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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프란체 코퍼레이션에서 프리다의 핵심 인력들을 데려온 지 시간이 꽤 지났다. 이전까지는 움직임이 없었는데, 이제야 뭔갈 꾸미기 시작한 건가.

         

       ‘황실 파티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겠군.’

         

       프리다의 마담이 완전 바보가 아닌 이상, 범인은 프란체라는 걸 알아챘을 거다. 그래야 앞과 뒤가 맞지 않나.

       

       뭐, 딱히 걱정되진 않는다. 그 마담이 뭔갈 꾸며봤자 무용지물일 테니까. 제국 최고의 암흑 길드와 세계관 최강자가 있는데 당하는 게 이상하지.

         

       ‘드디어 그 계획을 쓸 때가 왔네.’

         

       전에 세웠던 계획, 첩자 작업. 내부부터 무너트리기 시작해, 보석점과 장신구점을 프란체 코퍼레이션으로 흡수하는 거다. 그럼 프리다는 완전히 몰락하겠지. 이걸로 생각은 끝.

         

       ‘프란체가 잘 하고 있는지나 봐야겠다.’

         

       프란체는 오랫동안 사교계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의류점의 주 고객은 귀족들. 사교에 능숙한 프란체가 알아서 잘 하고 있을 거다.

         

       나는 프란체가 어떻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을지 기대하며 걸음을 옮겼다.

         

         

       * * *

         

         

       “이쪽부터 정리하도록!”

       “네, 회장님!”

         

       프란체는 바삐 움직이며 매장을 관리하고 있었다. 홍보 효과가 굉장했는지, 방문이 끊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데카르트 공녀님?”

         

       평소엔 프란체의 험담만 늘어놓던 영부인들이 찾아와 친근한 척 굴었다.

         

       프란체는 이들이 굉장히 귀찮았지만, 고객이라 어쩔 수 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아, 와주셨군요.”

         

       싱긋 미소를 지어주니 영부인들도 좋다고 웃는다. 프란체는 그들의 뻔뻔함에 속에서 구역질이 치솟았다.

         

       “그럼요. 공녀님의 드레스를 보고 어찌 찾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좋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마음에 드는 드레스는 찾으셨나요?”

       “네. 공녀님의 매장에 전시된 드레스는 전부 품질도 좋고 아름답더군요.”

         

       이후에도 대화는 계속되었다. 프란체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방문하는 귀족들을 상대했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남은 의복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정장과 드레스의 개수 확인부터 해.”

       “정장 16벌, 드레스 12벌입니다.”

         

       매물이 애매하게 남아버렸다. 아직 매장을 연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많이 찾아올 줄이야.’

         

       홍보 효과가 대박이라는 건 알았지만, 불티나게 팔릴 줄은 몰랐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진은 말했다. 할 수 있다고. 프란체는 그 말을 상기하며 자신을 장작처럼 불태웠다.

         

       “이 정장이 마음에 드는군요.”

       “선물로 주기에 좋겠어요.”

       “늦게 와서 그런지 남은 게 얼마 없네요.”

         

       황실 파티에 참여했던 귀족들과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귀족들이 수없이 많았다.

         

       “공녀님, 지금 주문 제작 받으시나요?”

       “아쉽지만, 아직은 받고 있지 않아요.”

       “그런가요? 정말 아쉽네요…….”

         

       주문 제작은 황족이 먼저다. 황후, 황자, 황녀보다 더 먼저 특별한 의상을 다른 귀족에게 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니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은 드레스와 정장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만큼 안드레아의 능력은 출중했다.

         

       물론, 프란체의 입담도 도움이 되었다. 고민하는 귀족들도 구매했으니.

         

       “후우.”

         

       프란체는 의자에 걸터앉아 고개를 젖혔다.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휴식을 한 번도 취하지 못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회장님!”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직원들이 시원한 음료를 건넸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는지. 프란체는 그들의 기특함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들 잘 했어. 대성공이구나.”

       “이게 다 회장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저는 여기서 일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맞아요. 신문 기사에는 온통 저희 의류점으로 도배되어 있다고요?”

       “의욕이 타오르네요. 제가 작업한 의상을 이렇게 좋아해 주시다니…….”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라도 든 것일까. 다들 기뻐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란체는 그런 그들을 보며 뿌듯함이 느껴졌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프리다에서 착취를 당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자신으로 인해 달라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문득 진이 떠올랐다. 프란체의 인생은 진이 온 뒤로 확 바뀌었으니까.

         

       ‘진…….’

         

       진을 떠올리니 들떴던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그가 언젠가는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남자를 평생 곁에 두고 싶다. 영원히 자신의 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두고 싶다. 프란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진을 떠올렸다.

         

       그러던 그때.

         

       “잘하고 계셨네요.”

         

       진이 등장했다.

         

       “진!”

         

       반가운 얼굴에 프란체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진에게 안겼다. 곧장 고개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검사는 어땠어? 치료는?”

       “조금 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쁜 소식이니?”

       “음.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그럼 좋은 소식인가? 다행이었다. 이 남자는 평생 내 곁에 있어야만 하니까. 영원히 내 소유니까.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니까.

         

       이전, 진이 시한부라는 소리를 듣고 프란체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유일한 자신의 아군이자, 마지막 아군이 시한부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프란체의 마음을 알았는지, 진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 일은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진은 그리 말하곤 매장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매장이 텅 비어있는 걸 보니 잘 됐나 봅니다?”

         

       그의 미소를 바라보니 프란체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처음 만든 성과가 너무나도 기뻤다.

         

       “다 네 덕분이지. 정말 프리다를 무너트리는 게 가능하겠구나.”

         

       프란체의 말에 진은 흐뭇하게 웃었다.

         

       “제가 전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실패는 염두 하지 않았다고.”

         

       프란체의 눈이 반짝였다.

         

       넘치는 자신감. 실패는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진.

         

       그가 없었더라면 프란체는 진작에 무너졌을 것이다.

         

       “그런데 공녀님.”

       “왜?”

       “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요……?”

       “아…!”

         

       프란체의 머리가 붕 뜨며 얼굴이 붉어졌다.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원래라면 이런 흐트러진 모습은 절대 보이지 않는데. 프란체는 황급히 진에게서 떨어졌다.

         

       “그래도 뭐, 공녀님께서 그렇게 기뻐하시니 저도 좋네요.”

         

       방금 했던 행동 때문일까? 피식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진을 보니 프란체는 묘하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크흠.”

         

       프란체는 괜한 헛기침으로 흐트러졌던 이성을 되찾고, 평소의 모습을 유지했다.

         

       “매장 일도 끝났겠다, 식사하러 가자꾸나. 해야 할 이야기도 많고.”

         

         

       * * *

         

         

       우리가 도착한 곳은 공작령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조은나마시서. 신기한 이름의 식당이었다. 왠지 뜻을 알 거 같은 건 기분 탓인가.

         

       ‘이 게임은 왜 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냐.’

         

       게임을 플레이하던 당시에도 알지 못했던 숨겨진 요소들이 많다. 개그를 노리고 넣은 건지, 아니면 몰래 개발자가 집어넣은 건지.

         

       “먹고 싶은 건 다 시켜도 된단다.”

         

       프란체가 메뉴판을 건넸다. 나는 재빠르게 눈알을 굴리며 고기가 들어간 음식들을 확인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전부요.”

       “많이 배고팠니?”

       “예. 검사만 하는데 체력이 많이 소모되더라고요.”

         

       거짓말이다. 그냥 고기가 먹고 싶었을 뿐. 공작령에서 최고로 유명한 레스토랑인데 다 먹어봐야지.

         

       “그래, 그럼 다 시킬게.”

         

       프란체는 싱긋 웃으며 레스토랑의 종업원을 불렀다.

         

       “보어 토마호크, 디어 다리 구이. 그리고……”

         

       한참 동안 이어지는 주문시간. 너무 많이 시켰나? 그래도 다 먹을 순 있을 거다. 소드 마스터의 근육은 유지하는 게 힘들거든.

         

       그렇게 주문이 끝나고, 프란체는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래, 이제 자세하게 얘기해보렴.”

       “병에 관해서 말씀이십니까?”

       “맞아. 어떤 상황인지는 자세히 알아야지.”

         

       여기서는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려나. 카자르는 말했다.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원인을 발견했지만, 해석할 수가 없어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프란체가 깊은 절망에 빠지겠지…….

         

       ‘어쩔 수 없이 또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건가.’

         

       나는 최대한 밝게 웃었다.

         

       “카자르가 약을 만들어준다고 하더라고요. 그거면 어떻게든 되나 봅니다.”

       “다행이구나. 카자르 덕분에 평생 내 곁에 있을 수 있겠네.”

         

       싱긋 웃기만 했을 뿐, 굳이 대답은 하지 않았다. 괜히 말이 길어지면 이전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시답잖은 대화로 주제를 돌렸다. 잡담이 이어지던 그때.

       

       “음식 나왔습니다.”

         

       타이밍 좋게 음식이 나왔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불러주시길. 즐거운 식사 시간되십시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당장이라도 입안에 욱여넣고 싶지만, 왕족의 체통을 지켜야 하기에 마냥 그럴 수는 없었다.

         

       식사 도중에 프란체가 물었다.

         

       “이번 사업은 대성공이잖아. 다음은 뭐니? 더 할 게 있다고 하지 않았니?”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라, 하지만 먼저 정리해야 할 일이 있지.

         

       “더 할 게 있는 건 맞지만, 그전에 해야 할 게 있습니다.”

         

       프란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프리다의 정리입니다.”

         

       마담의 움직임도 보였으니 흡수할 명분이 생겼다. 이제 프란체 의류점은 장신구와 보석도 취급할 수 있겠지.

         

       “그때 말했던 거지?”

       “네. 프리다를 흡수하는 겁니다.”

         

       프란체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럼 이제 사치품은 우리가 독점하겠네.”

       “맞습니다. 돈이 돈을 불러오는 거죠.”

         

       계획은 처음부터 만들어뒀다. 마담을 몰락시키고, 내부에 첩자를 보낸다.

         

       대개 회사원들이나 직원들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불안한 회사에는 남지 않는다.

         

       생계가 걸린 문제니까.

         

       그런데 여기서 떠오르는 신생 기업이 제안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너의 계획대로 흘러가는구나.”

       “그럼요. 처음부터 다 생각해둔 거니까요.”

         

       이 게임의 최종 진 엔딩을 유일하게 클리어한 나는 모르는 게 없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캐릭터의 특성은 어떤지.

         

       ‘진의 몸도 있는데 뭘 못하리.’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된 기분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옛날 생각이라도 난 거니?”

       “아, 별거 아닙니다.”

       “또 사람 궁금하게 만드네.”

         

       원래 궁금하게 만드는 게 제일 재밌어.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방법 첫 번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무튼.

         

       “사실 말씀드릴 게 더 있습니다.”

       “응? 뭔데?”

       “프리다 마담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란체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담이? 그럼 어떻게 되는데?”

       “프란체 코퍼레이션을 노릴 거예요.”

       “그럼 대비를 착실히 해둬야겠구나.”

         

       이쯤에서 질문.

         

       “그렇다면, 여기서 뭘 해야 할까요?”

       “어…… 음…….”

         

       허공을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프란체. 그래, 계속 그렇게 생각해야 해. 언젠가는 나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간단한 문제네.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엑시드를 이용하면 되잖아?”

         

       정답이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의뢰를 맡기러 가는 김에 사업이 대성공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씨익. 프란체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그 남자의 콧대를 찍어 눌러줄 수 있겠네.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지.”

         

       아무래도 셀다스한테 받은 상처가 큰가 보다. 하긴, 그렇게 대놓고 무시하는데 열을 안 받으면 그건 그거대로 이상하지.

         

       “그럼 이제 그 남자 콧대를 눌러주러 갑시다. 공녀님이 달라지셨다는 것도 보여주자고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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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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