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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EP.62

     

   푸욱!

     

   [‘한기의 마녀 Lv.4’를 처치하셨습니다.]

   [마녀를 영면에 들게 한 플레이어가 마녀의 능력치 중 일부를 흡수합니다.]

     

   박조철이 마녀의 심장에 칼을 꽂자 마녀의 심장에서부터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마녀의 베이스가 성녀라 그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자체적인 순수 방어력은 그리 높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랜든인가 하는 저 적색 기사가 마녀가 되었으면 훨씬 까다로웠겠군…’

     

   현재 랜든은 내가 펼친 초식과 마녀의 한기의 콜라보로 인해 마력의 막으로 봉인된 상태.

   그리 오랜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겠지만 저 마력 덩어리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꽤 많은 체력을 소모해야 할 것이 분명했다.

     

   띠링.

     

   [‘한기의 마녀’의 사냥에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소환의 반지’를 획득합니다.]

     

   —

   [소환의 반지]

   종류 : 보물

   랭크 : A+

   설명 : 마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다. 특정한 몬스터를 한정된 시간 동안 소환할 수 있다. 단, 소환물과 관련된 매개체가 필요하다.

   효과

   – 몬스터 소환 가능

   – 몬스터의 파편을 소지해야 함

   —

     

   나의 눈앞에 마녀 사냥에 대한 보상이 떠올랐다.

     

   하지만 물건을 차근차근 살피고 있을 정신 같은 건 없었다.

   마녀가 소멸하는 직후, 예상치 못하게 랜든을 붙잡아 뒀던 마력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니까.

     

   – 크하아아… 하아…!

     

   랜든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마력의 얼음 속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고개.

     

   그리고 그 시선이 남궁천호와 금린을 지나 결국 박조철에게 닿았을 때, 놈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인 씨… 저 친구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요.”

     

   그 모습을 본 남궁천호가 수인을 맺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그의 손에 거대한 열양지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남궁천호가 말했던 그의 궁극기.

   하지만 화염포가 명명하던 그것이 준비되기 직전 우리는 귀를 강렬하게 때리는 메시지 하나를 들을 수 있었다.

     

   띠링!

     

   [‘한기의 기사(랜든) Lv.5’가 마녀의 죽음으로 폭주합니다.]

     

   – 크하…아아…!!!

     

   얼음 안에서 괴성을 지르는 랜든의 비명이 점차 커져만 간다.

   서서히 초점을 잃어가는 그의 눈.

     

   —

   [한기의 기사(폭주) Lv.6]

   : 한기의 마녀에 의해 저주를 받은 기사. 마녀의 죽음에 의한 분노로 각성에 돌입했다.

   – 정보가 없습니다.

   —

     

   “조철 씨, 이쪽으로…!”

     

   갑작스러운 랜든의 변화에 나는 급하게 박조철을 불렀다.

   문제가 번거롭게 됐다. Lv.5의 랜든도 일대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는데 Lv.6이 된 상태라면……

     

   “천호 씨! 마력 아껴요! 일단 튑시다!”

     

   무슨 보물을 드랍하는지 정보도 없는 괴물.

   게다가 지금 우리 상태로는 감당하기 힘든 괴물을 보고도 덤벼든다면 그건 용감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다.

     

   하지만 완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각성까지 마친 괴물을 사냥했을 때, 얻을 보상은 그만한 가치를 할 터였다.

     

   일명 작전상 후퇴.

     

   나는 이제 거의 비몽사몽하고 있는 금린을 들쳐 업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굴 밖으로 몸을 날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을 무시한 채.

     

   쩌저적! 콰아아앙!

     

   ***

     

   죽음의 숲 동쪽.

     

   서쪽에 한기의 심장이라는 아티팩트가 있었듯, 동쪽에도 보물이 숨겨진 장소가 있었다.

   하지만 차이라면 ‘한기의 심장’과 같은 등급인 ‘열화의 호흡’은 허허벌판에 떡하니 제단과 함께 놓여 있었다는 점.

     

   아무리 숲에 가려진 장소였다고는 하나 한기의 심장보다 눈에 잘 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챙! 채채챙!

     

   그리고 보물이 있는 곳에 플레이어가 빠르게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

   참고로 그 플레이어 중에는 서세영의 일행이 있었고 그나마 그들은 보물을 늦게 발견한 탓에 그곳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멀리서 관망할 수 있었다.

     

   “……어인 아저씨. 제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자살행위다.”

   “안 들어 봤잖아요.”

   “지금 저거 몰래 빼돌리겠다는 생각 아니었나?”

     

   심드렁한 청린의 말에 한가민이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어떻게 알았어요? 어인들은 독심술도 해요?”

   “……네 동료한테 물어봐.”

     

   한가민의 물음에 청린이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고 그의 말에 따라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세영을 바라본다.

     

   “음… 가민이 너는 거짓말하는 연습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

     

   두 사람… 아니, 한 명의 여인과 한 명의 어인이 다시 사람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로브를 뒤집어쓴 채, 단검 등 다양한 암기를 던지는 사람들.

   그리고 그를 상대하는 불타는 인영 하나까지.

     

   띠링.

     

   [S급 보물 ‘열화의 호흡’을 발견하셨습니다.]

   [보물을 지키는 ‘가디언(데스)’을 발견하셨습니다.]

     

   —

   [열화의 기사(데스) Lv.5]

   : ‘열화의 호흡’에 의해 저주를 받은 기사. 저주를 받음으로서 숨겨진 잠재력을 각성했고 저주 이전의 상태보다 강한 마력을 소유하고 있다. 극도로 강해진 양기가 생기를 태우고 있다. 죽었다 살아나는 것이 아닌 한,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 사냥에 성공할 시, 보석이나 뱃지를 드랍합니다.

   —

     

   몬스터에 대한 설명과 양측의 복장을 보니 아마도 같은 편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를 원래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던 것처럼 검은 로브의 무리와 열화의 기사 사이에 동료애 따위는 볼 수 없었다.

     

   “끼어들 틈은 없을 것 같군.”

     

   청린의 말에 두 여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편끼리 치고받고 잘 싸우고 있는데 굳이 중간에 난입해서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내려진 결론은.

     

   “일단 돌아가죠.”

     

   지금 이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저 화염 괴물도 사람을 죽일수록 레벨업을 하는 모양인지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괴물의 눈에 들게 된다면……

     

   “지금 죽으면 진짜 개죽음이니까.”

     

   가진 보물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대가로 능력치마저 일부 감소한다.

     

   서세영의 말에 두 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죽음의 숲의 넓이를 생각하면 이곳과 비슷한 장소가 또 있을 터. 숲을 탐험하며 보물을 획득할 가능성을 높여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렇게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숲의 반대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열기가 서서히 사라지고 주변이 다시금 스산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보물 ‘열화의 호흡’과 조금 멀어졌다 싶은 순간, 청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넌지시 말을 던졌다.

     

   “아까보다 기온이 많이 떨어진 것 같지 않나?”

   “불꽃 괴물 옆에 있다가 멀어져서 그런 거 아니에요?”

     

   그의 말에 그럴 수도 있지 않냐는 듯, 반문하는 한가민.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도 청린은 심각한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아니… 어인들은 대기의 온도에 아주 민감하다. 약간의 온도차로 동면에 들어 버릴지도 모르는 종족이 어떻게 그런 것을 착각하겠는가. 지금 이곳에 뭔가 변화가……”

     

   쩌저적…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숲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소리가 그들의 귀에 포착됐다.

     

   “인간, 방금 그 소리 못 들었나?”

     

   갑작스러운 균열 소리에 걸음을 멈춘 세 사람이 혹시나 이어질 소리가 있을까 생각하며 귀를 기울인다.

     

   숲 한가운데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라니……

   땅이 갈라지는 것도 아니고 나무가 쪼개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이 북극이나 남극처럼 빙하 지형도 아닌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차아아아앙!!!

     

   “뭐,뭐야 저거!!!”

   “도대체……?”

     

   그들이 향하던 숲의 중심에서 나무는 아득히 압살할 만한 가공할 크기의 빙벽이 세워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기현상. 하지만 그들이 당황한 데에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등장이 크게 한몫을 했다.

     

   “으아아아악!!!”

   “시인 씨! 그냥 그 꼬맹이 버립시다! 잠만 처자네!”

     

   선두에서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며 질주하고 있는 남궁천호와 박조철.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김시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시인의 등에 업혀 잠들어 있는…

     

   “왕이시여!”

     

   금린의 모습에 청린의 눈이 매섭게 변화한다.

   인간들이 감히 어인의 왕을 해한 것인가 하는 의심. 하지만 그것은 이어진 김시인의 외침에 의해 순식간에 깨어지고 말았다.

     

   “뒤돌아서 달려어어어!!!”

     

   그의 얼굴이 저렇게까지 심각했던 적은 스카이 게임즈에서 튜토리얼 괴물을 마주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힘이 생기며 언제나 침착하게 행동하며 완벽에 가까운 판단을 보며준 그.

     

   하지만 그런 김시인이었기에 그의 말에는 오묘한 힘이 있었다.

     

   “가민아! 뛰어! 청린 씨도!”

   “네!”

   “뭣…?”

     

   서세영이 그대로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한가민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몸을 날렸다.

     

   아직 눈치가 없는 것은 청린 뿐.

   그리고 그 또한 총 다섯 명의 인간이 자신을 무시한 채, 뛰기 시작하자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게 무슨……”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시야에 어두운 숲 너머가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빙산氷山. 그리고 그 앞에서 눈을 까뒤집은 채, 미친 듯이 달리고 있는 적색 기사까지.

     

   “가…! 같이 가세!”

     

   어인의 체면? 전사의 용기?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청린은 탑에 오른 이후로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경쟁전에서는 사망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린 채.

     

   ***

     

   “아저씨! 도대체 저거 뭐예요?!”

   “여기 보스!”

     

   한가민의 말에 나는 최대한 담백하게 나의 생각을 말했다.

     

   저건 확실히 보스가 맞다. Lv.5 였을 당시만 해도 ‘아, 그래도 이 정도면 비벼볼 만하다.’라고 생각했는데 레벨업을 한 이후로는 내 전력으로는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칼이 먹혀야 사냥하든 말든 하지!’

     

   저 정도까지 갔다면 최소한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애초에 땅에 발을 디디지도 않고 드래X볼의 무공술 마냥 하늘을 슝하고 날아오는데 저게 어떻게 인간이란 말인가.

     

   “보물 다 모은 사람만이라도 귀환하시죠!”

     

   이번에는 남궁천호.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청린에게서 튀어나왔다.

     

   “방금 해봤는데 안 되네!”

     

   [전투 중입니다! 전투가 끝난 뒤, 임무를 완료해 주십시오!]

     

   “이런 배신자!”

     

   청린의 말에 한가민이 짧게 투덜거렸다.

     

   덕분에 보물 5개를 모아놨어도 전투 중에는 로비로 귀환이 불가하다는 정보를 얻은 상황.

   하지만 고맙지는 않았다. 어차피 사망하면 보물을 잃고 능력치에도 일부 손실이 생기는데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에 기뻐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완벽하게 망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아저씨! 저 한 번만 믿어볼래요?!”

     

   한가민의 번뜩이는 외침에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뭔지는 몰라도 해 봐!”

     

   그녀의 말에 나는 곧장 고개를 긍정으로 답했다.

   어차피 지금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 죽는다.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우리의 체력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으니.

     

   “따라와요!”

     

   한가민이 앞장서자 서세영과 청린의 표정에 미묘한 희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이 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얼굴이 뜨거워…?’

     

   등은 차갑고 얼굴은 뜨겁다.

   마치 야외 캠핑을 하며 모닥불에 불멍을 하던 때처럼.

     

   그리고 결국 도착하게 된 널따란 공터.

     

   우리는 그곳에서 검정 로브를 입은 플레이어를 태워죽이고 있는 불타는 괴물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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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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