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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쩌어어엉!

       

       공간이 폭발하며 냉기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찰나의 순간 수백 개의 마법이 충돌했다.

       

       쿠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황궁이 무너져 내렸다. 희뿌연 연기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

       

       멜리나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올리비아의 영역은 갈수록 그 크기를 넓히고 있었다. 사방이 얼어붙는 자들의 비명으로 가득했다.

       

       봄.

       

       봄이 이렇게 차가울 수 있다는 것을, 멜리나는 처음 알았다.

       

       “……제자야.”

       

       올리비아는 대답 대신 마법으로 화답했다. 그 속에 살의가 다분하여, 멜리나는 다시 눈물을 삼켰다.

       

       멜리나의 금발이 순백으로 물든 세상을 유영했다.

       

       – 퍼석!

       

       한 때 인간이었던 얼음들이 터져나갔다. 

       

       멜리나의 주변은 한없이 느리게 흘렀다. 쾌속히 날아오던 송곳들이, 멜리나에게 닿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것 또한 같은 이유였다.

       

       “…….”

       

       그 모습에 올리비아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하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방금보다 더 강한 공격을 쏘아보냈다.

       

       올리비아는 창이었고, 멜리나는 방패였다.

       

       그렇게 3분.

       

       ‘…….’

       

       온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었다. 입김은 입에서 튀어나오기 무섭게 결정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무엇보다 마나를 일으키기가 벅찼다. 올리비아가 주변의 모든 마나를 제 색으로 덮어놓은 탓에, 마나를 일으킬 때마다 한 번 정제를 거쳐야 했다.

       

       ‘……이대로 가면 필패다.’

       

       이길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멜리나는 처음부터 시간만 벌 생각이었다. 그 결과로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는다면, 그만큼 올리비아의 원죄가 줄어드므로.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그조차도 해내지 못할 것 같았다. 

       

       멜리나의 시선이 어딘가에서 멈췄다. 반으로 갈라진 대검이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져 있었다.

       

       ‘…….’

       

       그 대검의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키엘은 대륙 제일의 기사였다. 공격을 망설이지만 않았더라면, 저렇게 허무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 공격을 망설이지만 않았다면.

       

       멜리나는 키엘에게서 자신의 최후를 보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멜리나는 능력을 한계까지 발동시켰다. 극한까지 발동된 예지 능력과 함께, 멜리나의 마법이 더욱 유려해졌다.

       

       콰과과과과과광!

       

       밀어붙이지는 못했지만, 밀리지도 않았다. 

       

       “…….”

       

       올리비아의 미간이 조금 더 찌푸려졌다. 멜리나가 이렇게까지 선전하리라고 예상 못 한 것이다. 

       

       올리비아는 왼손은 그대로 둔 채, 오른손만 하늘로 치켜들었다.

       

       -쿠릉.

       

       발단은 작은 소음이었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들을 수 있었겠지만, 멜리나는 다른 곳에 정신을 기울일 여력이 없었다.

       

       – 콰과과과과과광!

       

       일 초에 수백 번의 공방이 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멜리나의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시야가 흐릿해졌으며, 영창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마나가…….’

       

       한계는 이미 예전부터 한계였다. 다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입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정신을 차리려고 혀를 미친듯이 깨문 탓이었다. 검은 먹구름이 낙뢰를 뱉어낸 것은 그 순간이었다.

       

       – 콰아아아아앙!

       

       멜리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지 알지 못했다. 눈 앞이 새하얗게 빛났다. 전신의 혈관이 불타오르며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감각이었다.

       

       아득한 고통이 밀려왔다.

       

       “——!”

       

       멜리나의 몸이 넘어지듯 뒤로 넘어가려던 그 순간, 한 가지 기억이 그녀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반드시 약속을…….

       

       약속.

       

       ‘그래, 약속.’

       

       멜리나는 양 발에 힘을 주었다. 낙뢰에 그을려 온 몸이 새카매졌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아직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아직 쓰러져서는 안됐다. 

       

       멜리나는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기억 나느냐? 몇 년 전에, 네가 내게 했던 약속 말이다.”

       

       멜리나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하늘이 어두워졌다. 새카만 구름들이 번개를 토해냈다. 멜리나가 서 있는 지반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발목을 붙잡았다. 대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동시에 날카로운 뇌기로 번뜩였다. 

       

       당장이라도 멸망해버릴 것 같은 풍광 속에서, 멜리나는 그저 스태프를 쥐었다.

       

       “마나여, 내 모든 것을 바칠테니.”

       

       멜리나의 몸에서 황금빛이 피어올랐다. 

       

       “그 대가로, 진리를 허락해다오.”

       

       촛불이 마지막으로 화려하게 타오르듯이.

       

       

       

       *****

       

       

       

       진리.

       

       모든 마법사들의 종착역. 우주의 삼라만상을 깨달은 자만 도달할 수 있다는 최후의 목적지.

       

       과거의 멜리나는 진리의 편린 하나의 값조차 치룰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단 한 걸음. 모든 것을 대가로 지불한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화악!

       

       하얗게 물들어 있던 세계가 갈라진다. 멜리나를 중심으로 수천 갈래의 황금빛 줄기들이 퍼져나갔다.

       

       “……!”

       

       올리비아가 처음으로 눈을 부릅떴다. 

       

       쿠구구구구구.

       

       황금빛 마나가 사방으로 범람했다. 순백색 세상이, 냉기가, 올리비아의 세계가 집어삼켜지고 있었다.

       

       “어떻게……!”

       

       올리비아도 뒤늦게 마나를 끌어올렸다. 재능, 경험……그녀는 멜리나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지만, 범람하는 황금빛 파도를 저지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멜리나는 모든 것을 걸었고, 올리비아는 그러지 못했다.

       

       그 사소한 차이가 싸움의 판도를 뒤집었다.

       

       ‘……조금만 더!’

       

       멜리나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녀의 몸은 걸레짝이라고 부르기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마지막 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밀어낸다.

       

       삼킨다.

       

       눈꺼풀이 미치도록 무거워졌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내장이 불타는 것 같았다.

       

       ‘버틴다. 버텨낸다.’

       

       멜리나의 목적은 이제 하나였다. 

       

       올리비아의 ‘시간’을 읽는 것. 

       

       콰과과과과과!

       

       세계가 황금빛으로 뒤덮인 순간, 모든 것이 정지했다.

       

       

       

       *****

       

       

       

       -터벅.

       

       시간이 멈춰버린 세계에서, 멜리나가 비틀거리며 올리비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두 번 넘어졌으며, 세 번 피를 토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

       

       멜리나는 선 채로 굳어있는 올리비아의 어깨에 기대듯이 섰다.

       

       다음 순간, 멜리나의 눈 앞에 올리비아의 과거가 역순으로 펼쳐졌다. 

       

       황궁에서 대학살을 자행한 것부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까지.

       

       ‘…….’

       

       멜리나가 예상했던 ‘과거’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었구나.”

       

       멜리나는 안도했다.

       

       “……아니었어.”

       

       혹시나 해서 미래도 읽어보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이 녀석은, 시간선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내 제자가, 리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 리가 없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눈이 감겼다. 숨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래. 그랬을리가 없지.”

       

       안도한 멜리나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은 앞으로 몇 분이 고작이었다. 

       

       멜리나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터억!

       

       올리비아가 그런 스승의 몸을 잡아챘다.

       

       “스, 스승님.”

       “…….”

       

       다급한 목소리.

       

       그와 상반되는 부드러운 손길.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목소리에, 멜리나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곳에, 올리비아가 있었다.

       

       “……아하.”

       “…….”

       “내가 지금 꿈을 꾸는 모양이구나.”

       “약속, 약속을…….”

       

       멜리나는 올리비아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황금빛 눈동자가 올리비아를 향했다.

       

       ‘…….’

       

       이번에도, 과거가 역순으로 펼쳐졌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세계를 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 저를 제자로 삼아주시면, 탑주님을 대신해 진리에 도달하겠어요.

       

       그 삶에서,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제자가 되었다. 

       

       – 스승님.

       

       다음 삶에서도,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제자가 되었다.

       

       – 스승님.

       

       그 다음 삶에도, 그 다음 삶에도.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다음, 다음, 다음…….

       

       영겁에 가까운 세월 동안,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제자가 되었으며, 또한 세계를 구했다.

       

       ‘……이것이 네 비밀이었구나.’

       

       멜리나는 이해했다. 

       왜 그녀가 이 사실을 숨겼는지.

       

       “……상냥도 하여라.”

       

       그렇게 고통받았으면서도, 스승이 걱정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리비야.”

       “…….”

       

       멜리나의 손가락이 올리비아의 눈가를 쓸었다. 

       

       “내가 부족해서 미안하구나. 나는 아직, 네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네게 받기만 하였구나.”

       “…….”

       

       멜리나는 눈물을 흘리는 제자가 안타까웠다.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마주했을테고, 그때마다 이렇게 슬퍼했을 생각을 하니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얼마나 고통받았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외로웠을까.

       

       ‘나는 이번에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애석하게도 담소를 나눌 시간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아.’

       

       하나.

       

       아직 하나 있었다.

       

       멜리나는 마지막 힘을 다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올리비아가 한사코 만류했지만, 멜리나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멜리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깨를 펼쳤다.

       

       “……!”

       

       입술을 깨문 올리비아에게, 멜리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어디선가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봄이었다.

       

       

       

       

       [기억을 유지할 당사자가 사망했습니다.]

       

       [단서 사용이 강제 종료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kiriel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와!!!!!!!!!!!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아앙오아아아아아아아아ㅏ앙아아아ㅏ아아

    몰살비아-> 성장치 이전 전이기에 전 회차 전무

    올리비아-> 단서를 사용한 시점에서 몰살은 현재이기에 볼 수 없음.

    빙의자의 과거를 보여줄수는 없으니 그 대신 수많은 기록들이 과거로 보여진 것.

    입니다!

    ▪︎그리고 새 표지가 나왔습니다!!@@

    선작 1만 기념 표지는 아직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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