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17

    <617 – 다크노디(1)>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

    하지만 이사장이 실패를 하는 날이 오다니, 이 얼마나 기괴한 일인가.

    비서실장은 이사장이 ‘변수’나 ‘사소한 실수’ 따위가 아니라 작정하고 펼친 수조차도 몇 번이고 넘어서며 실패하는 광경을 처음으로 보았다.

     

    “제 아이지만 이쯤 되면 그 심계가 정말 놀랍군요.”

     

    이사장은 대륙전도가 걸린 지도 위에서 몇 개의 표식을 지웠다.

    북부전선을 뒤에서 지원하며 광역저주를 넣던 마왕군 사천왕 엘니뇨가 사망했다.

    최전선의 군단장들은 선신연합의 지원군에 격파되었으며, 남은 군단은 서로 의심하고 경계하던 끝에 내분을 일으켜 자멸했다.

     

    “마왕군의 준동을 저지하고 동시에 선신연합의 견제까지 완벽하게 이루다니.”

     

    마왕군을 격퇴하며 전에 없이 기세등등해야할 선신연합은 아카데미에 급파한 성녀들의 실패와 강림까지 펼친 신의 격퇴로 인해 크게 체면이 상했다.

    그렇게나 많은 지원군을 파견하고도 오크노디 한 명이 벌인 짓보다도 못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공적을 내세울 수도 없었다.

    역으로 성녀들이 아카데미를 침범하여 힘을 전개한 건을 빌미로 교장에게 찍히기까지 했다.

     

    “성녀연합회의 성녀장은 누가 되었습니까?”

    “네페르템. 만족의 신 아포니아의 성녀입니다.”

    “신기한 인연이군요. 선대 아포니아의 성녀는 니알라토텝에 의해 무너졌건만, 후대 아포니아의 성녀는 오크노디의 동료 이슈타르 덕분에 되살아나다니.”

     

    일련의 사태에 개입한 당대용사 이슈타르의 존재도 참 공교로웠다.

    본래 선신연합이 만든 사도라는 이름의 가짜 영웅들과 태양의 신 소페미아가 만든 진짜 영웅은 좁힐 수 없는 감정의 벽이 있었다.

    그것을 극대화한 것이 전대용사 니알라토텝이었건만, 이번 용사는 만족의 신 아포니아의 사도를 신에게 용서받도록 도와 주류24신격과의 관계를 개선했다.

     

    “아카데미를 탈옥한 벨로카시오단 또한 선황에 의해 거두어졌다지요.”

    “그렇습니다.”

    “선황의 황금마차에 또 다른 특별한 탑승객이 있었다는 정보는 없었습니까?”

    “찾으시는 사람이 있습니까?”

    “당시 대감옥의 5계층에는 세 명의 수감자가 있었습니다. 오크노디의 집사 조나. 니알라토텝의 옛 동료 알파. 그리고 크루웰.”

    “조나가 석방되었다면 다른 둘도 석방되었을 가능성이 있겠군요.”

     

    비서실장은 이사장의 관심사가 향한 부분이 대단히 민감한 비밀과 연루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알파. 니알라토텝의 첫 번째 동료였던 전사. 그 이름은 알고 있지만 알려진 바는 가장 적지. 그는 왜 대감옥에 수감 되어 있었던 거지?’

     

    전대용사파티의 일원이었던 최강도적 디스트로이어에게는 그토록 많은 관심을 보였던 이사장이 지금까지는 일언반구도 않던 알파를 의식하는 모습에서 비서실장은 무언가를 느꼈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날벌레처럼 덧없이 자멸했던 이중스파이 아케미 웨스커.

    너무 성급했던 칼과 달리, 알파는 비밀 속에 오래도록 감추어진 새카만 암살검이었다.

    이 검은 쥐어도 되는 검일까.

    검을 휘두르면 이사장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알아보자.

    알아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비서실장은 그런 마음을 품으며 대답했다.

     

    “추가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선황의 황금마차는 거리의 제약을 농락하듯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한다.

    탑승정원이라는 개념이 무엇이냐고 되물어 보듯이 인원 제한도 무시한다.

    하지만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다면 미리 그들이 내릴 곳에 관측병을 심어둘 수 있다.

     

    재단의 지령실.

    그곳에는 이사장실의 대륙전도와 유사한 지령전도가 펼쳐져 있었다.

     

    [언더월드] – [마법의 숲] – [영원한 그늘]

     

    지역분류를 선택하며 장소를 좁히자, 영원한 그늘 필드에 존재하는 장학생들의 정보가 나타났다.

     

    [갈릭 후라이드치킨]

     

    제국3대공신가문 중 하나인 후라이드치킨 가문의 가주의 동생 되는 자.

    본인은 인질로 잡히고 갈릭군단을 오크노디에게 통째로 빼앗기며 가문의 수치가 되어버린 패배자의 이름이 이곳에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관련정보]

    -장학금 희망 사유 : 공적을 쌓아 가문에 당당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면 재단의 힘이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지원받은 장학금 : 어둠추적자 30인

    -장학금 상환계획 : 마늘치킨 제조법을 비롯한 후라이드치킨 가의 내부정보유출 및 공작가의 가주직 찬탈계획

     

    그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심지어 이용 가치도 있다.

     

    “정보관.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마늘치킨은 몬스터 10만 대군을 이끌고 진격해온 재단의 후계자와 타락한 황녀조차 두려워 먹지 못할 정도로 두려운 음식이라는 기록은 왜 있는 겁니까?”

     

    비서실장의 호출을 받은 정보관이 즉시 관련세부정보를 열람하고 대답했다.

     

    “재단의 후계자는 박쥐인간 뱀파이어처럼 마늘이 약점이며 이름에 마늘이 들어간 이 갈릭 후라이드치킨 님이야말로 운명이 점지한 대적자, 라는 사서의 기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정부분 신빙성이 있는 정보로 추정됩니다.”

    “근거는?”

    “오크노디의 강의 교수 중에는 사다코 교수가 있습니다. 그녀는 오크노디의 스승인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협력관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일 사다코 교수가 자신의 연공법을 전수했다면 뱀파이어와 같은 약점을 공유하리라 생각됩니다.”

    “뱀파이어들에게 마늘이 약점이라는 가설이 세워졌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배치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흥미롭군요. 실전 검증결과는 어떻습니까?”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록만 봐도 대신 수치심이 느껴질 정도로 한심하게 몰락한 갈릭 후라이드치킨이지만 그가 개발한 마늘치킨의 효용만큼은 진짜였다.

     

    “그에게 지령을 전달하십시오. 선황의 황금마차에 동행하여 내리는 ‘거구의 전사’, ‘무표정한 소녀’가 포착되거든 즉시 보고하고 현지에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고.”

     

    지령은 무사히 전달되었고,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보고 또한 금방 되돌아왔다.

     

    “로브를 뒤집어쓴 거구의 인물과 작은 소녀 둘을 확인. 둘 중 어느 쪽이 ‘무표정한 소녀’인지 확인되지 않아 추가조사를 진행 중. 기괴한 보고가 왔군요.”

     

    탈옥수 사이에 소녀가 한 명 더 있었나?

    아카데미에 심어둔 장학생의 정보에 따르면, 소녀 죄수는 없었다.

    그런데 없던 죄수가 나타났다.

    오크노디와 이슈타르가 감옥에 들어간 이후로.

    …뭔가를 저지를 사람은 하나.

    오크노디뿐이다.

     

    “추가조사는 필요 없다고 전하십시오. 조사방향은 그들이 선황의 아래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면 족합니다.”

    “분부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쥐었다.

    이사장을 찌를 무기를.

     

    ‘아케미 웨스커도, 알파도, 크루엘도 아닙니다. 저는 당신이라는 칼을 쥔 겁니다.’

     

    오크노디가 숨겨둔 비수.

    이 정보가 언젠가 이사장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기를 바라며 그는 정보를 은폐했다.

     

     

    * * *

     

     

    선황은 오크노디가 탈옥시킨 벨로카시오단을 보며 그 효용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별난 것들은 많지만 짐이 눈독을 들일 정도로 성에 차는 놈은 하나도 없구나.”

     

    대장이라는 벨로카시오부터가 사기계약서 원툴에 뭐 하나 잘난 것도 없는 녀석이다.

    부하라는 놈들은 대감옥에 수감 될 정도로 큰 사고를 쳤으나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덜떨어진 막장들뿐이다.

    그나마 조금 강하다고 죄수들 사이에서 으스대던 늑대인간 로시난테는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말고, 악천군 곽조라는 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피한다.

     

    “어리석은 것들. 너희가 감옥에서 무엇을 꺼내왔는지 알기는 하느냐?”

    “분란과 전쟁입니까?”

    “애송아.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선황의 날이 선 지적에 곽조는 괜히 입을 열었다며 교수에게 찍힌 대학원생마냥 후회막심한 얼굴로 찌그러졌다.

     

    “저자는 알파라는 이름을 지녔지. 대감옥의 5계층에 존재하는 대죄인 중 하나다.”

    “대죄인!!”

     

    로시난테가 개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호기심을 보였다.

     

    “저 덩치 큰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이 나보다 강하다는 건가?”

    “당연하지. 알파는 용사파티의 일원. 선조화 하나 익혔다고 까부는 너 따위랑은 격이 달라.”

     

    로브를 뒤집어쓴 소녀의 비웃음에 로시난테는 깨진 고환과 함께 잠들었던 야성이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어이, 꼬맹…”

    “호오. 5계층의 또 다른 해방자 크루엘도 이 자리에 있군.”

    “꼬맹이가 뭐?”

     

    로시난테가 꼬리를 말고 등까지 돌린 채로 구석에 웅크렸다.

     

    “개쪽팔리겠다.”

    “으휴 난 저러지 말아야지.”

    “얼간이.”

     

    죄수들마저 참담함에 고개를 저을 정도로 불쌍하게 깨진 로시난테!

     

    “크루엘은 여기에 있습니다. 하등생물들은 크루엘을 누구와 헷갈려 하는 겁니까.”

    “어? 뭐야. 5계층의 대죄수는 셋밖에 없었잖아. 그럼 저 작은 것이 조나 와이히엠하이라는 재단의 괴물인가?”

    “놀람. 동요. 크루엘이 묻습니다. 조나가 이곳에 있었습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조금은 빨라진 목소리로 재촉하듯이 물어오는 로브소녀.

    그러나 일반 죄수들은 5계층에 수감된 조나의 모습을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마 제국황제시절 오크노디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며 조나의 모습을 아는 선황은 소녀의 물음에 답해줄 마음이 없었다.

     

    “슬슬 물어볼 때라고 생각했지. 그럼 넌 누구냐. 어째서 이 무리에 함께 속해있지?”

     

    알파와 크루엘, 두 사람과 함께 벨로카시오단에 섞여서 탈출한 또 한 명의 존재.

    의문의 소녀가 대답했다.

     

    “5계층의 죄수를 해방할 때, 원본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 혼자서 해방할 수 있는 결계가 하나뿐이라면 남몰래 또 하나의 결계를 풀 수 있는 분신을 만들면 되지 않겠냐고.”

    “…!”

    “그거 알아? 자동기능이 1000점에 도달하면 <영구분신> 특전을 고를 수 있어. 본체와 동시에 존재하며, 생성시점에서 본체와 100% 동일한 스펙을 지닌 존재. 그게 바로 나야.”

    “너는 설마… 짐의 딸인 것이냐?”

    “같지만 달라. 영구분신은 본체와는 별개의 자아를 지니니까.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건 스스로를 가짜라고 인정하는 사실 같아서 기분 나빠.”

     

    로브를 걷자 드러난 얼굴은 오크노디와 똑같은, 그러나 보다 냉소적이고 차가운 얼굴.

     

    “앞으로는 나를 다크노디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황제파파.”

     

    황제는 이 신기한 다크노디의 말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하나 더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결계 하나를 오크노디가 해제하고 또 하나를 다크노디가 해제했다면, 남은 하나는 어찌 해제할 수 있었느냐.”

    “간단. 크루엘은 천재야. 양옆에서 결계가 해제되는 파동을 감지하고 술식을 역산, 결계를 자체적으로 해제했어.”

     

    황제는 깨달았다.

    다크노디만큼이나 기이한 아이를 주워버렸음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크노디가 두 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