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

   그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방을 박차고 달렸다.

     

   아카데미 기숙사는 다름 아닌 도로시가 지내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린 끝에 아슬란이 도착한 아카데미 기숙사는 화마의 불길 속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몇몇 빠져나온 아이들이 화상으로 인해 앓고 있거나 엉엉 우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중에 도로시는 보이지 않았다.

   아슬란은 서둘러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이를 찾아 물었다.

     

   「저기요. 도로시, 도로시라는 애 못 봤습니까? 투명한 푸른 머리카락에 여자애인데!」

   「도, 도로시요? 그 낙제생?」

     

   그는 도로시를 아는 듯했지만,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한 아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저, 저 봤어요. 도로시가 저기 저 애와 저를 구해줬으니까.」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는 연기를 너무 들이마셔서인지 기절한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정작 도로시는 보이지 않았다.

     

   「도, 로시는요?」

   「다른 아이들을 더 구한다면서 안으로…….」

     

   그 말을 듣자마자 아슬란이 누가 말릴 틈도 없이 입구로 뛰어들었다.

   몸에 화염을 막을 수 있는 마법을 연거푸 건 그는 타오르는 불길 속을 내달렸다.

     

   보호 마법을 썼음에도 열기가 뜨겁다.

   이 불길, 일반적인 불이 아니다.

     

   ‘이거, 마법이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누군가 아카데미에 원한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카데미를 다니지 않은 아슬란은 그 사실에 관해 알 수 없었다.

   단지, 확실한 건 지금 찾아야 할 건 도로시였다.

     

   「도로시! 도로시, 어디 있어!」

     

   무너지는 잔해를 피해 아슬란이 필사적으로 도로시를 찾아 외쳤다.

   기초 마법도 이제 겨우 쓰던 녀석이다.

     

   이런 불길 속에서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1층을 다 뒤지고, 어느새 2층, 3층까지 달린 아슬란은 어째선가 저쪽에서 불길의 온도가 내려가 있음을 느꼈다.

     

   그걸 깨달은 아슬란이 몸을 틈과 함께 그 방향으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비켜!」

     

   무너져 있던 잔해를 마법으로 날려 버린 아슬란의 눈에 푸르른 머리카락이 비추었다.

   끝이 얼어붙어 흩날리고 있는 얼음 머리카락 사이, 푸른색의 투명한 얼음 같은 피부가 엿보였다.

     

   몸의 절반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소녀는 필사적으로 눈앞에 있는 화염의 마법진을 냉기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를 아슬란은 잘 알고 있었다.

     

   「도로시!」

     

   아슬란의 외침과 함께 도로시의 고개가 이쪽으로 향했다.

   아슬란과 마주친 그녀의 눈은 어느 때 보다 크게 변함과 함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아슬란?」

     

   왜 그가 여기에 있는지 몰라 당황한 도로시는 동시에 자기 모습을 깨닫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슬란은 그것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도로시는 일반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정령이었다.

     

   침식종은 사람에게 본능적인 반감을 들게 만든다.

   하물며 정령.

     

   이그리트 가문에서 정령이 어떤 취급이던가.

   최초의 정령사와 계약한 정령이 저지른 만행은 역사에 기록될 만큼 큰일이었다.

     

   그러니 이그리트 가문에게는 절대 금기시되는 것이 정령이었다.

     

   그 사실을 도로시 또한 모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를 속여온 죄책감과 여러 가지 생각들이 도로시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때.

   아슬란은 어느 때 보다 깊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로시가 무사했기 때문이다.

   아슬란은 그 즉시 도로시의 옆으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정령이든 뭐든 아슬란에게는 상관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되찾아준 도로시였으니까.

     

   「아슬란, 너 바보야?! 위험해! 당장 나가!」

     

   그런 아슬란을 보고 도로시가 당황한 음색을 토해냈다.

   지금 자기 모습이 어떻든 간에 도로시는 아슬란이 위험에 처하는 게 더 싫었다.

     

   하지만 그건 아슬란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해결하면 되는 거지.」

   「잠깐만 위험하다니까!」

   「도로시, 난 이그리트야.」

     

   아슬란은 마법진의 앞에 다가섰다.

   열기가 후욱하니 얼굴을 뜨겁게 달구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양손을 마주함과 함께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 속에서 빛나기 시작한 마법진들이 연이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법은 내 전문이잖아.」

     

   우스웠다.

   애저녁에 마법에 질렸던 자신이 마법의 전문이라고 말하는 꼴이 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마법진을 막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도로시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자신이 정령임을 알아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나서준 그의 모습에 그녀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졌다.

     

   「……아슬란, 난 정령이야. 나랑 같이 있는 모습을 보였다간 큰일 날 거야.」

     

   어쩌면 가문의 파문 수준으로 그칠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가문을 끔찍이 아끼는 염왕만큼은 절대로 아슬란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슬란의 두 눈은 변함없었다.

     

   「그래.」

     

   그저 무척이나 덤덤하게 그 모든 것을 감내할 만큼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아슬란의 그 진심을 전해 받은 도로시는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이번 방화를 일으킨 사람은 정령의 씨앗을 이용하여 저지른 방화야.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불길을 꺼트릴 수 없어. 물론 정령도 마법을 막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고.」

     

   뒷거래에 판매된 정령의 씨앗을 이용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마법.

   이 마법은 정령의 씨앗 속 정령의 힘을 강제로 개화시켜 터트리는 금단의 마법이었다.

     

   위력은 엄청나지만, 정령을 강제로 희생시켜 만드는 세계 침식에 가까운 정령 증폭 마법.

     

   당연히 이그리트 가문에서도 현재 그러한 마법을 사용하는 이들의 수사를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건 도로시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로시는 정령 중에서도 인간에 가까운 특이 케이스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진화해나가는 세계 침식 속에서 정령왕의 숲이 인간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개체였던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이해 못하는 일반적인 정령들과 달리 인간을 잘 알았다.

   진화 방향의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인간과 유사한 그녀는 당연히 인간에게 관심을 가졌다.

     

   특히 마법은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녀는 그러한 마법을 배우고자 정령왕의 숲에서 왜인지 죽어 있던 어린 마법사의 신분을 들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신분으로 사용한 도로시라는 어린 마법사는 정령 증폭 마법을 연구하는 집단과 관련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사건을 접하게 된 도로시는 그 집단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이그리트 가문의 수사에 걸려 테러를 감행한 것을 보고, 급히 막으려 한 것이었다.

     

   아슬란은 그제야 폭발 마법진 내부에 있는 불타고 있는 씨앗을 보았다.

   확실히 저곳에서 느껴지는 화염의 기운은 아슬란도 해석할 수 없는 기운이었다.

     

   「나는 정령의 힘을 억누를게.」

   「나는 마법을 해제하고.」

     

   도로시와 아슬란의 두 눈이 마주쳤다.

   서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둘 다 동시에 깨달은 것이다.

     

   두 사람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동시에 미소를 거닐었다.

   그리고 그 미소가 스친 즉시 도로시와 아슬란이 움직였다.

     

   도로시의 냉기가 정령의 화염을 강제로 찍어 눌렀다.

   그 사이 아슬란이 즉시 마법진 해제에 돌입했다.

     

   마법진의 기초는 폭발 마법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짜인 고도의 마법.

     

   방화범이 얼마나 마법에 미쳐 있는 미치광이인지 그 광기가 여실히 느껴졌다.

   기초 틀인 에테르부터 고대에 아카샤의 룬문자까지 터무니없이 높은 지식의 산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었다.

     

   ‘옘병, 또라이 같이 꼬아도 놓았군. 최소 5서클 마도사인 필로소푸스인가.’

     

   자신은 고작해야 3서클 마도사인 티오리쿠스에 지나지 않는다.

     

   마법진을 새겨 놓은 마도사와 2단계나 서클이 차이 나는 상황.

     

   어떻게든 이 마법을 실행시키겠다는 집념마저 느껴지는 복잡한 마법진이었다.

   오죽하면 아슬란은 보는 것만으로도 순간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두 눈과 손은 멈출 생각 없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도로시가 어째서 이 마법을 억누르고 있었는지 알았다.

   만약, 이게 터진다면 아카데미 기숙사는 물론이고 이 일대가 전부 날아갈 것이다.

   도로시는 그 사실을 알고 악착같이 마법진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슬란은 더더욱 신중하게 마법진을 해제해야만 했다.

     

   신속함과 정확 그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한 상황.

   삐끗하는 순간 끝장인 외줄 타기를 빠르게 달려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도로시의 냉기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든 잘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이미 자신이 왔을 때부터 무리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 증거로 도로시의 모습은 서서히 더 정령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얼음 사이로 뚝뚝 흘러내리는 물은 그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시간이 아슬하다.

   아슬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한동안 마법을 거의 등한시 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온갖 멋진 척은 다 한 주제에 마법진을 푸는데 이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 더 빨라야 해. 더, 확실하게.’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손과 눈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한계치까지 쏟아진 정신력이 온전히 마법진을 해제하기 위해 강제로 초집중 상태에 돌입했다.

     

   투둑, 툭-

     

   눈 안에 모여든 마나의 힘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 그의 눈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깜빡하지 않는 그의 눈동자는 멈출 줄을 몰랐다.

     

   ‘젠장.’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실력이 모자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슬란.」

     

   그런 그의 귀에 도로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 수 있어. 나 같은 바보도 가르칠 수 있는 너니까.」

     

   이제는 완전히 정령의 모습이 된 도로시가 더더욱 냉기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대단한 마도사니까.」

     

   자신을 믿어주는 이가 있다.

   그 사실 만으로 아슬란은 충분했다.

     

   아슬란의 붉은 눈이 어느 때 보다 밝게 빛났다.

   마치, 이날을 위해 마법을 배워온 양.

     

   그의 선명한 눈동자 속 손가락이 음률을 그리듯 움직였다.

   수십 개의 마법진이 연이어 그의 손끝에서 해제되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길은 더더욱 강해졌지만, 아슬란의 손은 계속해서 마법진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딱 하나.

   그 앞에 도착한 그 순간.

     

   그의 검지가 마법진 위에 닿았다.

     

   파삭!

     

   그 순간 마법진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화아아아악!

     

   주위를 가득 채운 불길이 일순간 연소 되어 사라졌다.

     

   투둑, 둑-

     

   타오른 건물 일부가 잿가루가 되어 무너지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그 속에서 아슬란은 볼 가를 타고 흘러내리는 핏물과 함께 숨을 천천히 몰아쉬고 있었다.

     

   아슬란의 두 눈이 옆으로 향했다.

     

   정확하고 빠른 해제를 위해 마나를 너무 사용한 탓일까.

   목소리조차 흘러나오지 않았고, 그의 눈앞은 흐릿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눈에는 도로시가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반투명한 얼음의 피부, 피부와 똑같이 얼음 수정이 박힌 것 같은 눈과 얼음으로 하나하나 세공한 듯한 푸른빛의 머리카락.

     

   그 아래 도로시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거닐어져 있었다.

     

   「아슬란!」

     

   지켰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아슬란의 의식이 아슬하게 끊기려는 그 순간.

     

   쿠궁!

     

   기숙사 전체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불길 탓에 결국 건물의 기둥들이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그 결과 기숙사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는 3층의 구석.

   빠져나가기에는 창문조차 너무 먼 상황이다.

     

   하물며 아슬란은 지금 한계에 도달해 마나 탈진 상태였다.

   손끝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아슬란은 도로시를 감싸고자 손을 뻗자 그보다 먼저 도로시가 아슬란을 감싸 안았다.

     

   콰과과과과광!

     

   그 순간 기숙사 건물이 무너져 내리며 새까만 잿가루와 연기를 휘날렸다.

   그 속에서 아슬란은 아래로 추락하는 감각과 함께 침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충격은 없었다.

   무너져 내린 건물의 잔해 사이 도로시가 주변을 얼어 붙이며 간신히 건물 잔해에 깔리는 것은 막은 것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음이었다.

     

   「뭐, 뭐야 저게.」

   「괴, 괴물, 괴물이야!」

   「정령이다! 정령이 있어!」

     

   아슬란은 정신없는 와중 여기저기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옴을 느꼈다.

   기숙사 앞쪽에 대피했던 아이들과 뒤늦게 화재 진압을 위해 왔던 마도사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의 눈 속에서 두려움과 적의와 같은 각종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

     

   「인질이다! 인질을 잡고 있어!」

     

   마도사들은 이 폭발을 진압해준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외쳐댔다.

   오해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아슬란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핏물을 토하지 않은 게 다행인 상황이었다.

   목소리가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슬란의 두 눈이 서둘러 도로시에게 향했다.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

   도로시가 여기 있다간 마도사의 표적이 되고 말 것이었다.

     

   도로시도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움직이는 것보다 먼저 불길이 휘몰아쳤다.

     

   「내 아들한테서 떨어져!」

     

   커다랗게 울린 목소리와 함께 불길이 순식간에 도로시를 덮쳐 왔다.

   도로시 또한 정령 증폭 마법을 억누르느라 진작 한계인 상태였다.

     

   당연하지만 그 불길을 피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아슬란과 도로시의 두 눈이 마주쳤다.

   그 짧은 순간 도로시는 천천히 웃었고, 아슬란의 두 눈은 커졌다.

     

   「안……!」

     

   쥐어짜듯 그 목소리가 간신히 터져 나온 그 순간.

     

   [ 아슬란, 고마웠어. ]

   

   

   

     

   머릿속에 울려 퍼진 목소리와 함께 도로시가 아슬란을 툭하니 밀쳤다.

   그리고 날아든 불길은 도로시를 집어삼켰다.

     

   불길 속 도로시는 일순간에 타들어 갔다.

   그녀가 견디기에는 너무 고위의 화염 마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아아!」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본 아슬란이 피를 토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곤 타오르는 도로시에게 달려들려 하자 그보다 먼저 아슬란의 팔을 낚아챈 이가 있다.

     

   「아슬란! 괜찮아. 이제 괜찮으니까!」

     

   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인 애가사였다.

   그녀는 금기를 손댄 마도사들을 수사 도중 아카데미의 방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쪽으로 온 것이었다.

     

   다행히 범인은 잡혔다.

   그 방화범은 다름 아닌 아카데미에서 일하던 교수였다.

     

   수사에 꼬리가 잡혔던 그는 결국 마지막으로 그 광기를 아카데미 기숙사에 표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애가사는 아슬란을 공격하는 듯한 정령을 보았고, 그 정령을 방화범이 준비한 또 다른 정령이라 판단.

   아슬란을 구하고자 그 즉시 정령을 전력으로 불태워 버렸다.

     

   그러나 애가사의 상황은 아슬란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었다.

     

   도로시가 타들어 간다.

   그것만이 그에게 문제였다.

     

   마지막에 자신을 밀치던 그 찰나, 그녀의 웃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도, 로시…….」

     

   그 이름을 부르짖음을 마지막으로 결국 마나 탈진을 이기지 못한 아슬란의 정신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날이 바로 아슬란이 망가진 날이었다.

     

   그러나 지금, 아슬란은 그런 도로시를 다시 만나고자 여기까지 왔다.

     

   지난날, 도로시를 되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삶의 의지를 놓고 자살을 택했던 자신이 한심했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그녀를 되살리기 위해 발버둥 쳤어야만 했다.

   자신은 도로시에게 구원받았는데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으려 했다는 것이 스스로를 향한 혐오감을 자아냈다.

     

   “그러니까.”

     

   아슬란은 물속에서 입술을 열며 환하게 빛나는 정령왕의 알을 향해 외쳤다.

     

   “도로시, 다시 만나자.”

     

   포기한 지난날을 몇 번이고 후회하고 속죄 할 테니까.

   다시금 만나자고 아슬란은 눈물을 삼키며 그리 외쳤다.

     

   아직 그날의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까.

     

   그 순간 호수 전체가 빛무리에 휩싸였다.

   환한 빛무리 속 아슬란이 감싸 안았던 정령왕의 알이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슬란이 알을 손에서 천천히 들어 올린 순간 그 빛무리들이 일제히 정령왕의 알로 모여들었다.

     

   사락-

     

   아슬란의 눈앞에 투명한 푸른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아슬란의 두 눈이 이제껏 중 가장 크게 떠졌다.

     

   물속을 부영하고 있는 소녀는 감겼던 눈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떠올렸다.

   그것을 본 아슬란이 호수 속에서도 흐른 눈물과 함께 천천히 웃었다.

     

   “도로시.”

   “아, 슬란?”

     

   아슬란의 팔이 뻗어지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시는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채 말이다.

     

   그녀와의 재회는 아슬란에게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크라슈가 떠올랐다.

     

   자신에게 은인인 그가 지금 자기 할아버지와 맞서고 있다.

     

   “도로시, 설명은 나중에 할게.”

     

   당장 나가야 한다.

     

     

   * * *

     

     

   채에에엥!

     

   울려 퍼지는 검명 속.

   크라슈는 바쁘게 눈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수십개의 불을 제 육감과 둔검으로 악착같이 쳐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앞에 무척이나 여유로워 보이는 아돌프가 있었다.

     

   천하십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돌프는 강했다.

   애초에 크라슈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아돌프가 진심으로 한다면 크라슈도 진작에 끝장났을 테니까.

   이건 아돌프가 진심으로 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 있었기에 맞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말이지.’

     

   크라슈는 날아든 불덩어리를 모조리 쳐냄과 함께 한차례 크게 물러섰다.

     

   ‘저 여유로운 태도는 사람 열받게 하네.’

     

   아슬란 녀석이 도로시를 부활시킬 수 있을 때까지 시간만 벌 작정이었지만.

   저 면상을 보니 생각을 한번 고쳐먹어야 할 거 같다.

     

   아슬란 녀석이 왜 아돌프를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했는지 알겠다.

   잠깐 상대한 자신도 이럴 지경인데 매일 시달린 아슬란도 당연하겠지.

     

   그러니 한 방 크게 먹여주고 싶어졌다.

     

   [ 크라슈. ]

     

   그 순간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정령이 살아났다. ]

     

   그리고 그것은 크라슈의 리미트를 돌파하는데 충분한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트위치에서 삽화 작업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
!!놀러 오실 분들은 트위치에 ‘무화꽃란’ 을 입력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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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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