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

    “으윽…….”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공간을 잠식한다.

    힘겹게 눈을 떠보니 옆에는 항상 데리고다니던 따까리 하나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있다.

    “테너, 정신이 들어?”

    “제이크……? 내가 왜…….”

    움찔, 목에 뭔가 막히는 느낌이 난다.

    깁스인가?

    목을 내릴수가 없다.

    눈동자를 내려 밑을 보니까, 다리도 두꺼운 깁스로 둘러져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슨 거의 병신이 다 되어서는…….

    “잠깐만 있어봐. 내가 의사선생님 불러올테니까.”

    “아, 그래.”

    제이크가 호들갑을 떨면서 병실을 나갔다.

    테너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러자 떠오르는 광경은…….

    10살짜리 꼬마가 무릎을 발로 차자, 파각, 하는 끔찍한 소음과 함께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는 것.

    그후, 뒷목을 강타당해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는 것.

    기억을 떠올리자 자연히 다리의 관절이 정반대로 꺾였던경험이 떠올라, 소름이 내달린다.

    ‘미친, 10살짜리 꼬맹이가 어떻게…….’

    10살짜리 애한테 발길질당했다고 무릎이 부서질정도로 내 몸은 약하지 않았을텐데…….

    아닌가. 나는 약했던건가.

    그동안 자만했다. 

    학교에선 더이상 나를 이길자가 없다고 생각해 자만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의사가 그에게 하는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병원에 오는게 조금만 늦었어도, 다리를 영영 못 쓸뻔 했습니다.”

    “뭐라구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죽을때까지 목발신세였다는 이야기였다.

    ——–

    “제이크, 넌 내 은인이다.”

    테너의 중얼거림에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갤 끄덕였다.

    이녀석의 은인이라…….

    솔직히 나쁜 기분은 아니다. 우리학교 서열 1위인 테너의 은인이라니.

    이걸로 학교에서 내 입지는!

    그렇게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더니, 테너는 그 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고보니, 너는 전혀 다치지 않았군?”

    멈칫.

    “그 꼬맹이는 어떻게 했냐?”

    아마도, 정말 궁금해서하는 말은 아닐것이다.

    그 증거로, 아주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으니까.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

    나는 테너에게 내가 그 꼬맹이를 혼쭐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증거로 돈은 전혀 빼앗기지 않았음을 보여주니까, 그럭저럭 믿어주는 듯 했다.

    테너는 순식간에 당해서 그 여자애가 얼마나 미쳤던건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 정도의 폭력을 토해내면서도 눈동자, 호흡한번 흐트러지지 않고 위협을 했다.

    우산에 묻은 핏방울을 뚝 뚝 흘리면서!

    실제로 테너를 제외한 둘은 아직도 혼수상태이고…….

    테너는 그 일 이후로 열심히 몸을 단련하고 있다.

    물어보면, 나는 아직 약하다는걸 깨달았다던가.

    왠지 테너가 나한테 단련을 어떻게 했냐고 묻고있다.

    음, 단련? 그런거 안했는데.

    난 그냥 서열 1위인 테너 옆에 붙어다니면서 적당히 분위기만 잡았는데 2위가 되었을 뿐이다.

    그냥 타고나기를 조금 건장하게 태어난거말고는 없다.

    근육? 이거 다 살이다.

    옷을 입으면 모양이 신기하게 근육같이 생기긴 했는데, 그런 내 모습에 취해 언제나 더워도 긴팔을 입기는 한다.

    그탓에, 나는 꽤 세보이는 모양이다.

    그렇지않고서야 한번도 싸우지 않았는데 2위가 될리 없지.

    하지만 나는 존나 약하다는 말이다.

    그렇지만이미 테너한테는 내가 그 꼬맹이를 혼내줬다고 말한 참이라……. 내가 자신보다 세다고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어쩌지…….

    ……모르겠다. 젠장.

    “뭐, 알려준다고 해봤자 어차피 그런 다리론 제대로 운동하긴 글렀으니까. 요양이나 잘 해두라고.”

    “그래, 제이크. 네 말이 맞다.”

    테너는 피식, 웃는다.

    미치겠네. 오늘부터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검색해봐야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저번에 돈을 뺏으려고했던 그 찐따녀석이 보였다.

    이게 다 저 찐따새끼 탓이다! 나는 테너에게 저녀석한테 볼일이 있다고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다가가자, 그 찐따녀석은 히익, 하는 소리를 내며 어깨를 움츠린다.

    그래, 이것때문에 내가 이짓을 못 끊어요.

    이 우월감!

    녀석은 황급히 몸을 돌리곤 휴대폰을 하는척 내 시선을 피한다.

    나는 녀석의 휴대폰을 빼앗으며 비릿하게 웃어보인다.

    탁,

    “야, 쫄기는. 내가 뭐 잡아먹기라도 하냐?”

    근데 찐따가 예전같지가 않다.

    나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곤 휴대폰을 확인했다.

    거기엔…….

    “…….”

    내가 10살짜리 꼬맹이한테 주저앉아서 질질짜는 모습이 담겨져있다.

    이건 언제 찍은거야.

    얼굴이 확 달아오르면서 식은땀이 난다. 

    곧바로 그 사진을 삭제하고 녀석의 멱살을 부여잡는다.

    그러자, 그녀석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거 백업해뒀어.’

    라고 말한다.

    …….

    이 음습한 녀석……. 이런 행동력은 죽여주는군.

    나는 저 사진이 테너의 눈에 들면 어떻게될지를 떠올렸다.

    내가 구라를 쳤다는게 들키면……. 당연히 좆된다.

    테너가 괜히 학교 서열 1위가 아니니까.

    지금은 내게 굉장히 우호적이지만, 이건 내가 녀석의 은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거다.

    제때 다리를 치료할 수 있었던게, 내가 그 꼬마를 혼내준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근데 그게 아니라, 그냥 그 꼬마가 그저 적선하듯 던져준 일말의 자비심때문이라고한다면…….

    꿀꺽.

    나는 휴대폰을 돌려준 뒤에 괜히 책상을 발로 차고는 테너의 옆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녀석은 내게 묻는다.

    “뭔 일이야?”

    “아니, 뭐. 아무것도 아냐.”

    제기랄, 이제 돈 뺏는짓은 못하겠다…….

    ———-

    루크가 집에 도착하자, 거기엔 예르나가 있었다.

    편한 복장으로, 예르나치고는 여기저기 조금씩 어질러진 모습이, 꽤나 피곤한 모습으로 보인다.

    “다녀왔다, 예르나.”

    “아앗, 루. 오늘은 기숙사에서 친구랑 자는거 아니었어? 음악실도 쓸거라면서.”

    “하하, 거긴 당분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네.”

    루크는 우산을 우산꽂이에 꽂아넣고, 첼로를 벽에 기대어두며 안쪽으로 발을 들인다.

    루크는 블레이저를 벗어 옷걸이에 걸며 말한다.

    “그대에게 묻고싶은것도 있고.”

    “나한테 묻고싶은거?”

    예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루가 자신한테 궁금해할만한게 뭐가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이야기는 없다.

    조금 기다리니, 루크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예르나의 곁에 앉아 묻는다.

    “아이들이 그러는데, 정령은 없다더군.”

    예르나는 가슴이 철렁하는게 느껴졌다.

    “……뭐? 누가 그래, 정령이 없다고?”

    “모든 아이들이 그러더구나. 마치 그게 ‘상식’인것 같았다.”

    루크는 계속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대가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정령은 존재하고, 그들은 친구가 아닌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그, 그랬었……나? 그, 그랬지!”

    예르나는 대충 둘러댄말이라 기억도 안나는데, 아이들은 참 잘도 기억하는구나 싶었다.

    “헌데 상식은 그게 아니더군. 그대는 내게 거짓말을 한겐가?”

    루크의 표정은 아주 순수한 표정이었다.

    그래선지, 더욱 가슴이 찔리는것을 어쩔수 없다.

    “진실을 대답해주게 예르나.”

    루크의 재촉에 그만, 예르나는 시선을 피하며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처럼 중얼거렸다.

    “마, 맞아……. 내가 거짓말을 했어.”

    루크는 예르나의 말에 적잖히 당황했다.

    그저 정령친화력이 희귀한 시대인줄 알았는데, 아예 정령이란게 존재하지 않는 시대라니?

    그런데 그 사실을 이토록이나 늦게 깨달았다는게 루크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그렇다면, 정령에 대해 여태껏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많은 부분이 의문으로 남는다.

    어째서 자신 말고는 정령을 볼 수가 없는지, 어째서 그들이 지성을 지닌 상태라는걸 증명할 수단이 없는건지, 어째서 정령들이 지성과 형체를 잃고 한낱 동화속 이야기로 전락해버렸는지……등등.

    이 의문들은 그동안 한번도 품지 못한 것들이다.

    그저 예르나의 거짓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마법사로써 절대 해서는 안되는 금기.

    비판없이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을 해버린 셈이다.

    예르나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대체 왜?”

    “그게…….”

    모르겠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하지만, 아이의 동심을 짓밟기엔 내 마음이 너무 여렸다.

    예상치못한 곳에서 이런식으로 동심이 깨져버릴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정령은 없어. 그건 네 환상이고 상상의 친구라고…… 할 수 있을리 없잖아!

    ‘으으, 나는 역시 아이를 못키우는건가…….’

    울고싶다.

    “네 그런 표정을 보기가 힘들어서…….”

    “예르나.”

    루크가 부르는 소리에, 예르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든다.

    “내게 또 무슨 거짓말을 했는가?”

    루크의 표정은 아주 결연해보였다.

    “또……?”

    예르나는 곰곰히 생각해본다.

    또 무슨 거짓말을 했던가.

    생각이 길어지자, 루크가 묻는다.

    “그대가 말한 레니에에 관한 얘기는 모두 진실이 맞는가?”

    루크의 표정은 결연했으나, 그 눈은 일말의 희망이 담겨져 있었다.

    예르나는 무심코 그것도 거짓말이야, 라고 할 뻔 했지만……. 참아냈다.

    “그건 사실이야.”

    “역시…… 그랬군. 조금은 희망을 품었거늘.”

    루크는 눈에띄게 시무룩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예르나는 루크의 머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거짓말해서 미안해, 루. 그땐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걸 보고싶지 않았어. 앞으론 절대 너한테 거짓말따위 하지 않을게.”

    “예르나…….”

    ‘갑자기 이럴 필요는 없네만.’

    루크는 예르나의 품 안에서 빠르게 빠져나온다.

    조금 실망한 표정이던 예르나에게, 루크는 말했다.

    “그래도, 그대한테 화난건 없으니 안심하게.”

    “그렇다면 다행이고…….”

    상식은 그저 통념이지 진리가 아니다.

    실제로 파이가 사라진 것도 아니잖은가.

    오히려, 어째서 정령들이 자취를 감추었는가를 연구하면 미래엔 또 다시 정령이 뛰노는 자연을 만들 수 있으리라.

    루크는 이 소식을 예르나에게 전하기 위해 입을 연다.

    “아참. 예르나.”

    “응?”

    “정령은 실제로 있다네. 나중을 기대하게. 미래엔 그대도 실제로 정령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루크는 그 말을 끝으로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의 당당하고 귀여운 선언에, 예르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풋, 그래. 그럴게. 기대되네.”

    예르나는 긴장을 풀고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응?”

    그런데, 이 냄새는 뭘까. 

    예르나에겐 너무도 선명하게 ‘피’냄새가 느껴졌다.

    오랜 전투의 경험으로 그 냄새에는 누구보다 민감한 예르나다.

    잘못 맡았거나 놓쳤을리가 없다.

    그리고 그 냄새의 출처는, 

    말할것도 없이, 루크의 교복이었다.

    예르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루크의 블레이저를 뒤졌다.

    피묻은 손수건……?

    이게 왜 여기있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은 끔찍한날입니다.

    penup어플이 업데이트를해서, 연필브러쉬가…. 느낌이 많이 바뀌었네요.
    이거 예전같이 느낌내기가 어렵군요.
    몇시간 붙잡아보다가… 포기!

    원래 예르나와 루크를 그리려고 했는데…… ㅠ 오늘은 날이 아닌가 봅니다.

    덕분에 삽화비축분 하나를 급하게 소모할수밖에 없었네요……

    글 비축분은 없는데 삽화 비축분은 있는 작가가 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