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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이번 소에 제기된 범죄는 총 3가지였다.

         

       배우 이본느를 협박하고 공격을 가한 죄.

       배우 앙투앙을 살해한 죄.

       미성년자 3명을 납치, 감금, 착취, 살해한 죄.

         

       -미성년자 납치, 감금, 착취?

       -그냥 연쇄살인범이라 했을 때는 막연한 이미지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들으니 좀……. 자작님이 나선 게 잘한 건지 모르겠네.

         

         

       [서커스단의 명성이 2 하락했습니다.]

       [현재 서커스단의 명성: 13]

         

         

       기소된 죄목이 정확히 무엇인지 드러나자 원더스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나마 아나이스가 여론을 수습하고 재판에 들어갔기에 이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나서지 않았다면, 판사가 죄목을 읊은 순간 퀘스트 실패가 확정되었을지도 몰랐다.

         

       피고인 측 방청객들은 금방 침착을 회복했다.

       뭐가 됐든 지금은 자작을 믿고 재판의 추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도스빌 남작은 사람들의 반응이 금방 식어버리자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원래 그의 계획대로라면 죄목을 발표하는 순간 이미 여론이 넘어갔어야 했는데 말이다.

         

       “기소인, 사건의 개요를 설명해주세요.”

       “네.”

         

       도스빌 남작이 무대의 중앙에 나섰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1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의 말재간은 소문대로 뛰어났다.

       마치 직접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생생하게 사건을 묘사했다.

         

       연습 도중 발생하는 괴이한 사건 사고들.

       카바레 건물 곳곳에서 목격되는 유령에 대한 소문.

       2, 3년 간격으로 실종되는 소녀들.

         

       여배우 앞으로 날아온 의문의 협박 편지와 습격.

       공연 도중 발생한 살인 사건.

         

       마침내 드러난 지하의 비밀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발견된 그동안 실종된 소녀들의 시체.

         

       음산하고 비장한 그의 말투 덕에 사건의 충격과 비극성은 더욱 극대화되었다.

       이미 사건을 알고 있던 사람들조차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범인에 대한 분노가 자연스레 들끓어 올랐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는 사건을 극적인 단계까지 몰고 갔다가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카바레의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극장의 대처가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강조했다.

         

       ‘남자랑 눈이 맞아서 야반도주했을 거다’라는 경영자의 섣부른 결론.

       여배우가 습격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연을 강행한 감독의 무신경한 고집.

       사건을 조용히 덮고 간 소유주의 냉정한 결정까지.

         

       그는 변명하기 어려운 부분만 골라서 극장의 대처를 비난했다.

         

       범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잔뜩 쌓게 한 다음, 그걸 바로 카바레 사람들에게 돌리는 그의 교묘한 화술은 효과적이었다.

         

       기소인 측 방청석에서 장미 풍차 카바레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피고인 측 방청석에서도 일을 왜 그렇게 처리해서 이 사달을 만들었냐는 질책이 나왔다.

         

       아나이스는 도스빌 남작의 공격에도 여유 있는 척 미소를 지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그가 왜 장미 풍차 사람들을 공격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장미 풍차 사람들이 자꾸 비난을 듣게 된다면,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잘못은 유령이 했는데……. 나쁜 건 그놈인데, 왜 우리가 비난을 받아야 하지?

         

       부당한 대접을 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

       그것은 자연스럽게 현재 용의자로 앉아 있는 원더스타인을 향하게 될 것이다.

         

       도스빌 남작의 한 수는 무스탕 후작의 명예에 상처를 입히는 동시에 그와 아나이스 사이의 분열을 노리는 것이었다.

         

       “저는 장미 풍차 사람들이 왜 피고인 측 방청석에 앉았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살해당한 소녀들! 모두 당신네 사람들 아니었습니까? 쯧쯧, 자기네 추문을 덮기에만 급급해서야, 원……. 외국의 손님들 앞에서 제가 다 부끄럽군요.”

         

       그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장미 풍차 사람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졸지에 그들은 동료의식 없이 제 이득만 챙기는 소인배가 되었다.

         

       몇 마디 말로 대결 구도를 바꿔놓다니.

       역시 그는 만만치 않은 남자였다.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피해자 전부 장미 풍차 사람들 아냐? 왜 범인 편을 든대?

       -무스탕 후작님도 너무 하시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보다 자기 명예가 우선이라는 거잖아?

       -여기 앉아 있는 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피고인 측 방청객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다.

       도스빌 남작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소란이 커지자 판사가 망치를 휘둘렀다.

       땅땅.

         

       “정숙! 정숙하시오! 여긴 법정이오! 그리고 기소인, 사건과 관련 없는 말은 자제 부탁드리오.”

       “죄송합니다. 차가운 지하에서 썩어가던 피해자들을 생각하니 저들의 행태에 너무 화가 치밀어서…….”

       “기소인!”

       “……그럼 이만.”

         

       도스빌 남작이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난 사람처럼 한숨을 푹 쉬며 물러났다.

         

         

       [서커스단의 명성이 3 하락했습니다.]

       [현재 서커스단의 명성:10]

         

         

       여론이 돌아섰다. 법정을 바라보는 방청객들의 시선이 조금 냉랭해졌다.

         

       피해자들을 위해 범인을 파헤치려는 기소인 측.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한 피고인 측.

       불과 몇 분 사이에 정의의 천칭이 반대로 기울었다.

         

       재판을 정치적 음모로 격하시키려고 했던 아나이스의 수는 무산되었다.

       다시 시도할 수도 없었다.

       도스빌 남작이라면 그걸 놓치지 않고 바로 이런 비판을 날릴 것이다.

         

       -사람이 4명이나 죽었습니다!

       -그런데 진상을 밝히기보다 왜 고소했냐고 상대를 비난하다니!

       -무스탕 후작도 그렇고, 베르그송 자작도 그렇고 자기 명예만 챙기려 드는 겁니까?

         

       정치적 공방은 이걸로 균형을 이루었다.

       이제 순수하게 법정 공방만 남았다.

         

       아나이스는 머릿속으로 사건의 내용을 간추렸다.

       도스빌 남작의 설명에는 선동 목적의 감정적인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쪽 짜내고 담백하게 사실만 요약한 자료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인물 목록]

       -아나이스 베르그송 (20): 재색을 겸비한 매력적인 변호인. 나다.

         

       -프랑크 원더스타인 (27): 내 병을 치료해주신 분. 고백했는데 차였다.

         

       -엘라 (16): 서커스단의 부단장. 사건 당일 무대의 대역을 맡았다.

         

       -유령 (??): 벽을 뚫고 다니는 괴인. 카바레 지하에서 기거하며 소녀들을 착취했다.

         

       -이본느 (19): 카바레의 대표 가수. 유령으로부터 협박과 공격을 받았다.

         

       -앙투앙 (42): 카바레의 대표 배우. 천장에서 떨어진 전등에 맞아 사망했다.

         

       -사보 (22): 기마경찰대의 부사관. 유령 사건의 수사 담당자.

         

       -도스빌 남작 (29): 사건의 기소인. 말재주가 뛰어나다.

         

         

       “그럼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증인은 증인석으로 올라와 주세요.”

         

       장미 풍차 사람들 사이에서 말쑥한 차림새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그는 사건 당일 1번 홀을 총괄했던 지배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몰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호흡이 거칠었다.

       그는 언제나 안전제일주의를 택하는 남자였다.

       이번 사건도 분명 경찰서에서는 조서만 쓰고 끝이라고 했는데 이런 자리에까지 서게 될 줄은 몰랐다.

         

       자기소개를 빠르게 마친 후, 도스빌 남작은 바로 심문에 들어갔다.

         

       “앙투앙 배우가 사망하던 당시의 일을 말씀해주시죠.”

         

       지배인은 담담히 그날 있었던 일을 증언했다.

       별 특별할 거 없는 지루한 인생을 사는 지루한 남자의 지루한 하루는 살인이 벌어진 순간부터 흥미진진해졌다.

         

       가만히 증언을 듣던 도스빌 남작은 한 대목에서 그를 멈춰 세웠다.

         

       “잠깐! 그러니까 사건 당시 외부인의 출입은 없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비밀통로는요? 나중에 발견되었지 않습니까? 그걸로 카바레에 출입할 수 없나요?”

       “확인해 본 바로 공연장으로 드나드는 통로는 저희 직원들이 이용하는 ‘스텝 석’으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통로를 이용해 들어왔다면, 반드시 스텝 석을 지나야 합니다. 근데 스텝 석은 직원들이 분주히 오가는 공간이라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고 들어갔다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호, 그렇군요. 그렇다면 범인은 분명 홀 내부에 있었던 인물이겠군요. 사건이 발생할 당시 자리에 없던 사람이 있었나요?”

       “직원들은 모두 서로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줬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제자리에 있었고요. 딱 한 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여기서 도스빌 남작은 보물찾기에서 1등 상이 적힌 쪽지를 주운 소년처럼 손에 든 종이를 높이 치켜들고 탁 소리를 내며 방청석을 둘러봤다.

         

       “그게 누구죠?”

       “저 사람입니다.”

         

       지배인이 가리킨 것은 원더스타인이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방금 그가 증언한 내용을 서로 물어가며 되짚어봤다.

         

       외부인이 출입한 흔적이 없다.

       다른 통로를 이용해서는 천장에 접근할 수 없다.

       내부인 중 한 명이 범인이다.

       그리고 당시 자리를 비운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이거 결론이 금방 나왔군요. 범인이 누군지?”

         

       그가 기소인 측 방청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보았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방청객들이 신나서 소리쳤다.

         

       -범인이다! 저 자식이 범인이다!

       -무적자가 용의자로 지목된 순간에 재판은 끝난 거지!

       -죽여라! 사형시켜라!

       -더러운 자식!

       -죄를 순순히 인정해라!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도 원더스타인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아나이스를 바라봤다.

       물론 태연한 건 겉모습뿐이었다.

       그의 속은 바짝 타들어 갔다.

         

         

       [서커스단의 명성이 7 하락했습니다.]

       [현재 서커스단의 명성: 3]

         

         

       명성이 3이 남은 상황에서는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도스빌 남작이 범인 놈이 뻔뻔하게 변명을 하려 든다고 비난하면, 명성이 0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여기서는 아나이스를 믿어야 했다.

       그녀가 알아차려 주길 바랐다.

       도스빌 남작의 주장이 가진 ‘모순’을.

         

       “다른 증언을 들어볼 필요가 없는 것 아닙니까? 재판장님, 어서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도스빌 남작의 흰소리에 판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도 자신도 이 정도 증언만으로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방청객들의 환호를 유도하기 위해 저런 말을 던지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판사는 차분한 태도를 견지하며 아나이스에게 말했다.

         

       “……일단 변호인 측의 의견을 들어봐야 합니다. 변호인, 방금의 증인에 대해 심문하시겠습니까?”

       “심문할 거리가 있을까요? 증인은 모두 명명백백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도스빌 남작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도 이 정도 증언만으로 실형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즉결 재판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목적의 쇼였다.

       ‘유일한 용의자는 베르그송 자작이 변호한 그 남자!’의 표제가 내일 아침 신문에 실리면 충분한 것이다.

         

       물론 아나이스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작님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군요.”

         

       그녀의 말에 도스빌 남작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자작님. 혹시 이 지배인과 다른 말을 하는 증인이 있습니까? 하, 그럴 리가 없죠. 경찰은 이미 모두 조사를 마쳤거든요. 외부에서 출입한 흔적이 없다. 내부에서 자리를 비운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하다. 제 주장에 틀린 점은 없습니다. ‘피고인이 유일한 용의자’라는 제 결론이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입니까? 제시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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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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