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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5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빨리 왔나요?”

        

       “으음, 그것보다는…얘네들이 스트리밍을 좀 일찍 켰다고 해야만 할지. 제가 말할 타이밍을 못 잡은 걸수도 있구요. 아무튼 이렇게 직접 오셨으니 됐네요.”

        

       “그렇다면야.”

        

        

        

       -아니 이게 뭔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3기생들 죄다 대가리 박살난 표정인데 ㅋㅋㅋ

       -아이리스 이 십1련아 이런비밀을 숨기고있으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숨긴 게 아니라 말하기도 전에 방송시작했다

       -쟤네들한테는 그게 뭐가 중요하겠냐 ㅋㅋㅋㅋㅋㅋㅋ

        

        

        

        정적.

        

        아니, 정확하게는 아이리스와 유진을 제외한 정적이 다크 존의 센트럴 파크 HQ의 한가운데에 몰아치고 있는 것이었다. 프라이빗 세션에 존재하는 다섯 명의 인원 중 절반 이상이 사람이 사용할 법한 언어를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서로의 눈만을 쳐다본다. 바로 그 때문에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인원 전원은 UI 한쪽에 표기된 실시간 시청자 수가 네 자리를 넘어 다섯 자리, 그리고 여섯 자리 초입까지 치솟고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신경쓸 시간도 없었고 방도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젠가 말했듯이,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홀로그램 아이돌 3기생 전원의 모티브가 유진을 모티브로 제작되었고, 동시에 당사자에 대한 팬심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리스는 특별한 소속 없이 활동하는 프리였지만.

        

        

        

       “반가워요. 여러분들의 스트리밍에 훼방을 놓으려고 온 건 아니니 안심하시길. 단순히…우연찮게 여러분들의 존재에 대해서 얼마 전에 알게 됐거든요. 그 때문에 기회가 닿은 김에 여러분들을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앗, 에. 반갑습니다. 실제로 만나뵈어 영광입니닷…!”

        

       “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어….”

        

       “아, 하필 가상현실에서 악수를…현실에서 했었으면 일주일간 손 안 씻었을지도.”

        

       “손은 자주자주 씻으세요.”

        

        

        

       -ㅈㄴ 칼같이 끊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도들한테 하는소리가 무슨 손 자주씻으라는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즉 시 염 상 w w w w

       -얘네들 RP할생각 1도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신이 등장했는데 롤플레이를 어케함 ㅋㅋ

        

        

        

        하지만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3기생들, 다른 의미로 비얌즈라고 통칭되고 있는 이들은 기본적으로…유진에 대한 선망 혹은 팬심을 남들 이상으로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회사에 의해 의도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팬심으로 제작되었다는 뜻은 아니었고, 소위 말해 유진 빠순이일수록 부여받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같이 강해지리라-고 판단됐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헌정 아닌 헌정의 의미로, 이들의 설정 중 공통적으로 포함되어있는 ‘교주’, 혹은 ‘신님’과 같은 단어 역시도 어느 한 사람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단순히 외형만을 위해 제작된 임시 설정이 아닌 만큼, 홀로그램 아이돌 안의 사람들은 좀 더 수월하게 자신의 설정에 몰입하고, 동시에 덕질 아닌 덕질도 가능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단지 단점 아닌 단점이 있었다면, 실제로 오리지널 유진을 만났을 때 감당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아이리스으, 신님을 모셔올 거였으면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이상하네요. 분명 말해주려고 했는데 방송을 켠 사람들이 여기 어디 있었던 것 같은…으븝!”

        

       “자자, 아무런 일도 없었슴다. 살루스는 오늘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여기서 퇴장임다. 들어가십쇼.”

        

       “가리지 마-!”

        

       “방송이 진행이 안 되는군요. 잠깐 나가있을까요?”

        

        

        

       -어어 바짓가랑이 잡지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합방? 극성팬들한테 둘러싸인거같은데?????

       -하필 데려온게 비얌이라 그런지 합방이고 나발이고 이미 망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충 그러자 비얌이 나타났다는 말)

       -비얌편집자랍시고 본인을 직접 데리고오면 어떡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어림도 없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모든 것을 벗어던진 세 명은 실제로 유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고, 비얌은 마치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마냥 앵겨드는 세 명을 능숙하게 피해대었다.

        

        방송이 잡아먹혀버린 건 아닐까, 그 와중 아이리스는 그리 생각했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크게 나쁠 것도 없었다. 대다수의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고.

        

        더 많은 시청자, 더 많은 인기, 그리하여 파생되는 선순환. 그저 방법이 이상할 뿐이지, 유진의 존재 및 등장은 모두에게 있어서 WIN-WIN이었다. 더군다나 억지로 나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아이리스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고, 놀랍게도 그러자 맘이 편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호들갑이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고, 아이리스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본격적으로 본인을 소개할 시간이 도래한 것었다.

        

        케찰코아틀을 모티브로 한 청록색의 깃털 달린 뱀을 본따 만든 여성, 소니아 에우테로.

        

        독화살개구리를 모티브로 하여 머리에 푸른 후드를 뒤집어쓴 여성, 덴드로비아 살루스.

        

        드래곤을 모티브로 한 잠꾸러기 여성, 에블린 드림위버.

        

        

        그렇게 소개가 끝났을 때, 유진은 박수를 치며 호응하면서도 생각했다.

        

        

        

       ‘…그래, 이런 거 하나쯤은 있을 것 같더라니, 그럼 그렇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눈 앞에 보이는 광경 – 어딜 봐도 전장에는 1도 어울리지 않는 여성형 아바타들이 각종 장구류들을 착용하고 전장에 투입되길 기다리는 모습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이 세상에 너무 많이 물들어서 그런 건지, 혹은 요 근래에 일어난 일들이 하나같이 난장판 그 자체였기에 그런 건지 – 하지만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전장에 나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앞에서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그녀의 성미에도 맞지 않았으므로.

        

        그리하여 유진이 입을 열었다.

        

        

        

       “아무튼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했기도 하고, 여러분들의 방송을 더 이상 방해해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짧은 만남이지만 즐거웠습니다.”

        

       “엑, 엣, 전혀 방해 아니에요. 진짜로!”

        

       “저희랑 시청자들 전부 포함해서 오늘 유진 씨가 방송 방해하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예요! 제발 가지 마세요-!”

        

       “…그래요, 알았어요. 그러니까 너무 달라붙지 마세요. 하지만 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의 존재를 묻어버릴 수 있으니, 최대한 무난무난하게 뒤에서 지원하죠. 전방에서 최대한 열심히 스스로를 어필하시길.”

        

        

        

       -팩트)다

       -솔직히 비얌하나만 있어도 신경쓰이긴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대받았으니 대충 뻗대다 가도 문제없을텐데 참 진지하게 잘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비얌의 선택’이니까….

       -보자마자 좀 쎄했으면 비얌이 먼저 나갔겠지 ㅋㅋ 발현자 육감으로 봤을때 괜찮으니까 같이 하는 거 아냐 ㅋㅋ

        

        

        

        당연하겠지만, 그 말을 듣고 감동을 먹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는 유진이 스트리밍을 통해 스스로를 어필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이 이 방송에 난입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내막이 어쨌든 이들은 그닥 신경쓰지 않았고, 유진은 아이리스를 통해 오늘 스트리머들이 무슨 컨텐츠를 할 예정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UN 총회장 최고 어려움, 만약에 깬다면 그렌드 센트럴 터미널역 최고 어려움, 그것도 깨게 된다면 현재까지 존재하는 여덟 개의 미션을 차례로 적당히 순회하고, 그 이후 AP로 넘어가는 식.

        

        오늘 유진의 역할은 후방에서의 화력지원 및 분대장 역할이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빡빡하게 명령을 내리지는 않을 거고, 무난무난하게 가보도록 합시다. 개인적인 플레이스타일에는 간섭하지 않을 테니, 제가 있는 듯 없는 듯 플레이하시길.”

        

       “어음, 알겠슴다.”

        

       “화력지원 잘부탁드려요오-”

        

       “근데 어떤 식으로 하실 예정인가요?”

        

        

        

        그리하여 이어진 짤막한 정적.

        

        그러나 그 시점에서 이들은 유진이라는 존재 자체에 너무 신경을 쓴 탓에 그녀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를 잠시 잊어버렸고 – 쿠웅.

        

        Gepard M6, 그 중에서도 50구경이 아니라 14.5mm 탄환을 반자동으로 갈길 수 있는 정신나간 물건이 테이블을 부술 것만 같은 소리와 함께 놓여진다.

        

        그것을 아주 가볍게 들어올린 유진이 탄창을 삽입하고, 그 후 노리쇠를 잡아당긴다. 철그럭 하는 소음과 함께 사람 손보다도 거대한 길다란 황동 탄환이 얼핏 보였다 사라진다.

        

        대물저격총을 마치 권총마냥 가볍게 휴대한 유진이 총기의 조정간을 안전으로 맞춰놓음과 동시에 덧붙였다.

        

        

        

       “뒤에서 귀찮게 구는 친구들은 맡기면 됩니다.”

        

       “…저희가 잡을 건 남겨주는 거 맞죠?”

        

       “아마도요.”

        

        

        

       -그럼그렇지 이 무친련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진짜얘네들안묻히게하려고도와주러온거맞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믿은게잘못이다

       -또 속았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재감죽이고싶으면 소음기라도 끼고 오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렇지.

        

        아이리스, 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진의 제1호 편집자였던 그…아니, 그녀는 유진과 함께 플레이하던 이들이 왜 맨날 어처구니를 상실하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었다.

        

        

        

        

        

        

        

        

        

        

        

        

        

        

        

        

        

        

        

        

        

        

        

        

        

        

       “PVE 미션 도전은 꽤 오래간만이네요. 편집자를 고용하기도 전의 일이었으니, 그게 벌써 2년 가까이 됐나….”

        

       “…제가 들어오기도 전의 일이라구요?”

        

       “저어기 맨해튼 아래쪽의 발전소를 탈환하는 미션이었죠. 다이스랑 처음으로 조우한 지 며칠도 안 됐을 때 일어났던 일이니…근데 눈빛이 왜 그래요?”

        

        

        

       -‘경쟁자를 발견한 암컷의 눈빛’

       -아이리스레즈레즈야….

       -레즈(아님)

       -편집자게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도 EM급 됐다고 들은 것 같은데 설마 지금쓰는 아바타랑 똑같은거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는 경쟁자라기보단 내가 손 안댄 영상이 있다고? 하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ㅋㅋㅋㅋ

        

        

        

        제1호 편집자의 눈빛이 뭔가 이상하다. 유진은 그리 생각하며 딴청을 부렸다.

        

        미션이 시작됨과 동시에 주변의 모습이 변한다. 차량 한 대조차 없는 깔끔하게 정돈된 UN 총회장의 입구가 아니라, 마치 오메가 바이러스 사태가 터진 초창기, 버려진 채 방치된 도시의 모습이었다.

        

        매우 어려움 난이도를 넘어 극도로 훈련된 소수만이 도전할 수 있는 최고 어려움 난이도. 수백 명 가량의 적국 특수부대원과 무인기가 쏟아지는 미션. 본래라면 4인 4개조로 투입되어야 할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꼴랑 5명이었고, 그것만으로도 경천동지할 일이었으나,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 다이스랑 함께 2인으로 최고 어려움 미션을 슥슥 밀어버렸다고 실토했다.

        

        아이리스를 뺀 전원이 입을 떡 벌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아군이라고 생각하니 든든함다.”

        

       “든든한 걸 넘어 다 갈아버릴 것 같기도 하고오….”

        

       “고만 떠들고 얼른 준비들 하셔요. 아이리스는 오늘 포인트맨이니 탄도 방패 들고.”

        

       “뭐야뭐야, 아이리스땅이 방패야? EM급의 파워 기대해도 되는 거냐구.”

        

       “그, 처음 하는 거라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맞다 얘 발현자됐지 ㅋㅋㅋㅋㅋㅋ

       -당 장 외 모 공 개 해

       -팩트)비얌쉑도 자기 어떻게 생겼는지 공인하기까지 거의 3개월 넘게 걸렸다

       -숨기지도 않았지만 아무튼 숨기긴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호떡마냥 E2급이라고 생각했지 누가 비얌아바타를 그대로 쓸 거라고 생각했냐고….

       -아니근데 아이리스 얘 오늘 왤케왤케 암컷임??????????

        

        

        

        이 사람은 자기가 여자가 됐단 걸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곁눈질로 아이리스를 힐끔 살핀 유진. 그녀는 네 명이 본격적으로 전방 요새를 향해 이동하는 와중 요새 입구를 감제할 수 있는 다리 위로 올라가 삼각대를 펼쳤고, 쌍안경을 꺼내 적을 표시했다.

        

        하나, 둘, 셋, 넷…미니건을 들고 있는 파워드슈트병, 드론 조종사, 무인기들. 이들은 제거 1순위였고, 유진의 목표 역시 그러했다. 그녀는 체스 플레이어였고, 아래의 이들은 체스의 말판이었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의 교전은 속된 말로 표현하면 땅따먹기였고, 좀 더 있어보이는 말로 하면 구획 점유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리고 유진은 구획 점유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버튼을 눌러 조정간을 전환, 장전손잡이를 슬그머니 당겨 약실 내의 탄환을 확인.

        

        날씨는 어두컴컴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았다 뜨는 것만으로 야간투시 기능을 작동시켰다. 유진의 시야에 저 멀리 망루가 잡혔다. 방탄유리로 견고하게 방어되는 타워 안, 적군 두 명이 외부 터렛으로 바깥을 감시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다들 안티-써멀 기능과 광학미채 기능까지 켜놓았기에 터렛 센서에 잡힐 걱정은 없었고, 유진은 슬그머니 숨을 멈추며 망루를 조준했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두 명이 움직이다 서로 겹쳐질 때-

        

        

        

       ───피우웅!

        

        

        

        소음기를 통과하며 한 차례 먹먹해진 굉음과 함께, 14.5mm AP탄이 방탄유리를 물에 젖은 골판지처럼 간단히 뚫어버리고는 두 명의 상체를 동시에 산산조각내었다.

        

        유리 깨지는 소리, 탄피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며 나는 청명한 금속음, 화약이 터지며 들려오는 굉음. 그러나 그 시점에서 유진은 좀 더 오른쪽에 있는 망루를 겨냥하고 있었다.

        

        다리 아래의 네 명이 전진함과 동시에 두 번의 격발음이 연달아 울려퍼진다. 양쪽 망루가 완전히 침묵하며 터렛의 시야에 적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체인건이 50구경을 토해내는 일은 없었다.

        

        

        

       “험비 두 대의 가운뎃길로 유탄 투견 둘, 미니건 중장갑병 하나 접근. 아이리스 전방으로.”

        

       “알겠습니다…!”

        

        

        

        드르르르륵!

        

        이카루스 기어의 나노머신으로 코팅된 탄도 방패와 7.62mm 나토탄을 초당 50발씩 쏟아내는 미니건의 화망이 맞닿자 끔찍한 소음이 허공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여름 공기를 꿰뚫고 날아든 14.5mm 철갑탄이 단 한 발로 사람의 머리를 수박처럼 터뜨렸고, 금색의 폴리곤이 목이 있는 곳에서 흘러넘치며 허공을 붕붕 날았다.

        

        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지는 중장갑병의 뒤로 유탄 투견 두 기가 달려들었다. 펑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탄도 방패를 강타했고, 반쯤 앉아있던 아이리스의 몸이 뒤로 밀려나간다.

        

        

        

       “우와아악…!”

        

       “와, 아이리스 쨩 어떻게 버티고 있는 검까!?”

        

       “잡아! 투견 짤라, 투견! EMP 수류탄 던져-!”

        

       “아으, 떨어졌어…아이리스 쪽으로 굴러간다!”

        

        

        

       -어우 난장판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비얌이 망루랑 중장갑병 안끊었으면 벌써 처음 들어왔던 입구까지 밀렸다

       -맞긴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 연막 누가 터뜨렸냐 ㅋㅋㅋㅋㅋ

       -비얌하나있다고 스쿼드가 바로 안정찾는거 소름돋네 ㅋㅋㅋ

        

        

        

        퍼엉!

        

        그와 동시에 적 쪽에서부터 터진 연막 연기가 아이리스가 있는 방향으로 불어닥쳤고, 그로부터 15초도 지나지 않은 순간 하늘에서부터 쏟아진 박격포 탄환이 굉음을 터뜨리며 지면에 착탄했다.

        

        화염이 일고, 돌 파편이 사방에서 튀기며 연막이 쏟아지는 가운데, 화망을 간신히 방어하던 아이리스는 남들이 보지 않는 가운데 슬그머니 하얀 뱀꼬리를 움직여 힘겹게 EMP 수류탄을 감싸쥐고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꼬리만으로 정확하게 투척하는 건 현 시점에서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실질적인 투척은 손으로 이뤄졌고, 핀을 뽑고 던짐과 동시에 EMP 수류탄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다 격발했다.

        

        천방지축으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유탄 투견이 펄스에 맞아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사이, 대구경 탄환이 유탄 수납창을 정확하게 관통하며 엄청난 크기의 유폭을 발생시킨다.

        

        

        

       ───콰앙!

        

        

        

        굉음.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나 다를 바 없었고, 앞마당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밀렸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유진 역시 부족한 탄환을 보충하고 이들과 동행하기 위해 다리에서부터 내려왔고, 미션이 시작됨과 동시에 수령한 폭발물이 잘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하여 다음 페이즈를 맞이하기 위해 다들 이동하던 와중, 아이리스의 UI 한쪽에 소니아로부터의 비밀 통신이 들어왔다.

        

        그리고-

        

        

        

       -[…아이리스. 혹시…방금 뱀꼬리로 땅에 떨어진 수류탄 잡아서 가져가지 않았슴까?]

        

        

        

        아이리스의 적색 동공이 번쩍 뜨이고, 꼬리가 뻣뻣하게 굳는다.

        

        당연하겠지만, 들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코이츠 딱히 숨길 생각이 없는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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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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