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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후두두둑!

       

       지하 연구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제법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보안키. 유사시를 대비해 존재하는 그것은 애당초 보유하는 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극히 적다.

       

       그렇다면.

       

       “너, 너는 누구냐?!”

       

       저 남자는 누구란 말인가.

       

       약간은 앳된 인상의 불청객에게 경비병이 크게 소리쳤다.

       

       “나? 임혜성.”

       “…….”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 그런 의문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침입자는 강하다. 당장 히어로 아카데미의 수많은 초능력자 중에서도 수위에 들 정도로 강력한 놈이다. 경비병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경비병은 눈 앞이 깜깜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들이 Z등급 히어로, 즉 랭커인 한유리를 출혈 없이 이송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그룹의 오너 일가 중 우두머리에 가장 가까운 남자, 한석구의 어마어마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구소 직원들에게 예기치 못한 적의 난입은 재앙이었다. 그들 둘이서는 감히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재앙.

       

       ‘위험…… 하다.’

       

       쨍그랑!

       

       웨에에에에엥-!

       

       경비병 사내는 곧장 초소 한켠에 자리한 비상 버튼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보호용 유리가 곧장 부서지며 파편이 손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사내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여기엔 사람이 얼마나 있지?”

       “……말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고수하는 저 불청객 덕분이었다.

       

       스스로를 ‘임혜성’이라 밝힌 남자. 그의 몸 주변엔 황금빛 광채가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신성력’이라는 걸까.

       

       꿀꺽.

       

       그가 최근 말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승천전의 신예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 수 없었다.

       

       * * *

       

       웨에에에엥-!

       

       사이렌이 시끄럽게 지하 전체를 울렸다.

       

       철컥!

       

       “투항해라. 그렇지 않는다면 곧장 발포하겠다!”

       “무릎 꿇어! 최초이자 최후의 경고다!”

       

       두 경비의 서슬퍼런 경고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생각해봐라. 이제야 항복할 것이면 굳이 이런 루트를 고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너희들 덕분에 제법 시간을 낭비했어.”

       “……무슨 소리냐?”

       “무서운 놈들. 설마하니 입구를 근처 공원의 공중화장실, 그것도 여성칸에 만들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쩌저적, 얼어 붙은 두 사내의 모습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보나마나 여기선 ‘그, 그걸 어떻게!’ 같은 대사가 나오겠지?

       

       “현상거절.”

       

       헌데 그건 내 착각인 모양이다.

       

       “죽어라!”

       

       [ ……탄환의 운동 에너지를 거절한다. 또한, 저들의 호흡을 거절한다. ]

       

       탕! 탕탕!

       

       이런 미친 것들. 설마하니 곧장 총을 쏠 줄은 몰랐는데.

       

       투두둑.

       

       “커허억!”

       “끄으으읍!”

       

       털썩.

       

       곧장 허공을 비행하던 총알이 땅으로 추락한다. 거기에 더해 연구소 출입구를 방어하던 사내들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저벅저벅.

       

       땅바닥을 나뒹구는 놈들을 지나친 나는 커다란 비밀 연구소 입구로 향했다. 이런 지하에 있는 시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번듯한 외형이다. 

       

       우선 회백색의 외벽이 눈에 밟힌다. 그리고 출입구 쯤으로 여겨지는 셔터가 보였다.

       

       ‘저것도 특수 소재인가?’

       

       척 보기에도 거대하고, 견고함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니 이제 도대체 일성이 어떻게 이런 시설을 건설한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어쩌면…… 아카데미 설립 이전, 혹은 건설 도중에 세워진 시설일 수도.”

       

       혼잣말을 중얼거린 나는 척, 셔터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일단 보여지는 규모로 보건대, 이 안에 어떤 것들이 있을 지는 상상이 잘 안 간다. 이런 어마어마한 비밀 연구소에 경비가 고작 둘 뿐일 리가 없었으니, 아마 꽤나 격렬한 전투가 예상됐다.

       

       “……지원 없는 단독 작전이라.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대강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그제야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안젤리카의 신성력 덕분에 지하로의 진입로를 찾아낸 것은 좋았다. 학생회 건물 인근의 공원, 그곳의 공중화장실에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문제는 우리에게 지하로 내려갈 수단이 없었다는 것. 따라서 나는 온몸에 안젤리카의 ‘축복’을 휘감고 무식한 방법을 동원했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하는 법. 내가 가진 <현상거절>을 통해 지각을 밀어내며 낙하한 것이다.

       

       이 모험에 안젤리카, 송수아를 대동할 수는 없었다. 그녀들은 유사시 나를 구출해야한다. 어차피 전투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 차라리 그러는 편이 이치에 맞다 여겨졌다.

       

       “슬슬 가볼까.”

       

       시선을 돌리니 안젤리카가 비추는 ‘빛의 길’이 아직도 선명히 보인다. 그 빛은 저 깊은 연구소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스윽.

       

       오른팔을 들어올린 나는 이내 굳게 닫힌 셔터를 향해서 손바닥을 내밀었다.

       

       평상시에 숨쉬듯 발동 중인 ‘기습’과 ‘공격’의 거절이 발동되어 있으니 불의의 기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현상거절.”

       

       다시 한번, 진언을 읊조렸다.

       

       * * *

       

       “저, 저게 뭐야.”

       “이건…….”

       

       아카데미 지하. 일성의 주도로 건설된 연구소 상황통제실.

       

       CCTV에 담긴 영상을 보는 이들이 모두 입을 쩍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쩌적! 쩌저적!

       

       특수합금 셔터가 찌그러졌다. 그저 말만 특수한 금속이 아니다. 경보와 함께 내려온 저 방범 셔터는 ‘게이트’에서 공수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경도를 자랑하는 물건이다.

       

       그런데.

       

       쩌적! 콰아앙-! 

       

       일성이 자랑하는 기술력의 집약체가 허무하게 터져나간다. 히어로와의 충돌을 대비해 연구된 그것이 실전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분명 A급의 우수한 히어로의 공격도 틀어막은 합금이 종잇장처럼 부서진 것이다!

       

       “도대체 저놈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원소술사>도, <성녀>도 아니다. 아카데미에 이런 초능력자가 존재했다고?!”

       “위험하다. 당장 핫라인 연결해! 지상과 통신이 필요하다!”

       

       통제실은 혼란에 빠졌다. 그야 강력한 적 하나가 그들의 시설을 침입하는 일 따위는 상상을 한 적도, 기지 방어 교리에도 존재하지 않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치직! 치지직!

       

       [ 하아. 이 멍청한 쓰레기들. ]

       

       팟!

       

       “어, 어라?”

       “방금 뭐지? 누가 말을?”

       

       통제실에 따분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남성의 목소리다. 거기다 경망스러움과 집요함이 함께 섞여있어,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설마…….”

       

       통제실의 직원들은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 목소리를 낼 사람은 하나밖에 없었다. 한유리, 그녀가 모종의 수를 쓴 것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저 시설 외곽의 침입자일 수도 있었고.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이지?”

       

       모두의 눈에 공포와 경악이 서렸다.

       

       모든 직원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바램대로 목소리를 낸 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

       

       “물질 투여 실험은 실패인가……?”

       

       해당 현상이 실험의 성공을 의미한다 여기는 머저리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들의 ‘죽음 물질’로 행한 마지막 실험은 실패다. 정황상 그래보였다. 난데 없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리 똑똑히 들릴 수 없었으니까.

       

       예상컨대 ‘창조’의 힘으로 확성기? 혹은 스피커와 마이크 따위를 구현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쿵-! 쿠구궁!

       

       물론, 그들에게 놀라고 있을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최첨단 과학 기술과 게이트라는 신비가 합쳐진 연구소의 방어시설. 불현듯 찾아온 침입자는 그들의 아성을 송두리째 부수며 다가오고 있었다.

       

       * * *

       

       “사람은 없고 순 기계만 가득하네.”

       

       비밀 기지의 방어는 굉장히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아니, 높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우스웠다. 높은 ‘기술력’이라고 칭하는 편이 옳겠지.

       

       치직. 치지직!

       

       스파크를 튀기며 장렬히 산화한 이 전투기계를 보아라.

       

       AI로 작동하는 건지, 혹은 원격으로 움직이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작은 들짐승 같은 기계가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를 때는 조금 놀라버렸다.

       

       “뭐가 이렇게 커.”

       

       괜스레 짜증이 난 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시설 내에 진입한 이후로, 단 한번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도대체 지하에 무슨 짓거리를 한 건지 어마어마한 시설의 규모는 제대로 된 갈피를 잡지도 못하게 했고.

       

       “……그나마 이 빛이 있어서 다행이네.”

       

       혼잣말을 중얼거린 나는 아직도 새하얀 시설 복도를 따라 흐르는 신성력의 줄기를 바라보았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거참 편리한 녀석이다. 아마 지상에 있는 안젤리카의 의식이 끊기지 않는 이상 이 빛도 사그라들지 않겠지.

       

       [ 거기까지다. ]

       

       “……응?”

       

       그러던 와중, 내 걸음을 멈추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장에 스피커 따위가 내장되어 있는 건가? 목소리는 정확히 내가 선 자리, 그 위의 천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 협상이 난항을 겪었어. 설마하니 이리 오래 걸릴 줄은 상상도 못했지. 큭큭! ]

       

       음침한 목소리에 눈이 가늘어졌다.

       

       저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 ‘공간왜곡’의 행차시다. <현상거절> 이 개새끼야! ]

       

       Z급 4위, <공간왜곡> 김인만. 

       

       일성, 놈들이 수를 쓴 것 같았다. 승천전 관객들을 인질로 잡는 추잡한 경기력에 절대로 복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 죽여주마! ]

       

       가만히 듣고 있으니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죽여? 누가? 네가 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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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Hiding My Power at Hero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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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Hero. Everyone admires them as they wield supernatural powers that defy the laws of physics. The ability I possess is to 'reject' those p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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