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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충격적 발언!

         

       2번 병아리는 사실 악녀였다?

         

       올해 최고로 놀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실에 이한은 잠시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다른 애도 아니고.

         

       ‘저 개복치가 중간보스?’

         

       다른 것보다 중간보스가 충격적이다.

       툭 쳐도 죽을 애가 아닌가?

       기사의 관점이 아니라, 암살자의 방식으로 접근해도 죽일 방법이 널렸는데.

         

       ‘저걸 어디다 써먹는다고?’

         

       ……이벤트용 보스인가?

         

       하긴, 주문쟁이는 원래 이벤트용으로 써먹기 좋긴 할 테니.

       

       지극히 상식적인 주문쟁이 차별 발언과 함께 이한의 표정이 괴상망측해지고 있을 때쯤.

         

       “저, 저기….”

         

       태창이 녀석은 그의 표정변화에 당황하며 다급히 변명 아닌 변명을 내뱉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 발언이 이간질로 여겨질 수 있다 싶었는지, 재빠르게 수습하려 말을 덧붙이려는 듯했다.

         

       “무, 물론 예, 예전 이야깁니다. 호, 혹은 제가 사람을 잘못 봤을 수 있을 노릇입니다. 그러니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예에….”

       “그렇게 변명하니까 오히려 더 이간질 같다만.”

       “…저도 아차 싶었습니다.”

         

       무어라 말하건 이미 의심의 새싹을 마음에 심은 바.

       놈은 이게 아닌데 하며 울상을 지었으나, 녀석의 착각과 달리 이한은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알 수 있었다.

         

       ‘…이제 보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가고 있네?’

         

       상태창 이 녀석.

         

       ‘2번 병아리가 빙의자인 걸 모르고 있다.’

         

       굳이 아이린의 이름을 꺼낸 저의가 뭐겠는가?

       본인이 알던 아이린과 지금의 아이린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일 테지.

       하지만 태창이는 아이린이 달리진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터스’ 스킬이란 치트키를 가진 주제에도.

         

       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게 두 가지란 뜻이다.

         

       ‘하나는 스킬 성능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나쁠지도 모른다는 거고, 또 하나는 쿨타임이 제법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거겠지.’

         

       밸런스 패치.

       너무 사기적인 스킬이기에 제한이나 쿨타임이 길어 자주 사용하지 못한다면, 병아리의 정체를 모를 만도 했다.

         

       그게 가능성이 가장 높기도 했고.

         

       ‘그런 거라면 이 녀석, 회귀자나 빙의자보다 나를 가장 먼저 찾아왔다는 얘긴가?’

         

       이놈도 웃기다.

       일개 교관에게 수상함을 느낄 게 무얼 있다고, 그 소중한 스킬을 낭비하는지, 원.

         

       ‘하여튼 병아리도 그렇고, 시건방진 검정머리 도련님도 그렇고….’

         

       하나같이 괴상한 녀석들이 아닐 수 없다.

         

       * * *

         

       이후에도 이한과 데릭의 일문일답은 계속되었다.

         

       “그, 그럼 로엔 공자님과도….”

       “학술원에서 처음 만났다. 그 전까진 인연조차 없었지.”

       “그, 그렇군요.”

       “왜 그러지? 혹시 그 건방진 검은머리 도련님과도 아는 사이였나?”

       “…그래도 대공의 자식인데 그런 식으로 부르셔도 됩니까?”

       “건방진 놈을 건방지다 하지, 그럼 무어라 할까.”

       “으음.”

         

       데릭은 볼을 긁적이며 정말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제가 아는 로엔 공자님은 원래 북부에 있으셔야 합니다. 북부대공의 완전한 후계자가 될 중요한 시기니까요.”

         

       착실하게 답변을 이었다.

         

       “그래봤자 막내아들에다 서자이지 않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라이오넬에게 중요한 건 오로지 핏줄과 고귀한 영혼뿐입니다. 그것만 충족된다면 누구나 후계자 자격이 주어지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 북부는 한창 후계자 자리를 건 정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데 로엔 공자님이 중앙에 계신다면, 후계자 자리에서 내려왔다 선언하시는 것과 같죠.”

       “나중에 찾겠지, 뭐.”

       “…그래도 대공 후계자인데, 너무 쉽게 가질 수 있다 하시는 거 아닙니까?”

       “쉽지 그럼, 도리어 그 정도 능력이 있는데도 빼앗긴다면 그놈의 한계가 딱 그 정도란 거겠지.”

       “가, 가차 없으시군요.”

       “사실을 말하는 거지. 도리어 넌 너무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네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그냥 아까워서요.”

       “뭐가 아깝다는 거지?”

       “그, 그건….”

       “하하, 됐다. 말을 아껴도.”

       “……네에.”

         

       아무래도 반응을 보아하니, 검은머리 도련님 녀석은 원래대로라면 차기 북부 대공이 되었어야 하나 보다.

         

       ‘이 세계의 원작 설정에선 아무래도 병아리는 악역 영애고, 도련님 녀석은 북부대공이 됐어야 했다는 건데, 어디선가 차질이 생겼다는 거군.’

         

       데릭의 반응과 지금까지 얻은 정보를 통해 이한은 대충 자기 방식대로 정보를 정리했고, 정리된 정보는 많은 사실을 명시하고 있었다.

         

       ‘녀석이 아는 것과 달리, 원래의 병아리는 빙의자가 아니었고, 회귀자는 회귀자가 아니었다는 거겠지.’

         

       정보의 오차가 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달라지지도 않는 세계.

       이런 개념을 보고.

         

       ‘멀티버스라고 하던가?’

         

       한때 영화로 많이 접했던 주제다.

       흥미로운 얘기였고, 남들이었다면 궁금증이 마음껏 도졌을 테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뭐.’

         

       이한은 더는 복잡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정보를 얻으려고 했던 것은, 얼마나 더 골치 아픈 사건사고가 발생할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지, 멀티버스니 하는 걸 알아보려고 했던 게 아니었으니까.

         

       “그럼 슬슬 일어나도록 하지.”

       “…예에?”

       “토론회도 끝나가는 것 같으니, 더 대화를 나누어 봤자 무얼 할까.”

       “…….”

       “왜 그리 보지?”

       “…아, 아무것도 안 물어 보십니까?”

       “무엇을?”

       “…….”

         

       …태창이의 표정이 황망하게 변해갔다.

         

         

         

       ‘……뭘까, 이 사람은?’

         

       분명 그들은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다.

       일문일답 형식이었지만, 데릭은 이 대화가 일문일답보단, 그냥 평범히 속내를 풀어내는 대화에 가까웠음을 알았고, 데릭이 일방적으로 말을 토해내는 형국이었으니까.

         

       ‘이 사람은, 그냥 묵묵히 들어줄 뿐이었어.’

         

       실상 대화 중 이한의 질문은 별것 없었다.

         

       대체적으로.

         

       ‘저 보라돌이랑은 사귀는 사이냐?’ 라며 놀리거나, ‘투기법을 익혔으면 검술학부로 와야지 왜 역사학부에 있냐?’와 같은 언제든 답변해줄 수 있는 것만 물어보았다.

         

       마치 친근한 동네 형이 상담해주는 것과 같았고, 실제로 데릭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질문하고도 이상한 질문밖에 없었으니까.’

         

       왜 아이린 윈들러에 로엔 공자에 대해 언급한 것도 그렇고.

       신전과 스킬에 대한 것도 은밀하게 흘리고 말았다.

         

       …미친 것이 틀림없다.

         

       어쩌자고 이런 수상한 물음만 던진 걸까?

       누가 봤다면 대놓고 수상한 인물임을 알아달라고 안달이 난 것 같지 않은가.

         

       허나 그런 수상한 자신보다 더 이상한 건….

         

       ‘한 번도 날 이상하게 보거나 의심하지 않았어.’

         

       이 사람.

       이한이야말로 그보다 더 이상한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는 시종일관 데릭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의심?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감히 공작가의 공녀와 대공가의 유력한 후계자를 입에 담았음에도 그는 데릭의 주장을 이상한 미신이나 이간계 따위로 정의하지 않은 바.

         

       하여 황망하였다.

         

       이 사람은 대체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이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일까?

       또한 어찌 하여 친근하게 다가와주는 걸까?

         

       ‘내가 한풀이 하는 걸 들어주는 것처럼.’

         

       어쩌면 오늘 데릭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걸 풀어냈을지도 모른다.

       해선 안 될 얘기를 했을지도 모르고.

       수상하단 이유로 내일이라도 기사단에 잡혀갈지도 모른다.

         

       허나 속만큼은 개운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풀어내지 못하던 속내를 처음으로 타인에게 은근히 털어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했으니까.

         

       …그래서 물어보고 싶었다.

         

       “더, 더 묻고 싶은 것은 없습니까? 전 수상한 놈입니다. 그런 놈이 이상한 말을 계속 내뱉는데도 왜 아무것도….”

         

       묻지 않는가, -그렇게 말을 이으려니.

         

       “거짓말을 입에 담았었나?”

       “…예에?”

       “네가 했던 말 중 거짓이 있었느냔 말이다. 혹은 나에게 적대감이 있어서 다가온 거냐?”

       “아, 아니요! 그,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다급히 즉답했고, 그는.

         

       “그래, 그거면 된 거다. 서로의 답변과 질문에 거짓이 없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

       “납득이 가지 않나 보군. 그럼 추가로 더 말해주마. 이건 네가 몰입하고 있는 검은머리한테도 한 얘기지만, 때론 사람은 너무 호기심을 가지고 살면 안 되는 법이기도 하다. 호기심이란 때론 독보다 무서운 ‘마물’이니까.”

       “…마물.”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조언이지만, 너무 어렵게 살아가려 하지 마라.”

       “?”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른다. 네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복잡하게 살아가려 한다면 그 또한 문제인 거다. 오히려 단순하고도 직관적으로 살아가는 게 삶의 질을 올리는 방법이거늘, 사람들은 너무 복잡하게 살려고 노력하지.”

       “…….”

       “다시 말하지, 단순하고도 직관적이게 살려고 노력해라. 사소한 데 목숨 걸려고 하지 마. 난 오늘 궁금증 많고 좀 여러 가지 특이한 생도 녀석을 만났을 뿐이다. 그리고 우린 대화를 나누었다.”

       “…….”

       “단지 그뿐인 거다.”

       “…허.”

         

       데릭은 일장연설과 같은 조언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건 뭐.

         

       “…그건, 바보로 살라는 것과 다를 바 없잖습니까?”

         

       단순하게 살라는 것, 혹은 어려운 건 그냥 회피하란 식으로도 들렸으니까.

         

       그렇게 재차 반박을 이으려는 순간.

         

       “대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

         

       …말문이 막혔다.

         

       일순 보인 그의 해맑은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였으며, 어딘가-.

         

       ‘아….’

         

       남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그저 제 삶을 당당히 살아갈 뿐인.

       그런, 부럽기 짝이 없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었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동경하는 삶의 태도에 깊이 감명 받고 말았기에.

         

       * * *

         

       ‘내가 생각해도 꼴값을 떨었네.’

         

       크흠….

         

       이한은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 자각하며 연달아 헛기침을 내었다.

       어린놈이 세상 복잡하게 사는 모습에 좀 속이 긁혔나 보다.

         

       ‘어휴, 교관 일을 해서 그런가?’

         

       진짜 교육자도 아닌데, 발끈하듯 일장연설을 내뱉고 말았다.

         

       딱 봐도 상태창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녀석이었다.

       여기저기 치이고 살았을 녀석.

       거기다 말투도 어눌한 부분이 있으니 타인보다 더 치이고 살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걸 느끼게 되자 이한은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다.

         

       살며 후회만 남았던 회사 선배가 술에 취해 옛날을 회상하며 되도 않는 조언을 하듯이.

         

       아마 저 녀석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해서 그런 것일까?

         

       ‘…내가 딱 저랬었지.’

         

       정확히는 전생의 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아가 되어.

       당장의 삶이 불안하고 급급하며 군대에 갔고, 상관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가 기이어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던 삶.

         

       그래서 이한은 저의 전생을 ‘동정’한다.

         

       후회하진 않는다.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

       허나 동정은 한다.

         

       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그저 남의 시선만 신경 쓰며 살 수밖에 없던 내가, 항상 복잡하게 살다가 고생만 하며,

       행복이란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내가 처연하여.

         

       ‘너는 그렇게 살지 않길 바란다.’

         

       어쩌면 동향인일지도 모르는 어린 후배.

       저처럼 남에게 휘둘릴 뿐일지도 모르며, 복잡하게 살고 있을지 모르는 동생보단,

       그래도 그가 좀 더 경험이 많다 자부하기에 조언을 해주며….

         

       이한은 그가 바뀌기를 바라였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래도.

         

       “…미안하다, 꼰대 짓을 하고 말았군.”

       “아니요, 오히려 가슴이 시원했는데요, 뭘.”

       “마음에도 없는 소리.”

       “지, 진짠데….”

       “아부는 그만 됐다. 그보다 얼른 가보도록. 저 보라돌이가 널 기다리는 것 같으니.”

       “으음….”

         

       어느새 토론이 끝나고 멋진 활약을 펼친 소녀에게 사람들이 몰려가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한데 이상하게도 소녀의 시선은 정확히 상태창에게 꽂혀 있었다.

       관계를 부정했지만, 역시 보통 사이가 아닌 듯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썸이라고 생각하마.”

       “끙…!”

       “됐다, 사람 염장 그만 지르고 얼른 가라. 나중에 트집 잡히기 싫으면.”

       “…네에.”

         

       그렇게 태창이는 일어서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치 아내에게 기를 못 피는 가장 같은 느낌.

       벌써부터 저러니, 미래가 좀 안쓰럽다.

         

       ……아니, 내가 더 안쓰러운가?

         

       그런 그때.

         

       멈칫.

         

       “…교관님.”

       “얼른 안 가냐?”

       “그, 그게 아니라, 바, 반드시 해야 할 말이 남은 것 같아서요.”

       “뭘?”

       “또, 또 이상한 말을 하는 자각은 있지만, 그래도 말하겠습니다. ……시험 마지막 날, ‘식인귀’가 나타날 겁니다. 조심하십시오.”

       “…….”

       “그,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

         

       …녀석은 다급히 달려갔다.

         

       자기가 쓸데없는 말을 한 자각은 있는 것 같으나, 그래도 한 점 후회는 없다는 듯이.

         

       누구에게도 말 못 했던 것을 선언하니 기분이 상쾌해보였다.

         

       그러나 반대로.

         

       “…태창이 녀석, 마지막에 폭탄 발언을 해버리고 가네.”

         

       시험 마지막 날.

       이 말을 즉.

         

       “우리 애들 시험 날이잖냐….”

         

       하필 걸려도 재수 없게 걸렸다며 이한의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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