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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9

    <619 – 다크노디(3)>

     

    다크노디는 스스로의 주장을 조악한 궤변이라고 생각하였다.

    간부회의 습격?

    부족한 성장치를 올리기 위한 수단?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작은 것들을 긁어 모으면 된다.

    원판보다 성장치는 못하다고 해도, 그녀가 만들어진 시점의 오크노디가 지닌 거의 모든 능력치를 동등하게 물려받았다.

    필살기와 연계되는 수집기능.

    자동적인 성공과 이어지는 자동기능.

    그 외 여러 히든기능들이 없더라도 그녀는 강하다.

     

    ‘숨기만 해도 이대로 계속 충전을 계속하면 단숨에 2000을 돌파할 수 있어.’

     

    그 외에도 지니고 있는 <저금기능>들을 활용하면 전력증강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도 선황을 부추기고, 이용가치도 떨어지는 언더월드의 미물들을 뒤틀고, 기존의 판을 부술 위험한 짓을 하는 이유.

    그녀의 본심은 어쩌면 크루엘이라는 소녀와 다르지 않을지도 몰랐다.

     

    ‘정황상 저건 조나의 세 번째 아가씨겠지.’

     

    ━━━

    #아카데미 체류 89일차.

    *만델라 카스테라의 광역능력에 의해 암시와 세뇌가 강제로 해제됨.

    *학생들을 집단퇴학 시키려던 계획의 진행불가.

    *대감옥에의 장기간 수감이 확정됨.

    *최우선 목표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의 지속수행불가능.

    *집사는 답을 제시하는 자.

    *생존 불가능한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허락한 자.

    *목표재설정을 위해 집사와의 대면 필요.

    *수감 이전 아카데미 탈주를 위해 암시와 세뇌와 별개로 작용하는 <암흑마나>를 이용한 고학년 장학생들의 강제폭주 발현.

    *이상으로 아카데미에서의 기록을 종료한다.

    ━━━

     

    조나의 세 번째 아가씨.

    980기를 양분하며 대량퇴학의 계획을 거의 실현할 뻔했던 빌런.

    암시와 세뇌.

    능력의 위험성과 이를 구사하는 장본인의 위험성이 더해지며, 단숨에 5계층에 수감될 정도로 기프트 아카데미 내에서도 경계받는 자.

    크루엘 또한 자신을 수감한 아카데미, 자신을 패배시킨 만델라 카스테라에 대한 원망 대신 조나와의 재회만을 꿈꾸고 있다.

    다크노디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필시 자신을 절대적으로 긍정 해주는 존재. 충성도 100의 조나는 분명 그런 존재이니까.’

     

    조나가 있는 삶과 조나가 없는 삶.

    강력한 기능 몇 개의 부재, 배낭배낭을 비롯한 고강마도구의 부재, 복귀할 수 없는 아카데미, 수많은 부재에도 불구하고 다크노디가 느낀 가장 큰 공허함은 조나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솔직히, 많이 분했다.

    원본과 내 차이가 뭔가.

    누가 먼저 생기고 나중에 생겼는가의 차이뿐이다.

    똑같은 불안을 느낄 텐데.

    똑같은 혼란을 느낄 텐데.

    조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크노디는 마음의 안정을 얻었다.

    자신은 왜 그럴 수 없는가.

    이건 불공평하다.

     

    ‘크루엘, 저것과는 다른 의미로도 닮았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이의 생존을 짓밟아왔던 크루엘처럼, 다크노디 또한 오크노디를 짓밟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태생부터 잘못된 존재가 자신을 긍정하기 위한 욕구, 그것이 파괴욕이라면 이는 어엿한 빌런의 자질이다.

     

    “뱀피야. 하등생물을 다루는 기술은 어디서 배웠니? 정말 굉장한 기술이구나.”

    “송곳니 자란 거 봐. 전보다 부쩍 성장했나 봐.”

    “원래 어릴 땐 사냥감도 많이 습격하고 피도 많이 빨고 쑥쑥 자라고 그러는 거야.”

    “지상은 이제 질렸구나?”

    “애들도 놀고 나면 역시 고향에 돌아오고 싶은 걸까? 후후. 참 기특해.”

     

    그런 자질을 지녀놓고 원본처럼 사치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뱀피의 외형.

    뱀파이어들의 호의.

    다룰 수 있는 건 전부 다루어야 한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어주는 손길에 머리를 맡기는 것도, 뱀피 드레스 세트(9/9)를 장착하는 것도, 종류별 몬스터 피가 담긴 팩을 쭙쭙 빨아먹는 것도 모두 오크노디에게서 조나를 뺏을 수 있도록 성장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

    굴욕의 나날과 인내가 길수록 거두어 갈 성과는 더욱 커진다.

     

    “레스터. 꾸미기는 그만하고 혈마법 좀 가르치면 안 되냐?”

    “시끄러워. 그런 건 20년쯤 뒤에 가르쳐도 되잖아. 이맘때의 뱀피를 꾸밀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물론 그 인내가 20년씩이나 될 필요는 없다.

    대학원생이 아니라도 뱀파이어의 옷 갈아입히기 인형의 삶을 20년이나 보내고 싶지는 않다.

     

    “레스터 언니. 혈마법이 배우고 싶어.”

     

    언니 소리를 하려니 배알이 뒤틀렸다.

    원본은 이 굴욕을 어떻게 참고 있는 걸까.

    조나에게 아양 떠는 짓이 그렇게나 즐거운 걸까.

    그 좋은 짓.

    너만 하게 두지는 않아.

     

    [당신은 <기초혈마법 전수>, <기초 피주머니 수집>, <뱀피 드레스세트 착용>을 통해 뱀피 입단식(3/3)을 마쳤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뱀파이어 사회의 어엿한 정식 뱀피가 되었습니다.]

    [칭호 <뱀피노디>를 습득합니다.]

     

    짱갈래의 굴욕조차 견뎌내며 얻은, 원본은 지니지 못한 뱀피노디의 칭호.

    반역의 첫걸음을 이딴 걸로 삼아도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다크노디의 조나탈환을 위한 사악한 반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모방. 크루엘은 천재입니다. 트윈테일도 따라할 수 있습니다.”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트윈테일 흉내를 내는, 이딴 게 빌런인가 싶은 소녀 하나를 덤으로 낀 채.

     

     

    * * *

     

     

    뱀피노디가 반역의 꿈을 키우며 뱀피노디 스타킹을 신는 사이, 오크노디는 메마른 흑토에 목만 남기고 산 채로 파묻혔다.

     

    “교수님. 저 이제 일어나면 안 될까요?”

    “안 돼. 어림도 없어. 영영 언데드로 만들어서 석관 속에 가두고 싶은 마음을 참아주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도록 해.”

    “힝.”

     

    고인물에게 벌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는 흔치 않다.

    그 벌을 달게 받을 정도로 오크노디가 눈치를 보는 존재는 더욱 드물다.

    사다코 교수는 그 드문 인물 중 하나였다.

     

    “디스트로이어에게 실컷 걱정을 끼쳤으면 아카데미에 돌아오자마자 내게도 문안인사를 왔어야지.”

    “교수님한테요? 왜요? 두 분 사귀세요?”

    “헛소리하지 마. 한 번 죽어보지도 못한 생명 따위와 이어질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

     

    사다코 교수의 왜곡된 연애관념이야 둘째 치고, 생매장 훈련은 그럭저럭 오크노디에게도 쏠쏠한 도움이 되었다.

     

    [사령술의 매개체가 되는 불길한 흑토에 매장된 채로 속성저항에 100번 연속 성공했습니다.]

    [참기 경험치+30]

    [밀치기 경험치+30]

    [마나학 경험치+20]

    [마나실드 경험치+20]

    [질병내성 경험치+10]

    [동상내성 경험치+10]

    [저주내성 경험치+10]

    [독내성 경험치+10]

     

    수련치를 다 채우고도 사다코 교수의 눈치를 보느라 일어나지 못하던 오크노디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교수님. 혹시 제국영웅의 시체에 관심 있으세요?”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새빨갛게 충혈된 눈만을 내놓으며 개빡침을 드러내던 사다코 교수의 기색이 순간 흔들렸다.

     

    “심지어 이지를 상실한 움직이는 시체인데요.”

     

    개빡침이 사라진 눈이 꿈뻑꿈뻑 느릿하게 움직였다.

     

    “대충 수십 구 정도 있어요!”

     

    손발이 근질거리는지 안절부절못하는 사다코 교수에게 오크노디가 결정타를 날렸다.

     

    “저는 당장 쓸 데가 없기는 한데, 어떠세요? 교수님 빌려드릴까요?”

    “…스승을 생각하여 선물을 챙겨온 기특한 제자를 핍박해서는 안 되겠지.”

     

    산삼 캐듯이 오크노디를 쑥 뽑아올린 사다코 교수가 마법주문으로 흙도 털어주고 클린마법도 걸어주고 열흘간 사령마법의 위력이 300% 상승하는 버프도 걸어주며 말했다.

     

    “여기사 영웅의 시체가 좋아. 생전에 큭 죽여라를 자주 외친 시체는 죽음을 쉽게 받아들여서 언데드로서의 완성도가 높아.”

    “넹!”

    “그리고 내일부터는 내 강의에도 나와.”

    “저 3학년 강의도 듣고 있는데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

     

    순간의 기지로 겨우 사다코 교수의 분노에서 해방된 오크노디.

    괜한 입방정으로 고집 부리다가 생매장 시즌2를 당하는 대신, 순순히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를 시간표에 추가했다.

     

    ‘나중에 적당한 때를 틈타서 째고 포인트로 대체해버리지 머!’

     

    한번 일탈에 맛을 들인 모범생은 농땡이 타락을 피할 수 없었다.

    꼭 나쁜 의도가 아니라도 너무 많은 강의는 오크노디에게도 곤란했다.

     

    ‘능력치를 펌핑해서 굵직한 외부이벤트를 해결하는 것도 좋지만, 북부 지역이벤트를 해결하고 중앙의 문제도 해결한 지금은 밖에는 덜 신경 써도 돼!’

     

    동부, 서부, 남부의 지역이벤트는 여유가 있다.

    남부의 두 가지 억까 중 하나인 키메라 군단의 진격도 군단 자체를 직접 지배하고 매스각키에게 군단지배권까지 넘겼으면 말 다한 셈이다.

    오히려 문제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의 생존이었다.

     

    <은신>

    <숨기>

    <위장>

     

    사다코 교수님의 강의실을 나서기 무섭게 재빨리 그림자에 몸을 숨긴 오크노디.

    그녀의 앞으로 눈 달린 식물 줄기가 뱀처럼 바닥을 기어다니다가 사라졌다.

    특식을 먹으러 가다가 우체통 밑에 숨은 그녀의 머리 위로는 하늘을 날며 눈을 빛내는 강철조각상들이 허공을 몇 차례 선회하며 맴돌다가 멀어졌다.

     

    ‘교수님들의 집착이 너무 심해졌어!’

     

    위어드 교수님.

    플라톤 교수님.

    사다코 교수 말고도 여러 사태를 통해서 오크노디의 교육에 집착하는 교수들이 늘어났다.

    권속과 하수인, 마법주문을 통해서 오크노디를 찾아 틈틈이 교내를 떠도는 추적자들은 대학원생의 악몽이 떠오를 정도로 집요했다.

    잡히면 특별교육을 통해 기능치야 향상시킬 수 있겠지만, 원하는 방향이 아닌 엉뚱한 방향의 성장은 기존 기능과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어!’

     

    오크노디는 결심했다.

    오랜만에 트윈테일 핑크베리 교수님으로 변신해서 교수님들의 눈을 속이고 다녀야겠다고.

    영구분신 다크노디가 양갈래 트윈테일 뱀피노디의 굴욕을 당할 때, 그 분신에 그 원본 아니랄까 봐 트윈테일을 선택한 이유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삼위일체 짱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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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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