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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 ***

         

       “야 형. 갑시다.”

         

       “오, 그래 준비되었소.”

         

       당도경의 아버지인 당문기와 어머니인 당소소에 외출 신고를 했다.

         

       “야 오라버니! 오늘을 공무가 끝난뒤에는 려아에게 동전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해요! 꼭이에요!”

         

       “허허, 물론이지. 기다리고 있거라.”

         

       당도경이 그토록 자랑하던 려아는 정말 귀여웠다. 이제 열 두 살이라고 했나. 아직 아이에게는 이른 시간인 듯 반쯤 감긴 눈으로 배웅을 나온 모습이 참으로 기특하다.

         

       어제는 낯을 꽤 가렸는데 마술을 몇 개 보여주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오라버니 오라버니 하면서 뒤꽁무니를 졸졸 쫒아다니는 모양새가 절로 아빠미소를 짓게 되더라.

         

       실질적으로 내가 할 일은 끝났지만 한동안은 당가에 머물러야 할 듯 싶었다.

         

       뒷마무리를 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우선 내가 당가에 방문한 대외적 이유는 ‘당가맹호암룡투법’의 완성을 위해 초빙된 외부 고문이다. 그러니 일주일 동안 내가 가주전에서 가주와 시간을 보낸 것은 도박 기술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 당가맹호암룡투법의 완성을 위한 무공 연구 기간이었다는 설정이다.

         

       어젯밤 방문한 풍영대주와 그렇게 알리자고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러니 오늘부터 진짜로 당광렬과 당도경 그리고 풍영대주가 당가맹호암룡투법의 네 번째 초식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나 역시 무공초식을 창안하는데 한 몫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며칠간은 가주전에서 시간이나 때우면 되겠지.

         

       “오, 오셨는가. 선생.”

         

       당광렬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얼굴에 혈색이 가득한 것이 사람이 하루만에 10년은 젊어진 모습.

       

       암기도 되찾고 도박실력도 늘고 직계들에게 딱밤도 원없이 놓았으니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진 모양이다. 

        

       “어제는 직계 아이들에게 적당히 ‘훈계’를 내리고 당가의 내기에 법도를 세웠소이다.”

         

       그냥 암묵적으로 개개인끼리 이루어지던 암기 내기를 좀 더 공식화 시켰다는 것인데. 암기나 독 내기를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공증인을 갖추고 하루에 다섯 개 이상의 암기를 주고 받는 일은 엄격히 금했다고 한다.

         

       우물 안 토종 개구리들끼리 오순도순 내기 도박이나 하던 당가에 갑자기 나에게 배운, 외래종 황소개구리인 당도경이 난입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인 만큼 당가도 이번 기회에 좀 더 체계적인 내기 규칙을 정하기로 한 모양이다.

         

       “당가의 법도를 바로 세우셨군요 가주.”

         

       어제의 연장선상에서 조금 연기를 해주며 잘 했다고 칭찬해주자 당광렬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갈 때랑 마음이 다르다고 어제 제물들, 아니 직계들에게 훈계를 잔뜩 내려놓고 또 며칠 뒤에 ‘그래도 딱밤을 맞았으니 갚아 줘야 하는게 아닐까.’ 따위의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 관리를 좀 해 줘야겠지.

         

       “이제 새 초식을 만드는 일에 착수해야지요. 그래야 야 형도 본업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음 그래. 대충 구상은 해 두었다만 아무래도 초식을 창안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

         

       세 사람이 본격적으로 당가맹호암룡투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듯 하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세 분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저는 적당히 시간이나 보내고 있겠습니다.”

         

       “야 형,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어딜 간다는 말이오?”

         

       아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빠져야지.

         

       “허허, 당가의 무공을 논하는 자리에 외인이 어찌 낄 수 있단 말입니까.”

         

       당광렬이 웃었다.

         

       “하하하! 그런 걱정을 하셨소? 일반론으로는 그렇지만 야 선생께서는 오늘 암기술 고문으로 초빙되어 오신 것 아니오.”

         

       “아니, 그것은 대외적인…”

         

       “대외적인 것이 아닙니다. 선생. 듣기로는 도경이의 맹호권법을 전수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맞습니다만..”

         

       “본 가주는 야 선생에게 배우며 내 경험과 당가의 무공에 녹아 있는 속임수를 체계적인 이론이라는 반석 위에 새로이 놓을 수 있었소. 또한 선생에게 도박에 대해 배우며 당가맹호암룡투법에 섞인 암기술이 많은 부분이 선생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 말이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내 기술이 들어갔냐고 물어 봐도 말이지. 나는 당가맹호암룡투법을 본 적이 없는걸.

         

       일단 당가맹호암룡투법…너무 길다 그냥 투법으로 줄이자. 아무튼 투법이 어떤 형태인 것을 떠나서 지금 가주가 하는 말은 너무 파격적이었다.

         

       무공은 혈육과도 나누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아무리 외부인의 지분이 있다고는 해도 당가의 무공을 공개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야 선생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만…어디까지 지금의 투법은 미완성입니다. 또한 완성한다고 해서 지금의 형태가 최종본일리도 없습니다.”

         

       “…흠. 그렇습니까?”

         

       그래 아직 개발 단계의 미완성 무공이라 이건가. 어차피 진짜 절기로 다듬어지기 위해서는 완성 이후로도 수많은 가공을 거치게 될 것이니까.

         

       하나의 무공이 완성되기까지는 적어도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수십 년의 세월동안 초식의 원형은 조금씩 변형되고 아예 초식이 사라지고 추가되며 다듬어지기 마련.

         

       완성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비전절기 취급하며 유출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미 호감도작이 완료된 세 사람은 내가 당가의 무공을 유출하고 다닐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도 고려해야겠지. 

         

       풍영대주가 새 서류를 내밀었다. 신규 의뢰서. 당연히 비밀엄수 조건이 붙어 있으며 액수는…상당하다. 이 정도라면 못 할 것도 없지.

         

       무엇보다 투법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궁금했다. 당가맹호암룡투법이라는 무공은 게임을 하면서 들어 보지 못했으니까.

       

       “그럼 우선 몸이나 풀 겸 야 형에게 시연이나 한번 보여줄까 합니다.”

         

       “허허, 그래. 그러자꾸나.”

         

       세 사람과 함께 연무장으로 나갔다.

         

       “그럼 시연을 시작하지. 아직은 부족한 무공이지만 이 당모가 한번 펼쳐 보겠소이다. 권법 부분의 8식부터 차례대로 펼치도록 하겠소.”

         

       당도경이 투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음.”

         

       확실히 달라졌다.

         

       나는 당도경의 원형 무공인 [맹호권법]을 습득하고 있는 몸. 비록 몸은 이류지만 상승무공에 대한 지식은 충분하다. 물론 내가 직접 다 깨우쳐 얻은 것은 아니고 정말 게임에서 얻은 지식에 불과하지만.

         

       이류인 내가 초절정의 무공을 평가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평을 말하자면 전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아졌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그것만 믿고 밀어붙이게 되면 금세 약점을 드러내게 된다.

         

       굳이 복잡할 필요는 없지만 변화 없는 단조로움은 상대방의 적응력을 끌어 올려준다.

         

       당도경의 맹호권법이 딱 그랬다. 수준이 있는 강공이었지만 비슷한 수법 비슷한 위력으로만 채워진 무공.

         

       맹호권법과 섞인 무공이 뭐지? 뭐 당가의 권법이라고는 당가팔권밖에 없으니 당가팔권이려나. 내가 고인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암기명가 용독명가 당가의 비주류 무공인 당가팔권의 동작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튼 뭐랑 섞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단조로운 강공일변도의 맹호권법에 유효한 변화가 생겼다는게 중요했다.

         

       투법의 8개 초식을 본 뒤에 나는 박수를 쳤다.

         

       너무 쓸데없는 현혹동작이 많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을 받기야 했지만 그래도 기존의 단조로운 맹호권법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맹호권법이 강공의 묘리는 초절정 수준이었지만 그 구성이 도무지 무공으로 봐 주기 힘들 수준의 낮은 완성도였다면 지금의 8초식은 현혹도가 과하긴 해도 초절정의 권법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아무리 깨달음빨이 있었다고 해도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이 평가할 만 했다.

         

       “그럼 암기를 사용한 3식을 펼쳐 보이겠소.”

         

       당도경이 암기술 3식을 펼쳐 보였다. 그제야 나는 8개 초식의 현혹동작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품. 어깨. 허리. 손목.

         

       쓸데없이 손과 팔을 돌린다 싶었더니 그런 동작들은 다 저런 부위를 한번씩 거치고 지나가는 동작들이었다.

         

       그리고 저 부위들은 대부분 암기가 저장되어 있는 곳이고.

         

       실소가 흘러나왔다.

         

       암기술은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이다. 이 무림에서 원거리 공격이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왜냐하면 이 무림천하의 무인들 중 구 할은 권장각과 검 그리고 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일 할을 다종다양한 무기들이 차지한다.

         

       그 다종다양한 무기들 중에서도 암기를 제외하고 원거리 무기라고 할 것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암기를 은밀하게 날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확히는 위력과 속도를 살리면서 은밀하게 날리는 것이 어렵지.

         

       원거리 무기의 장점이자 단점은 거리. 거리가 먼 만큼 상대에게 대응의 여지를 주고 마는 것이다.

         

       “이래서 투법인가.”

         

       “호오, 벌써 당가맹호암룡투법의 묘리를 꿰어 보셨는가.”

         

       “기를 쓰고 붙어야 할 권의 영역에 상대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겠군요.”

         

       “맞소.”

         

       이거 완전 지옥의 이지선다네.

         

       권법의 초식과 암기술의 초식은 같은 현혹동작을 공유한다. 내 도박기술이 응용되었다길래 뭔가 했더니 바로 이 부분에서 사용했군.

         

       암기가 수납된 공간을 거치며 과연 암기를 뽑았는가 뽑지 않았는가.

         

       암기를 들었는가 들지 않았는가. 투법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이 부분을 도박의 손기술을 이용했다.

         

       권의 영역은 검과 도에 비하면 좁다. 그러니 권사들은 어떻게든 검과 도의 영역을 돌파해 상대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그러니 검사나 도객들은 마음 놓고 거리를 벌린다. 왜? 정확하게 상대와의 간극을 유지하는것보다 그냥 넉넉하게 거리를 벌리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뭐 사거리의 차이라고 해 봐야 길어야 1장이고 보통은 반 장 정도.

         

       그 짧은 거리를 섬세하게 유지하느니 떨어지고 붙으며 한 합씩 치고 받는 편이 훨씬 덜 위험하고 소모도 적다.

         

       근데 여기에 암기술이 섞이면? 한 초식씩 교환하고 뒤로 빠지는 전법이 불가능해진다.

         

       멀찌감치 거리를 벌리면 편하게 암기를 던지면 그만이니까.

         

       당도경에게는 상대가 제 발로 권법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상황이겠지만 직계의 경우에는 어떨까? 암기만 던지려고 하면 파고드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대를 견제하는 억지력이 될 것이다.

         

       암기를 던지려는 줄 알고 파고들었는데 사실은 권법이라면.

         

       근거리도 아니고 원거리에서 단번에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당가의 사람이 한 발자국만 앞으로 움직여도 빼도 박도 못하는 권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상대가 암기를 던진다고 무지성 돌격을 감행했다가 반격을 한 대 맞게 되면 과연 다음에도 그렇게 돌진할 수 있을까.

         

       또 특기할 점이라면 암기술에 환의 묘리가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환(幻)이란. 근거리에서나 통용되는 묘리다. 왜? 대응할 시간이 없고 진위여부를 판별할 여유가 없으니 속여넘길 수 있는 것이다. 저 멀찌감치에서 암기를 던지는 시늉을 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암기가 날아오는지 안 날아오는지 훤히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근거리 암기술은 의미가 없다. 암기술이란 무조건 거리를 벌리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니까.

         

       그러나 암룡투법은 거리가 좁혀지는 것 역시 장점을 살릴 수 있다. 그러니 근접 상태에서도 암기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도가 필요했다.

         

       정확히는 상대가 자신의 무기 간극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을 때 상대를 무너뜨리는 방편이다.

         

       권법의 간격은 주지 않으나 충분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 암기술의 장점이 퇴색될 때.

         

       암기를 던진 것처럼 속이거나 던지지 않을 것처럼 속인다. 거리가 멀지 않으니 상대는 대응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찌르는 지 찌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판별한 뒤에는 막을 수 없으니 일단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암기술의 3식을 모두 견식한 나는 왜 당가맹호암룡투법이라는 무공을 들어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당가맹호암룡투법은 내가 당도경에게 도박기술을 전수해 주지 않았다면 탄생할 수 없는 무공이었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수요일은 휴재일이지만…

    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은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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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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