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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경기가 시작되고 편사러브가 채찍을 휘둘렀다.

       

       강기를 편에 끝에서 폭발시키는 일격. 내가 자주 사용하는 잡기술이었다.

       

       저것의 단점은 중간을 끊어버리면 힘을 잃어버린단 것이다. 편으로 중간을 내리치자 편사러브의 일격은 허사로 돌아갔다.

       

       다음은 환의 이치를 담은 편이었다. 환이라는 것은 본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하나 저 자는 내가 펼친 환을 따라하기만 할 뿐이었으니 그를 파훼하는 건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때문에 또 다시 편사러브의 수는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나의 앞에서 나를 흉내 내어 기술을 펼쳤다.

       

       내가 쓰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나다.

       

       당장 내가 나의 앞에서 편술을 펼쳐도 어렵잖게 대응할 수 있을 터인데 나보다 한참 모자란 이가 내 편술을 펼치니 그에 대응하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었다.

       

       한참이나 공방이 이어졌음에도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다.

       

       편사러브의 채찍은 아무것도 이루어 내지 못했다.

       

       “그대가 보여주겠다는 게 이것뿐이더냐?”

       “…”

       “시시하구나.”

       

       대놓고 도발을 하자 편사러브가 손에 힘을 주었다.

       

       그가 무엇을 기대하며 이 곳에 왔을 지는 뻔하다.

       

       편사러브는 자신이 인정받는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내 칭찬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 후 부족한 부분을 친절히 가르쳐 주는 나의 모습을 기대했을 것이다.

       

       허나 현실은 어떤가.

       

       자신은 아무런 인정도 받지 못했고, 나는 자신을 무시할 뿐 유심히 바라보지 않는다.

       

       머리가 많이 복잡하겠지.

       

       편사러브의 공격이 더 가열차졌으나 여전히 그는 나의 흉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임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난 그 어떤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무승부]

       

       “데케이. 이런 경우에는 상황이 어찌 되느냐.”

       <어. 랜덤으로 맵만 바꾸고 재경기를 합니다.>

       “알겠다. 그리 하마.”

       

       전장이 바뀌고 또 다시 편사러브와 내가 대치한다.

       

       편사러브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자. 다시 오거라.”

       “왜 이러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내 그대가 바라는 대로 네놈의 채찍을 봐주고 있지 않으냐.”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대체 왜.”

       

       우둔한 녀석 같으니.

       

       본래라면 네 녀석이 깨달을 때까지 이 짓거리를 반복했을 터이나 지금은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선심을 써주마.

       

       “그대는 내가 나타나기 전부터 몇 년 동안이나 채찍을 휘둘러왔을 것이다. 맞느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나에겐 그대의 채찍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왜 그대에게서 나의 채찍만이 보이는 것이냐.

       

       그대의 편은 어디로 갔는가.

       

       그대의 무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대의 생각은 미몽 속에 잠들었는가.

       

       그대라는 사람은 나의 아래에 매몰되었는가.

       

       “내가 왜 그대를 칭찬해주지 않는 것인지 궁금한가?”

       “…예.”

       “본인은 무인을 좋아하지만 흉내쟁이 광대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한 답이 되었다고 본다.

       

       *

       

       도현은 자신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는 화령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의 귓가에 메아리치는 것은 방금 전 화령이 한 말이었다.

       

       그대의 채찍은 어디로 갔느냐는 화령의 물음에 도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화령을 따르기 위해 자신을 버렸으니까.

       

       도현에게 자신이 본래 쓰던 편은 자신을 가로막던 족쇄였다.

       

       결과만 봐도 그랬다.

       

       자기가 원래 다루던 편술을 쓸 때는 챌린저 지박령에 머물렀지만 화령의 편을 따르자 마자 프로 리그에 오르지 않았나.

       

       그에겐 화령이 보인 편이야 말로 진리였다.

       

       그런데 왜 나에게 편을 알려주신 저 분은 나의 편을 묻는 걸까

       

       도현은 그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이라는 진리가 바로 앞에 있는데 왜 다른 걸 찾아야 합니까?

       

       이런 질문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도현은 대신에 입을 다물고 편을 붙잡았다.

       

       도현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화령의 편을 따랐다. 자신을 올라가게 해준 진리를 추구했다.

       

       화령은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봤다.

       

       서로의 편이 움직였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도현의 채찍은 화령에게 하나도 닿지 못했다.

       

       화령이 강제로 만들어낸 대치 속에서 도현은 초조함을 느꼈다.

       

       그가 본래 생각한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

       

       화령에게 편을 보이고, 칭찬을 받고, 화령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것이야 말로 도현이 상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화령이 표정은 점차 썩어 들어가고 있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건 비판의 말 뿐이다.

       

       왜? 왜입니까? 저의 무엇이 문제이기에 그런 얼굴을 하시는 겁니까?

       

       그러던 어느 순간 화령이 갑자기 편을 휘두르는 걸 멈추고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마치 빨려 들어가듯 채찍이 화령의 팔에 휘감겼다.

       

       도현은 다급히 채찍을 회수하려 했지만 화령의 팔에 붙은 채찍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우둔한 것인지. 눈이 먼 것인지. 어느 쪽이건 답답하기 그지없구나.”

       “무슨 말이십니까?”

       “아해야. 내가 쓰는 편을 따라하는 것은 좋다. 허나 거기에 담긴 이치가 무엇인지를 아느냐?”

       

       모른다. 그가 이해하기엔 화령이 지닌 깨달음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단순히 화령을 따라하는 것을 택했다. 진리가 눈앞에 있었기에 무작정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을 택했다.

       

       “흉내 내는 것을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병폐한 것을 무어라 하는 것이지.”

       

       화령을 말했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무작정 따라하기로 결정한 순간 무인으로서 죽게 되는 것이라고.

       

       언제나 본인이 추구하는 편을 생각하고, 그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그 말을 들은 순간 도현이 입술을 씹었다.

       

       저라고 노력해보지 않은 줄 압니까?!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의 편이 너무도 드높은 것을 어쩌란 겁니까!

       

       “내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도현의 표정을 본 화령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내 듣기로 그대가 아피스 최후의 편사 장인이라 들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그대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흉내내는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니. 편사를 하고자 하는 이는 모두 멸절되어 버린 셈이구나.”

       

       예?

       

       편사로써 결과를 내기 위해 했던 일이. 편사라는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부흥시키려 했던 행동이.

       

       결과적으로 편사를 죽이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소리입니까?

       

       진동하는 도현의 눈동자를 본 화령은 자신의 팔에 감겨 있던 편을 풀어서 도현에게 돌려 줬다.

       

       “다시 시작하자꾸나.”

       “…”

       “와라.”

       

       도현이 또 다시 편을 휘둘렀고, 화령은 또 다시 편을 걷어냈다.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허나 이번엔 달라진 것은 도현이 다시금 화령의 편을 보고자 했단 것이다.

       

       그는 화령의 말대로 다시 생각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러자 다른 것이 보였다.

       

       편을 어떻게 휘두르는지부터 시작해 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상대를 어떻게 현혹시키고. 어디서 노림수를 걸어야 하는지.

       

       지금 화령이 보여주는 것은 그야말로 편을 어떻게 다뤄야하는 지에 대한 교보재나 다름이 없었다.

       

       그제야 도현은 깨달았다. 화령이 방금 전부터 이걸 보여주려 했다는 것을.

       

       “하하.”

       

       웃음이 샜다.

       

       화령이 자신을 답답하게 본 게 당연했다. 눈앞에서 보란 듯이 교육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걸 조금도 보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녀의 말이 옳았다. 도현은 우둔했다.

       

       조금이나마 알겠습니다. 당신이 가르쳐주려 한 것을.

       

       도현의 휘두르는 편이 변화하자 화령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편과 편이 마주치며 자신들만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것은 일종의 서커스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로가 서로의 편으로 서로를 조련하는 것이다.

       

       더 아름다운 움직임을. 더 빠른 모습을. 더 화려한 공연을!

       

       그 속에서 처음으로 화령이 공세를 펼쳤다. 그녀의 편이 도현이 펼친 편의 방어를 뚫고 도현의 얼굴을 내리쳤다.

       

       채찍 끝에서 터져 나온 충격에 도현의 몸이 뒤로 날아간다.

       

       허나 추격은 없었다. 화령은 채찍을 휘두르는 대신 도현이 일어나는 것을 기다렸다.

       

       도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나서야 화령이 입을 열었다.

       

       “이것이 가르침을 위한 자리였다면 더 놀아주었겠으나 이것은 대회이지 않으냐.”

       “그렇죠.”

       “그러니 조금 속도를 올리마.”

       

       미친 듯 쏟아지는 화령의 채찍은 폭우나 다름없었다.

       

       우산을 쓰건 우비를 입건 그 아래에 있다면 젖을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공세였다.

       

       그 속에서도 도현은 보았다. 화령의 편을 보았다.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길을 보았다.

       

       저기에 담긴 이치가 무엇인지를 보았다.

       

       [패배]

       

       결국에 패배의 두 글자를 마주했음에도 도현은 방금 전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리는 단순히 추종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게 왜 진리가 되었는지를 생각하며 다른 이들이 밟아간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도현은 자신이 나아질 수 있음을 느꼈다.

       

       화령이라는 진리를 마주하여 그 뒤를 쫓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

       

       자신이 다시 편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도현이 감사를 전했지만 화령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 지조차 모르는 녀석에게 가르침을 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덕택에 놈의 눈에 새겨진 광신이 싹을 틔웠구나.

       

       아직은 본인의 안에 새겨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하나 그걸 깨닫는 순간 분명 본인을 귀찮게 만들겠지.

       

       후회는 된다만 어쩔 수 없었다.

       

       잘못된 길로 걷고 있으면서 본인이 바르다 믿는 멍청이에게 어찌 한 소리를 해주지 않겠느냐.

       

       지금은 나의 말을 깨달은 듯 하니 더 이상은 선심을 써 줄 필요가 없겠지.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눈앞에서 광신도를 치우는 것.

       

       보기만 해도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녀석을 날려버리는 것.

       

       어디 보자.

       

       지난 번 내가 데케이를 쓰러트리는 데 걸린 시간이 3초라 했던가.

       

       이번에는 더 시간을 줄여볼까.

       

       *

       

       “…어. 권존님. 3경기가 끝나는 데 몇 초 걸렸죠?”

       “2.7초입니다. 지난 번 데케이님의 3초보다 더 줄었네요.”

       “멋지네요! 이제 저 대신 편사러브님의 이름이 거론되겠군요.”

       

       이 인간아. 지금 한가하게 그런 말을 할 때야?!

       

       권존이 노려보자 데케이가 시선을 피했다.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좋은 분위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문제는 하나였다.

       

       화령이 너무도 압도적이었다는 것.

       

       편사 미러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멸종위기종이라 불리던 편사가 대회에 하나도 아니고 둘이 나와서 서로 맞붙는다니.

       

       이는 분명 사람들을 열광시킬만한 일이었다.

       

       허나 첫 경기가 시작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편사러브의 가열찬 공격 속에서도 화령은 지루하다는 얼굴을 한 채 편사러브가 휘두르는 모든 채찍을 쳐냈다.

       

       그러면서도 화령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은 얼핏 상대를 농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경기는 무승부로 끝을 맞이했다.

       

       다행히 첫 경기에서 화령이 보인 행동은 논란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에서 화령이 왜 그렇게 했는지가 드러났으니까.

       

       화령은 단순히 편사러브에게 가르침을 주려 했을 뿐이었다.

       

       대회에서 할만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뭣보다 당사자의 반응이 괜찮았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3경기에서 화령이 펼친 모습은 다소 과했다.

       

       2.7초만에 경기를 끝내다니.

       

       편사러브는 어디 단순한 양민이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아피스를 플레이 해왔고, 여러 대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췄으며, 최근에는 프로 리그에 입성까지 한 아피스 최상위 유저 중 하나였다.

       

       그런 편사러브가 2.7초 만에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랭크게임이 아니라 초청으로 이루어진 대회에서!

       

       권존은 방송으로 송출되는 소리를 끈 후 데케이에게 따지듯 물었다.

       

       “진짜 형 대체 무슨 생각으로 화령님을 대회에 초청한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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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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