 선신진영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마왕군 사천왕이 죽었다.

    북부를 침공한 마왕군 본대를 뒤에서 돕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기후조작과 광역저주에 능통한 대군특화형 사천왕.

    가장 성가신 엘니뇨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금, 성녀연합회를 결성해서 많은 성녀가 목숨을 걸고 특공작전을 벌여야 이룰 결실을 이미 거두었다.

     

    -이건 대체 무슨 뜻이지?

    -우릴 능욕한 건가?

    -능욕이라기엔 너무 과한 성과가 아닌가.

     

    혼란에 빠졌던 교황들이 머리를 맞대자 아주 무서운 가설이 급부상하였다.

     

    -이거 이참에 우리 선신연합도 담그려는 짓이 아닌가? 막말로 독자적으로 마왕군 사천왕을 토벌할 수 있으면 선신연합의 도움이 어찌 필요하단 말인가.

    -!!

     

    충격에 빠진 이들에게 때마침 오크노디가 선심 하다 더 썼다는 것처럼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맞다. 우리 성녀들이 이런 애들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나름 팬미팅 비슷한 거 맞죠? 그럼 온 김에 저희 성녀들이랑 악수회라도 하고 가세요!”

     

    교황들은 해석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우리 애들 지지하고 정통성을 인정해라. 그럼 살려는 드릴게. 꼬우면 교장님이랑 함 떠보시던가.

     

    …더럽고 치사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에 때아닌 악수회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드아이돌 티토소가의 팬악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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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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