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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었다.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그렇지. 설마 하데스에게 선제 공격을 하겠어?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심지어 하데스의 강경파들조차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대응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아마조네스는 순식간에 기드온을 전부 포위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티폴테는 코웃음을 쳤다.

       

       

       스스로의 강함에 취하여 나타난 안일함은 기어코 오만이 되어버렸다. 결과를 봐라. 이게 최강을 자칭하는 녀석들의 대응이냐? 우습기 짝이 없구나!

       

       

       “주술사들이여. 결계를 쳐라. 쥐새끼 한 마리조차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기드온을 포위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하데스에게는 바깥으로 얼마든지 나갈 수 있는 텔레포트가 존재한다. 그러니 그거까지 막는다.

       

       

       아마조네스의 포위망은 신속하면서도 철저하게 퇴로를 모조리 막아버렸다. 마치 거대한 아나콘다가 사냥감을 사냥하는 것처럼. 너무나 완벽한 포위.

       

       

       그러나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기드온의 영웅들. 최강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대처였지만. 하데스 역시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반격을 하기 시작했다.

       

       

       “포위망을 뚫어야만 한다!”

       

       

       “결국 지휘관을 잡으면 그만이지.”

       

       

       “킹을 지켜야지 지지 않을 수 있어.”

       

       

       그들은 기드온에서 최강으로 군림하는 패권 길드. 당연히 이런 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데스 길드는 단숨에 3개의 병력으로 나눠 움직였다.

       

       

       그리고 하데스의 산하 길드 역시 함께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는 이미 움직였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지. 하데스에서 산하 길드에게 명령을 내렸으니까.

       

       

       이는 적의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서 고기방패나 마찬가지였고. 그들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거부할 권리는 없었다.

       

       

       하지만 한 발 먼저 움직였던 산하 길드 대부분은 철의 방패에 도달하기도 전에 모조리 박살나고 말았다. 이는 길목을 지키고 있던 어느 길드 때문이다.

       

       

       “같은 산하 길드끼리 찐하게 놀아보자고!”

       

       

       “크, 크레타! 미친 황소의 크레타다!!!”

       

       

       “말도 안 돼! 왜 저것들이 여기 있는 거야?!”

       

       

       어중간한 길드들은 정보 통제 때문에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대부분 크레타에게 잡아먹혔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였다.

       

       

       아무리 양떼가 많다고 한들. 

       

       

       사자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니까.

       

       

       적어도 초반의 승기는 붙잡았다.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산하 길드원들을 내려다보며 아스테리오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끝이 아닐 터.

       

       

       “아직 그 녀석들은 나오지도 않았군.”

       

       

       “하데스 최강의 수호자들을 말하는 거야?”

       

       

       “흥! 최강의 수호자는 개뿔! 그냥 하데스의 충실한 개새끼들이지!”

       

       

       아스테리오스의 바로 옆에 붙어있었던 데이란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포다르였다. 생각보다 훨씬 흉포한 포다르의 반응에 데이란은 뒤에 숨어버렸다.

       

       

       “진정해라, 포다르. 데이란을 겁 먹게 하면 어쩌자는 거냐.”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나!”

       

       

       “나 또한 포다르와 똑같은 생각이다. 서방님.”

       

       

       푸른색 머리카락에 푸른색 눈동자를 가진 여인, 산레스가 포다르의 의견에 동의했다. 한때 크레타는 하데스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세력을 규합했었다.

       

       

       물론 그때 세력으로는 하데스에게 완전히 승리할 수는 없었겠지만. 못해도 하데스와 양립할 수준의 세력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끝나버렸다.

       

       

       그때 크레타의 깃발 아래에 모였던 길드 중 절반이 배신했고. 덕분에 크레타를 제외한 나머지 길드는 모두 하데스에 의해서 멸망하거나 추방을 당했다.

       

       

       그리고 그때 배신한 길드들은 지금 대형 길드가 되어 하데스의 지배를 돕고 있다. 그들이 떵떵거리는 것을 생각하면, 아스테리오스도 피가 들끓지만.

       

       

       “사적인 감정을 개입해서는 아니된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걸 직접 알려준 자가 있지 않았나?”

       

       

       “…….”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주었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우리들은 구원을 받았다.

       

       

       다시는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을 믿게 된다. 그게 바로 ‘아이작 실버테르’라는 남자가 가진 힘이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닌. 모두를 따를 수 있게 만드는 알 수 없는 힘. 사신이 패도를 걷는 패왕이라면, 그거 걸어가는 길은 오직 자신이 선택한 길.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보고 싶어졌어.”

       

       

       “너희는 그 끝을 볼 수 없을 거다.”

       

       

       “뭐야?!”

       

       

       “대체 언제?!”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그곳에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하얀색 제복 위에 걸친 붉은색 망토와 어울리는 금발의 여인이 외쳤다.

       

       

       “저스티스 길드의 마스터 유티스.”

       

       

       지금부터 정의를 집행한다.

       

       

       * * *

       

       

       “산하 길드는 물론이고. 하데스의 전력 대부분이 아마조네스와 크레타에게 몰려갔습니다.”

       

       

       가볍게 기드온의 상황을 정찰하고 돌아온 라스의 보고에 아이작은 침음성을 삼켰다. 누구도 죽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법인데. 썅.

       

       

       아니, 아니.

       

       

       침착하자.

       

       

       여기서 불길한 기색을 표할 수는 없다.

       

       

       우선 이 상황을 수습해야만 한다. 중간에 오해가 있는 바람에 아마조네스와 크레타가 급발진을 해버렸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금 문제는 이 상황을 길드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였다. 지금도 봐라, 다들 뿔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은가. 아이작은 침을 삼키면서 말했다.

       

       

       “다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런 게 있으면 우리에게는 말을 했어야지!”

       

       

       너무나도 당연한 말에 아이작은 차마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졸지에 아이작은 길드원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하데스에게 선전포고를 때린 놈이 되었으니까.

       

       

       이걸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었던 바로 그때. 그런 아이작의 앞에 나선 것은 바로 지크였다. 지크는 아이작과 소피아 사이에 끼어들었다. 소피아는 지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크, 이건 사랑 싸움이 아니라.”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나 소피아의 예상과 다르게. 지크는 단지 질투심 때문에 끼어든 것이 아니었다. 지크는 단숨에 마스터의 뜻을 이해했다.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병법에 이르기를.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먼저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죠.”

       

       

       “그런 말로 그냥 넘어갈 사항이 아니야. 지금 이 상황은…….”

       

       

       “만약, 우리들 중에 내통자가 있었다면?”

       

       

       자신이 아는 것이 나왔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사람을 두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크의 다음 한 마디는 소피아조차 그냥 웃어 넘길 수 없었으니.

       

       

       “지크. 그 말은 그냥 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게 아니야.”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길드원은 서로 믿고 의지해야지. 아이작도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사실이 너무나도 명백하면. 그때는 따질 수밖에 없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던 아이작은 곧 빠르게 제정신을 되찾았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건 너무 가지 않았니?

       

       

       “그렇군, 그래서 마스터가 이번 일을 비밀로 했던 건가.”

       

       

       넌 또 뭐야.

       

       

       옆에서 짐작가는 것이 있다는 듯이 말하는 필레스 덕분에 아이작은 또 다시 말할 틈을 잊어버렸다. 어? 정말? 진짜로 내 길드에 내통자가 있다고? 대체 왜??

       

       

       “필레스, 짐작가는 게 있는 거냐?”

       

       

       “예전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지.”

       

       

       “…….”

       

       

       “안 그래? 라스.”

       

       

       필레스가 지목한 것은 바로 라스였다. 덕분에 길드원들의 시선이 모두 라스를 향했다. 아이작은 눈을 껌뻑거리며 라스를 바라보았다. 라스가 내통자였다고?

       

       

       보통 내통자로 지목을 당하면 힘껏 부정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역으로 화를 낸다던가 하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진짜든, 아니면 가짜든 말이다.

       

       

       “…….”

       

       

       하지만 라스는 내통자로 지목을 당했음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과 눈을 닫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에 필레스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신입의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당시에는 나도 길드에 진심이 아니었고.”

       

       

       하지만 엘리스에서 일이 해결된 후, 길드에 진심이 된 다음부터. 필레스에게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라스가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조금씩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그렇게 길드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많았던 걸까. 아마조네스에게 잡혔을 때, 어째서 그렇게까지 초조하게 행동했나.

       

       

       그리고 공교롭게도 아마조네스와 동맹을 체결한 날. 그날의 새벽에 필레스는 보고 말았다. 하데스 길드의 문양이 박혀있는 남자와 접촉하는 라스의 모습을.

       

       

       “말도 안 돼. 진짜, 내통자라고? 아니지?”

       

       

       “소피아, 지금은 마스터를 먼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뭐?”

       

       

       “이번 일을 숨기면서 마스터가 어떤 마음이었겠어요?

       

       

       그제야 소피아의 시선이 아이작을 향했다. 가족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아이작이, 가족을 위해서 일부러 비밀을 감췄다. 그런 그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미처 거기까지 헤아리지 못했다.

       

       

       ‘헤헤 아이작 바보 아니다.’

       

       

       정작 지금 아이작은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지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데스의 내통자를 눈치챘으면서도 감싸주는 포옹력.

    절호의 기회를 잡고 추진하는 대범함

    내통자를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적인 식견까지

    그저

    대 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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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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