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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드디어 시작이구나.”

       

       

       아카데미를 습격하기 위해 모인 빌런들을 바라보았다.

       

       ···적다. 터무니없이.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 인원의 세 배는 있어야 하는데.

       

       

       “미르, 정말 하려고? 더 모아야 하는 거 아냐?”

       

       “어쩔 수 없는 거 알잖아.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위험해. 그 녀석들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

       

       “···.”

       

       

       계획은 애당초 위험하기 그지없었다.

       

       아카데미야 어떻게든 밀고 들어갈 수는 있다.

       

       수천 명의 능력자가 몰려들어 아카데미를 헤집는다면 아카데미 정도야 충분하다 못해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겠지.

       

       아무리 현역 때는 강했던 사람들이 은퇴 후에 아카데미의 선생님이 된다고 한들, 결국 퇴물.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 인원수로 아카데미를 손쉽게 제압하고 잔뜩 몰려올 협회를 어떻게든 피해 목표를 달성하는 거였다.

       

       아카데미는 그저 장애물. 정말로 위협으로 여기던 건 협회의 영웅들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어떻지?

       

       간부와 그 부하들이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조직 하나 때문에.

       

       원래라면 손쉽게 처치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아카데미 습격 자체가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완벽하다고 여긴 미르의 계획이 이상한 녀석들의 손에 틀어지고, 친하게 지내던 녀석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기분이란.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넷밖에 안 남았네, 간부.”

       

       “이럴 때는 또 간부 취급이지?”

       

       “미르가 간부라고 불러달라고 했으니까.”

       

       “뭐, 그래. 사천왕 같아서 좋네.”

       

       

       아카데미의 정문을 부숴버리고 밀고 들어가는 빌런들을 바라보았다.

       

       사천왕이라. 이런 광경을 보면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 세상을 위해서 그런 거잖아. 나는 알아.”

       

       “···그래. 이것도 모두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미르가 결연한 눈빛으로 아카데미를 바라보았다.

       

       저곳에 그녀의 목표가 있었다.

       

       아카데미의 창시자. 영웅. 세계의 구원자.

       

       온갖 이름으로 불리던 그 영웅이 봉인할 정도로 위험한 물건.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물건이.

       

       

       “···그런데 말이야,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봉인할 정도면 왜 부수지 않았을까?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데.”

       

       “그거야 쉽지, 애니. 그 사람도 알아봤을 거야. 아티팩트가 얼마나 혁명을 불러올지. ···위험하지만, 언젠가는 올바른 곳에 사용될 거라고 생각해서 봉인한 거야.”

       

       “그런가?”

       

       “그래, 틀림없어.”

       

       

       미르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언제나 그녀는 옳았으니까.

       

       

       “그 책에 적힌 대로라면, 분명히 있어. 우리가 원하는 아티팩트가. ···사람과 다른 종족을 섞어낼 수 있는 아티팩트가.”

       

       “용광로라는 이름이었던가?”

       

       “응. 그것만 있다면···.”

       

       

       다음에 이어질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항상 해왔던 이야기니까.

       

       

       “누구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 이거지? 알았어, 알았어.”

       

       “···내가 너무 많이 이야기했나?”

       

       “응. 엄청.”

       

       

       마나는 초인들의 전유물이다.

       

       그렇기에 초인이 아닌 사람들은 초인들에게 한없이 약하고, 초인들은 우대받는다.

       

       설령 그들이 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일반인이 사람 여럿을 죽이면 그대로 끝이다. 평생 감옥에서 썩거나, 죽거나.

       

       하지만 초인들은? 수백 명을 죽여도 부족한 초인 인력 탓에 운만 좋다면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용광로만 손에 넣으면···. 그러면,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

       

       “그렇구나.”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었지.

       

       누구나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힘을 언제나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지옥이 아니냐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타인을 위한다는 목적하에 사회를 지옥으로 몰아넣을 셈이 아니냐고.

       

       맞는 말이지. 정신병자나 쉽게 화를 내는 사람, 아직 성숙하지 못 한 사람들이 갑작스레 강력한 힘을 가진다면 제 주제를 모르고 날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 나온다. 생각보다 빠르네.”

       

       “괜찮아. 아직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았어.”

       

       “슬슬 우리도 들어갈까?”

       

       “···그래, 애니. 우리도 가봐야지. 평등을 위해.”

       

       

       위버멘쉬는 수천 명이나 모인 빌런 집단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래, 빌런 집단이다. 사회에 반하는 조직이라고.

       

       사회가 부작용을 우려해 거부해도, 긍정적인 영향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많다고 해도.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며 이만큼의 사람이 모였다. 사회에 반할 각오를 하며.

       

       그저 심심해서 모인 쓰레기 같은 녀석도 있었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빌런이니까.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마나를 쥐여주면 겪을 수많은 성장통도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빌런이니까.

       

       모두가 말리는 짓을 어떻게든 하겠다며 모여든 게 바로 우리들이다.

       

       

       “세상을 불태울 준비는 됐어, 미르?”

       

       “불태우다니. 이건 꼭 필요한 행동이라고 했잖아, 애니. 사회를 위해 주사를 놓아주는 거야. 백신은 맞으면 아프잖아?”

       

       “···잘못 맞아서 죽으면?”

       

       

       내 질문을 들은 미르가 자애롭게 웃었다.

       

       언제나 친절한 그녀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면···. 뭐, 나약한 사회를 향해 애도라도 해줄까?”

       

       

       

       ***

       

       

       

       “···도로시!”

       

       “꺄악?!”

       

       

       도로시를 향해 날아드는 날붙이를 황급히 걷어내고는 공격한 빌런의 힘줄을 잘라냈다.

       

       오래 놔두면 위험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으니까.

       

       사각지대에서 날아온 공격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할 뻔했는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고, 고마워요.”

       

       “아니, 신경 쓰지 마. 그것보다 저건···.”

       

       

       곳곳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빌런들과 뒤섞여 싸우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있는 장소는 손쉽게 정리되는가 싶더니, 여러 명의 빌런이 더 달라붙어 끈질기게 싸우고 있었다.

       

       학생 중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패닉에 빠져버린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건, 위험한데.

       

       

       “유시우!”

       

       “···어땠어?”

       

       “어떻고 자시고, 틀림없어! 위버멘쉬야! 뭐가 저렇게 많아!? 엄청나게 죽은 거 아니었어?!”

       

       “역시···.”

       

       

       신체 일부분에서 보이는 동물의 신체를 보고 생각한 거지만, 역시나 위버멘쉬였다.

       

       저번에 간부 한 명이 200명에 가까운 빌런들과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규모가 크다고는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간부, 간부는 보여?”

       

       “어, 어?!”

       

       “자기가 간부라고 했던 그 쥐 같은 남자, 기억해? 분명 십이지라고 했었을 거야. 간부가 생각보다 많을거라고.”

       

       “···그렇겠지.”

       

       “간부니까 분명히 다른 녀석들보다 강할 거야. 선생님들에게 알려야···.”

       

       “그럴 필요는 없다, 병아리들.”

       

       

       갑작스럽게 끼어든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2m는 되어 보이는 큰 키의 남성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위버멘쉬라는 이름이 들려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너희들. 마르모를 아는구나. 너희들이 그 산장에 있었다던 학생들이겠지?”

       

       “···그, 그게 왜?”

       

       “아니, 별 건 아니고. 그래도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었으니까.”

       

       

       따그닥.

       

       그런 소리가 들리고, 온몸이 경종을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길동무 정도는, 만들어 줘야겠지?”

       

       “이런···!”

       

       

       반응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직감이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리자마자 그곳을 방어하기 위해 칼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 눈을 질끈 감고 충격에 대비하려고 했지만, 고통 대신 익숙한 목소리만이 바로 앞에서 들려왔다.

       

       어느샌가 나와 빌런 사이로 파고든 아멜리아가 힘겹게 발차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크, 크으···. 아프다···. 아저씨, 조금 빠르네···?”

       

       “···뭐야, 너.”

       

       “나도 속도에는 조금 자신 있어서 말이야. 어때, 누가 더 빠른지 내기라도 한번 할까? 이 정도 속도라면 내가 이기겠지만.”

       

       “하.”

       

       

       얄팍한 도발이라도 들었다는 듯, 막힌 다리를 땅에 딛으며 그가 머리를 쓸었다.

       

       

       “값싼 도발이군. 내가 그따위 도발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나?”

       

       “아, 역시···?”

       

       “정답이다, 병아리. 참을 수가 없군. 덤벼라.”

       

       “어?”

       

       “뭐 하는 거지? 싸우지 않을 셈이냐? 그 패기는 폼이었던 모양이군.”

       

       

       ···뭐지, 이 미친놈은.

       

       아멜리아도 그런 반응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잠깐 굳었다가, 이내 맑게 웃었다.

       

       평소와 같은 웃음이다. 언제나 보여주는,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그 웃음.

       

       

       “하, 좋아. 덤벼! 나는 생각보다 빠르다고.”

       

       “글쎄. 싸워보면 알겠지. ···어차피 금방 끝날 거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는, 흙먼지를 날리며 엄청난 속도로 두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속도. 서로 싸우고 있는 거겠지만 직감이 없다면 따라가기도 벅찬 속도다.

       

       

       “가자, 도로시.”

       

       “네, 네? 하지만 아멜리아가 싸우고 있는데···!”

       

       “지금은 빨리 선생님을 찾아오는 게 도와주는 거야!”

       

       

       아멜리아는 싸우기 전에 내게 눈짓했다. 어서 가라고.

       

       그녀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멜리아가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점점 빨라질 테니까.

       

       더 이상 공격하기 힘들다고 판단이 들면 알아서 도망치겠지.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니 그녀가 발을 묶고 있는 사이에, 최대한 빨리 선생님을 데려와야만 했다.

       

       

       

       ***

       

       

       

       “···흐음.”

       

       [시작이네요! 아멜리아와 말이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렇네요. 남은 건 세 명인가···.”

       

       

       용과 개, 그리고 호랑이었던가.

       

       저 멀리서 흙먼지를 날리며 싸워대는 두 명을 시야에서 치우고 멀리서 움직이는 두 빌런을 지켜보았다.

       

       

       “꽤 강해 보이네요···. 주인공이 이길 수 있을까요?”

       

       [···아. 맞다.]

       

       “또 뭔데요?!”

       

       

       불안감이 엄습했다.

       

       작가님이 무언가를 까먹었다는 듯 이야기를 할 때마다 문제가 생겼으니까.

       

       심지어 이번에는 소설로 따지면 하이라이트 장면인데다가, 바라보고 있던 대상이 보스로 추정되는 존재다.

       

       게임으로 따지면 중간보스 포지션이겠지.

       

       ···그런데 그런 사람을 보고 이런 반응이라니. 벌써 듣기 싫어진다.

       

       

       [그, 그게···. 얼마나 강한지 설정 안 해뒀는데. ···생각보다 강하네요?]

       

       “네?”

       

       [지금 주인공의 성장으로는 못 이기지 않을까···요?]

       

       “네?!”

       

       

       작가님의 입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와버렸다.

       

       뭐?

       

       ···못 이겨?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좋은 저녁 되세요!

    내일 연재는 미정임미다···. 왜냐하면 친가로 내려가기 때문이에오···.

    만약 연재분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토요일 낮 12시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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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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