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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7

       

        

        

        

        

        

        

        

        

        

       “그래서, 지금 그 아바타가…현실의 모습이랑 동일하다고? 지난 번 발현자의 날 때 그렇게 바뀌었다는 거야?”

        

       “…네.”

        

       “소니아 너는 왜 아무런 말도 안 해!?”

        

       “저는 두 명보다 좀 더 일찍 알고 있었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시1발뭐라고요????????????????????????

       -백발적안TS비얌수녀 떴다wwwww

       -시1발 도대체 이게 왜 진짜인가요

       -바라면 이뤄지는 세상이었음????? 지금기우제지내면되는거임??

       -다이스랑 하모니도 비얌됐다더니 ㅅㅂ 이건 도대체 뭔일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비얌 천지였다.

        

        당연하겠지만, 이 시점에서 합방 시작 전 논의했던 모든 컨텐츠들은 콩가루가 되었다. 다시 말해 세상에는 최고 어려움 미션 클리어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었다.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수반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청문회 아닌 청문회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순식간에 조성되고, 아이리스…우리 제1편집자님이자 얼마 전 이름을 박혜정으로 개명한 어느 분이 그 중심에 섰다.

        

        사실 적당적당히 숨길 부분은 숨겼다면 그냥 EM급 서펜티아로 신체가 변화했단 사실 정도만 알려졌겠지. 하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그렇게 안 됐단 뜻이었다.

        

        처음 받아보는 200만명 분의 관심에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편집자가 급발진…까진 아니고, 적당히 발진한 탓도 있긴 했는데.

        

        

        그래서 적당한 발진의 정체가 무어냐 하니,

        

        

        

       “…사진은 또 언제 찍어놨어요?”

        

       “부모님한테 보내드리려고 찍어놓은 셀카였는데, 이렇게 보여드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할까나…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누가 봐도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서 두근두근하던 게 표정으로 다 보이든데.”

        

       “…사진은 잘 못 찍어도 외형이 예쁘면 그만이긴 하구나, 응.”

        

        

        

       -뿌아아아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미드 폭력적인거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고용주에 그 수녀wwwww

       -ㅅㅂ 님들아 와꾸는 아예안봄 이 도라이새기들아??

       -와 얼굴 진짜 골때리네 아바타랑 똑같이생겻농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찍은 셀카를 보여준 것이었다.

        

        그 말대로, 신경써서 찍었다고 하기엔 조금 구도나 그런 게 밋밋한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뭐어, TS가 다 그렇듯 외모가 깡패면 1도 문제가 없었다.

        

        나로서는 촬영 장소가 내 집에 있는 무수한 침대방 중 하나라는 게 좀 더 신경쓰였다고 해야 할까. 물론 내가 빌려준 거였으니까 그런갑다 했지만, 언제 찍었나 싶기도 하고.

        

        그 점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했지만, 셀카에 찍힌 아이리스의 복장은 내가 제공한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집에서 내가 입는 옷을 빌려준 것이었다.

        

        까놓고 말해서 그럴 수밖에 없긴 한 것이, 내가 편집자네 집 앞까지 차를 몰고 갔었을 때 저 양반이 무슨 복장을 입었겠어.

        

        

        

       ‘…옷이라고 하기에도 파렴치한 괴상망측한 수녀복 입고 있었지, 고럼 뭐 입고 있었겠어.’

        

        

        

        벌써 200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당연히 저 때 입었던 것보단 ‘그 복장’을 원하는 듯했지만, 뭐어. 그건 내 집에 얌전히 보관되어 있으니 언젠간 입지 않을까.

        

        물론 내가 입어봤다는 소리는 아니긴 했지만, 대충 눈대중으로 봤을 때 내 몸에 아주 잘 들어맞을 물건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긴 했다. 꼬리 부분에 구멍도 뚫려있었고.

        

        그래도 절대 안 입을 것이다.

        

        

        아무튼,

        

        

        

       “소니아는 어떻게 알았어?”

        

       “총회장 입구 들어갈 때, 연막 사이에서 아이리스 쨩이 꼬리로 EMP 수류탄 집어드는 거 봤슴다.”

        

       “그리고 그 이후엔 꼬리 관리 못 해서 결국 우리한테도 들켰지.”

        

       “아이리스…사실 숨길 생각 하나도 없었던 거 아니야?”

        

       “아이씨, 부끄러우니까 그만 좀….”

        

        

        

       -와 귀빨개진거 퍄퍄퍞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빨간약을 파란약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네 ㅅㅂ 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암컷무브 계속 보여준다 싶더니www

       -하 아이리스 이 시불련 <검열 단어입니다>를 화나게 하는 천재냐?????????

       -진지하게 TS<<<<<이새기가 미래의 희망이 아닐까…?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 나는 굳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쓸데없이 이리저리 부연설명해봐야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아이리스는 추후 솔로로 데뷔할 예정이기도 하고, 미리미리 좀…많은 시청자에 익숙해져야지. 그런 점에서 보자면 나 같은 객원의 참여는 적은 게 좋다.

        

        당사자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지만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계속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고 해야 하나, 거기다 꼬리로 은근슬쩍 내 팔을 휘감기까지.

        

        눈동자에 깃든 일말의 불안감과 자신의 의사와는 멋대로 움직이는 꼬리까지. 역시 발현자 초창기 아니랄까봐 머리의 이성과 본능의 신체가 따로 놀고 있다.

        

        오늘은 이걸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

        

        

        

       “아유, 꼬리로 팔 좀 그만 감아요!”

        

       “헉, 저도 모르게.”

        

       “와, 부러워 죽을 것 같은…앗, 이게 아니라. 아이리스 넌 아무런 말도 못 들은 거야.”

        

       “아니, 꼬리에도 촉각센서 있는 거 보면 아바타도 새로 캘리브레이션한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왜 진작 눈치 못 챘을까 모르겠네에.”

        

       “애시당초 아이리스는 시작부터 아바타에 꽤 공들이지 않았슴까. 헷갈릴 법도 함다. 물론 자기는 자의가 아니라고 하지만.”

        

        

        

       -즉 시 뷰 빔 각

       -비얌의존병걸린 비얌이라니 이건 귀하네요….

       -속보)아이리스냔 유어스페이스 구독자 40만명 돌파중

       -어제까지만 해도 20만명 아니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상할 정도로 잘 만든 아바타…편집자…썸네일러…머리가….

        

        

        

        …이전에 얼추 듣긴 했는데 이게 그 이야기였나.

        

        대략 반 년 전부터 나를 포함한 유진 사단 채팅방에 종종 이상한 일러스트 – 아마 현 아이리스의 모티브가 된 게 아닐까 싶은 그런 – 게 잘못 올라왔다며 몇 번 삭제됐다 싶더니.

        

        아무튼 이야기는 계속 다른 방향으로 흘러, 아이리스도 스스로에 대해 밝혔겠다, 방송 자체가 EM급 발현자에 대한 질의응답장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은 막 유진 씨처럼 하드코어 모드로 플레이하고 있다거나 막 그러고 있슴까?”

        

       “그 뭐야, 막 무거운 거 쉽게 들고, 펀치력도 세지고 막 그래?”

        

       “그, 그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옛날에 비해서는 좀 그런 것 같긴 한데….”

        

       “막 독도 나와?”

        

       “….”

        

       “아니, 진짜로!?”

        

        

        

       -띠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오리지날비얌은 독없지않냐???

       -원래 앵간한 뱀들은 독이 있어요 시1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생각해보니 그렇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아바타 송곳니 ㅈㄴ 길다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말대로.

        

        기본적으로 아나콘다를 모티브로 한 듯한 나나 하모니, 다이스와는 다르게 아이리스는 완전히 별개의 비얌 종류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설정 단계에서 따로 정하지 않은 결과일까.

        

        안 그래도 밀가루 뿌린 것마냥 하얗던 아이리스의 얼굴과 뾰족한 귀가 새빨개지고,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는 사이, 나는 설명을 이어받았다.

        

        

        

       “피를 굳혀버리는 응혈독 계열인 걸 보면 계통은 얼추 추정이 되네요. 코브라 쪽은 아니고 바이퍼 – 살무사 – 계열이겠지요. 단지 야생에서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는 양과 독성이라 문제지.”

        

       “…에.”

        

       “그래도 명백하게 의식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까, 밥 먹다 혀 씹는 것만으로 골로 가는 일은 없다고 해야겠지요. 입 좀 벌려보세요.”

        

       “우아앙.”

        

       “다들 송곳니 보이죠?”

        

       “엄멤메….”

        

        

        

       -신도의 입을 강제로 벌리는 신님 ㅗㅜㅑ….

       -비얌도 하모니도 다이스도 죄다 비얌인데 왜 이제와서 비얌 발현자한테 독 나온다고 하니 이상한 거 같지….

       -오늘부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가 아니라 비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응혈독이요??? 물리면 절단해야하는 수준이란 소린데?????

       -여기 있는 뇌가 꼬추에 달린 좆청자들 한 번씩 물어줘야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부끄러워서 눈물이 고이기 직전인데도 볼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니 얌전히 입을 벌려준다.

        

        입 안의 붉은 점막 사이로 보이는 어마어마한 길이의 송곳니. 그 안에서 은근슬쩍 보이는 듯한 투명하고 얇은 공간. 흡사 관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보통 관니라고 하는 거겠지.

        

        아무튼,

        

        

        

       “보아하니 아직도 궁금한 게 한참 남아있는 것 같으니, 잠시 총 쏘는 일은 제쳐두는 게 여러분들에게도 더 낫겠죠?”

        

       “네!”

        

       “그렇슴다!”

        

       “특별히 저 역시도 우리 집 편집자랑 함께 하며 궁금증을 풀어줄 테니, 오늘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들을 빨리 준비해두는 게 좋을 거예요.”

        

        

        

        오늘이 아니면 더 이상 기약이 없을 테니까.

        

        그리 생각하며 나는 편집자의 머리 위에 내 찌찌를 올려놓으며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살 긁었다. 무언가 내 밑에서 녹아가는 듯한 소음과 함께 오늘차 ‘다크 존’ 방송은 막을 내렸다.

        

        물론 다른 의미로 보자면, 토크 방송은 이제 시작이었다.

        

        

        

        

        

        

        

        

        

        

        

        

        

        

        

        

        

        

        

        

        

        

        

       “우와아…우리도 나름 몸 바뀐 사람들인데,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아이리스네. 이거 축하한다고 말해도 될지를 모르겠네요.”

        

       “축하해요, 축하. 이걸로 대한민국에 단 네 명밖에 없는 EM급 중에서도 유진 씨를 이어 2위의 인기에 들어서지 않으려나아.”

        

       “…놀리는 거예요, 아니면 축하해주는 거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쟤네들은 뇌를 안 거치고 말하는 거니까.”

        

        

        

        네 명의 비얌이 한 집에 있어-

        

        대충 그런 노래가사가 머릿속을 문득 스쳐지나갈 정도의 아수라장…까지는 아니고, 절반 정도의 난장판이 오늘의 방송의 무사히 끝낸 나와 아이리스를 맞이했다.

        

        이제는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긴 했지만, 다이스는 내 옆집으로 진작 이사를 왔다. 그리고 이번 발현자 사태를 핑계로 하모니가 다이스의 집에 들어왔으며, 아이리스도 같은 맥락으로 내 집에서 지내는 중.

        

        그리하여 일어난 일이긴 했다.

        

        

        일반인이 느닷없이 발현자로 변하는 사태가 발생한지도 벌써 10일 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세상은 평소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와 내 주변이 바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일거리가 주어졌다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증거가 바로 하모니와 다이스였다.

        

        

        

       “요 며칠 동안 SSM 쏘다니느라 정신이 없네요. 발현자가 되면 유진 씨처럼 강철체력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사전에 했던 계약 이리저리 수정하고, 다크 존 인터내셔널에 연락해서 앞으로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그러려면 어떤 규정에 맞춰야 하는지도 물어보고. 발현자 관리 협회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좀 하고오…어우.”

        

       “…전 왜 그런 거 하라고 연락이 안 날아올까요?”

        

       “아직 저쪽에서 심리가 불안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래요. 아마 며칠 안으로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날아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건 그렇고,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런 적이 없었구나.

        

        뭐어,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기엔 많이 늦었고, 그닥 신경쓰지 말도록 할까. 지금은 그보다 좀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 말이다 – 눈치챘겠지만 우리 편집자님에 대한 일이다.

        

        까놓고 말해서, 다이스와 하모니는 평소에도 비얌 되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녔단 말이지. 거기다가 가상현실에서 비얌꼬리 아바타를 팬들에게 선물받았고, 그걸 자주 착용하고 다녔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시선을 힐끔 돌렸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표정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뉑?”

        

       “아뇨, 그냥 혼잣말이니까 먹던 거 계속 먹어요.”

        

        

        

        아까 적당히 사왔던 빵을 볼에 빵빵하게 욱여넣는 우리 편집자-였던 것-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저런 모습을 감안하면, 그리고 남몰래 행했던 신체 스캐닝을 통해 실시간으로 판독되고 있는 이런저런 징후들 – 가령 심박수라든가, 혈압이라든가, 동공 떨림 및 분당 호흡수 등등 – 을 감안하면, 그녀는 슬슬 정상 궤도에 들어오고 있었다.

        

        정상임을 시사한다-가 아니라 정상 궤도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한 이유야 뭐어, 아직 완전히 일이 끝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라고 답하리라.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다들 눈치챘겠지만 오늘의 방송 컨텐츠는 다음으로 밀려버렸다.

        

        다시 말해 다음 방송에선 아이리스와 오늘 보았던 세 명이서 다시 합방-다크 존을 한다는 소리였고, 나는…원래 오늘 이리저리 도와주려고 했지만 못 도와줬으니, 나도 적당히 다시 낑길 예정이었다.

        

        물론 그 다음이 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샌드박스 서바이벌 게임 내에 지어놓은 메이드 카페에서 메이드 업무라….”

        

       “…앗.”

        

       “…지난 번에 몸 바뀌었으니 적당히 즐기라고 말해놓긴 했지만, 거. 벌써부터 너무 즐기는 거 아닌가요?”

        

       “그, 어쩌다보니.”

        

       “잘도 그러시겠어요, 증말.”

        

       “그치만 그거 진짜 인기 무지 많다구요. 유어스페이스 채널이 반 년도 안 됐는데 그렇게 커지는 데 적잖이 기여한 게 그거예요.”

        

        

        

        …그래서 우리 편집자님네 유어스페이스에 업로드된 영상 중 달린 댓글 내용이 ‘역겨운데 계속 보게 된다’니 뭐니 하는 거였구만.

        

        생각해보니 이 양반, 옛날에 나한테 제출했던 이력서에도 모 대학 연극영화과 재학 중이라고 써놨었지. 어쩌다가 편집에 발을 들인 건지는 잘 모르겠긴 한데, 요즘은 휴학한 모양이기도 하고.

        

        그래서 메이드 연기를 잘 하는 건가, 라고 묻기에는 꽤 심연이 깊은 것 같으니, 나는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더 흥미로운 게 생각났거든.

        

        그리하여 내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입을 열려 하니, 우리 편집자님은 무언가 느낌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슬그머니 도망가려 했으나 내게 꼬리를 딱 잡혀버렸다.

        

        

        

       “무, 뭘 또 시키시려고오….”

        

       “아뇨, 메이드 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앞으로 길어봐야 1개월 있으면 송도에서 제2차 다크 존 엑스포 열리는 거 아시죠?”

        

       “네. 그건 아는데…잠깐, 설마.”

        

        

        

        그리하여 나직하게 시선을 마주치고, 나는 슬그머니 덧붙였다.

        

        

        

       “자신이 있으면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왁, 그건 안 돼-!”

        

        

        

        그리고 나는 우리 편집자가 그 자리에서 헤드스핀을 시전하며 온 몸으로 부정하는 꼬라지를 보게 되었다.

        

        거 참, 잘 하기도 하고, 자기도 슬슬 즐기고 있으면서. 이게 다 선의라니까 그러네.

        

        물론 내 선의 아닌 선의는 처참하게 무시되었고, 도리어 아이리스의 적개심…이라고 해야만 할까, 아무튼 경계심만 열심히 높여주게 되었다.

        

        

        

       “뭐어, 아무튼. 방금 한 말은 반 정도는 농담이고, 여러분들에게는 엑스포가 진행되는 기간 동은 자유입장권 및 시설우선이용권 등을 드릴 테니 즐겁게 놀다 가실 수 있길 바랄게요.”

        

       “아유, 항상 고마워요. 이런 말하긴 그런데 유진 씨랑 유진 씨네 가족분들 덕분에 많이 도움을 본다구요.”

        

       “유진 씨, 사랑해-으부에에.”

        

       “부담스러우니까 달려들지 마요, 증말.”

        

        

        

        그렇게 늘상 이어지던 신나는 육탄 공세 – 이제는 얘네도 발현자가 되서 적당적당히 밀어내기도 까다로워졌다 – 를 방어하고 있었을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의 우리 편집자님이 물었다.

        

        

        

       “근데 유진 씨는 어떻게 그렇게 권한이 세신가요?”

        

        

        

        그 질문.

        

        당연하겠지만 다이스와 하모니는 내가 뭐라 하기도 전 만면에 미소를 띈 채로 그녀의 양쪽 귀를 향해 얼굴을 슬그머니 들이밀어 속삭였고, 그로부터 10초 정도가 지났을까.

        

        

        

       “무, 무, 무무무무슨, 엄멤메! 우와아아-! 진짜요!?”

        

       “…근래 본 반응 중 가장 격하네요.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하면 도리어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해야만 할지.”

        

        

        

        이렇게 또 한 명이 우리 부모님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비얌 카르텔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얌 카르텔은…실존한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독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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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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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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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uri says:

    Thank you for the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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