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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8

        

         

       주언을 읊는 자가 있어 제 썰매를 밀기를 원하나니 도움을 주려는 자가 어찌 그것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 나그네가 하루 몸을 의탁하기를 바라며 도움을 청하였을 때 그것을 매정하게 저버리는 자가 있겠느냐? 집에 나그네를 초대하고 따스한 밥 한 끼를 먹이지 않을 자가 세상천지에 과연 있을 것이냐?

       손님을 대접하기를 후하게 대접하라 하였음이니.

       이는 네가 손님이 되었을 적 그 대접을 받기를 기대하기를 원함이라.

         

       스으윽.

         

       하여 진성은 흔쾌히 썰매를 밀었다.

       모름지기 호의를 원하는 자는 호의를 베풀 것이요, 대접을 바라는 자는 먼저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 황금의 법칙인지라. 그리하여 주술에 도움을 원하는 자가 주술을 돕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이치인지라, 주술을 원하고 초월을 원하는 자로써 어찌 주술에 목마른 이를 외면할 수 있겠느냐?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하겠느냐? 도움을 외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느냐? 너는 참말로 그 도움을 외면할 수 있을 것이냐? 폭력과 집착과 소망을 품은 채 세상을 떠돌던 존재에게 그것이 가능하기나 할 것이냐?

         

       그리하여 진성은 썰매를 밀어 비탈길로 케네스를 떨구었더란다.

       노인을 실은 썰매가 비탈길을 따라 점점 가속도가 붙고, 마치 눈을 타는 것처럼 용암의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더란다.

         

       치이익.

         

       나무가 닿는 자리, 나무가 지나간 자리에 알로록달로록 빛이 남는다. 붉은 용암이 살을 드러내며 반짝이고, 하늘에 흐르는 은하수를 흉내를 내듯 땅에 그렇게 흐른다. 옛적 여신의 헤라의 그것과는 감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랗지만, 그것은 거미가 되어버린 한 여인의 실타래에 비유하기에는 굵고 길었으니 저것은 사람의 솜씨라. 신의 행사를 사람이 흉내를 내었기에 저토록 가느다라면서도 본질을 흉내를 낸 것이라.

       아, 저것은 강이다.

       강의 흉내를 낸 인간의 조형물이다.

       개울과 같지만 강의 흉내를 냈으니 저것은 강이요 용암의 길이라.

         

       용암으로 만들어진 은하수의 길을 따라 케네스는 잘도 간다.

       치이익 소리를 내면서 썰매에 붙은 불꽃으로 허공에 자국을 남기고 용암을 지나치며 남는 물결로 새빨간 불빛을 땅에 남기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눈에 썰매가 지나간 자리가 남듯이 그와 똑 닮은 모습은 경쾌도 하구나.

       눈의 여신이시여,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시여 만족스러우시나이까?

       여기 낯선 이가 당신께 빌린 썰매를 타고 속도를 내고 있나이다.

       썰매를 취미로 삼는 당신께서 맞상대하기에 참으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요 당신께 바치는 용맹으로서는 이만한 것이 없으니 속도가 붙은 썰매에 용암의 길을 타고 가는 저 전사의 모습을 보소서 어찌 당신의 아름다움을 찬미하지 아니하겠습니까? 당신의 아름다움에 홀려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에게 지극한 마음을 드리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면 어찌 저렇게 탈 수 있겠사옵니까?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보소서 저 가련한 자를 보소서 저 용맹한 낯선 이를 보소서 화산의 다른 면에서 온 도전자를 축복하소서.

         

       “축복하소서!”

         

       진성은 탄복하였다는 듯 허리를 굽혔다가 다시 피기를 반복하였다. 팔을 하늘 높이 쳐들기도 하였으며, 도저히 발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듯 발을 구르기도 하였다.

       얼어붙은 땅을 발로 까부수기라도 하려는 듯 차기도 하였고, 발을 굴려 땅에 금을 만들겠다는 듯 쿵쿵 소리가 나도록 뛰었다. 팔을 높이 쳐들기도 하였고, 몸을 천천히 회전시키며 방방 뛰듯이 움직이기도 하였다. 그것은 마치 영능력자가 자기 몸에 귀신을 강신시키기 위한 모습과도 닮아 있는 것이라, 마치 고대 종교의 제사장을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움직이던 진성은 순간 움직임을 따악 멈추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양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채를 잡았다.

         

       머리채를 붙잡은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자신의 머리채를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리듯 고개를 아래로 한껏 끌어내린다.

       고개를 한계까지 떨구고, 양손은 잘 정돈된 머리카락을 산발로 만들기 위해 머리 곳곳을 비비기 시작한다.

       그렇게 진성의 머리채는 광인의 머리와 흡사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파파 치타흐 두스타 치타흐 라우드라 파파 치타흐 비드베사 치타흐 아마이트라 치타흐 우트파다 얀티 킬라 얀티 만트라 얀티 자판티 조한티 오자하라흐 가르바하라흐 루디라하라흐 메다하라흐 맘사하라흐 마짜하라흐 자타하라흐 지비타하라흐 발야 하라흐 간다하라흐 푸스파하라흐 팔라하라흐 사스야하라흐 파파 치타흐 두스타 치따흐….”

         

       마치 방언을 읊기라도 하는 것처럼, 높낮이도 제각각에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른 말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라우드라 치따흐 데바 그라하흐 나가 그라하흐 야크사 그라하흐 라크사사 그라하흐 아수라 그라하흐 가루다 그라하흐 킨다라 그라하흐 마호라 그라하흐 프레타 그라하흐 피사차 그라하흐 부타 그라하흐 쿰반다 그라하흐 스칸다 그라하흐 운마다 그라하흐 차야 그라하흐 아파 스마라 그라하흐 다카 다키니 그라하흐 레바티 그라하흐 자카 그라하흐 사쿠니 그라하흐 만트라 난디카 그라하흐 아밤바 그라하흐 하누 칸타파니 그라하흐 즈바라 에카 히까 드바이띠 야카 트라이티 야카 차투르타카 즈바라….”

         

       어두운 숲.

       때에 맞지 않게 입김마저 뿜어내며 중얼거리는 그 말은 뭔가 오싹한 느낌이 가득한 것이라.

       누군가에게 기도하는 것보다는 뭔가 사악한 의식을 치르는 그런 느낌이 강한 것이라서.

       그래서 고개를 푸욱 숙인 채 산발이 된 채 주언을 읊조리고 있는 진성의 모습은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를 한껏 풍기고 있었다.

         

       “니트야 즈바라 비사마 즈바라 바티카 파이띠카 스레스미카 삼 니파티카 사르바 즈바라 시로르티 아르다 아바 바다카 악시 로가흐 무카 로가흐 흐르다 로가흐 갈라 수람 카르나 수람 단타 수람 흐르다야 수람 마르마 수람 파르스바 수람 프르스타….”

         

       주언이 읊어진다.

         

       “수람 우다라 수람 카티 수람 바스타 수람 우루 수람 장가 수람 하스타 수람 파다 수람 사르방가 트라트 양가 수람 부타 베타다 다키니 지바라….”

         

       묘한 높낮이를 가진 주언에 속도가 붙는다.

         

       “…다두루 칸두 키티바 루타 바이사르파 로하 링가흐 수사 트라사나 카라 비사 야카 아그니 우다카 마라 비라 칸타라 아키라 므르트유 트르얌부카 트라이라타….”

         

       마치 썰매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케네스의 움직임을 모방하기라도 하듯이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마침내.

         

       “브르치카사르파나쿠라심하브야그르라르크사트라크사차마라지바스테삼사르베삼시타타파트라마하바즈로스니삼마하프라트양기람야바트드바다사요자나브얀타레나비드야반담카로미삼사반담디사반담카로미파라비드야반담카로미테조반담카로미하스타반담카로미파다반담카로미사르방가프라트융가타드야타옴아나레비사데비라바즈라다레반다반다니바즈라파니파트훔트룸파트스바하나모사타타가타야수가타야아르하네삼약삼부따야시뜨얌투만트라파다스바하.”

         

       숨은 쉬는지 의문이 될 정도의 속도가 되어 순식간에 말을 쏟아내기에 이르렀으니.

         

       아, 마치 고장이 난 인형을 보는 것 같구나.

       고장이 난 인형이 숨도 쉬지 않고 말을 토해내는 것만 같구나….

         

       저 산발을 보아라.

       저 푹 떨군 고개를 보아라.

       고개가 천천히 움직이며 위로 올라오고, 땅을 바라본 채 어둠 속에 파묻었던 숨겨놓은 얼굴을 드러내려 하는구나.

         

       그리하여 머리가 본래의 위치로 돌아오고 얼굴을 드러내었으니.

         

       아!

       저 희멀건 색의 낯짝을 보라!

       피부는 온데간데없이 매끈한 흰빛이라니!

       달빛에 광택이 도는 것이 도자기로 빚어낸 것만 같구나!

         

       퀭한 두 눈구멍엔 눈동자가 없어 새빨간 공허만이 가득하고, 입은 쫘악 찢어지고 고른 치열이 그 끝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구나. 코는 썩어 문드러졌는지 그 흔적만이 남아있고, 새빨간 잇몸에 새하얀 치아는 쭈욱 찢어진 채 미소를 짓는 모습을 기괴하게 만든다.

         

       머리에 두른 띠에는 푸르고 붉은 구슬이 다섯.

       구슬의 위에는 제 얼굴과 똑 닮은 해골이 위에 달려 기괴한 웃음을 흘리니.

         

       “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

         

       아, 해골 얼굴로 잘도 소리를 외친다.

       제 얼굴을 이렇게 만든 파드마삼바바(པདྨ་འབྱུང་གནས)를 외치고 또 외친다.

       눈이 녹아 만들어진 뜨거운 호숫물에 해골처럼 변해버린 제 얼굴을 손톱으로 긁으며, 파드마삼바바의 이름을 외치고 또 외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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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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