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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5

    <615 – 맛있는 연계퀘스트(39)>

     

    [흥이 식었군. 돌아가겠다.]

     

    인생을 재미 하나만 보고 살아가는 교장이 진저리를 낼 정도로 악수회는 평화로웠다.

    티토소가와 네페르템 선배야 매번 거물들과의 악수에 단단히 쫄아서 히에엑! 하으으! 소리를 지르기 바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려움을 품는 건 악수하는 상대방들도 마찬가지였다.

     

    “성녀 티토소가가 트로이 왕국의 국왕인 내게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코 좋은 뜻은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기존의 선신연합과 손을 잡은 왕국에게는 호의를 품을 수 없다는 표현일지도 모르죠.”

    “사태가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구나.”

     

    골머리를 앓는 나라는 트로이 왕국만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 공국의 국왕은 트로이 왕국보다 더한 고뇌에 빠졌다.

     

    “네페르템이라는 성녀에 대해 알고 있는 자는 없느냐? 속히 정보를 수집해라. 그녀가 어찌하여 본왕과의 악수에 자신과 악수를 하면 불행해질 것이라며 저주를 남겼는지 연유를 알아야겠다!”

    “왕실정보부의 사전조사에 따르면, 네페르템은 휴학생 신분으로 재학시절 잦은 사고와 재난에 휘말려 포인트의 축적이 어렵고 학업을 쌓을 시간이 부족하여 강한 교수의 밑에서 보호받으며 지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생활기록부에도 명시된 내용입니다.”

    “그것의 무어가 문제인가?”

    “어쩌면 네페르템은 너무나도 강력한 신성력을 지닌 탓에 미처 해소하지 못한 신성력의 크기만큼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무엇이 어째?!”

    “실제로 그녀가 힘을 쓴 실습에서는 그녀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재난에 휩쓸리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신이 내린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깨닫지 못하여 지레 겁을 먹으니, 그 피해를 스스로만 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을 것입니다.”

    “하면 본왕에게는 무엇을 바라기에 저런 불순한 태도를 보이는 건가?”

     

    왕의 조언자로서 곁을 지키던 신하가 주저주저하다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왕실정보부에서 수집한 첩보를 추합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이 나옵니다. 이제는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의 밑에서 불행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타락한 성녀술을 습득했으니, 불행전가를 받기 싫거든 자신이 만족할만한 공물을 내놓으라는 협박입니다.”

    “타락한 성녀술?!”

    “오크노디가 신앙오염을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레어그릴스 교수의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강의 학생기록부에도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며, 제국에서도 이미 번개의 신 마데우스가 오염에 당해 악신으로 변모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신의 힘에 의지하여 선신연합의 교단들이 소국의 왕과 같은 권세를 누리는 오늘날, 신의 성향조차 뒤흔드는 전략병기의 등장은 멸망전을 벌일 것이 아니고서야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었다.

     

    “교장과 재단이 세상의 말세를 부를 괴물을 탄생시켰군. 신들의 시대를 저버리게 만들 수도 있는 사악한 재능을 어찌하여 선신들은 두고만 보는가!”

     

    소국의 국왕이 그리 탄식한들, 선신연합의 교황이라는 작자들은 성녀연합회 소속 또 다른 성녀 유피와 악수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국의 지원을 잃은 지금, 용사파티가 살 길을 도모하려면 재단이 아니라 우리 선신연합의 품에 돌아옴이 옳지 않겠는가?”

    “뻔뻔도 하시네요. 지금까지는 그렇게나 홀대를 해왔더니, 재단과 오크노디가 두렵기는 한가 보죠?”

    “흘러간 바람을 들춰내려 한들, 무엇이 손에 잡히겠는가. 지나간 겨울의 찬바람은 잊고 우정을 돈독히 할 봄바람을 마중 나감이 옳다고 생각이 드네.”

    “아쉬울 것 없는 제가 왜 그래야하죠?”

    “재단은 암흑마나를 다루지. 용사는 암흑마나의 피폭을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놓였고. 자네의 소꿉친구가 언젠가 디스트로이어와 같은 운명에 처할 때, 수행도 끝마치지 못한 자네 혼자서 암흑마나를 정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그저 이 상황이 두려운 티토소가와 네페르템과 달리, 이성을 지니고 대화와 협상이라는 것을 할 줄 아는 유피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그녀의 이성적인 태도는 남들도 그녀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고, 이해할 수 없는 의뭉스러운 태도에서 느껴지는 불길함 대신 만만함이 느껴졌다.

     

    “유피. 쓸데없는 소리는 왜 하고 있어? 그런 협상은 신경 쓸 거 없어.”

    “이슈타르… 미안하지만 교황님들의 말이 옳아. 내 실력으로는 아직은 완벽한 정화를 이루기에는…”

     

    이슈타르는 유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초근거리 전음마법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오크노디는 암흑마나를 자유자재로 분출하고 흡수할 수 있어.

    -그건… 무슨 의미죠?

    -마왕군 사천왕도 소환할 정도로 농밀한 암흑마나를 멀쩡하게 지니고 있는 아이야.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 아이는 이미 마인으로서는 최소 사천왕,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암흑마나를 보유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크프린세스>라는 거야.

    -!!

    -그러니 오크노디와 손을 잡는 한은 교황들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에 홀대했던 사람들에게 굽신거리지 않아도 돼.

     

    유피는 충격을 받았다.

    오크노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서?

    아니다.

    그토록 티격태격 싸워왔던 오크노디와 이슈타르가 몰라볼 정도로 빠르게 신뢰를 쌓은 사실 때문이다.

    이슈타르의 말대로라면 오크노디는 암흑마나를 흡수하기는커녕 역으로 더 밀어넣어서 언제든지 이슈타르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그런 오크노디를 믿고 교황들을 멀리하자는 말은 사실상 보험을 염두에 두지도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품었다는 의미였다.

     

    “조금 전까지의 얘기는 없던 걸로 하죠. 상황이 달라졌음을 저만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니까요.”

     

    유피는 자신감을 되찾으며 싱긋 웃었다.

    교황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꾼 유피에게 당혹스러움을 내비쳤으나, 유피는 그들의 말을 듣지도 않고 떠나보냈다.

    지금이라면 누가 와도 당당하게 악수를 해주고는 쫓아낼 자신이 있다.

     

    ‘오크노디와 한편이 된다는 것은 이렇게나 마음이 든든한 일이었던 거야?’

     

    수련에 매진하며 늘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던 이슈타르가 저런 홀가분한 얼굴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해탈한 도인 같은 기세를 보이는 부분도 놀랍다.

    이제는 자신도 그런 태도를 본받아서 쟁쟁한 권력자들에게 너희 도움은 필요 없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상상을 하던 유피.

    벨을 눌러 다음 사람을 입장하라고 알린 유피는 막 휘장을 걷고 들어온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어서오세…”

    “끝맺음이 늦군. 이 몸이 국교로 삼은 유일신을 제외한 신들이란, 그 뜻을 받드는 지상의 전령조차도 입이 더디구나.”

    “서, 서, 선황폐하?!”

    “겁먹지 마라. 이 몸은 작고 하찮은 성녀들을 해하려 온 것이 아니니. 내 딸과의 회담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빌리도록 하지.”

     

    선황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커튼 뒤에서 오크노디가 쏙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와! 황제파파!”

    “그간 잘 지냈느냐.”

    “덕분에요! 근데 교장님을 이렇게 덜컥 만나도 괜찮아요? 다중차원장벽을 지닌 사실도 발각되셨을 것처럼 보이는데.”

    “악룡에게 내보인 차원장벽은 일부에 불과하다. 의도적으로 몇몇 차원장벽의 속성력을 쥐어짜내며 천변뇌둔의 변화무쌍한 술식을 버겁게 막아냈다는 인식을 새겨두었지.”

    “그럼 다행이고요!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딸이 학예회를 연다고 어린이집에서 공문이 날아왔으면 부모가 참석하는 일은 당연하지 않겠느냐.”

    “우왕, 재단파파랑 다르게 엄청 친절하시다!”

     

    황제가 은근히 차원을 펼쳐 교장의 감지영역을 단절시키며 말을 전했다.

     

    “마왕군에 대한 건으로 궁금한 것도 있는데, 네 몸을 보니 궁금증이 더 커지는구나.”

    “제 몸이 왜요?”

    “인체주요장기에서 생명반응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암흑마나만이 가득한 것이 마치 죽음의 정령을 보는 꼴이 아니냐. 네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헉. 이걸 한눈에 알아차리다니, 역시 굉장해요!”

    “악룡처럼 쓸데없이 거대한 힘을 다룬다면 미미한 힘에는 눈독도 들이지 않겠지만, 인간의 범주에 머무르는 존재는 인간의 구성요소를 눈여겨보지.”

     

    황제가 엄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눈으로 오크노디를 내려다보며 근엄하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그걸로 괜찮은 것이냐?”

    “아프거나 그러진 않아요! 최적화도 잘된 빌드라서 <암흑마도지체>와 세트로 돌리는 <암흑마도연공법>도 엔딩까지 가져가는 유용한 0티어 심공법이에요!”

    “그렇다면 되었다. 네가 고른 길이니, 누구도 그것을 말릴 자격은 없겠지.”

    “헉. 벌써 돌아가시게요?”

    “충분히 시간을 보냈다. 언더월드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짐의 복귀를 기다리는 군세들이 있지. 죽음의 신에게 죽음을 바치는 것은 그리 탐탁지 않지만 지하에는 결전의 날에 승산을 올려줄 많은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지상의 것들에게 뺏길 순 없지.”

    “업적작 하시는구나! 그럼 때가 되면 제 쪽에서 연락을 드릴게요!”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걸음을 옮기던 황제가 잠시 발을 멈추었다.

     

    “조나 교수.”

    “…듣고 있습니다.”

    “딸아이를 잘 부탁하네. 신세를 진다는 의미로 선물 삼아서 돌아가는 길에 벨로카시오단이라는 오합지졸들은 내가 거두어 주지.”

    “분부를 받지 않아도 저는 아가씨의 집사입니다. 와이히엠하이의 명령도, 기프트 아카데미의 명령도, 선황의 명령도 필요 없습니다.”

    “뭐? 크하하하! 이거 재단이 뼈아픈 손실을 입었군. 좋다. 그 의기를 높이 사서 선심 하나 더 써주지.”

     

    황제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지고는 떠났다.

     

    -짐의 지하세계 첩보군단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재단의 집사장이 복귀했다는군. 이번 간부회의에는 집사장이 참석한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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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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