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


   ​
   
   
   ​
   ​
   리안에게 큰 충격을 받게 된 앙쇼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다.
   ​
   ​
   ‘초심을 잃었었군.’
   ​
   ​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 이 없었던 탓일까? 처음 이 놀이를 시작했을 때 비하면 많이 게을러졌다. 
   ​
   ​
   ‘제대로 해야겠어.’
   ​
   ​
   앙쇼는 처음 이 놀이를 시작했을 때 처럼 좀 더 진지하게 움직이겠다 결심했다.
   ​
   ​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보 조사였다.
   ​
   ​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가능하면 약점까지도. 앙쇼는 오뚜기를 통해 받았던 기본 정보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원했다.
   ​
   ​
   정보를 얻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투기장에서 일하는 노예의 수는 매우 많았고 돈 몇푼에 입이 가벼워지는 놈들도 많았다. 그렇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
   ​
   앙쇼는 서류를 읽어내렸다.
   ​
   ​
   리안이 아이리스와 종일 방에서 노는 편이지만, 아예 방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종종 산책을 하기도하고 연무장에 나갈 때도 있었다.
   ​
   ​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난가 보군.’
   ​
   ​
   그가 방을 빠져나올 때마다 같은 층의 노예들은 몸을 움츠리고 슬슬 피한다는 내용을 읽어내리며 생각했다.
   ​
   ​
   ‘당당하던 태도도 실력에서 나온 건가?’
   ​
   ​
   그외의 잡다한 정보들이 많았다. 조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들이었다.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 
   ​
   ​
   ‘가장 중요한 건 반숙과 토토겐의 정보인데…’
   ​
   ​
   자존심 때문인지 둘 다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특히 반숙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도 제대로 뱉지 못했다. 
   ​
   ​
   ‘꼴을 봐선 금방 뒤질 것 같던데.’
   ​
   ​
   앙쇼는 머저리처럼 어버버거리던 반숙을 떠올리며 의자에 깊게 몸을 파묻었다.
   ​
   ​
   ‘뭐, 굳이 그 둘에게 듣지 않아도 입은 많으니까.’
   ​
   ​
   그리 생각하며 서류에 적힌 내용을 간략이 요약했다.
   ​
   ​
   리안이라는 노예가 동생을 굉장히 아낀다는 것과 생각보다 무력이 강하다는 것. 
   ​
   동생 몰래 칼을 들고 시비를 걸었던 노예의 방에 찾아가 무력 시위를 한 것으로 보아 순해 보이는 모습이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
   ​
   ‘차라리 동생 쪽을 노리는 게 더 쉽겠군.’
   ​
   ​
   리안은 강자인데다가 상황 파악까지 빠르다. 아무리 노예라고 해도 이런 자를 어떻게 쉽게 제압할 수 있을까?
   ​
   ​
   간단하다. 그 사람의 품을 파고들 수 있는 한 자루의 칼이 있으면 된다. 가령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같은 -… 
   ​
   ​
   마침 리안의 곁에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줄 이가 하나 있었다. 
   ​
   ​
   ‘흐으음, 이거 고민되네. 어느 쪽을 작업을 쳐도 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
   ​
   무서울 게 없는 강자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동생을 직접 헤치게 만드는 것이나,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오빠의 등을 찌르고 절망하는 노예를 보는 것이나 전부 재미있어 보였다.
   ​
   ​
   ‘동생 쪽을 공략하는 게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너무 쉬워 보이니 재미없을 것 같네.’
   ​
   ​
   리안에 비해 정신이 굉장히 무너진 듯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오빠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리스는 앙쇼가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인 안에 공략해 제 오빠를 칼로 찌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
   그에 비해 리안은 지금까지 접했던 어떤 노예보다 공략이 힘들어 보였다.
   ​
   ​
   원래 고인물은 고생을 사서 하는 법.
   ​
   ​
   뭣보다 이미 구겨졌던 자존심을 해결하기 위해선 리안을 공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앙쇼는 아이리스에 대한 공략을 포기하고 리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
   ​
   ‘무대, 그래…무대가 있어야겠어.’
   ​
   ​
   그는 눈을 감은 채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
   “좋아.”
   ​
   ​
   결단을 내렸으니 이제 움직일 시간이었다. 그는 곧바로 토토겐과 반숙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이들 중, 투기장 소속인 이들에게 리안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
   ​
   반숙과 토토겐 모두 리안과 함께 할 땐 최측근을 곁에 두거나 아무도 옆에 두지 않았기에 정보가 현저히 적었다. 그나마 들을 수 있던 정보는 두 사람이 겁에 질려했다거나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남아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
   ​
   앙쇼는 당연히 바닥에 뿌려진 피가 토토겐이나 반숙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자인 리안이 두 사람을 공격했고, 그 사실이 수치스러워 상처를 포션으로 치료하고 모든 사실을 숨기고 있다.
   ​
   ​
   그나마 내릴 수 있는 결론이 그 정도였다.
   ​
   ​
   설마 반숙과 토토겐이 리안을 공격했고, 리안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두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
   ​
   ..그 말이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앙쇼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
   “어떤 식으로 요리해볼까?”
   ​
   ​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방법들이 떠올랐다가 삭제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남은 계획 중 그나마 쓸만한 계획을 찾아냈다.
   ​
   ​
   “우선 -…여자 노예를 찾아야겠군.”
   ​
   ​
   ***
   ​
   ​
   “안녕?”
   “…?”
   ​
   ​
   리안과 함께 산책을 나선 아이리스의 앞에 처음 보는 노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 노예는 떨리는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곤 씩 웃으며 말했다.
   ​
   ​
   “아,안녕하세요.”
   ​
   ​
   말이 작게 떨렸지만, 이상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
   ​
   “안녕하세요.”
   ​
   ​
   리안은 선선히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굳이 적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 노예는 아이리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
   ​
   “지나가다가 한 번씩 본 적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혹시 괜찮다면 앞으로 인사라도 하지 않을래?”
   “아하하, 저희 애가 귀엽죠.”
   ​
   ​
   리안은 제 딸이 예쁘다는 얘기를 들은 아버지처럼 헤벌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수줍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
   ​
   리안이 무서워 잔뜩 굳어있던 여자 노예가 얼굴을 붉히며 리안의 미소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이리스의 미간이 구깃구깃하게 구겨졌다.
   ​
   ​
   “오빠…갈래.”
   “응?”
   “나, 화장실.”
   “헉? 그래? 알았어. 빨리 방으로 돌아가자.”
   ​
   ​
   아이리스의 말에 리안이 화들짝 놀라 몸을 틀었다. 여자 노예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
   ​
   “아,저..! 대답은…?”
   “오빠 나,급해.”
   “으아앗! 죄,죄송해요. 그, 답은 다음에..!”
   ​
   ​
   리안이 아이리스를 번쩍 안아 들고 우다다다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
   ​
   작은 헤프닝 -…이라 생각되었던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
   ​
   “안녕, 아이리스? 이번에 너무 많이 사버려서 그런데 혹시 이거 먹을래? 처치 곤란이야.”
   “아이리스, 좋은 아침.”
   “오늘도 귀엽다!”
   ​
   ​
   평소 아이리스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던 이들이 그녀에게 살갑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솔직히 아이리스는 다른 노예들이 자신을 욕하든, 칭찬하든 별 관심이 없었다. 
   ​
   ​
   “헉, 뭘 이런 걸 다. 감사히 잘 먹을게요.”
   “좋은 아침이네요,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저희 애가 한 귀여움 하죠.”
   ​
   ​
   문제는 별 같잖은 것들이 제 오빠를 보고 얼굴을 붉힌다는 데 있었다. 착한 제 오빠는 다가오는 이들을 쉽사리 밀어내지 못했다. 
   ​
   ​
   그 때문에 제 주제를 모르고 다가오는 이들이 많았다. 점차 그녀들의 눈동자가 아이리스가 아닌 리안을 향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아이리스의 감정은 매우 -…탁하게 가라앉았다.
   ​
   ​
   여자들이 떠나고 둘 만 남은 방 안, 아이리스가 대뜸 말했다.
   ​
   ​
   “오빠,싫어.”
   “….?!?!”
   ​
   ​
   아이리스의 한마디에 리안이 철푸덕 바닥에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쓰러졌다. 이내 리안은 두 손을 허공에 든 채 고장 난 로봇처럼 버벅거리며 말했다.
   ​
   ​
   “ㅇ,애,왜? 호호호혹시 오빠가 뭘 잘못한 게 이,있을까?”
   ​
   ​
   그 말에 아이리스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자 통통한 볼도 움찔거렸다. 상황과 맞지 않게 귀여운 모습에 리안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웃을 뻔했다.
   ​
   ​
   “여자 싫어.”
   “응?”
   “매일 오는…여자.”
   ​
   ​
   그제야 리안은 아이리스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
   ​
   “아아 -..매일 오는 다른 사람들?”
   “응.”
   “왜 싫은데?”
   “…싫어.”
   ​
   ​
   아이리스는 말로 불쾌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그저 싫다는 말만 뱉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도르륵 굴려 리안의 눈치를 봤다. 
   ​
   ​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
   ​
   만약, 리안이 아이리스보다 그 여자 노예들을 더 좋아한다면 그녀를 미워하게 될지도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아이리스는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
   ​
   작은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던 그때, 리안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
   “알았어. 아이리스가 불편하면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할게.”
   “…!”
   ​
   ​
   아이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품에 답싹 안겼다. 그가 벅찰 정도로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
   ​
   …그렇게 앙쇼의 첫 번째 계획은 너무나 쉽게 실패했다.
   ​
   ​
   “으득, 그럼 다음 계획을 실행해야겠군.”
   ​
   ​
   만들어 놓은 계획을 실행은커녕 1단계에서 넘어가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앙쇼는 크게 자존심이 긁혔다. 그는 밀어놓았던 좀 더 과감한 계획을 꺼내들었다.
   ​
   ​
   다음 날, 리안은 쥐수인에 의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당연히 저번에 만났던 손님이나, 새로운 손님을 만나러 갈 줄 알았던 리안이 도착한 곳은.
   ​
   ​
   “자, 오늘부터 네가 지낼 곳이다.”
   “…예?”
   
   ​
   아이리스와 함께 지내던 층보다 몇 층은 더 높은 새로운 층이었다. 아이리스와 리안은 찢어지게 되었다.
   ​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익명F님 후원 감사합니다! 연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
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오후 10시 30분에 한편 더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번 챕터도 이제 끝이 보이는군요!

제스와 만날일도 얼마 안남았네요. :3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리안에게 큰 충격을 받게 된 앙쇼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했다.

‘초심을 잃었었군.’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 이 없었던 탓일까? 처음 이 놀이를 시작했을 때 비하면 많이 게을러졌다.

‘제대로 해야겠어.’

앙쇼는 처음 이 놀이를 시작했을 때 처럼 좀 더 진지하게 움직이겠다 결심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보 조사였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가능하면 약점까지도. 앙쇼는 오뚜기를 통해 받았던 기본 정보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원했다.

정보를 얻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투기장에서 일하는 노예의 수는 매우 많았고 돈 몇푼에 입이 가벼워지는 놈들도 많았다. 그렇게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앙쇼는 서류를 읽어내렸다.

리안이 아이리스와 종일 방에서 노는 편이지만, 아예 방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종종 산책을 하기도하고 연무장에 나갈 때도 있었다.

‘생각보다 능력이 뛰어난가 보군.’

그가 방을 빠져나올 때마다 같은 층의 노예들은 몸을 움츠리고 슬슬 피한다는 내용을 읽어내리며 생각했다.

‘당당하던 태도도 실력에서 나온 건가?’

그외의 잡다한 정보들이 많았다. 조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용들이었다. 정보를 모으면 모을수록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가닥이 잡혔다.

‘가장 중요한 건 반숙과 토토겐의 정보인데…’

자존심 때문인지 둘 다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특히 반숙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도 제대로 뱉지 못했다.

‘꼴을 봐선 금방 뒤질 것 같던데.’

앙쇼는 머저리처럼 어버버거리던 반숙을 떠올리며 의자에 깊게 몸을 파묻었다.

‘뭐, 굳이 그 둘에게 듣지 않아도 입은 많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서류에 적힌 내용을 간략이 요약했다.

리안이라는 노예가 동생을 굉장히 아낀다는 것과 생각보다 무력이 강하다는 것.

동생 몰래 칼을 들고 시비를 걸었던 노예의 방에 찾아가 무력 시위를 한 것으로 보아 순해 보이는 모습이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것.

‘차라리 동생 쪽을 노리는 게 더 쉽겠군.’

리안은 강자인데다가 상황 파악까지 빠르다. 아무리 노예라고 해도 이런 자를 어떻게 쉽게 제압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 사람의 품을 파고들 수 있는 한 자루의 칼이 있으면 된다. 가령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 같은 -…

마침 리안의 곁에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줄 이가 하나 있었다.

‘흐으음, 이거 고민되네. 어느 쪽을 작업을 쳐도 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무서울 게 없는 강자가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동생을 직접 헤치게 만드는 것이나,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오빠의 등을 찌르고 절망하는 노예를 보는 것이나 전부 재미있어 보였다.

‘동생 쪽을 공략하는 게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너무 쉬워 보이니 재미없을 것 같네.’

리안에 비해 정신이 굉장히 무너진 듯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오빠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리스는 앙쇼가 마음만 먹는다면 일주인 안에 공략해 제 오빠를 칼로 찌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리안은 지금까지 접했던 어떤 노예보다 공략이 힘들어 보였다.

원래 고인물은 고생을 사서 하는 법.

뭣보다 이미 구겨졌던 자존심을 해결하기 위해선 리안을 공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앙쇼는 아이리스에 대한 공략을 포기하고 리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대, 그래…무대가 있어야겠어.’

그는 눈을 감은 채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좋아.”

결단을 내렸으니 이제 움직일 시간이었다. 그는 곧바로 토토겐과 반숙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이들 중, 투기장 소속인 이들에게 리안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반숙과 토토겐 모두 리안과 함께 할 땐 최측근을 곁에 두거나 아무도 옆에 두지 않았기에 정보가 현저히 적었다. 그나마 들을 수 있던 정보는 두 사람이 겁에 질려했다거나 바닥에 피가 흥건하게 남아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앙쇼는 당연히 바닥에 뿌려진 피가 토토겐이나 반숙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자인 리안이 두 사람을 공격했고, 그 사실이 수치스러워 상처를 포션으로 치료하고 모든 사실을 숨기고 있다.

그나마 내릴 수 있는 결론이 그 정도였다.

설마 반숙과 토토겐이 리안을 공격했고, 리안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두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는 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이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앙쇼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 요리해볼까?”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방법들이 떠올랐다가 삭제되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남은 계획 중 그나마 쓸만한 계획을 찾아냈다.

“우선 -…여자 노예를 찾아야겠군.”

***

“안녕?”

“…?”

리안과 함께 산책을 나선 아이리스의 앞에 처음 보는 노예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 노예는 떨리는 시선으로 리안을 바라보곤 씩 웃으며 말했다.

“아,안녕하세요.”

말이 작게 떨렸지만, 이상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리안은 선선히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굳이 적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 노예는 아이리스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

“지나가다가 한 번씩 본 적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 혹시 괜찮다면 앞으로 인사라도 하지 않을래?”

“아하하, 저희 애가 귀엽죠.”

리안은 제 딸이 예쁘다는 얘기를 들은 아버지처럼 헤벌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수줍게 웃는 것처럼 보였다.

리안이 무서워 잔뜩 굳어있던 여자 노예가 얼굴을 붉히며 리안의 미소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아이리스의 미간이 구깃구깃하게 구겨졌다.

“오빠…갈래.”

“응?”

“나, 화장실.”

“헉? 그래? 알았어. 빨리 방으로 돌아가자.”

아이리스의 말에 리안이 화들짝 놀라 몸을 틀었다. 여자 노예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 대답은…?”

“오빠 나,급해.”

“으아앗! 죄,죄송해요. 그, 답은 다음에..!”

리안이 아이리스를 번쩍 안아 들고 우다다다 방으로 달려가 버렸다.

작은 헤프닝 -…이라 생각되었던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안녕, 아이리스? 이번에 너무 많이 사버려서 그런데 혹시 이거 먹을래? 처치 곤란이야.”

“아이리스, 좋은 아침.”

“오늘도 귀엽다!”

평소 아이리스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던 이들이 그녀에게 살갑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솔직히 아이리스는 다른 노예들이 자신을 욕하든, 칭찬하든 별 관심이 없었다.

“헉, 뭘 이런 걸 다. 감사히 잘 먹을게요.”

“좋은 아침이네요,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저희 애가 한 귀여움 하죠.”

문제는 별 같잖은 것들이 제 오빠를 보고 얼굴을 붉힌다는 데 있었다. 착한 제 오빠는 다가오는 이들을 쉽사리 밀어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제 주제를 모르고 다가오는 이들이 많았다. 점차 그녀들의 눈동자가 아이리스가 아닌 리안을 향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아이리스의 감정은 매우 -…탁하게 가라앉았다.

여자들이 떠나고 둘 만 남은 방 안, 아이리스가 대뜸 말했다.

“오빠,싫어.”

“….?!?!”

아이리스의 한마디에 리안이 철푸덕 바닥에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쓰러졌다. 이내 리안은 두 손을 허공에 든 채 고장 난 로봇처럼 버벅거리며 말했다.

“ㅇ,애,왜? 호호호혹시 오빠가 뭘 잘못한 게 이,있을까?”

그 말에 아이리스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자 통통한 볼도 움찔거렸다. 상황과 맞지 않게 귀여운 모습에 리안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웃을 뻔했다.

“여자 싫어.”

“응?”

“매일 오는…여자.”

그제야 리안은 아이리스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아아 -..매일 오는 다른 사람들?”

“응.”

“왜 싫은데?”

“…싫어.”

아이리스는 말로 불쾌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 그저 싫다는 말만 뱉었다. 그러면서도 눈을 도르륵 굴려 리안의 눈치를 봤다.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만약, 리안이 아이리스보다 그 여자 노예들을 더 좋아한다면 그녀를 미워하게 될지도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아이리스는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작은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던 그때, 리안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아이리스가 불편하면 방문하지 말아 달라고 할게.”

“…!”

아이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리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품에 답싹 안겼다. 그가 벅찰 정도로 너무,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앙쇼의 첫 번째 계획은 너무나 쉽게 실패했다.

“으득, 그럼 다음 계획을 실행해야겠군.”

만들어 놓은 계획을 실행은커녕 1단계에서 넘어가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앙쇼는 크게 자존심이 긁혔다. 그는 밀어놓았던 좀 더 과감한 계획을 꺼내들었다.

다음 날, 리안은 쥐수인에 의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당연히 저번에 만났던 손님이나, 새로운 손님을 만나러 갈 줄 알았던 리안이 도착한 곳은.

“자, 오늘부터 네가 지낼 곳이다.”

“…예?”

아이리스와 함께 지내던 층보다 몇 층은 더 높은 새로운 층이었다. 아이리스와 리안은 찢어지게 되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