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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8

    <618 – 다크노디(2)>

     

    한 가지 기술을 극한으로 연마한 사람은 마법으로 보일 정도로 기이한 극의를 펼치기도 한다.

    ‘숨기’의 극의는 상급은신 혹은 절대은신.

    ‘치기’의 극의는 백보신권 혹은 태산밀치기.

     

    극의에도 방향성은 갈린다.

     

    숨기의 범용성을 올린 상급은신.

    숨기의 고점을 올린 절대은신.

    멀리서 밀치기에 집중한 백보신권.

    커다란 것을 밀치기에 집중한 태산밀치기.

     

    그렇다면 자동의 방향성은 어떻게 갈릴까.

    조직이나 영지, 나라 등을 지니며 자동적으로 이득을 취할 때마다 오르는 자동.

    자동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

    뭐든지 알아서 축적되는 ‘자동수집’.

    어떠한 계획이 알아서 실행되는 ‘자동실행’.

    전자는 수집이라는 노동에서 자동적으로 해방되고, 후자는 거물들의 대작전 성공확률이 오른다.

     

    “들어본 적도 없군. 영구분신 같은 재주를 발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흘흘흘. 정말 이상한 아이로군요. 제국의 황제였던 자도 알지 못할 지식을 저토록 어린 나이에 깨우쳐 낸 오크노디는 말입니다.”

    “하지만 힌트는 되었다. 짐의 딸이 알고 있다면, 그 정보의 출처는 십중팔구 재단의 여우 녀석이지.”

     

    재단의 이사장.

    제일 와이히엠하이.

    오크노디를 가르칠 만한 인물은 카넬레 시에서 발견되었다던 오크노디의 스승을 제외하면 오직 그 남자밖에 없다.

     

    “마침 좋은 기회구나. 다크노디여. 너희의 ‘스승’이었던 존재를 아느냐.”

    “스승? 날 가르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

    “호오. 다른 차원계에 머무르는 존재인가. 하긴, 재단만 해도 ‘비서실장’을 이용해서 드래곤 교장이 점령한 차원지에 수작을 부리고 있었지.”

    “그래서 말이다만, ‘영구분신’을 익힌 것은 어느 쪽이냐. 이사장과 비서실장 중에 말이다.”

    “그런 기믹은 몰라. 그래도 당신을 이번 회차의 열쇠로 삼은 오크노디의 선택은 존중하니 이것만은 말해둬야겠지.”

    “무얼 말이냐?”

    “본디 세상의 삼대거악이란 재단이 아닌 결사의 자리였어. 역사의 가장 깊은 어둠에 머물러야 할 재단이 어떠한 변수로 인해 가장 거대한 어둠으로 성장하여 양지에까지 올라오기 시작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내야만 해.”

     

    재단을 파파의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오크노디와 달리, 영구분신 다크노디에게는 재단을 향한 정 따위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호오. 친부의 비밀을 파헤치자는 말이냐? 천륜을 저버리는 행위에 거리낌은 없는가.”

    “천륜? 천체의 운행에 순서가 있듯이 하늘이 점지한 도리가 있다면, 그건 이 세상의 수많은 분기점을 알며 원하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우리뿐이야.”

    “꽤나 오만한 소리를 하는구나.”

     

    다크노디가 코웃음을 쳤다.

     

    “이 세상의 모든 종족은 ‘생체마나의 패턴’을 통해 종족이 엇갈리지. 멸망의 분기점을 이해한 사람은 이런 짓도 할 수 있어.”

     

    다크노디의 생체마나패턴이 일순간 크게 확장되며 흩어지더니, 한 번의 호흡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형태로 재결합되었다.

     

    스스슥.

     

    자그마한 이마 위로 돋아나는 뿔.

    새하얀 이빨 사이로 돋아나는 앞니.

    안개처럼 흩어지다가 드러나는 안개화 된 신체.

     

    “이렇게 종족 값을 인간에서 뱀파이어로 수정하는 것도 가능해. 마음만 먹으면 로시난테처럼 늑대인간이 될 수도 있고. <선조화>도 펼칠 수 있지.”

    “이, 인간이 수인이 되었어?!”

    “이 악천군 곽조,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군요. 세상에 기이한 일이 많으나 하늘이 내린 운명을 고쳐 쓰는 행위조차 가능하다니.”

     

    4계층의 죄수들마저 가늠할 수 없는 신비학의 정수에 두려워하거나 존경의 감정을 내비치는 와중에도 황제와 그의 시종장 오카시이네만은 재롱잔치를 보듯이 허허 웃을 뿐이었다.

     

    “종족이 달라진들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그 재주를 선보이는 이유가 있는가.”

    “내 종족을 바꿀 수 있는데 남의 종족이라고 바꾸지 못할 이유가 뭐겠어? 너, 일로와.”

    “낑…”

     

    로시난테가 꼬리를 다리 사이로 바짝 말아 넣으며 뒷걸음질 쳤다.

    다크노디는 그대로 손을 들어서 <염동마법>으로 로시난테를 잡아당겼다.

    땅에 발톱을 박고 손으로 벽을 잡으며 저항하던 로시난테가 와지직 소리와 함께 지면과 벽과 통째로 들어올려졌다.

     

    “깨갱! 살려줘라, 인간들!”

     

    로시난테와 함께 들어 올려진 벽과 바닥의 구성물들이 가루가 되어 박살 났다.

    박살난 원소들이 주변을 소용돌이치며 로시난테의 몸에 빨려 들어가자 겁에 질린 로시난테가 거세게 몸부림을 쳤다.

     

    “흐에엑!”

    “미, 미쳤어. 저게 뭐하는 짓이야.”

    “피부가 금속화되고 있어!”

     

    죄수들의 외침대로 로시난테의 몸체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금속생명체가 되었다.

     

    “생체형 골렘. 존재의 구성물질을 해체할 수 있으면 이런 재주도 펼칠 수 있는 거야.”

     

    양녀 오크노디와 다르게 분신 다크노디는 조금 더 자비심이 없었다.

     

    “내 양녀는 아랫 것들에게는 그리 잔인한 면모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다크노디 너는 그런 자비심이 일절 보이지 않는구나.”

    “뉴비를 배려할 수 있는 건 약점이 없는 고인물뿐이야. 아카데미에서 이벤트로 득을 볼 수도 없고, 외부에서 얻을 굵직한 보상이벤트도 먼저 쓸어간 오크노디 때문에 내 성장속도에는 한계가 있어.”

     

    제 앞가림도 못할 처지에 뉴비를 보살펴줄 정도로 다크노디는 친절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니 권하겠어. 황제파파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해.”

    “무엇이 말이냐.”

    “재단의 간부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의 습격.”

     

    선황에겐 그리 내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크노디는 이미 재단에 정을 떼었다. 짐이 구태여 양녀의 즐거움을 빼앗을 이유가 있느냐.”

    “오크노디가 아닌 내게 투자한다고 생각해. 그 아이는 충분히 빠르게 강해졌어. 거기서 더 강해진들 유의미한 변화는 없어.”

    “네가 강해지면 무엇이 달라지느냐.”

    “언더월드의 종족들을 강화시켜줄게.”

    “그것처럼?”

    “그래. 이것처럼.”

     

    로시난테를 본 선황이 가볍게 손을 튕겼다.

    금속으로 된 팔이 힘껏 비튼 빨랫감처럼 쥐어짜졌다.

     

    “캐애앵!!”

     

    로시난테가 눈물을 쏟으며 울부짖었지만, 선황의 얼굴에 동정심은 떠오르지 않았다.

     

    “늑대인간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재생을 하여도 고통마저 사라지지는 않아 미치광이가 된다는 점인데, 광화속도가 느려졌구나.”

    “대신 내구력이 더 올라갔어. 생체형 골렘이니까. 돌이나 금속을 먹이면 체력도 알아서 올라가.”

     

    선황이 지면을 향해 손을 까딱하자 흙무더기가 솟구쳤다.

    울며불며 발버둥치던 로시난테의 입에 흙무더기가 와르르 쏟아졌다.

    벨로카시오단은 그 폭력적인 만행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다.

     

    “나 돌아갈래. 응애죄수 대감옥 너무 좋아.”

    “응애애.”

     

    과도한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유아퇴행 증세를 보이는 죄수들!

    그러거나 말거나 황제는 로시난테의 쥐어짜여졌던 팔이 순식간에 복구되는 광경을 보고 다크노디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였다.

     

    “좋구나. 짐은 남에게 쉽게 기대를 품지 않으나 네 제주에는 깊이 감탄하였다. 다크노디여. 그대의 활약을 기대하마.”

    “주장. 크루엘은 천재입니다. 한번 본 술식이기에 <종족개변>의 술식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크루엘이 먹잇감을 노리는 눈으로 죄수들을 돌아보자 악천군 곽조가 눈치가 느린 죄수 한 명의 등을 뒤에서 슬쩍 떠밀었다.

    사색이 된 죄수의 등이 빠르게 뒤틀리더니 두 쌍의 날개가 달린 잠자리수인으로 변모했다.

     

    “증명. 이처럼 크루엘은 유익합니다.”

    “오오. 짐의 운이 실로 좋구나. 이렇게 유능한 아이들을 둘이나 동시에 얻다니!”

    “조건. 크루엘은 협력의 대가로 희망사항을 한 가지 요구합니다.”

    “말해보아라. 합당한 대가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짐의 이름으로 반드시 이루어주마.”

    “소원. 크루엘은 집사 조나와의 재회를 원합니다. 저는 실패작이 아닙니다.”

    “그 소원, 이루어 주마. 재단의 간부회의가 열리는 날, 너 또한 함께 따르면 될 것이다.”

     

    다크노디와 크루엘.

    두 명의 종족개변자의 등장에 의해 언더월드의 지저군단에 대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염탐하던 염탐자.

    갈릭 후라이드치킨은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확신하였다.

     

    “저 뿔. 그리고 송곳니. 뱀파이어의 특징이다. 역시 오크노디는 뱀피였어. 게다가 키메라를 제조하는 기술까지 보면 수도를 침공한 키메라 군단도 직접 만든 것이 틀림없구나!”

     

    재단에서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보조 및 감시역으로 붙여둔 어둠추적자들은 가문에서 밀려난 한량의 말이 옳았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오크노디가 뱀피라는 이야기는 지나가는 용병들이 입만 열면 어느 도시 시장이랑 사우나도 같이 가고 전장에서 목도 수확하고 다니고 그랬다는 썰처럼 입만 산 거짓부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갈릭 후라이드치킨의 평가를 올려야한다고 위에 보고를 올려야겠군.’

    ‘안 그래도 이번 언더월드와의 전쟁에서 재단장학생과 간부도 많이 죽었다고 들었는데, 타이밍도 공교롭게 한 건 해냈네.’

    ‘이 사람, 이 정도면 최단기 간부승진코스에도 접어들 수 있겠어. 그럼 우린 간부직속 무장단체의 창립단원이 되는 건가?’

     

    가슴이 웅장해지는 어둠추적자들!

    만일 그들이 선황과 다크노디의 영역에 조금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다면 간부회의에 쳐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아날 수 있었을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선황은 둘째 치고 멀쩡한 늑대인간을 골렘으로 만들고, 사람 등에 잠자리 날개를 다는 무시무시한 벨로카시오단에게는 접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갈릭 님. 다음 간부회의는 한달 뒤입니다.”

    “갑자기?”

    “후훗.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뭐 그럼 기억해둘까.”

     

    대화는 듣지 못하고 눈으로 본 정보에만 홀린 이들의 불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많은 후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스포를 해보자면 다음 화는 짱갈래 특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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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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