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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요시아키와 나루미가 빠졌음에도 축제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던 상황이었던지라 진성은 그저 숟가락만 올리면 되었으며, 빈자리는 다른 이들로 대체를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무인이 빠진 자리는 용병이 메웠다.

       나루미가 빠진 자리는 리세가 메웠다.

       요시아키가 빠진 자리는 진성이 메웠다.

         

       하지만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 모양인지 조금씩 삐걱거리기는 했으나, 진성이 가져온 물품들로 지원을 해주자 그 불만도 쏙 들어가 버렸다.

       기름칠이란 세계 어디를 가던 반드시 효과를 보이는 법.

       진성은 압도적인 자본주의의 힘으로 문제가 될만한 요소를 미연에 차단해버렸다.

         

       그렇게 축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용병들에게는 또 다른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다발과 금괴를 나누며 즐기는 마지막 일이 말이다.

         

       “이야, 고용주님. 이거 양이 어마어마한데, 30% 주셔도 되는 거 맞습니까?”

         

       용병대장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재화의 산에 압도된 듯 혀를 내둘렀다.

       그는 한 손으로는 거의 넝마처럼 변한 요시아키의 머리채를 잡고 있었고, 남은 한 손으로는 전술 조명을 들고 어두컴컴한 창고를 비추고 있었다.

         

       전술 조명에서 나오는 강력한 빛에 의해 수십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그 위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거 완전 은행인데….”

         

       은행 창고를 털러 들어간 강도들이 이런 풍경을 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온갖 재물들이 넓은 지하 창고 안에 가득 차 있었다.

       채권은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쌓여있었고, 지폐는 아예 동산을 이루고 있었다. 게다가 보석은 흠집이 나지 않게 진열대에 잘 보관이 되어있었는데, 그 진열대가 어찌나 많은지 여기가 비밀창고인지 보석 박물관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압권은 금괴였는데, 마치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에 이만큼의 금괴가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 쌓여 있었다.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금괴에 반사된 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야 할 정도였을 정도였다.

         

       도시 전설에 나오는 야마시타 보물(山下財寶)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야. 보물 사냥꾼 놈들이 이거 보면 눈깔이 뒤집히겠습니다.”

         

       용병대장은 눈앞에 보이는 돈뭉치의 산에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분배받을 생각에 즐거운지 실실 웃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슬쩍슬쩍 진성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혹여 고용주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의심하는 것 같았다.

         

       화장실을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용병들을 쏠쏠하게 써먹고 난 다음에는 지급할 거액의 돈을 아까워하는 이들을 보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이 창고에서 발견한 돈은, 처음 그들을 고용할 때에는 약속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진성이 입을 싹 씻는다면 꽤 곤란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진성에게나, 용병들에게나 말이다.

         

       진성은 자신의 눈치를 보는 용병대장을 안심시키기라도 하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속은 이루어질 것이다. 지폐, 채권, 금괴, 보석. 이 네 가지에 한해서 30%는 자네들의 몫인즉.”

         

       용병대장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진성은 다시 한번 약속을 지킬 것을 확언했다.

       그는 확언만으로 끝내지 않고 아예 재화들을 공중에 띄워서 용병들에게로 집어 던졌다.

         

       “와우!”

       “억!”

       “잠깐! 금괴 날아오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보물들이 자신에게 날아온다는 꿈같은 일에 용병들은 당황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실실 웃었다. 그렇게 고문의 대가는 지급되었고, 용병대장은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듯 진성을 향해 경례했다.

         

       그리곤 정신없이 제 품 안에 들어온 재화를 구경하고 있는 용병들을 향해 일갈했다.

         

       “얘들아! 정산 끝났다! 가자!”

         

       그러자 용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자 챙긴 보물들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이야, 깔끔하다 깔끔해.”

       “이렇게 쿨하게 돈 주는 고용주도 오랜만이네.”

       “거 지저분하게 질척대는 인간들만 만나다가 저런 사람 만나니까 되게 신선하네요.”

       “안 준다고 했으면 끔찍했겠어.”

         

       진성은 왁자지껄 떠들며 나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피식 웃었다.

         

       ‘그래. 안 준다고 했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겠지.’

         

       용병은 고용할 때 사용하는 돈은 그들의 목숨값이자 그들의 가치.

       그것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의 목숨과 가치를 오물에 처박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용병을 고용할 때는 반드시.

       반드시 그 목숨값을 지급해야만 했다.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용병에게 목숨값이란 그들을 고용하는 비용이자, 동시에 그들의 목에 채워진 목줄이었다.

       그것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순간 목줄은 풀리고, 고용주의 모가지에는 그들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박히게 된다.

       돈을 주지 않으면 계약 위반으로 의뢰주를 쳐 죽이고 재산을 약탈하는 도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떼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멍청한 놈들이 많았지. 참으로 어리석은 이들이로다, 참으로….’

         

       본래 힘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던가.

       제 손에 들려있으면 호신이지만, 남의 손에 들려있으면 폭력이 되는 법이다.

         

       용병 역시 마찬가지.

       계약을 지키면 충실한 사냥개지만, 계약을 어기면 도적으로 변한다.

         

       다만 이는 암암리에 퍼져나갔을 뿐 공언된 것은 아니라서, 용병들이 어떤 습성을 가졌는지 모르는 이들은 종종 실수한다.

       제 직원들이나 부하에게 그러듯 용병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후려치고 갑질을 해서 제 재산을 아끼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법이 있고, 이미지가 있기에 보통 즉각적으로 보복을 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기회를 한 번은 주었다.

         

       용병 협회에서 공식적으로는 내걸고 있는 ‘법적인 해결’을 이용해서 말이다.

         

       하지만 제 능력을 과신한 멍청한 고용주가 비싼 변호사를 선임해서 주지 않으려 온갖 발악을 하고, 승산이 없어도 진상짓을 잔뜩 부리며 돈을 주는 것을 질질 끌어버린다면?

       돈을 지불하기 전에 용병이 뒈지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질질 끈다면?

         

       그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는 사라지고, ‘비공식적인’ 보복이 시작된다.

       용병 협회에서 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진상들에게 행해도 된다고 암묵적으로 허락한, 끔찍하고 야만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권력, 재력, 영향력, 종교, 명예…. 수많은 힘이 있지만 가장 위에 있는 것은 바로 폭력인 법.’

         

       돈이 많아도 총알을 막을 수는 없다.

       인재가 많아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혼자서 감당이 안 되는 상대라면 다른 용병들의 도움을 받고, 다른 용병들로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세력까지 끌어들인다.

         

       용병들의 목숨값은 어떤 방식으로든 지급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용병 협회라는 거대한 단체와 그 단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용병의 총아였다.

         

       집은 불에 타버린다.

       법적인 효력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재산은 산산조각이 난다.

       오직 현물만이 약탈의 대상이 되며, 용병을 배신한 의뢰주는 어떤 형식으로든 반드시 사망한다. 가족들은 살아남을 때도 있고 죽을 때도 있지만, 그들의 생사는 오직 용병들의 의지에 달려있을 뿐 그들 스스로는 결정할 권리가 없다.

         

       용병들은 이러한 약탈을 ‘카니발’이라고 칭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카니발을 행하는 용병과 같구나.’

         

       그는 묘한 향수를 느꼈다.

         

       키시모토 가문의 집이나 다름없는 신사는 불에 타버렸다.

       가문의 힘인 이능은 산산조각이 나고, 그 근원인 신체는 진성의 손에 들어왔다.

       게다가 키시모토 가문이 태평양 전쟁 당시 긁어모았던 현물은 약탈의 대상이 되었고, 요시아키와 나루미의 생사는 오직 진성의 손에 달려있을 뿐 그들 스스로는 결정할 권리가 없게 되었으니.

         

       참으로 카니발과 똑같지 않은가!

         

       ‘그럼 한 장소에서 세 번의 축제가 연달아 일어난 셈이로다.’

         

       제물을 확보하고 성스러운 불을 피워 의식을 행했던 밤의 축제.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축제.

       그리고 진성이 자각하지 못한 채 행하고 있던 카니발까지.

         

       3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생각하면 더더욱 묘했다.

         

       3은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한다.

       3은 영혼을 상징한다.

       3은 신성을 상징한다.

         

       진성은 과거와 미래가 꼬인 채 현재에 살고 있으며, 영혼을 강화하는 의식을 행하였고, 신성을 짓밟고 모욕하였다.

         

       참으로.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닌가.

         

       그냥 끼워 맞췄다고 하기에는, 기묘한.

         

       ‘이르기를 우연과 필연은 오직 앎의 차이라 하였으니.’

         

       참으로 기묘한, 필연 같은 우연이었다.

         

         

         

         

        * * *

         

         

         

       이아린, 이세린 자매가 러시아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을 무렵,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일본에서의 일이 일단락되고 여유가 생겼으니 너희에게 줄 선물을 들고 곧 러시아로 방문하겠다. 길일을 잡아 방문할 것이니 묵고 있는 숙소의 위치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말해주었으면 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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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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