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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6

       

        

        

        

        

        

        

        

        

       “왜 또 표정이 죽상인가요, 아이리스.”

        

       “아, 선생니임….”

        

       “보아하니 누군가한테 꼬리 쓰는 거 들켰나보군요. 그럼 그렇지.”

        

       “그, 아까 EMP 수류탄 제 쪽으로 굴러올 때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꼬리로 잡았는데, 그걸 소니아가 본 것 같아요.”

        

       “믿을 만한 친구인가요?”

        

       “음….”

        

        

        

        참 빨리도 들킨다, 이 양반아 – 그런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토해지려다 말았다.

        

        비밀 통신이었기에 남들에게는 지금의 대화가 들킬 염려도 없었고, 대략 45만 명 가량이 우글우글 모여있는 채팅방의 떡밥을 확인해보니 지금까지는 저 소니아라는 친구가 얌전히 입을 닫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조용히 하고 있을 수 있을까를 묻는다면 글쎄올시다. 힐끔힐끔 저쪽을 살펴보니 입을 닫고 있는 행위까지가 저 친구의 최대의 인내심 단계인 것으로 추측되기도 하고.

        

        당장 한 명 한 명의 집중이 중요한 시점에서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꽤 곤란한 것도 있단 말이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어느 정도 알려줘서 의문을 해소시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리 생각한 후 말하자-

        

        

        

       “…그, 그건 좀 부끄러운데.”

        

       “진짜 한 대 맞고 싶어요?”

        

        

        

        꼴랑 일주일밖에 안 됐으면서 아주 여성스럽게 몸을 배배 꼬는 꽈배기같은 양반이 탄생했다.

        

        아무튼 이 양반의 숨겨져있던 여성성인지 뭐시긴지가 발현자로 TS되면서 발현이 되었든지, 혹은 신체에 정신이 따라가고 있는 건지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저 소니아란 친구가 교전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니까.

        

        게다가 오늘 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편집자랑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애시당초 오늘 이 사실을 밝히려고 미리 마음의 준비까지 해놓았단 얘기도 들었단 말이지.

        

        그리하여 그 결과가 무어냐 하니,

        

        

        

       “…으, 밝힐 테니까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마세요. 부담스럽다니까요.”

        

       “전부한테 다 말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 집중 못하고 있는 저 친구한테만 말하면 되니까요. 이번 미션이 무사히 끝나면 상황을 보고 밝히도록 합시다. 며칠 전에 다이스랑 하모니도 당당하게 정체를 드러냈기도 하고…뭐, 농담이에요. 케이스 자체가 다르니까.”

        

       “그쵸…이렇게 극적으로 변한 경우는 역사를 통틀어 그렇게 많이 없다잖아요. 저마냥 성별까지 바뀐 케이스는 6월 말에 있었던 사건에서도 단 두 건밖에 없었고.”

        

       “고생 많아요.”

        

        

        

        그리하여 아이리스는 꼬리를 팔랑대며 슬그머니 소니아라는 친구의 옆으로 다가간다.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간 걸 보면 딱히 거부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 듯했고, 진짜로 부끄러워서 그랬을 확률이 높긴 하지. 그럴 것 같긴 했다. 바뀐 모습이 워낙 독특한 것도 그렇고, 극적이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저쪽과도 비밀 통신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

        

        

        

        흡사 감전이라도 된 것마냥, 소니아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라고 외쳤을 때의 기분이 저런 것일까. 물론 나는 앞으로도 계속 모를 예정이었다. 좌우지간 그녀는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최대한 어떻게든 비명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애를 썼다.

        

        다음 교전 장소로 이동하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관심이 그닥 쏠리지 않아 그닥 문제는 없었고, 아이리스는 내 곁으로 도도도 다가와 덧붙였다.

        

        

        

       “말하기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네요, 이거…!”

        

       “그래요, 잘 했어요. 이걸로 또 하나의 난관을 넘은 거예요…아, 무심코 하모니나 다이스한테 해주는 것마냥 머리를 쓰다듬어버렸는데, 싫으신지.”

        

       “…오히려 이게 아까보다 훨씬 기분 이상한데요. 그, 뭐라고 해야 할까, 이렇게 쓰다듬어지는 입장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서.”

        

       “….”

        

        

        

        어쩌면 내가 이 양반을 그…숭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그 뭐냐, 암컷타락인가 하는 그건가로 이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불길한 생각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안뜰로 진입하기 위해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을 올랐다. 당연하겠지만 주변은 그야말로 철통경계 그 자체였고, 이미 작동 중인 터렛들도 부지기수였다.

        

        그 순간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다른 공략팀은 미리 부비트랩을 잔뜩 설치해놓은 다음, 어그로를 끌어 주변에 있는 적들을 싸그리 유인하고는 폭파시켜 몰살한 뒤 일점돌파를 했었나.’

        

        

        

        제법 괜찮은 전략이긴 했다.

        

        특히나 한 번 어그로를 끌게 되면, 주변의 건물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적군들이 무한으로 스폰되어 쏟아진다는 사전 공략의 존재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했지만…아쉽게도 우리는 사람 수가 너무 적단 말이지.

        

        일단 나가서 해야 하는 일을 되짚는다. 목표 자체는 생각보다 간단한 것이었다. 터렛을 지키는 적군을 싸그리 몰살한 뒤 알고리즘을 바꾸어 적군을 사격 목표로 삼으면 되었다.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이곳에서의 교전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고 했으니….

        

        

        텁.

        

        

        

       “엥?”

        

       “저희가 앞장섭니다. 남은 세 분들은…스텔스 드론 있으면 그걸로 주변에 있는 적들 좀 찍어주시길.”

        

       “엑, 어째 이거 우리가 신님 덕분에 캐리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오….”

        

       “생각해보니 그도 틀린 말은 아니군요. 그렇다면 제가 스텔스 드론을 조작할테니 여러분들이 해보시는 건 어떤지.”

        

       “에, 그, 어….”

        

        

        

        그렇게 1초, 2초, 3초가 지나고-

        

        

        

       “제, 제가 해보겠슴다-!”

        

       “저도!”

        

       “무, 뭐야아. 나만 안 하면 이상해지는 타이밍인 거야?”

        

       “후후, 실패하면 저희가 나서지요. 걱정 말고 임하시길.”

        

        

        

        이게 맞나 싶은 표정을 뒤에서 짓고 있는 아이리스를 뒤로 한 채 스텔스 드론을 받는다.

        

        드론을 태블릿에 갖다대어 커넥션을 연결하고, 허공에 띄운다.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매우 줄여놓았기에 아주 느릿느릿하게 떠오르지만, 반대로 이 정도의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바깥에 있는 아무도 모를 것이었다.

        

        그리하여 대략 3분 즈음 지났을까, 어둠에 완전히 녹아든 드론이 UN 총회장 앞의 공터를 느긋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략 1개 중대 가량이 이 주변에 있는 듯했다.

        

        이동을 위한 핑이 이곳저곳에 잘 찍히는 것을 보니 작동에 문제는 없는 모양이고.

        

        

        

       “다들 인컴에 집중하고, 핑이 어디 찍혔는지를 아주 유심히 지켜보시길. 제 말만 들으면 적어도 죽을 일은 없을 거예요. 아마도.”

        

       “아마도!?”

        

       “설령 죽더라도 근방에 있는 적들을 싸그리 몰살한 다음 다시 살리면 그만이니까요.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부담없이 하세요.”

        

       “…우리가 섬기는 신님이 사실 아레스였던가아-?”

        

       “저는 그걸 정면에서 말하는 에블린 당신의 배짱이 더 무섭슴다.”

        

        

        

        물론 더 이상 떠들 시간은 없었고, 세 명의 인원이 차례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터렛의 발사각과 회전 속도, 주변을 돌아다니는 미니건 든 중장갑병의 위치 및 동작감지센서의 범위까지 전부 고려하여 쉴새없이 핑을 찍고, 인컴에 대고 수많은 명령을 실시간으로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을 전부 한 번에 옮길 수는 없어, 나중에는 오직 살루스라는 친구만이 터렛을 조작하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건물 안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째그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시야 공유에서 살루스가 무사히 건물을 장악하고, 터렛의 제어권을 강탈하는 광경이 보인다.

        

        이제 남은 하나도 마저 강탈한 뒤, 타이밍에 맞춰 일제히 사격을 시작해 주변에 있는 적들을 싸그리 몰살하면 되는데 – 무언가 심상찮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잘못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잠깐 스쳐지나간 화면 사이 보이는 창문 너머로 누군가가 로켓포를 들어올려 겨누는 것 같은-

        

        

        

       “…이런 빌어먹을, 살루스. 거기서 당장 나와요!”

        

       “에-”

        

        

        

       ───콰아앙!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교전.

        

        그러나 동원 가능한 사람의 수 자체가 너무나도 차이났기에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바깥에 나가있는 친구들은 저마다의 단말마를 지르며 콘크리트, 혹은 아스팔트 바닥에 엎어졌다.

        

        하는 수 없지. 이제부터는 직접 나설 시간이었다.

        

        죽긴 했지만 여전히 내 목소리는 들을 수 있을 터였기에, 나는 태블릿과 연동된 드론의 자동 스캔 기능을 발동시키며 주머니에서 토마호크 한 자루를 꺼내들었다.

        

        뒤에 있는 아이리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하는 사이 덧붙였다.

        

        

        

       “제 실수였어요. 여러분들의 목숨값은 밖을 싸돌아다니는 저 친구들을 몰살시키는 걸로 합의를 보도록 합시다.”

        

       “…앞으로 나설까요?”

        

       “잘 아는군요. 탄도 방패 들고 앞으로 나서시길.”

        

        

        

        그 순간 밀려들어오는 돌격병들.

        

        그러나 이들의 몸이 겹친 순간 14.5mm 탄환이 허공을 가로질렀고, 세 명의 적군이 그 자리에서 실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선전포고가 무사히 들어간 것을 확인하며, 나와 아이리스는 – 물론 거의 다 내가 했다 – 보이는 모든 것들을 싸그리 으깨버리기 시작했다.

        

        건물 앞 광장이 침묵으로 물들기까지 5분 전이었다.

        

        

        

        

        

        

        

        

        

        

        

        

        

        

        

        

        

        

        

        

        

        

        

       “아이리스 꼬리 만져보고 싶다아….”

        

       “야야, 소니아. 너 RP 풀렸어.”

        

       “무, 무슨 소리를. 전혀 그렇지 않슴다.”

        

        

        

       -팩트)이미 다들렸다

       -ㅈㄴ뜬금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바타인데 뭐 만지게 해주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혼을 다해 깎은 아바타보다 더 매력적인 꼬리 ㄷㄷ

       -오늘 아이리스 쓸데없이 암컷무브 오지게 해서 그럴 법하긴 함 ㅋㅋ

       -아니시1발 암컷같은 족같은단어쓰지마라 빨간약생각나니까

        

        

        

        속마음이 새어나와버렸다.

        

        장시간에 걸친 전투로 인해 정신이 반쯤 혼미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녀 – 소니아는 정신을 계속해서 붙잡아야만 했다. 자칫하다가는 아까 들은 충격적인 진실이 입에서 제멋대로 새어나갈 수도 있었으니까.

        

        언젠간 – 다르게 말하면 머잖아 알려질 진실이긴 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 아이리스의 현실 모습이 현 아바타와 동일하게 변했다는 것.

        

        어쩌면 오늘 방송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도 있는 내용. 사실 하이라이트라기보단 당사자만이 직접 말할 수 있는 진실에 더 가깝긴 했지만, 어쨌든 남의 입을 빌어 나오면 안 된다는 건 동일했다.

        

        

        빨간약, 아니, 파란약을 강제로 삼켜진 충격으로 인해 반대급부로 정신이 조금 깨어버린 소니아는 아무도 모르게 주변을 슬그머니 훑어보았다.

        

        어느덧 UN 총회장 최고 어려움 미션은 슬그머니 마무리되어가고 있었고, 에블린과 살루스는 반쯤 멍한 표정이었다. 소니아와는 다른 방면으로 정신이 나가버린 탓이었다.

        

        유진의 존재만으로 시청자 수는 무려 115만 명을 돌파했다. 평소 세 명이 모여서 떠들 때의 최대 시청자 수가 기껏해야 1만 5천 정도라는 – 그것도 많긴 했지만 – 점을 감안하면 말도 안 되는 숫자였다.

        

        그 때문에, 외려 반대급부로 그 자리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인원은 더더욱 교전에 집중했고, 그 반동이 지금 찾아오고 있는 것이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숨길 생각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해서 저러고 있는 건지, 혹은 그냥 정신이 나가버린 건지.

        

        비교적 멀리 떨어져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시선이 닿지 않는 곳까지는 가지 않은 위치에서, 아이리스는 은근슬쩍 유진의 팔에 자기의 꼬리를 감고는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일견 쓸데없이 성스러운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애시당초 아바타 자체가 그쪽을 모티브로 창조되었다고 하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TS됐다고 행동거지가 저 정도까지 변하는 건가? 나보다도 더 여자 같은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스텔라 유니버스 3기생 전원은 여성이었다.

        

        세상에 홀로그램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보편화됨에 따라, 그리고 보이스 믹서로 본인이 가상현실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목소리까지 별도로 설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성별의 경계는 모호해졌고, 성별을 속이기도 쉬워졌다.

        

        바로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소속사에서 데뷔하는 홀로그램 아이돌은 아바타와 현실의 성별이 반드시 같아야만 했다. 속칭 빨간 약, 다르게 말하면 현실에서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면 대참사 그 자체였으므로.

        

        반대로 딱히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홀로그램 아이돌은 그런 점에 얽매이지 않았고, 그리하여 아이리스 역시도 이미 현실에서 뭘 하는 사람인지를 다 아는 와중 데뷔했다.

        

        그리고, 그리고-

        

        

        

       “뭐 보고 있는 거야아, 소니아-?”

        

       “우흐아아악-!”

        

       “엄멤메, 뭐야. 왜 이렇게 놀라. 혹시 우리 몰래 뭔가 야시시한 거 보고 있었어? 1인칭 캠도 끄고 말이야. 시청자들도 뭘 봤는지 모른다구, 그럼.”

        

        

        

       -얘 왜 이렇게 놀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상한거 보고있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부터 정신놓고다니더니 ㅋㅋㅋㅋ

       -평소엔 에블린이랑 맨날 정신놓고 다니던년이 오늘따라 소스라치게 놀라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보고 있었겠냐 비얌보고 있었겠지 ㅋㅋ

        

        

        

        다행이다, 안 들켰나보다.

        

        그리 생각한 소니아는 후우-하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평온을 되찾았고, 그 사이에도 그녀를 제외한 동기들은 열심히 자기들 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부럽다, 부러워어…아이리스 설정이 뭐였더라, 우로보로스의 대신관, 뭐 그런 느낌이었지? 수녀는 그냥 갖다붙이기 제일 좋아서 그렇게 부르는 거고.”

        

       “완전히 합법 덕질이네에. 뭐어, 오늘 우리도 반쯤 합법적으로 그러고 있지마안….”

        

       “그건 그렇긴 함다. 아무튼 몰래 보고 있던 거 맞슴다…그렇게 어깨 갑자기 툭툭 치면 놀랄 수밖에 없단 말이죠오.”

        

       “그르치, 그르치. 원래 나쁜 일은 몰래 하는 거잖아. 들키면 놀라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 사이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시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입을 먼저 열었다 – 그 내용을 들었을 때, 소니아는 굳이 사실을 직접적으로 전해듣지 않아도 여자의 감은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날카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오늘 아이리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뭔가 좀…좀 뭔가 그래.”

        

       “그치그치. 근데 뭐어, 나는 적당히 이해하고 있다구우. 롤플레이적 시점으로 봐도, 아니면 그냥 봐도 말이지이, 고용주이자 신님이 직접 찾아온 거잖아? 나도 지금 팬심 엄청 참고 있단 말이지이-”

        

       “역시 그렇지 않겠슴까. 그래서 뭐어, 두 명도 구경 동참할 검까? 제일 앞좌석은 제 건데.”

        

       “구경이야 어디서 보든 상관은 없지만, 지금 마음 풀면 안 될 걸. 앞으로 우리가 돌아야만 하는 미션이 몇 갠데.”

        

        

        

       -이게 합방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이 아니라 그냥 팬미팅 후기남기는거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약)아이리스부럽다

       -얘네들도 비얌수녀한테서 암컷무브 나타나는거 알고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형이 바뀌는 것만으로 백합이 핀다…이거 미식이거든요

        

        

        

        한편 그러는 와중, 저 멀리서부터 묵직한 군홧발 소리가 들려온다.

        

        실컷 떠들고 온 듯한 유진과 아이리스가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와 세 명을 맞이한 것이었다. 아이리스는 마치 수행비서라도 되는 것마냥 유진의 옆에 찰싹 붙은 채였고, 유진은 그닥 신경쓰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첫 번째 미션이 무난하게 끝났군요. 중간중간 좀 골치아픈 부분도 있었지만, 여러분들이 기본적인 실력이 되니 가능한 일이지 않았나 하네요.”

        

       “아유, 다 신님 덕분임다.”

        

       “고럼고럼.”

        

       “…그 괴상망측한 호칭은 머리가 아프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의 체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겠으니, 일단 15분 정도 휴식한 후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문제 없겠지요?”

        

       “네에…엇. 에?”

        

       “헉.”

        

       “…?”

        

        

        

        그와 동시에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이상한 소리들. 흡사 보지 말아야만 하는 것을 본, 혹은 뭔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을 때나 나올 법한 말.

        

        유진도 아이리스도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고 – 그 대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게 되었다.

        

        아이리스의 백색 꼬리가 유진의 허리를 휘감으려는 듯 아주 자연스럽게 나풀대고 있던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세 명의 3기생 중 두 명이 꼬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바타의 일부. 반복적인 동작밖에 할 수 없으며 총알 피격 판정도 없고, 물리엔진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만약 그런 꼴을 보고 싶다면 감정표현 및 상호작용이 필수였다.

        

        하지만 백사의 꼬리는 유진의 허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휘감기 일보 직전이었고, 유진이 눈치채자마자 은근슬쩍 배 뒤에서 꿈지럭거리는 걸 멈추고 회수되다시피 했다.

        

        아이리스 본인조차 몰랐던 본능.

        

        그 꼬라지 아닌 꼬라지를 보던 소니아는 기어코 한 마디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아이리스. 사실은 대놓고 밝혀도 상관없는 거 아님까?”

        

        

        

        본인은 그럴 의도가 없을지도 몰랐지만, 그 말대로였다.

        

        방송이 터져나가기까지 20초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허접함락비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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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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