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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 전투 능력 ]

       

       원소 계열 1 : 얼음

       

       – 원소 화력(B)

       – 원소 효율(B)

       – 원소 시너지(B-)

       

       원소 계열 2 (잠김)

       

       

       나는 이안 페어리테일이 아니다. 요새 새삼스레 깨달은 사실이다.

        

       처음엔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플레이했던 기억을 되살려 계획을 짰지만.

        

       아이작이란 체질에 익숙해져 가고, 시나리오 흐름을 따라가 보니 생각이 점점 바뀌게 되었다. 특히 서리의 시련이 결정적인 계기였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나는 이안 페어리테일로서의 공략법을 따라선 안 되는 처지였다.

        

       예를 들어 무기술. 이안은 어릴 적부터 무기술을 부단히 익혀왔다. 덕분에 각 원소 속성 최종 무기를 발군으로 다룰 수 있었지.

        

       하지만 나는 태생적 최약체인 아이작. 마법 단련과 신체 단련에만 치중해도 벅찬데.

       

       현실적으로 악신이 부활하기 전까지 무기술까지 익힐 겨를은 없었다.

         

       즉, 내 능력치를 마법에만 특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었다.

       

       또한, 부족한 전력은 사역마 강화에 좀 더 힘을 쏟아 보강하는 편이 나을 테고.

       

       아무튼 아이작이란 신체에 걸맞은 계획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얘기다.

       

        

       ‘오늘은 가능하냐?’

        

        

       하위권 기숙사 도리스관. 아침 햇볕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매일 아침마다 빙설룡-힐드를 소환하려고 노력했지만 매번 실패만 반복해왔지.

        

       하지만 [원소 효율] 등급이 B-급에서 B급으로 오른 지금은, 어쩌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8성급 사역마, 빙설룡-힐드를 아주 작은 형태로 상상하고.

        

       소환을 시도했다.

        

        

       화아아아.

        

        

       왼쪽 손목에 빙설룡-힐드의 소환진이 나타나 연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장벽 같은 것에 가로막혀 빙설룡이 나오려 하질 않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구멍. 그 장벽에 조그마한 틈새라도 만들어낸다면 어떻게든 끄집어낼 수 있으리라.

        

        

       ‘제발, 돼라…!’

        

       

       망치로 두들기듯 장벽을 깨부순다. 그러한 이미지를 상상하며 빙설룡이 나올 구멍을 만들어내고자 마력 운용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이윽고.

       

       마치 콘크리트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려 공기가 새어 나가듯, 뭔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는 빙설룡 소환에 성공했음을 짐작했다.

        

        

       우우우웅.

       

          

       소환진으로부터 미약한 연푸른빛 구체가 떠올랐다. 마치 발광하는 반딧불이 같았다.

        

       그것이 빙설룡-힐드라는 사실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 빙설룡-힐드 ]

       

       Lv : (1)

       종족 : 마수

       속성 : 얼음

       위험도 : X

       심리 : [ 당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안도하고 있습니다. ]

        

        

       드디어, 드디어 됐다…!

        

       양손을 받침대처럼 올려 빙설룡을 받쳤다. 구체형 빛은 민들레 씨앗처럼 아무런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힐드, 내 말 들려?”

       […들리는구나.]

        

        

       내 머릿속에서 빙설룡의 고아한 목소리가 울렸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아가씨 같은 목소리였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빙설룡의 질문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전해야 했다. 설령 내 말이 녀석에게 정신적 타격을 주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보다 먼저, 꼭 해야 할 말이 있는데.”

        

        

       각오를 되새기며, 나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

       “날 빙제라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고. 그냥 마족한테만 좀 셀 뿐인 별종이지.”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해봤자 이해시킬 수 없을 테니.

        

       [멸악자] 특성은 내가 별종이라는 이야기로 대충 넘기기로 했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 네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어서.”

        

        

       빙제의 환생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나는 평범한 태생적 최약체, 아이작일 뿐이고.

        

       빙설룡은 가만히 침묵했다. 단순히 작은 빛 덩어리라서 표정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을 속으로 골똘히 곱씹는 중인 것 같았다.

        

       나는 그 작은 빛 덩어리가 말문을 열길, 조용히 기다렸다.

        

        

       […너는 빙제다. 빙제가 맞다.]

        

        

       조금 뒤, 빙설룡은 확신에 찬 어조로 내 말을 부정했다.

        

        

       [너는 빙제의 영혼을 타고난 자. 엄밀히 따지자면, 네가 천 년 전의 빙제가 아니란 건 당연한 사실이다. 환생한 자를 전생의 인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순 없으니.]

        

        

       빙설룡은 조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듯,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아무리 부정하더라도 나는 알 수 있다. 내 안목을 무시하지 말거라.]

       “…진짜 아니라니까.”

       [너는 빙제다.]

       “아니야.”

       [너는 빙제다.]

       “진짜 아니다.”

       [너는 빙제….]

       “아니라….”

       [허미, 싯펄. 내가 빙제라 했으면 빙제인 것을. 그냥 좀 알아 쳐 듣거라.]

       “……!”

        

        

       대뜸 구수한 할머니 말투가 들려오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싯펄. 아니라고.

        

        

       [그리고 너는, 내 이름을 알고 있지 않았느냐?]

       “아니, 그건….”

        

        

       서리의 시련 동굴에서 힐드의 이름을 불렀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는 서리낫의 냉기에 적응하느라 머리가 안 돌아가서 얼떨결에 이름을 부르게 된 것뿐이었다.

        

       아무튼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구나.

       

       그래서 뭐라 대답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자 빙설룡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됐다. 마족 한정으로 강해지는 특이체질은 처음 듣는구나. 평소엔 원래 이리도 약한 것이냐?]

       “그렇긴 한데, 직설적으로 약하다고 하진….”

       [요컨대! 널 천 년 전의 빙제가 아닌, 지금의 너 자신으로 봐달란 얘기가 아니더냐?]

        

        

       내 대답을 끊고 대화 내용을 정리하는 빙설룡.

       

       녀석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나를 빙제의 환생이라 못 박고 갈 생각인 듯 보였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이제 넌 그때의 빙제가 아니게 되었으니.]

       

       

       말을 이어가는 빙설룡.

       

       

       [설령 네가 진짜로 전생에 빙제가 아니었다고 한들, 나는 내 의지대로 네 그릇을 가늠하고 주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니 헛된 고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그러냐.”

        

        

       빙설룡-힐드와 계약을 해제할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빙설룡은 애당초 그럴 생각이 없었던 듯했다.

        

       어째 맥이 빠진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렇게 된다면, 나는 그저 아이작으로서 빙설룡을 대하면 될 일이었으니.

       

       나야 좋지, 뭐.

        

        

       “내 이름, 아이작이야. 나랑 계약해 줘서 고맙다.”

       [나야말…, 흠흠. 고맙다면 언젠간 내 몸을 마음껏 쓰다듬어 줘도, 상관없다만.]

        

        

       빙설룡 또한 한 마리의 마수이니, 주인의 손길을 그리워했던 모양이었다.

        

       빙설룡을 제대로 소환할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질리도록 쓰다듬어줘야겠다.

        

        

        

       ……

        

        

        

       등록금을 마련하고 마부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체계적인 지출 계획을 잡고 단련에 집중했다.

        

       체력단련실에서 방학 동안 남아 있던 기사학부 학생들과 함께 웃통 벗고 쇠질을 했고.

        

       훈련장에 가서는 온갖 원소 기구들을 상대로 마법을 단련하거나, 마물 환상들과 겨루어 전투 능력을 기르기도 했다.

       

       하루 단련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몸으로 기숙사에 돌아가면, 씻고 나서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

       

       한동안 공부한 뒤엔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그리 일과를 소화하다 보니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갔고.

       

       학생들은 점점 아카데미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기 나흘 전. 오르핀관 게시판에 기다리고 있던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마법학부 1학년 2학기 기숙사 배정]

       .

       .

       .

       [아이작 – 브릭스관]

        

        

       내가 지낼 곳이 메르헨 아카데미 기숙사 4곳 중 중하위권 기숙사, 브릭스관으로 격상되었다. 1학기 성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드디어 비좁은 도리스관 탈출이다!

        

        

       “예쓰!”

        

        

       주먹 쥔 팔을 거세게 휘두르며 기쁨에 잠겼다. 복도를 걷던 몇몇 학생들이 날 쳐다봤으나, 나는 개의치 않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르핀관을 나섰다.

        

       도리스관에 이르고서 짐을 정리했다. 고시 생활 신림동 3평짜리 원룸을 연상케 했던 도리스관이 내 짐을 싹 빼놓으니 조금 넓어…보이진 않네. 역시 좁아.

        

       아무튼, 허전해졌다.

        

        

       “…….”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 빙의된 날로부터 지금까지 내 의식주 중 ‘주’를 담당했던 공간.

       

       은근한 북받침을 느끼면서, 나는 도리스관과 작별 인사를 했다. 잘 있어라.

        

       중하위권 기숙사, 브릭스관으로 향했다. 건물 크기는 도리스관과 비교조차 안 될 만큼 높고 넓은 편이었다.

        

       브릭스관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내 방을 찾아갔다.

        

       방 크기는 약 20평 정도 되었다. 발코니도 있고, 얼음 속성 주문서로 작동되는 냉장고도 있었다.

       

       조오올라 좋았다. 도리스관에서의 추억이 곧바로 잊혀졌다.

        

        

       “이든, 그건 저쪽에 놔줘.”

       [꾸웅!]

        

        

       나는 방에 짐을 쌓아 놓은 뒤, 이든과 함께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어쩔 수 없잖아, 넌.”

        

        

       빙설룡-힐드는 연푸른빛 작은 구체 형태로 허공을 떠다녔다. 녀석의 육신이 없는 건 순전히 내가 약한 탓인데, 뭘 사과하고 앉았냐.

        

       짐을 다 풀고 방을 정리한 뒤, 나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았고.

        

       이든은 땀도 안 나면서 옆에서 내 동작을 따라 했다. 왜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귀여우니 됐다.

        

        

        

       ……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길은 청량하나, 여름날의 끈적이는 공기는 영 거부감만 느끼게 한다.

        

       하지만 2학기 첫 수행평가가 시작될 때쯤이면 여름이 끝나고, 초가을에 접어들 무렵일 것이다.

        

       마침내 여름방학이 끝나니 귀가했던 학생들이 돌아왔고, 한산했던 아카데미 거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티 없이 맑은 하늘이 청아한 푸른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아카데미 광장에선 마법학부 개학식이 진행되었다.

        

       현재 마법학부 1학년 인원수는 총 290명. 저번 학기와 달리 10명이 빠졌다. 기숙사 배정 공지사항을 보고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 낙제생들이겠지. 아, 자퇴생도 있는지 모르겠다. 저번 학기를 고려해 본다면, 자기 안위를 위해 자퇴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

       

       잠시 뒤, 개학식이 끝나고.

        

        

       “각자 임시 반으로 이동해라.”

        

        

       오랜만에 보는 은발의 성인 남성,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가 학생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됐으니 마력량 측정과 반 배정 평가를 새롭게 진행할 것이다. 오늘은 곧바로 마력량 측정에 들어가겠지.

        

       나는 오르핀관 임시 2반으로 이동했다. 계단식 강의실에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지인이라곤 에이미 할로웨이와 시엘 카르네다스뿐이었다. 나는 에이미와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시엘하고는 눈만 잠깐 마주쳤다.

        

       시엘은 여전히 내가 학기말 평가 때 줬던 베개를 꼭 끌어안은 채였다.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 시엘 카르네다스 ]

       심리 : [ 당신에게 호의와 경계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

        

        

       “……?”

        

        

       저 양립되기 힘든 감정들은 뭐냐?

        

       학기말 평가 때의 기억 때문일까. 일단, 시엘에게 다가가는 건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나도 쟤만 보면 이리저리 굴렀던 기억밖에 안 떠오르니까.

        

       나는 대충 중간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윽고 페르난도 프로스트 교수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여담이지만 이안은 임시 4반에서 필립 멜트런 교수를 맞이했을 것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단상 앞에 멈춰 서고는 “다들 예상했겠지만.”으로 운을 뗐다.

        

        

       “저번 학기와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마력량을 측정하겠다. 용도는 저번 학기와 같다. 그리고 사흘 뒤, 반 배정 평가를 치를 예정이다. 너희들의 지난 1학기와 여름방학의 성과를, 이번 기회에 여실히 드러내 보이거라.”

        

        

       역시 여느 때처럼 담백하게 말하는 페르난도 교수.

       

       학생들은 저마다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훈련장으로 이동하지.”

        

        

       마법학부 1학년생은 전원 1학기 마력량 측정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1학년생들에게 조교들이 악력기처럼 생긴 마력 측정기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페르난도 교수의 조교, 마르코는 시체 같은 낯빛으로 “그어어억.”거리며 내게 마력 측정기를 건네주었다. 여름방학 동안에도 얼마나 잠을 못 잔 것인지…. 절로 안타까운 심정이 들고 만다.

        

        

       “그럼 각 반, 낮은 번호부터 순서대로 다섯 명씩 나오거라.”

        

        

       페르난도 교수의 지시와 함께 마력량 측정이 시작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유독 눈에 띄는 녀석들은 저번 학기와 동일했다.

        

        

       “하! 이번에도 이 몸의 강, 대, 한, 마나를 주체할 수 없었는가.”

        

        

       [ 트리스탄 험프레이 ]

       

       Lv : 80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위험도 : X

       심리 : [ 당신에게 자기 강인함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

        

        

       트리스탄 험프레이, 마력량 B급.

        

        

       [ 마테오 조르다나 ]

       

       Lv : 83

       종족 : 인간

       속성 : 바위

       위험도 : X

       심리 : [ 자신이 좀 더 강해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

        

        

       마테오 조르다나, 마력량 B급.

        

        

       [ 카야 아스트레앙 ]

       

       Lv : 99

       종족 : 인간

       속성 : 바람, 얼음, 식물

       위험도 : X

       심리 : [ 여름방학 집중 훈련의 성과가 나와 기뻐하고 있습니다. ]

        

        

       카야 아스트레앙, 마력량 A-급.

        

        

       [ 시엘 카르네다스 ]

        

       Lv : 95

       종족 : 인간

       속성 : 불, 물

       위험도 : X

       심리 : [ 어서 낮잠을 자고 싶어 합니다. ]

        

        

       시엘 카르네다스, 마력량 B+급.

        

        

       [ 이안 페어리테일 ]

        

       Lv : 64

       종족 : 인간

       속성 : 빛, 불

       위험도 : X

       심리 : [ 좀 더 강해진 기분을 느껴 뿌듯해하고 있습니다. ]

        

        

       이안 페어리테일, 마력량 C급.

        

        

       “…….”

        

        

       [ 루체 엘타니아 ]

        

       Lv : 151

       종족 : 인간

       속성 : 물, 번개

       위험도 : X

       심리 : [ 당신과 온종일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

        

        

       루체의 마력량 측정 결과가 나오자, 페르난도 교수는 당황한 눈치였다.

       

       당연하다. 루체는 이미 1학년 중에선 아득한 너머의 경지로 가버렸으니까.

        

        

       “루체 엘타니아…, 너는 마력량 측정 불가다. 최소 S급 이상이라 보면 된다. 좀 더 엄밀한 계측이 필요하겠군.”

        

        

       페르난도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경악했다. 그러나 루체는 관심없다는 듯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저런 말을 듣는 와중에도 내 생각만 줄창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마력량 측정 불가는 S급 이상이라는 의미다.

        

       저번 학기에만 마력량 A+급으로 나와서 학생들을 놀라게 했던 루체가.

        

       고작 한 학기만에 S급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는 사실은, 앞뒤 사정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라면 놀랄 만한 일이긴 했다.

        

       마력량을 측정할 때 S급 이상부터는 등급이 세분화된다. S-급, S급, S+급, SS-급…. 이런 순서로 최대 SSS+급까지 있다. 루체는 그 등급으로 따져볼 경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참고로 도로시 하트노바는 SSS-급, 앨리스 캐럴은 SS+급, 번개의 원왕 자울 드래고니악은 SSS+급 정도 될 것이다. 그 모든 세부적인 등급은 상태창에선 S급으로 퉁 친다.

       

       그리고 레벨 200에 도달하면 최대 등급인 EX급까지 능력치를 돌파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내가 [허구지옥]에서 레벨 200, 능력치 EX급 찍고 9성급 패시브 스킬 [빙제]를 얻었던 게 다 그런 연유다.

        

        

       “다음.”

        

        

       내 차례가 왔다.

        

       다른 학생들과 함께 일렬로 정렬한 뒤, 마력 측정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곧 페르난도 교수가 “시작해라!”라고 외치자, 나는 측정기에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 상 태 ]

       

       이름 : 아이작

       Lv : 68

       성별 : 남

       학년 : 1

       칭호 : 학사 생활에 적응한 1학년

       마력량 : 5200 / 5200

       – 마력 회복 속도(C+)

       

       

       [신체 단련 효율]로 체력을 많이 증가시킨 덕분에, 여름방학 동안 평소보다 더욱 밀도 높은 단련을 해낼 수 있었다. 덕분에 레벨 증가 속도가 빨라져, 내 레벨은 68에 이르렀다.

        

       1학기 때보다 마력을 제어하기 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나 잔흔이 비죽비죽 흘러나오긴 했지만,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량 측정이 끝났다. 페르난도 교수는 내 것을 포함한 학생들의 마력 측정기를 염동력으로 가져와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26번, C-급. 27번, C급. 28번, C급, 29번, C-급. 30번…, C+급.”

       

       

       페르난도 교수는 내 번호인 30번을 부를 때 뜸을 들였다. 그 나름대로 놀란 눈치였다.

       

       당연했다. 마력량 E급은 기억하지 못할래야 못할 수가 없을 테니.

        

       

       내 마력량은 C+급으로 책정됐다.

        

       지난 1학기 동안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학부 내에서 나는 안 좋은 쪽으로 유명했다. 마력량 E급의 D 클래스 평민. 마법적으로도, 신분적으로도 최하위 중 최하위.

       

       그걸 인성 개빻은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은 사골 국물처럼 우려 먹으며 나를 모질게 대했고, 폄하했지.

        

        

       “야, E급에서… 한 학기만에 C+급이 되는 게 가능해?”

       “뭔가 잘못된 거 아냐…? 측정기가 고장 났다든지. 이안은 특별하다니까 그렇다 쳐도, 아이작 쟤는 그냥 평범한 애잖아.”

       “1학기 때 5성급 마법 썼던 거 기억 안 나냐? 저거, 미친 듯이 노력했을 게 뻔하잖아. 나는 좀 달라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작인데? 마력량 E급의 D 클래스였던….”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열등생이자 마력량 E급이었던 내가 급성장을 이룬 까닭인지.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뭇 달라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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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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