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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축제가 벌어지는 곳은 늘 소란과 소동이 꽃 피우는 법이다.

       특히나 모두가 손 꼽아 기다려온 대(大)축제는 소란과 소동을 위해 마련된 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지였다.

       축제의 열기에 달아오른 이들의 고성방가, 음지의 향락에 취한 이들의 교성, 음주가무에 흥이 오른 이들의 춤사위, 한 몫 단단히 챙겨보려는 상인들의 열띤 판촉 행위, 목청껏 앵벌이를 하는 부랑자 등등.

       

       열기든 향락이든 음주든 그 어떤 것에든 취한 이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를 누비며 활개를 치고, 그런 이들간의 충돌이 거리를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북부령 인근의 모든 근위병, 용병, 기사들이 축제 기간 동안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소동을 진압하고 예방하기엔 부족한 인력이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한다.

       

       도심의 변두리 거리인 6번가와 7번가의 사이에서도 한 개의 잡음이 억세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놈의 여편네가-!! 동화 한 낲조차 동냥을 못 해와? 이 썅년이, 너, 돈 나 몰래 빼돌린 거지? 이 도둑년 같으니라고-!!”

       

       퍼억!

       

       “꺄악-!”

       

       빈민가에 살면서 무엇을 그리 맛있게 먹었는지, 덩치가 곰만한 남정네가 아내로 보이는 여성의 배에 프론트 킥을 꽂아버린다.

       

       쿠당탕!

       

       대문이라기에 참으로 남루한 판자 하나를 부수며 뒤로 날아간 여인이 몇 바퀴를 구르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끄허윽…!”

       

       새우처럼 바닥에 웅크린 채, 숨조차 내쉬지 못하는 여인.

       그리고, 그런 여인의 아들로 보이는 꼬마가 부리나케 달려가 어미의 안위를 살폈다.

       여인 못지 않게 꼬질꼬질한 것이 흙탕물 속을 구르고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어, 엄마! 괜찮아요?!!”

       “허윽…! 아, 아가….”

       “이 개새끼-!! 네가 뭔데 우리 엄마를 때려-!!”

       

       10살쯤 되어보이는 꼬마소년.

       운율보다 욕설을 먼저 배웠을 소년이 다가오는 남정네에게 덤벼들지만, 곰에게 하악질을 하는 새끼 고양이의 가녀린 발악일 뿐이었다.

       

       팟, 파바밧!

       

       “하여튼 이 새끼는 지 애미를 닮아서 위대한 가장에 대한 존경을 모른다니까.”

       

       꽈악!

       

       “끄악! 이, 이거 놔-!”

       

       제 아비란 폭군에게 머리채를 잡힌 아이가 허공으로 들렸고, 이내 거꾸로 보이기 시작한 세상이 마구잡이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발목을 잡아 거꾸로 든 사내가 우악스레 흔들어대는 것이었다.

       마치 빨랫감을 털듯 말이다.

       

       “털어서 동화 한닢이라도 나오면 살려주마. 아니면, 오늘 네놈 어미랑 나란히 하늘길에 오를 터다.”

       

       음흉히 웃는 사내의 한손엔 술병이 들려있었고, 사내의 시뻘건 얼굴은 이미 취기에 두 손 두 발 전부 든 상태였다.

       크헬헬.

       제 아들을 사정없이 털어대며 웃는 사내.

       그에, 힘겨이 자리에서 일어선 여인이 절뚝거리며 사내에게 다가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걸복걸해야 했다.

       

       “제, 제발! 아이는 건들지마요! 술값은 어떻게든 벌어올 테니까!”

       “크흐흐, 꺼져! 이년아!”

       

       퍼억!

       

       하지만, 여인의 복부를 재차 가격하는 무지막지한 발에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어, 엄마아-!”

       

       그런 어미의 혼절을 거꾸로 목도해야 하는 아들이 절규에 가까운 부름을 내지르지만, 쓰러진 여인은 손끝 하나 까딱이지 못 했다.

       

       “푸흐흐. 하여튼 쓸모없는 년 같으니. 자, 이제 네놈 차례다.”

       

       가녀린 소년을 털어 동화가 나올리 만무했다.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아이의 얼굴만한 주먹을 들었고 곧, 아이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할 거대한 충격이 다가옴을 느껴야 했다.

       주변에 인파가 득실거렸지만, 또한 근위병으로 보이는 자가 한 명 있었지만, 덩치의 사내를 막아설 의지를 보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넌, 오늘 동화 한닢 때문에 뒤지는 거다! 크하하!”

       

       흉포하게 웃어젖힌 사내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저 주먹이 아이의 복부를 가격한다면 분명, 내장이 터지고 뼈가 으스러질 게 뻔해 보임에도 그 누구도 막아서지 못 한 순간.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사내가 제 허름한 집의 담벼락으로 날아가 처박혀버린다.

       담이 무너지고 먼지가 피어오른다.

       또한, 사내의 손에서 놓아진 아이가 하늘길로 오르리란 사내의 말처럼 하늘로 솟구쳤다.

       꽤나 높았던 터라, 이대로 추락하면 부상을 당할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터였다.

       

       소동의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닿기엔 너무도 먼거리.

       

       그에 인파에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아이가 바닥에 추락하기 직전, 비명이 멎었다.

       

       잠시 까무러칠 정적이 시간을 멈추었고, 그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 이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채, 아이의 발목을 똑같이 잡아든 사내였다.

       사내의 한손에선 검은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다른 한손에 데롱데롱 들린 아이는 후드의 그림자 속 얼굴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우와아-!!”

       “꺄아-!!”

       

       잠시 후.

       

       장내엔 우렁찬 함성이 터져나왔다.

       

       

       **

       

       

       《아, 아이는 잘못이 없잖아요! 그만 때려요-! 돈은 대신 갚는다고 했잖아요!》

       《왜 없어?! 아비를 잘못 만난 잘못이 있잖아!》

       

       퍼억!

       

       《자, 여기 각서 보이지? 뒤져버린 애비를 되살려오든, 돈을 가져오든 둘 중 하나는 하라고. 알았어? 앙!?》

       

       사채업자의 덩치도 아마 저쯤이었을 거다.

       허구한 날 찾아와 어머니와 나를 패며 이자를 독촉하던 사채업자가 딱 저만한 덩치였었다.

       그땐 그 덩치가 어찌나 커 태산과 같던지, 업자의 앞에 서면 마치 거대한 해일에 삼켜지는 듯한 절망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이 시달리기만 했었다.

       반항이란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어린 날의 이준우는 그렇게 세상의 부조리에 휘둘리기만 했던 것이다.

       

       참으로 얄궂은 장난일 거다.

       몬스터 요리사를 찾아 거리를 해매다 그놈과 똑닮은 덩치를 만난 것은.

       그 덩치가 여인과 아이를 패고 있는 장면을 목도한 것은.

       내가 가장 경멸하는 요소를 고루 갖춘 쓰레기를 길에서 마주쳐버린 것은.

       그땐 저 덩치가 정말 커보였는데, 이젠 너무도 초라해 보이는 것은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거슬리신다면 제거하겠습니다.”

       

       가야할 길을 막아선 소란에, 등 뒤에 서있던 레이첼이 그리 섬짓한 전언을 건넸고, 고개를 가벼이 젓는 것으로써 답을 대신 했다.

       문득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스승님께 배운 것들을.

       저 정도 덩치면 소싯적 한가닥 했을 테니, 실전 경험 상대로 나쁘지 않을 터다.

       물론 원작의 엘든 기억 속에 저런 덩치와 싸웠던 적이 있으나, 그건 내가 겪지 않은 원작의 기억일 뿐이다.

       

       “어쩌…시려는 겝니까?”

       

       그런 나의 반응에, 렌들러 영감이 걱정스레 물어왔지만 이미 내가 할 일은 정해진 후였다.

       대항하지 못 했던 부조리에 휘둘려야만 했던 그날의 이준우를 구하는 것.

       

       가장 좋은 상황은 아이의 주머니에서 동화 한닢이 나와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겠지만, 이미 상황은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덩치가 아이의 복부로 주먹을 휘두르려던 순간.

       

       파지직!

       

       오른손과 다리에 마력을 피워올리며 적당한 힘을 실었고, 곧 덩치에게로 튕겨져나갔다.

       

       콰앙-!!

       

       오른손 주먹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충격.

       무방비 상태였던 놈의 안면에 정확히 적중했고 그 순간 주먹에 결집시켰던 마력을 폭발시키며 충격을 더했다.

       비명조차 지를 새없이 덩치가 담벼락에 처박혔고, 놈의 위로 무너져내리는 담벼락을 보며, 하마터면 ‘해치웠나?’라는 플래그를 세울 뻔했었다.

       그 정도로 확실하고 강력한 한방이었다.

       

       쿠궁…….

       

       담벼락이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힘을 최대로 주지 않았음에도 마력이 뒷받침을 해주니 확실히 속도와 파괴력이 손쉽게 끌어올려지는 느낌이다.

       우선은 하늘로 솟구쳐오른 아이를 받아주었다.

       마무리는 깔끔해야 하는 법.

       

       “와아아-!!”

       “꺄아-!!”

       

       장내에 퍼지는 함성을 들으며 아이를 똑바로 세워주었다.

       얼굴에 땟국물이 가득 낀 아이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다, 이내 허리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그것이 끝이었다.

       아이가 다급히 쓰러진 어머니에게 뛰어갔다.

       지금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생존여부일 테니까.

       빠르게 구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여인의 몸에 마지막 충격이 가해지던 순간에 목도하고 말아 어쩔 수 없었었다.

       

       “어, 엄마! 괜찮아?! 괜찮아?!”

       “으응….”

       

       다행히 아이의 어머니가 힘겨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그리고 제 위로 엎어지며 우는 아이의 등을 상처로 가득한 손으로 토닥인다.

       그런 둘에게 다가가자, 아이와 어머니가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가,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이를 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런 둘을 내려다보다,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은화 2개를 꺼내어 아이의 어머니의 손에 쥐어주었다.

       적선하는 것이 주변에 보이지 않도록 말이다.

       야만의 시대엔 약탈이 일상인 법이니까.

       놀란 눈으로 멀뚱히 쳐다보는 여인.

       

       “챙기거라.”

       “네, 네…?”

       “이 정도면 저 덩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볕이 드는 곳에서 새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보이지 않도록 잘 숨기도록 하고.”

       

       그리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서 가려던 방향으로 걸음을 하려 했다.

       아이가 나를 부르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저, 저기요!”

       “?”

       

       고개만 살짝 틀어 부름에 응했다.

       

       “귀인의 존함과 존안을 알려주십시오!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오호.

       

       운율보다 욕설부터 배웠을지라 여겼는데, 구사하는 어휘가 예사롭지가 않다.

       배움의 장이 부족한 이곳에서 어린 아이가 이 정도의 어휘력을 가지다니.

       어쩌면, 장차 이름을 날릴 음유시인을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기꺼이 후드를 벗으며 몸을 돌렸다.

       딱히 숨길 이유는 없었다.

       후드를 뒤집어쓴 것은 그저 악명을 숨기기 위함이었을 뿐이니까.

       어쩌면 작금의 소란으로써, 엘든이란 악명으로 인해 비롯된 몬스터 요리사 구인난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벗었을 따름이다.

       물론 비약적인 바람일 테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젠 알리고 싶었다.

       난, 주폭자에 개망나니에 난동꾼이 아니란 것을.

       대면만으로 누군가의 공포심을 산다는 건 결단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아이와 여인을 내려다보며, 굉장히 따스하고 친절하며 선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엘든 라펠리온.”

       “…예?”

       “라펠리온 백작가의 엘든 라펠리온이다.”

       

       이어 경탄이 차오르는 아이와 여인의 얼굴.

       이어 충격이 차오르는 인파들의 얼굴.

       그 속에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이는 렌들러 영감과 레이첼 뿐이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렌들러 영감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스승님, 뿐이었다.

       

       

       “나, 아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뒤늦게 도착한 근위병들이 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와 여인을 보았고, 이 소동의 주인공이 내가 아님을 몇 번이고 해명해야 했지만 말이다.

       

       

       “나,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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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Transmigrated Into A Tragic Romance Fantasy

후피집물의 후회캐가 되었습니다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curious about what a female-oriented tragic romantic fantasy was like, so I skimmed through only the free chapters. And then… “…Ha.” I found myself transmigrated into one of the main male characters, destined for tears of regret, exhaustion, and obsession. So, the first thing that had to be done was… “I, Elden Raphelion, hereby declare my withdrawal from the competition for the betrothal of the Third Northern Duchess.” To escape this trag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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