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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잘 먹었습니다.”

        

       계산하며 인사를 건네고, 단골 순대국밥집에서 나오는 길.

        

       따스한 취기가 기분 좋게 온 몸을 감쌌다. 식사는……생각만큼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반년 정도 전에 처음 왔을 땐 훨씬 맛있었던 것 같은데. 갈수록 맛이 조금 떨어지고 있다.

        

       고기 잡내가 심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마음 속에서 이 순대국밥이 점점 우선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생각할 수록 속이 답답했다.

        

       알코올 때문인지, 해가 떠서 더 따뜻해진 건지.

        

       새삼, 땀이 가득 찬 불쾌한 감각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방송.

        

       방송이나 확인해 볼까.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바로 앞의 놀이터에 벤치가 하나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늘이 딱 좋게 드리운 것이, 잠시 땀을 식히고 가기엔 그만이겠더라.

        

       늘어지듯이 기대앉아, 이어폰을 끼고 방송에 접속했다.

        

       『흐- 도적 좋죠?』

       『흐- 도적 좋죠?』

       『흐- 도적 좋죠?』

       『흐- 도적 좋죠?』

       『?? 여기 다 봇임?』

        

       핸드폰으로 확인한 채팅창은, 어째서인지 내가 방송을 할 때보다도 클린했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여기 리액션 뭐 있나요?】

        

       『도적 해드립니다~』

       『게임이 리액션입니다~』

       『지금 게임 집중 중이라 도네 못 들을 거예요~』

       『보물상자 열어드립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이거 생방 맞나요?? 왜케 봤던 거 같지】

        

       『네~ 갓 잡은 생생한 방송입니다~』

       『ㄹㅇ 좀 이상한데』

       『뜨끈뜨끈하고 생생하면 생방이지 뭘 의심하고 있어 이새끼야』

       『지금부터 니는 생방을 보고 있는 거여』

       『좆오좆 원래 매판 비슷비슷함~』

        

       즐거워보였다.

        

       ……이 정도 단합력은 예상 못 했는데.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길거리를 걸어가던 사람들 몇 명이, 그 자리에 멈춰선 채 다른 일을 하는 척하며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지만-

        

       더 이상 딱히 민망하지 않았다. 불쾌하지도 않았고.

        

       집에 가야지.

        

       어서 자고,

        

       방송을 하자.

       

       오늘 얘기도, 조금은 하고 싶다.

        

       * * * *

        

       이예나가 이불을 온 몸으로 껴안은 채 깊은 숙면에 빠진 동안, 그녀의 위게더 게시판은 의외로 제법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작성자: 체고에오도적도적]

       [제목: 방장 언제 오냐?]

       [노방종인데 굶어 죽을 거 같아

        

       이딴게 노방종……?]

       –     그러려니 해

       –     돌아온다고 약속한게 어디야

       –     ㄹㅇ 안 오면 그 때 불질러도 늦지 않음

        

       [작성자: 아따먹따먹]

       [제목: 5시간 컷 예상함]

       [따먹센세 평소 생활패턴 보면 수면시간 5시간 미만임 ㄹㅇ루다가

        

       방송 시작하기 전에는 걍 본계정으로 방송 봤어서 다 체크했는데

        

       항상 보면 오후 1~2시까지는 어딘가 방송 보고 있고, 오후 7시에는 또 아크 방송 칼접속했음

        

       잠 없는 편인듯]

       –     방송 시작하기도 전에 뭘 했는지 어케 아시는거죠

       –     아이디를 아는데 왜 모름? 아크 방송에서 목소리 나올 때 변조인지 테스트도 했음

       –     ㄴ 미친 스토커 새끼 아니야

       –     ㄴ 서에서 봅시다

       –     그러면 오후 3시쯤엔 오려나

       –     ㄴ 밥먹고 바로 잤으면 4시쯤 올 듯

       –     ㄴㄴ ㅇㅋ 고마워 혹시 이 텐련 안 오면 4시 5분부터 게시판 잠깐 보지 마라

       –     ㄴㄴ ??? 저기요?

        

       해탈한 사람들이 절반가량이었고,

       벼르는 사람들이 또 다시 절반가량이었기에,

       일종의, 폭풍의 눈에서 느껴지는 긴박감 넘치는 평화였지만-

        

       [작성자: 갓따먹]

       [제목: 녹화영상 꺼졌다!!!!!!!!!!!!!]

       [BANG ON]

       –     믿고 있었다구!!!!!!!!!

       –     6시간컷하고 왔네

       –     ㄴ 밥을 마시고 왔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 텐련 왜 이제와서 성실함? 왜 트수랑 약속 지킴? 나 적응 안 돼…….

        

       모두가 기대하면서도 내심 의심하던 것과 달리, 이예나는 정말로 잠시 눈만 붙이고는 돌아왔다.

        

       약간, 잠긴 목소리로.

        

       -콜록.

        

       《아. 다들 복습 잘 하고 있었어요?》

        

       『마 참 내!!』

       『당신 누구야』

       『왜케 허스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왔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나 드가자~~~ 챌린저 드가자~~~ 나오나 드가자~~~ 챌린저 드가자~~~ 나오나 드가자~~~ 챌린저 드가자~~~』

       『목소리가 아직 자는 중인데 거의 ㅋㅋㅋㅋㅋㅋㅋㅋ』

       『실례지만 침대에 디비 누워서 방송 중이십니까』

        

       반가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채팅창.

        

       혼란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이, 이예나의 방송 규모가 또다시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2,500명이 모이고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시청자수.

        

       챌린저 노방종 선언 후 7시간만에 무려 200점을 올리고는 바로 핫생녹 메타를 시전한 여성 스트리머에 관한 소식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제법 화제가 되었고- 같은 스트리머의 과거 기행들이 정리된 게시글까지 재발견되며, 주목도가 더욱 배가된 탓이었다.

        

       이예나가 인사를 한 후에 잠시 침묵을 지키는 사이에도 빠르게 늘어난 시청자수는, 어느새 3,000명에 육박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을 잠시 지켜보던 이예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오늘 순대국밥을 먹었어요. 편마늘이랑 풋고추, 쌈장을 넉넉히 챙겨 주고, 깍두기가 맛있어서 좋아하는 식당이에요.》

        

       『어이 김씨 국밥 그만 쳐먹고 나오나나 켜』

       『얘 30대 아저씨 아님 진짜?』

       『핫생녹만 봐도 절대 20대는 아님』

       『나오나 드가자~~~』

       『국밥 먹방해줘』

       『나오나 언제 함?』

       『관종 저격러가 방송도하네 ㅉㅉ』

       『님들 저 서울대 입학 기념으로 조립컴퓨터 사려 하는데 K사꺼로 아무거나 주문하면 됨? 제가 보수우파라 K사 좋아함』

       『다먹고 뻑-예 함? 안 했으면 국밥 먹은거 아님』

        

       처음부터 이예나를 봐왔던 시청자들과, 문서로 정리된 행적들만 확인하고 챌린저 노방종을 구경하러 놀러 온 유동들.

       그리고, 화제가 된 곳에서 분탕이나 치고 싶은 악질들까지.

       

       온갖 인간 군상이 잔뜩 뒤섞인 이예나의 방송은, 어지간한 스트리머라면 지켜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혼미해졌을 채팅창을 뽐내고 있었다.

        

       《순대도 그……당면순대 말고, 진짜 순대 있죠. 그걸로 4개 두툼하게 넣어주고. 이게 진짜, 국밥의 티어를 가르는 4대 요소 중 하나인데. 왜 많이들 놓칠까요.》

        

       누구라도 방송 진행을 위해 채팅 제한을 걸거나, 매니저를 동원해서 차단을 시키며 통제했을 그 채팅창을 바라보며, 이예나는 계속해서 순대국밥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순대국밥의 4대 요소가 뭐냐니……학교에서 안 가르치나보네요. 왜지. 국물, 깍두기, 고기, 순대입니다. 순서도 외우세요. 쪽지시험 볼거니까.》

        

       《아무튼, 오늘 간 식당이요. 부속고기도 그, 기름 반 고기 반 섞인 것도 많이 넣어주고, 다양하게……. 진짜 좋아하던 식당인데.》

        

       -국밥충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맛잘알 인정합니다】

        

       『씹맛알못이네 순대는 당면순대지』

       『마, 니 구빱 좀 물 줄 아네!』

       『근데 깍두기 국물 넣었음? 중요해서 3번째 물어봄』

       『목소리 왜케 진심이냐 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문신국밥충임?』

       『국밥 이렇게 좋아하는 여자 첨이네』

        

       그리고 그렇게, 이예나가 자신의 국밥론을 계속하여 설파하고 있는 사이. 혼돈 그 자체였던 채팅창은, 어느새 국밥에 관한 이야기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껏 분탕을 치러 온 사람들조차 스트리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몰입감을 만들어낸 이예나는,

       

       《언제부턴가, 맛이 예전만 못하더라고요. 갈수록 별로야. 식당이 변한 건지, 제 혀가 변한 건지. 혀가 변했나.》

       

       조금 전과 달리 시무룩해진 목소리로 국밥의 국물이 어땠고, 고기가 어땠다고 혼자 투덜거릴 뿐이었다. 

       

       《혀가 변하기도 하나요. 겪어본 적은 없는데.》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멘트에 이어,

        

       -베에.

        

       혀를 힘껏 내밀어보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소리.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또 술 마심? 사람이 맨날 이상하니까 술 마셨는지 구분이 안 가네】

        

       『아 제발 캠으로 보고 싶다』

       『캠 단가 얼마인가요』

       『혀를 쭉 내민……이건 된다』

       『하 시팔 캠 좀 켜!!』

       『식당들 단가 낮춘다고 맛없어지는 거 순간이지 ㅋㅋ』

       『캠 언제 키나요』

       『아까 자기 전에도 술 먹지 않았냐』

        

       -콜록.

        

       《술……그런 거 잘 안 마셔요. 방송하면 목이 아파서 물 마시는 거예요.》

        

       -쪼르륵.

        

       -꿀꺽.

        

       『아니 시발 누가 봐도 술마시는 소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예…….』

       『뻔뻔함의 정도가 하늘을 뚫었군요 선생님』

       『캠 안 켰다고 사기를 밥먹듯이 치는구나…』

       『어떤 의미에선 대단하다 진짜』

        

       마지막 도핑까지 마친 이예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채팅창을 잠시 바리보고는,

       

       만족스러운 숨소리와 함께 잔을 내려놓고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내심 기다리던 화면이 모니터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비추는 성채.

       

       굳게 걸어 잠긴 거대한 성문 앞에서는, 한 기사가 큼지막한 십자가가 그려진 카이트쉴드를 등에 짊어지고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풀밭에 살짝 꽂힌 검의 폼멜을 양손으로 기도하듯이 쥐고, 고개를 숙인 채.

       

       그리고 저벅-저벅- 하는 발걸음과 함께, 거대한 도끼의 실루엣이 잠시 카메라를 가리듯 비추어졌다가 사라지고-

       

       온 몸에서 터져나오듯이 광채를 뿜어내며, 기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투구의 페이스 가드를 내리고, 잠시 하늘을 우러러본 기사는- 이내, 거칠게 칼을 뽑아들고, 방패를 앞세운 채, 성난 황소처럼 앞으로 돌격한다.

       

       그 역동적인 움직임이 순간 멈추며, 정지된 상태로 각도가 조금 돌아가더니-

       

       칠흑같이 검은 화면 위로, Night of Knights라는 글자와, 검흔이 그어진듯한 로고가 떠오른다.

       

       챌린저 등반의 재개를 알리듯이 울리기 시작하는 웅장한 배경음악이 사뭇 비장했다.

       

       《그럼……다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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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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