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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8

       

        

        

        

        

        

        

        

        

        

       “아이리스, 이따 뭐 먹을…아, 일하고 계셨구나. 이따 다시 올까요?”

        

       “아녜요, 거의 다 끝났어요. 들어와도 괜찮아요. 그리고 이름은…아니다, 그냥 아이리스가 낫겠네요.”

        

       “개명한 이름이 입에 안 붙죠, 아직?”

        

       “네.”

        

        

        

        철컥. 문이 열리고, 유진과는 조금 다른 컬러링의 두 명이 방을 들어온다.

        

        철저히 유진을 위해서 맞춤 디자인된 듯한 구멍난 의자 위에는 편집자가 앉아있었고, 그녀와 마찬가지로 근래 새로이 발현자가 된 두 명은 슬그머니 방의 침대에 앉았다.

        

        투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잘 꾸며진 것도 아닌 무난하고 정적인 방 안. 이미 이런저런 인테리어 소품들이 놓여져 아기자기한 다이스네 집, 그리고 하모니의 방과는 다르게 생긴 모습이었다.

        

        

        집에서부터 가져온 영상편집 전용 고성능 컴퓨터, 그리고 여러 대의 모니터와 마이크, 그리고 얌전히 잠자고 있는 드론캠 한 대 정도.

        

        신체는 여성으로 바뀌었지만, 그녀의 감성은 아직까지는 남성적인 부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 안이 휑뎅그렁한 것도 그런 부분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부분은 오늘 논할 것이 아니었고, 두 명은 네 개의 화면을 눈으로 힐끔 확인하고는 덧붙였다.

        

        

        

       “이제 다시 편집자 일도 병행하실 예정인가요?”

        

       “가능하다면 그럴 예정이죠. 적잖아 반 년 가까이 병행한 일이라서 크게 힘들지도 않고…무엇보다도 이 직업에는 애착이 있거든요.”

        

       “무슨 느낌인지 알겠네요.”

        

        

        

        아이리스.

        

        그녀는 유진이 본격적으로 유어스페이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였고, 동시에 시작점이었다. 그 – 이젠 그녀였지만 – 는 유진 사단의 기수였고, 동시에 성골 그 자체였다.

        

        애시당초 유진과 만나게 된 계기 또한 남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과거 그는 어떠한 보상조차 없이 유진 팬스페이스를 운영했고, 유진은 해당 채널을 통째로 주고 샀으며, 그를 편집자로 들였으니.

        

        다이스는 눈동자를 힐끔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따지고 보면 아이리스는 하모니의 바로 뒤를 이어 유진의 품 속으로 들어왔고, 다시 말해 다이스보다도 훨씬 스타트가 빨랐으니까.

        

        물론 그런 형태의 구별은 그닥 의미가 없었지만, 좌우지간 그녀는 편집자로서의 프라이드를, 그리고 애착을 결코 버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유진 씨는 뭔가 하러 가셨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걸즈 토크라도 좀 해보려고 했는데, 일하고 계셨구나아…저희가 방해해버렸네요.”

        

       “아까도 말했지만, 거의 다 끝난 참이라 괜찮아요. 그건 그렇고 걸즈 토크라…이게 맞나, 진짜로.”

        

       “히히, 이제 와서 부정할 생각은 아니시죠?”

        

       “어떻게 부정하겠어요오….”

        

        

        

        침울.

        

        하지만 그리 말하면서도 아이리스가 이어 덧붙였다.

        

        

        

       “그래도 아까 말한 것처럼 개명한 이름보다는 차라리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게 훨씬 낫네요. 그래도 몇 개월 정도 그런 이름으로 활동하고 다녀서 그런가….”

        

       “아, 그래요? 이따 유진 씨 집에 오면 말해요. 요즘 편집자님을 어떻게 불러야만 할지 꽤 신경쓰고 계시는 것 같든데.”

        

       “에엑, 그럴 수가….”

        

        

        

        그리하여 다이스와 하모니는 신나게 킥킥대었고, 아이리스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집어들고는 화면을 꾹꾹 눌러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 유진은 편집자를 계속해서 아이리스라고 부르게 되리라.

        

        걸즈 토크는 계속 이어졌다.

        

        

        

       “같은 편집자랑 썸네일러 분들이랑은 이야기 좀 해봤어요? 옛-날에 있었던 유진 씨네 집들이 파티 때도 엄청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그 이상이려나.”

        

       “당연히 했죠. 사실 걔네들한테는 좀 미안해요. 얼마 전에 유진 씨가 단체로 여행 보내준다고 했는데, 저 하나 때문에 좀 늦춰져가지고….”

        

       “천재지변이잖아요, 천재지변. 그닥 신경쓰지 말아요. 유진 씨가 요즘 아이리스만 챙겨주는 거 보면 모르겠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구요.”

        

       “…알죠.”

        

        

        

        아이리스는 슬그머니 눈을 흘기며 고개를 떨구었다.

        

        얼굴은 어느새 발개진 상태였고, 귀 역시도 빨갰다. 피부가 하얀 편이었기에 더더욱 잘 보이는 홍조였다 – 그 말대로. 사실상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유진은 아이리스의 케어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마음 속 심지가 튼튼했으며, 맨날 비얌꼬리를 갈구할 정도의 뻔뻔함을 겸비했고, 외형도 그닥 바뀌지 않은 하모니 및 다이스와 아이리스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 두 명은 유진이 왜 그리 행동하는지-를 생각하기보단 아이리스의 반응에 초점을 맞췄고,

        

        

        

       ‘…이 사람, 어디 애니메이션 같은 곳의 히로인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경쟁자?’

        

       ‘뭔 경쟁자예요, 정신 차려요.’

        

        

        

        실로 히로인같은 반응을 눈에 담게 되었다.

        

        이 사람의 몸이 바뀐 지 고작해야 2주일도 안 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좀 놀랍긴 한데 – 그리 생각한 두 명은 힘겹게 숨을 들이마시는 아이리스를 뒤로 한 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따가 유진에게 전달할 내용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이 두 명의 대화 내용은 대충 그러했다 –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두 명은 유진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었다.

        

        가상현실과는 별개로 사람은 방 안에서만 살 수 없는 노릇이었고, 엑스포도 한 달 가량 앞으로 다가온 시점. 사회가 용인하는 것과는 별개로 사람은 밖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이 두 명은 진즉 핑계거리 한두 개를 들고 온 시점이었다.

        

        

        

       “아무튼, 그 뭐야. 일이 거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부모님 만난 이후로 유진 씨네 집에서만 지내길래, 가볍게 바깥 산책이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쇼핑 가죠, 쇼핑. 저어기 명품 거리에 올리비아 씨가 수석 디자이너로 있던 브랜드 새로 입점했다는데, 한 번 가보는 거 어때요? 밥도 먹고 산책도 좀 하고, 커피도 좀 마시고. 한강공원도 좀 걷고 그러자구요.”

        

       “아으, 갑자기요?”

        

       “그런 모습으로 집에만 콕 박혀있는 건 낭비예요, 낭비. 언능 가요!”

        

       “아니, 잠깐만요! 딱히 집에만 있었던 것도 아닌-우아아아앙!”

        

        

        

        질질질.

        

        작업이 거의 다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해 아이리스는 순식간에 하모니와 다이스의 타깃이 되었고, 발현자 한 명을 제압하기 위해선 발현자 두 명이 필요하다는 산술적 계산에 의해 순식간에 신체가 봉쇄당했다.

        

        그리하여 방 밖으로 끌려나온 아이리스가 입성한 곳은 피팅 룸이었고, 곳곳에 붙어있는 센서가 그녀를 통째로 스캔함과 동시에 피부 톤과 신체 비율을 측정하며, 해당 결과에 가장 어울리는 스타일 값을 세팅한다.

        

        메이크업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여름에 어울리는 복장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액세서리는 어떤 것을 착용해야 어울릴지.

        

        그 모든 결과값이 쿨 계열, 섹시 계열, 큐트 계열로 분리되어 주르륵 떠오르고, 그 중 피팅 룸에 있는 복장으로 가능한 코디네이션과 별도 구매가 필요한 것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그 찬란한 결과를 전면에서 목도하던 아이리스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안색이 새파래졌다.

        

        

        

       “우에엑, 맛없어….”

        

       “에, 뭐가 맛없어요? 뭔가 먹고 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두 분 때문에 당황해서 독 나왔잖아요!”

        

       “에엑.”

        

        

        

        그 말대로.

        

        다이스는 호다닥 근처에서 휴지를 가져왔고, 아이리스는 휴지를 적당히 굴린 다음 두 명에 비해 훨씬 긴 송곳니를 그것으로 감쌌다. 짙은 노란색의 액체가 서서히 휴지를 물들이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이어지는 질문.

        

        

        

       “그, 미안하다고 해야 할지…근데 독은 도대체 무슨 맛인가요?”

        

       “좀 쓰고, 살짝 시큼하고, 하여튼 엄청 이상한 맛이네요. 아무튼 강제로 끌어내면 어떡해요! 독 묻은 휴지는 맘대로 못 버린다고요!”

        

       “죄송함당….”

        

       “진짜…그냥 부탁했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텐데. 나중에 유진 씨한테 다 이를 거예요.”

        

        

        

        …이 사람 진짜 이전에 여자 아니었던 거 맞나?

        

        어쩌면 자신들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뒤로 접어둔 두 명은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그제야 아이리스는 평정을 찾은 뒤 덧붙였다.

        

        

        

       “…그래도 부모님 만나는 거랑은 별개로, 바깥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일부러 안 나가는 것도 아니고…게다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이미 몇 번 나간 적 있거든요!”

        

       “…엥, 진짜요?”

        

       “요 근처에 있던 SSM 사옥도 가봤다고요. 프로게이머 분들 있을까 해서 힐끔 봤는데, 알고 보니 거기는 아이돌 연습생들 연습실이랑 아티스트들 작업하는 스튜디오라고 해가지고…완전 거하게 낚였다고요.”

        

       “아…그 뭐시기냐, 프로게이머 애들 볼라면 저어기 성동구 왕십리로에 있는 본사에 가야 해요. 그보다 말만 들어보면 꽤 붙잡혀있던 것 같은데….”

        

       “뭐어, 친절하게 안내받긴 했지요.”

        

        

        

        근데 그러면 왜 유진은 하모니와 다이스에게 ‘얘 좀 데리고 나갔다 와라’라고 말했을까.

        

        그 대답은 간단했다.

        

        

        

       “제가 몰래 나갔다 왔거든요. 요기 건물에서 근무하는 분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귀띔도 해뒀고, 나갔다 오면 샤워까지 했으니까요.”

        

       “…그래요, 잘 했어요. 아무튼 그러면 기분 전환 겸 바깥 나가는 건 그닥 문제없다 이거죠? 저희도 부탁을 받은 만큼 스케줄을 실행해야만 해서리.”

        

       “문제 없어요.”

        

       “그럼 옷 입어요. 한 번 나갔다 옵시다.”

        

        

        

        그 말과 함께 다이스와 하모니는 각자 복장을 갖춰입기 위해 유진의 집에서 스르륵 빠져나갔고, 아이리스는 피팅 룸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러고 보니, 뚝섬한강공원 위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스텔라 유니버스 본사가 있던 걸로 아는데, 거기도 한 번 가보자고 해볼까.’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전부 받아들인 게 아니었을 뿐이지, 비활동적인 것이 아니었다.

        

        좌충우돌 트리플 비얌의 바깥여행이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엄마야, 세상에나.”

        

       “세상이 참 많이도 바뀌었군요. 인정하지요. 자동으로 진보하는 기계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제 예상보다도 굉장한 물건이네요.”

        

        

        

        센트럴 파크 HQ 인근, 루즈벨트 섬.

        

        유진을 포함한 이들은 항공모함의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비행 드론이 – 아르테미스 로고가 박힌 – 노르웨이에 위치해있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장들을 통째로 떼어 옮기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뉴욕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보곤 일제히 얼탱이를 상실했다.

        

        여름이었다.

        

        

        

        

        

        

        

        

        

        

        

        

        

        

        

        

        

        

        

        

        

        

        

        

        

        

        

        

       “이제야 좀 봐줄 만한 곳이 되겠군요. 유령 빌딩이 사방팔방에 서있는 꼬라지를 지켜보는 건 그닥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죠. 항상 보이던 건물들이 사라지는 건 조금 생경한 기분이겠지만….”

        

       “글쎄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센트럴 파크에 오랫동안 처박혀 살았던 것 같지는 않은데…그건 그렇고, 우리 메카 막내들은 왜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네.”

        

       “아, 얘네…가이아 때문에 그래요. 이렇게 광대한 파급력을 지닌 친구가 합류하는 건 처음이라, 다들 실직자가 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는 거겠죠.”

        

       “참나….”

        

        

        

        찰딱.

        

        그런 의성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모습과 함께 팔과 다리, 허리를 비롯한 곳곳에서 느껴지는 인공적인 온기. 이게 무어냐 했더니 메카 몬낸이들이 내게 은근슬쩍 달라붙고 있는 것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가이아의 이카루스 및 미국 합류는 그야말로 엄청난 파급을 몰고 왔다. 테라포밍 기술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그만큼 컸던 것이었다.

        

        그게 메카 막내들의 실직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나조차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들의 논리회로는 대충 ‘이렇게 가다가는 완전 날백수 되겠다!’라는 느낌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 리가 있나.

        

        아무튼,

        

        

        

       “장관이로군요. 시간당 3미터 정도라고 했었나….”

        

       “하루이틀 정도 자고 오면 근방이 평지가 되겠구만. 건물 짓는 데에 들어갔던 자재들 중 재활용 가능한 것들은 따로 빼놓고 있는 것 같고…기분이 꽤 묘한데. 어쩐지 저지르면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리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요. 결국 여기 있는 모든 건물들은 인간의 편의와 필요를 위해 지어졌고, 반대로 편의와 필요가 상실되면 무의미한 건축물이 되는 거니까요. 자연스러운 번영과 쇠퇴의 과정이죠.”

        

       “있어보이는 말 하기는….”

        

        

        

        지이잉.

        

        도대체 어떻게 테라포밍을 행하는 것인가, 그런 질문을 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눈 앞에서 벌이지고 있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건물의 최상단보다도 드높게 치솟은 은빛의 말뚝이 여럿. 그것이 건물을 감싸듯이 서있었고, 거기서부터 방출된 적색의 레이저인지 뭔지가 빌딩을 조사한다. 콘크리트가 흩어지듯 날아가며 철골이 드러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앞으로 이곳에 무엇을 지어야만 할까, 그런 생각은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건 주택도시개발부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나 상상 정도는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여기서 좋은 점이 있다면, 건물 철거를 언제든지 중단시킬 수도 있단 말이지….’

        

        

        

        가령 허리 정도까지만 댕강 잘라놓고, 남은 건물은 필요에 의해 사용할 수도 있을 거고.

        

        안 그래도 센트럴 파크 HQ 내엔 오만가지 정부 기관들, 정보기관들, 군 사령부들이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꽉꽉 들어찼으니, 주변으로 분산을 좀 해야겠지.

        

        당연하지만 우리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센트럴 파크에 들어찬 임시 가건물, 복잡하게 깔려있는 수만 킬로미터 가량의 전선 다발 등등을 전부 근방에 이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란다.

        

        그다음으로는 이 근방에서 적당히 지내고 있는 시민들을 위한 콘도미니엄 –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 – 건설 정도이다.

        

        

        

       “…어쩌면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이름이 지금 제일 필요한 게 아닐까.”

        

       “뭔가 말했나요, 막내?”

        

       “아, 아뇨.”

        

        

        

        그치만 인프라도 싸그리 박살났는데, 수도와 전기를 훨씬 직관적이고 편하게 공급할 수 있으며, 한 아파트에 얼마만큼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쉬운 아파트가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뭐어, 완전히 쓸모없는 생각이긴 했다. 아까도 말했듯 그건 총질하는 게 일인 우리에게는 그닥 연관성 없는 안건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저 뒤에서 익숙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언니들이 오리지널한테 찰싹 달라붙어있는 거야? 할 일 없으면 지금 지어지고 있는 테마파크나 좀 보러 와. 아마 몇 주일 후면 시범 운행도 가능할 것 같아.”

        

       “호오, 그건 상당히…흥미로운 말이로군요. 모티브는 뭔가요?”

        

       “지난 번 오리지널이랑 언니들이 다녀온 거기. 완벽히 재현하기는 좀 어렵긴 한데, 그거야 차차 완성도를 높여가면 될 일이고…아무튼 한 번 다녀와본 사람들의 시선이 필요해.”

        

       “좋아요. 한 번 가봅시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바람이 몰아치고, 허공에서부터 드론 한 대가 내려와 착륙한다.

        

        헬리콥터 대신 드론이라고 해야 하나, 대략 그런 느낌. 드론 자체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3톤 가량을 안정적으로 들고 나를 수 있다고 하였기에 안정적으로 탑승.

        

        오늘은 간만에 다른 곳에서 놀고 있던 올리비아 역시도 데리고 왔었기에, 그녀까지 낀 채 코니 아일랜드로 날아간다. 참고로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간단히 설명하자면 브루클린 아래에 있는 동네였다.

        

        그렇게 인기척 하나 없는 고스트 타운을 가로지르며 얼마나 날아갔을까,

        

        

        

       “…음, 잠깐만.”

        

       “우리 막내, 저 괴상망측하게 큰 미키마우스는 뭔가요?”

        

       “아, 저거? 하늘에서 보면 좀 심심할 것 같아서 거대 조형물 하나 만들었지. 어때?”

        

       “…저작권 이야기를 해야만 할지, 아니면 비틀린 미적 감각에 대해 논해야만 할지 모르겠네.”

        

       “일단 저 지랄같이 큰 건 철거해라. 뭔 소린지 알겠지?”

        

       “에에….”

        

        

        

        지면에 박힌…쓸데없이 거대한 미키마우스 면상이 가장 먼저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물론 당연하게도, 우리가 테마파크에 입성하기도 전 퇴짜 명령이 내려왔다.

        

        허나 더 기가 막힌 건 따로 있었는데,

        

        

        

       “우와…!”

        

       “저걸 왜 철거합니까, 아키타입!”

        

       “엄청 큽니다! 사진 찍을 겁니다!”

        

       “…메카 막내들은 이런 게 취향이냐?”

        

        

        

        그러게나 말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우리 메카 막내들의 절망적인 선구안과 취향을 어떻게 교정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오만가지 방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얘네들은 그냥 다 크면 좋은 건가 몰라.

        

        

        

        

        

        

        

        

        

        

        

        

       “…괜히 나왔나?”

        

       “이미 늦었어요, 뭘. 사인 해줄 때 말렸어야죠, 히히.”

        

       “사인회 여는 순간부터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

        

        

        

        한편, 서울 청담동.

        

        세 비얌은 나온 지 10분만에 인파에 둘러싸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때나 나오는 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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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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