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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19

       

        

        

        

        

        

        

        

        

        

       “…생각보단 무난한 복장이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좀 부담스러운 건 매한가지긴 한데. 특히 이 빨간 옷깃이라든가, 단추라든가.”

        

       “머리카락이랑 눈동자 색이 워낙 특이하니까요. 일단 피팅 룸의 AI가 골라줬잖아요? 제 눈엔 딱히 이상해보이진 않네요.”

        

       “까놓고 지금 와서 말하는 건데, 저는 아이리스가 어째서 그렇게 외출을 부담스러워하는지는 잘 모르겠단 말이죠. 저런 느낌의 외모를 한 분이랑 같이 다니는 게 익숙해서 그런가….”

        

       “익숙하다고요?”

        

       “네.”

        

        

        

        7월 초, 서울 강남의 어딘가.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외형의 세 명, 그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모습을 한 맨 오른쪽의 여성 – 아이리스는 멍한 표정으로 하모니의 발언을 듣고, 안 믿긴다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머리카락 색이야 인위적으로 염색을 하면 충분히 재현 가능하지만, 알비노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투명하면서도 붉은 눈동자까지. 이런 것을 도대체 어디서 보았길래 익숙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러나 고작해야 몇 초가 지난 시점에서, 아이리스는 하모니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깨달았다.

        

        

        상어.

        

        

        

       “…아.”

        

       “뱀꼬리랑 그런 게 좀 독특하긴 하지만, 까놓고 말해서 저로서는 로렌티나 언니랑 그닥 차이도 없는 것 같단 말이죠. 그리고 그 분은…아니, 그 사람이 자기 모습에 부끄러워하는 행동이 상상이나 가나요?”

        

       “그걸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세기의 판타지 소설가가 됐을 걸요.”

        

       “그렇죠?”

        

       “…부정을 못하겠네요.”

        

        

        

        자신이 아닌 남이 편집한 영상에서.

        

        혹은 자신이 직접 손댄 영상에서.

        

        유진의 유어스페이스에 한가득 존재하는 수많은 영상에서도 로렌티나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고, 그녀가 출연한 영상 중에서 조회수가 1천만을 넘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은 로렌티나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 마이페이스 그 자체이자 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공고한 자아를 가진 사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지만, 동시에 선을 절대로 넘지 않는 극강의 자기관리가 가능한 사람이자, 동시에 그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스스로의 페이스를 절대로 잃지 않는 존재.

        

        

        뭐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리스를 로렌티나와 동일한 선상에 놓는 것은 불가능하단 사실은 이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득이 효과가 없었다는 말은 또 아니었다.

        

        

        

       “그래도 그 말 덕분에 위안이 좀 되네요. 지난 번에는 너무 얼렁뚱땅 돌아다녀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어버버했는데, 지금은 여러분들이랑 같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만 할지.”

        

       “그렇죠? 역시 저희만큼 분위기 메이커가 없죠? 유진 씨도 저희 없으면 심심해할 정도라고요.”

        

       “….”

        

       “거기선 긍정을 해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그리 말했음에도 짜게 식은 아이리스의 시선은 걷힐 줄 몰랐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그 – 이젠 그녀지만 – 의 손을 거쳐간 수많은 날것의 영상들 중, 하모니와 다이스가 유진에게 땡깡을 퍼붓는 영상이 과장 좀 많이 보태서 절반 이상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두 명도 얼추 알았는지, 더 이상의 변명 없이 입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목소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별개로 또 있었는데, 

        

        

        

       “주변에 꽤 사람이 많네요. 마주치는 열 명 중에서 열 명이 전부 쳐다보니까 생각보다 좀 부담스럽긴 한데…그래도 같이 다니니 좀 낫네요.”

        

       “유진 씨는 이런 시선을 어떻게 버텼을까요?”

        

       “버티긴 뭘 버티겠어요. 그 분도 로렌티나 언니 과인데. 남들이 쳐다보든 말든 1도 신경 안 쓸 걸요. 저희처럼 몸 변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나 당황하지.”

        

       “반박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네요, 증말.”

        

        

        

        주변에 한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어떻게 보면 하모니 일행은 길거리에 느닷없이 나타난 연예인이나 다를 바 없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그 누구도 휴대폰을 켜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하지 않고, 사인지와 펜을 내밀지 않는다.

        

        그저 계속해서 보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고개를 돌리다 가야만 하는 길의 방향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셋, 그리고 유진까지 합쳐서 넷은 미국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준하는 강도로 보호받고 있었고, 동의 없이 사진을 찍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유, 여기 다들 숨어계시네. 자자, 펜 들고 이리 오세요. 보잘것없지만 사인이라도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저기 있는 사람은 알아요?”

        

       “앗, 엇, 그…저 분은 아예 모르는 건 아닌데, 잘 아는 건 아니예요. 요즘 유어스페이스 인기 급상승 영상에 떠가지고 본 적은 있어요.”

        

       “아이구, 곧 유명해질 분입니다. 언능 와서 사인 세 개 받아가세요.”

        

        

        

        이들의 팬서비스 정신은 투철하기 짝이 없었다.

        

        동의 없이 사진을 찍는 것은 불법이었고, 섣불리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는 것은 연예인들에게 부탁하는 것보다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으나, 직접 물꼬를 터준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그리하여 엄두도 못 내고 분위기만 살피던 사람들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고, 아이리스까지 덤으로 낑겨져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는 신체가 변하기 전까지만 해도 구독자수 20만 명의 나름 중-대형 유어스페이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사인 역시도 만들어놓은 상태. 사인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물론 지금은 10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EM급이 되면서 이전에 비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가 되어버린 체력.

        

        덩달아 늘어난 자신감.

        

        발현자로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정된 아웃사이더 기질.

        

        그리하여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리스! 아이리스! 아이리스!”

        

       “선생님! 스텔라 유니버스 본사 한 번만 방문해주세요-!”

        

       “다이스! 하모니! 다이스! 하모니! 그녀는 신이야!”

        

       “비얌꼬리 달인 물을 마셨더니 비얌이 됐다는데 사실인가요! 전국민 비얌화에 일조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인 너무 예뻐요!”

        

       “우왁, 슬슬 도망가야겠다. 여러분들 안뇽! 오늘은 주변 돌아다니려고 온 거라서 사인 못 받으신 분들은 다음에 뵐게요!”

        

        

        

        난장판이 이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원형으로 둘러싼 것이 아니라 C 모양으로 둘러쌌기에 탈출로는 얼마든지 있었고, 더군다나 이 세 명은 몇 번이고 강조했듯 EM급이었다. 일반인들과 견줄 수 없는 각력으로 탈출이 가능하단 소리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트리플 비얌즈는 사전에 봐두었고, 미리 방문하겠다고 연락해두었던 모 명품 매장의 안을 향해 뽀르르 달려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2층이었고, 과거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 올리비아가 자주 쓰는 향수였다 – 냄새를 만끽하며, 이 세 명은 호다닥 내부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쉽다고 해야만 하는 점이 있다면, 이들이 있는 곳은 청담동이었고, 적어도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런 곳에서 무난히 쇼핑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었다.

        

        다시 말해 세 비얌이 있는 2층 VIP 라운지까지는 못 올라왔지만, 쇼핑을 핑계로 호시탐탐 사인을 노릴 수 있는 사람들도 여럿이란 뜻.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분위기가 조금씩 잠잠해지자 세 명의 시야에도 주변에 진열된 이런저런 상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흡사 눈 사이에 떨어진 피를 연상하게 만드는 백색, 회색, 그리고 적색이 절묘하게 조화된 디자인이 덧씌워진 옷 혹은 가방, 지갑, 그 외의 여러가지.

        

        기본적으로 최소 일곱 자릿수의 가격대를 자랑하는 물건들 사이에서도 당당한 표정을 유지하며 – 아이리스를 제외하고 – , 하모니와 다이스는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저 올리비아 씨 전화번호 있는데. 한 번 전화 걸어볼까요? 지금 파리에 있다는 것 같은데, 그러면 대략 오전 8시 즈음일거고.”

        

       “오, 좋은 생각. 근데 저 영어 별로 못하는데…그래도 대충 해보죠.”

        

       “올리비아 씨라면…아.”

        

       “아이리스도 슬슬 안면 터야죠. 그렇지 않나요?”

        

       “네…?”

        

        

        

        내 의사는!?

        

        물론 가볍게 무시당했고, 몇 번의 비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 그렇다고 해서 하모니와 다이스가 딱히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자신들과는 달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사람이었으니.

        

        그러나 얼마나 지났을까,

        

        

        

       -[…아아, 모르는 번호인가 싶었더니, 막내의 막내들이구나. 반가워. 용케도 아침에 전화를 걸었네.]

        

       -[아, 그.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제법 낑낑대면서도 영어로 맞춰주는구나. 고맙네. 로렌티나는 너희를 뉴 막내라 불렀지…그럼 나도 그렇게 부를게. 아무튼 우리 뉴 막내들, 파리에 있는 내게는 무슨 용건으로?]

        

       -[아, 그게. 사실은 저희가 있어요. 올리비아 씨의 가게, 한국에. 새로운 브랜드.]

        

       -[아하….]

        

        

        

        꽤나 버벅이는 영어였지만, 올리비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단 듯 쿡쿡 웃으며 덧붙였다.

        

        평소 말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느린 속도로 올리비아의 말이 이어진다.

        

        

        

       -[한 번쯤 그럴 것 같긴 했는데, 막내보다는 너희가 먼저 왔구나. 이거 고마운걸. 너희들이 파리였으면 밥이라도 한 끼 사줬을 텐데, 그건 불가능해서 아쉽네. 그래도 이번 년도에 한국의 엑스포에 방문할 예정이니 그땐 볼 수 있겠지.]

        

       -[앗, 엑스포에 오시나요!?]

        

       -[그럼그럼. 아무튼 지금은 아침 식사 중이라서, 너희만 괜찮으면 지금 말고 나중에 통화하는 걸로 하자. 알겠지?]

        

       -[네에. 통화 고마워요, 언니!]

        

       -[언니라니, 내가 몇 살인 줄…아니다, 이건 의미없는 말이겠지.]

        

        

        

        짧은 통화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사이, 올리비아는 갑작스럽게 아- 하고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너희가 발현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상어 그 자식이 아주 눈에 불을 켜더라. 너희들을 전부 자진입대시켜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든데?]

        

       -[…네, 네에? 잠깐만요, 뭐라구요?]

        

       -[내가 들은 건 여기까지. 나머지는 막내한테 물어봐. 그럼 이만, 후후.]

        

       -[아니, 잠깐만요! 잠깐만-]

        

        

        

        뚝.

        

        그런 말과 함께 통화가 끊어지고, 세 명의 표정이 점차 형용할 수 없는 형태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발현자가 되었기에 체력 문제도 없었고, 전투 경험은 그대로 – 아마 그것을 참을 수 있는 상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리라. 그 점을 어렴풋이 짐작한 다이스와 하모니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상어 공포증이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아으, 정신없어라…요즘 특히 더 그런 거 같아. 본사가 이렇게까지 우리 부른 적이 있었어?”

        

       “개별적인 건 몰라도 소니아랑 나, 그리고 에블린까지 묶어서 부른 건…이번이 거의 세 번째지, 며칠 전이 두 번째였고.”

        

       “상황이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다구우….”

        

        

        

        가상현실-이 아니라, 서울 성수동 어딘가.

        

        나이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는 20대 중반인 세 명의 여성이 햇빛이 쏟아지는 고층건물 안 – 홀로그램 아이돌 그룹, 스텔라 유니버스의 본사를 느긋느긋하게 거닐고 있었다.

        

        공기 중에 퍼진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셋의 코를 간지럽히고, 아름답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을 즐겁게 만든다.

        

        내부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고 하긴 뭐하지만, 반대로 한 번도 와보지 않아 낯설기만 한 것은 또 아닌 공간의 벽면. 그림이나 일러스트가 걸려있어야 할 것 같은 벽에 쓰여있는 몇 줄의 사칙이 보인다.

        

        그 중 하나.

        

        

        

       -[회사에 방문한 스텔라 유니버스 소속 홀로그램 아이돌은 타 홀로그램 아이돌과 건물 내에서 마주할 시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익숙한 문구였다.

        

        회사는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 직원이 아닌 ‘안의 사람’들에게 명찰을 건네주었고, 그리하여 사내를 거니는 세 명의 가슴팍에는 소니아, 살루스, 그리고 에블린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찰이 달려있었다.

        

        그닥 적응은 안 되지만, 적어도 회사 안에서만큼은 그래야만 한다는데 어쩔 수 있겠는가. 그리 생각하며 셋은 회사 한 켠에 있는 굿즈샵이자 동시에 카페로 향했다.

        

        사원증을 내미는 순간 적용되는 반값할인. 세 명도 어쨌든 일종의 사원으로서 소속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달달한 음료수와 간식이 하나둘씩 나오는 사이, 누군가가 또다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나 그저께 70만 찍었어.”

        

       “나 77만.”

        

       “나도 곧 70만.”

        

       “…다들 얼마 전만 하더라도 평균 50만 명 정도였지? 왜 이렇게 된 거야?”

        

       “우리가 잡은 게 동아줄이 아니라 로켓이랑 연결된 동아줄이었나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말투.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작해야 한 번의 합방으로 조회수도 아니고 구독자수가 5만에서 10만 가량이 늘어난다는 것은…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이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과 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 두 명의 발현자와 같이 방송하는 것만으로 시청자 수가 200만을 찍을 때부터 눈치챘어야만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더 있었다.

        

        

        

       “…사실 아직 상승세가 끝난 것도 아니지, 우리? 나 좀 무서워지려고 그래.”

        

       “지금 1기생 선배들이 평균 120만 정도였지? 2기생이 90만 정도였고.”

        

       “이러다가 며칠 있다가 하는 합방 한 번 더 하게 되면 2기 선배들 따라잡게 생겼어.”

        

       “…근데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늘어난 구독자들 못잡으면 알아서 평균회귀하지 않을까? 반쯤 우연으로 늘어난 구독자니까 빠져나가는 것도 빠르겠지. 우리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계속 방송하면 돼.”

        

       “그으…그건 그렇긴 하지. 네 말대로 초심 잃는 걸 더 조심해야할지도오….”

        

       “그것도 그렇고, 어차피 구독자수 드라마틱하게 늘어봤자 우리한테 떨어지는 것도 별로 없잖아?”

        

        

        

        그 말대로.

        

        스텔라 유니버스라는 이름 하에 데뷔했기에 존재하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단점도 있다.

        

        구독자 수가 많이 늘더라도 그것이 순수입과 완전히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그 첫 번째였다. 물론 구독자가 늘수록 상당한 양의 인센티브가 보장됐지만, 그것도 한 번 주면 끝이고.

        

        그리하여 이들은 주어진 상황을 상당히 태평하면서도 냉철하게 받아들였고, 아이리스 혹은 유진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마찬가지의 형태로 대응했다.

        

        

        

       “다른 애들 부러워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긴 하는데…당장 몇 개월 전 하꼬였던 아이리스한테 먼저 손 내민 건 우리였잖아? 그럼 문제 없는 거 아냐?”

        

       “그치그치. 전문용어로 이걸 저점매수라고 하는 거야.”

        

       “너 주식도 해? 여긴 스톡옵션 같은 것도 없잖아.”

        

       “그냥 이름만 들어도 아는 데다가 파묻어놓는 거지, 뭐어. 통장에 있으면 결국 전부 배달앱으로 간다구. 차라리 평소에 좀 가난한 게 나아.”

        

       “…너 되게 똑똑하게 잘 산다.”

        

        

        

        케이크가 올려진 접시가 텅 비고, 찻잔에 담긴 음료 역시 바닥을 드러낸다.

        

        설탕과 초콜릿은 여자를 이루는 주요 성분이었고, 그러한 교리를 충실하게 따른 세 명은 그릇을 반납한 후에 슬슬 각자의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묘하게 부산스러운 내부를 그닥 신경쓰지 않은 세 명이 엘리베이터와 이어진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으, 유진 언니 현실에서 함 만나보고 싶다아….”

        

       “나는 아이리스.”

        

       “나도 따지고 보면 아이리스일까나아…유진 씨야 이전부터 일거수일투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많이 밝혀졌으니까, 현실에서 보고 싶은 건 아이리스 쪽일지도.”

        

       “언제 한 번 불러볼까? 저쪽에 얘기해서 투어 형식으로 한 번쯤 오는 건 괜찮을지도….”

        

       “그럼 합방 다시 할 때 은근슬쩍 말해보자.”

        

        

        

        그렇게 이들의 상상이 한참 하늘을 향해 신나게 뻗어나갈 무렵, 어느덧 엘리베이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곤 어째서인지 부산스럽게 이리저리 연락을 돌리고 있는 로비의 직원들에게 명찰을 반납하는 간단한 것뿐. 그리하여 이 셋은 옷에서 핀을 막 빼었고, 반납을 위해 앞으로 향했다.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직원이 세 명과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머리에 느낌표가 뜬 것마냥 행동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3기생 분들 맞으시죠? 혹시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어요?”

        

       “에. 갑자기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설명하자면 조금 복잡한데, 어째선지 연락이 안 되서…여러분들이 있단 소식을 듣고, 오늘 방문할 예정인 방문객이 세 분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위에서부터 내려온 내용을 보니 오늘 오는 사람들이 스텔라 유니버스에 꽤 도움이 되는 분들일지도….”

        

       “오, 설마 이거 광고 같은 건가? 그럼 또 얘기가 다르지.”

        

        

        

        어쩌면 자신들에게 뭔가 광고를 맡기러 온 광고주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잠시나마 대기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기에, 세 명은 반납하려던 명찰을 다시금 옷에 착용하고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1층에서부터 빠르게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한 대. 어쩌면 저게 로비 직원 분들이 말하는 당사자일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세 명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채 기대감 넘치는 표정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고-

        

        

        

       ───띵!

        

        

        

       “…허억.”

        

       “무, 뭐, 뭐뭣.”

        

       “아…아이리스!?”

        

       “…에, 누구신가요?”

        

        

        

        트리플 비얌이 임시 사원증을 목에 건 채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등장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였지만, 발현자들은 행동이 무지하게 빨랐다.

        

        그것을 3기생들이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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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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