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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알림 : 스크림 종료. 우승자는 ‘Eugene’ 입니다.]

        

       -[알림 : 세션 종료. 디브리핑 룸 전원 참석 확인.]

        

        

        

        정적이 흘렀다.

        

        그들의 지위와 위치, 역할에 상관없이, 해당 경기가 끝나고, 이를 관람 중이었던 모든 이들은 그저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조차 확신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입을 다물고만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이변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던 결과이기도 하였다.

        

        

        유진이라는 플레이어에 대한 소식과 정보를 접한 것이 느렸거나, 아직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이들에게 있어, 그것은 어떻게 보면 불편한 진실을 반쯤 강제로 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고작해야 티어 2에서 상주하던 유저라든가, 다크 존을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든가, 여지껏 보여준 기량들이 전부 과대평가되었다든가…한 유저를 직간접적으로 깎아내리기 위한 미사여구는 많았다.

        

        하지만 그게 어쨌단 말인가.

        

        결국 믿음의 여부와 상관없이, 망막에 아로새겨진 결과는 변하지 않는 것을.

        

        

        이와는 반대로, 해당 인물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느 정도라도 간파하고 있는 인물들은, 마음 속에 품은 혹시나를 역시나로 조금 더 많이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고작해야 한 판.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었다. 총 4부로 구성된 스케줄 동안 진행되는 경기의 횟수는 아무리 적게 쳐줘도 20~30번이었으며, 그녀는 이 중 고작해야 처음 한 판을 이겼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크림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말로 이번 일의 경중을 뒤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고, 그럼으로서 유진이 가지고 있었던 족쇄가 상쇄되는 것도 아니었다.

        

        첫 번째 참여.

        

        그렇기에 프로게이머들이 직접 알려주는 운용법이나 택틱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스크림에는 티어 2에 소속된 인원들 뿐만이 아니라, 티어 1과 메달 오브 아너 – 그러니까, 그녀보다 랭크가 한두 단계 높은 이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실력만으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프로도 열몇 명씩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냥저냥 숨어다니면서 이긴 것도 아니고, 해당 세션을 기준으로 모든 참가자들 사이 열 명 중 한 명은 그녀의 총에 목숨을 달리했다.

        

        그것도 연구 단지에서 드랍되는 총들 중 반동 제어의 어려움으로는 탑을 달리는 ASh-12.7을 들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버렸다.

        

        거기에 반쯤 예능성으로나 나오는 바렛을 들고 두 저거넛을 말 그대로 박살냈다.

        

        

        

       “…허.”

        

        

        

        무어라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이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게 단정을 지어버리기에는…첫 판에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았다.

        

        프로게이머들도 어떻게 보면 발굴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 데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해당 유저는 이미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의 무언가였다.

        

        독이 든 성배.

        

        진부하기도 하고, 동시에 과도하게 거창하기도 했지만, 그 외의 무슨 단어로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 후로도, 정적은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한편, 브리핑 룸.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배틀로얄의 신께서 우리 사이를 거닐고 계신다아아─!”

        

       “자자, 다들 진정! 진정 좀 해요!”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외부의 상황과는 다르게 이곳은 그야말로 환호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물론, 비단 유진 뿐만이 아니더라도 이는 일종의 관례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스크림이라고 해도 우승자는 99명에 달하는 경쟁자들을 헤치고 승리를 거머준 인물이었고, 그런 맥락에서 칭찬 한다발 정도는 얹어주어도 상관없었으니.

        

        게다가 관례라고는 해도, 그 사이에 진심이 묻어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약간은 떨떠름한 얼굴과 함께, 유진은 마치 최첨단 강의실을 연상시키는 안으로 슬그머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상당히 반짝거리는 글씨체로 적힌 ‘1위’라는 단어가 부유하고 있는 상태였고. 

        

        무장이 전부 제거된, 신체의 굴곡이 살포시 드러나는 의복을 입은 아바타. 그 외형은 평범하다면 평범했고, 아니라고 한다면 아닌 묘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은 노말하다고 할 수 있는 긴 장발과, 언제나 그렇듯 모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섬세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얼굴. 나올 곳은 은근히 크게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굴곡진 라인.

        

        그것은 엉덩이나 다리가 아닌, 일견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드는 매끈매끈한 꼬리의 첨단까지 이어졌고 – 대부분의 인원들은 그 즈음에 가서야 간신히 시선을 끊어낼 수 있었다.

        

        

        흥분이 걷힌다.

        

        다음 순간, 평소 다크 존의 자체 저장기능보다도 월등히 뛰어난 분석표가 동봉된 – 유진이 걸어왔던 발자취가 허공 위로 띄워졌다.

        

        타국 그 어디에서도 공개될 수 없는 한국만의 자체적인 아날라이징 엔진.

        

        그것을 보며 유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사이, 공중에서 마이크를 생성한 Xi 소속의 프로게이머 한 명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1등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디브리핑을 하러 왔는데 느닷없이 강단에 선 느낌이네요.”

        

        

        

        짤막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만의 담담한 어조였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에서는 해당 말투가 익숙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요컨대 그녀의 시청자들조차 몇몇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유진은 마치…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사람이 과연 긴장이라는 걸 할지, 아니면 큰 리액션을 보여주는 날이 있기나 할지.

         

        여하간 그녀가 여지껏 많은 디브리핑을 겪어보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코 스크림 후의 디브리핑을 의미하지 않았기에 – 마치 MC처럼, 유진의 옆에 선 이는 능숙하게 진행을 시작했다.

        

        

        

       “하하, 처음 스크림 후 디브리핑을 하는 분들은 다들 그런 반응이시죠. 백 명의 인원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상당히 드문 경험이니까요.

        

        아무튼, 디브리핑의 목적은 어느 정도 짐작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니…방금 시행했던 스크림을 유진 씨의 관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크게 부담 가지지 않고,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될 거예요.

        

        중간중간 다른 분들이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대답은 짤막하게 해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감으로 했다고 말씀해주셔도 크게 문제 없으니까요.”

        

       “명심하도록 하죠.”

        

        

        

        그와 동시에 허공 위로 거대하게 띄워진 스크린. 강하부터 전원의 착륙, 그 이후 시설 내부로 들어가는 백 명의 인원들. 요컨대 경기 극초반대의 영상이었으나, 이는 유진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상이란 특이사항이 있었다.

        

        유진의 앞에도 작은 영상이 띄워졌는데, 아래에 표시된 재생 바는 곳곳에 멈춤 표시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플레이를 돌려보던 99명의 플레이어들이, 특정 구간을 집어내어 질문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재생을 시작한 지 불과 몇 분도 안 되어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유진은 고화력 화기 보관소에서 두 정의 총을 고르고 있었다. 

        

        

        

       < Q : 여러 총기들 중 굳이 반동 제어가 힘든 대구경 총기를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반동 제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기를 골랐습니다. 그 외에는…내부 진입 후 건케이스에서 가장 먼저 획득한 화기가 그거라서 그런 것도 있네요.”

        

        

        

        쉽게 말해서, 들어가자마자 보인 총기를 집어들었단 소리.

        

        방에 있는 게 연필이었으면 연필로 잡아족쳤을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이들이었지만, 이들은 그래도 평소 유진의 채팅방에 상주하는 시청자들보다는 인내심이 많았다.

        

        영상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재생 바의 초반 부분에 기이하리만치 많은 정지 요청이 몰려있었고 – 그 부분으로 들어서자, 꺾어진 복도를 두고 유진과 다이스가 대치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이 시점에 몰린 질문 중에는 다이스의 것도 있었다.

        

        가장 먼저 간택받은 것 역시도 그녀가 작성한 의문이었다.

        

        

        

       < Q : 이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셨어요?>

        

        

        

       “단적으로 말하자면, 적을 식별한 즉시 수류탄이 날아오리란 걸 직감했습니다. 따라서 적이 수류탄 던질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조절해서 그 사이를 파고든 겁니다.”

        

        

        

        화면에서는 유진이 바닥에 흩어진 나무판자를 일부러 발로 툭 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것에 반응한 다이스가 건너편 복도에서 수류탄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이, 그 소리를 정확하게 캐치하고 몸의 근육을 긴장시켜 뛸 준비를 했다.

        

        수류탄 핀에 손가락을 걸고 힘을 주자마자, 유진의 아바타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복도를 가로질렀다. 구체적으로는 다이스가 핀에 걸고 있는 손가락을 빼고 총기를 다시 들어올리기도 전에 마주칠 정도로.

        

        그 다음은 간단했다. 반쯤 스스로 무장 해제를 해버린 그녀는…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꾸엑 하고 죽어버렸다.

        

        납탄에 의해서. 가슴팍을 강타당하고, 폭사했다.

        

        

        그녀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무리 이 에이펙스 프레데터 판이 쥐똥만한 크기의 변수 하나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 자체를 몽땅 예상하고 그 사이의 틈을 파고들어 잡는다?

        

        까놓고 말해서, 이는 프로에게 심리전을 건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이스의 처참한 폭사로 이어졌고.

        

        그럼에도 그녀는 그에 분통을 느끼거나, 패배감을 느끼거나, 하다 못해 호승심을 불태우지도 않았다.

        

        그냥, 뭐어…프로로서는 하면 안 되는 생각이긴 하지만,

        

        

        

       ‘…참나, 죽을 만해서 죽었네….’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째서인지 마음이 후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지껏 느껴왔던 꽉 막힌 듯한 감각이 조금이나마 무너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유진의 말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움직였다.

        

        

        

       < Q : 이번 스크림에서 목표로 했던 것이 있다면?>

        

       “글쎄요. 음…굳이 1등을 노리고 플레이하진 않았고, 판을 뒤엎는 걸 비교적 중점으로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단지는 기본적으로 저거넛을 통해 킬존을 형성하기 때문에, 전류장이나 방사능과 같이 모든 유저가 예외 없이 한 지점으로 균등히 좁혀지는 효과를 보장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더해서, 저거넛은 위치를 잘 잡을 경우엔 사살도 가능하죠. 이는 연구 단지에서의 지향점이 교전이 아닌 생존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안전한 곳이라는 대전제를 없앴습니다…만, 사실 그 점을 노린 건 아닙니다.제 교전 원리는 나쁘게 말하면 즉흥적이고, 좋게 말하면 임기응변이라, 보통은 제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을 주로 선택하는 편입니다.”

        

        

        

       ‘말이야 쉽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다고….’

        

        

        

        까놓고 말해서, 저 말은 반쯤 본능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택한다는 것 아닌가.

        

        표현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의 말은 곧 유진의 사고방식이 교전에 익숙하고, 그에 최적화된 사람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다르게 말하면…항상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며 행동한다는 뜻이었다.

        

        이것이 유진을 제외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는 당연히 말할 수 없었으나, 위로 올라갈수록 생존과 은밀기동이 가장 중요한 에이펙스 프레데터에서, 머릿속에 빅 픽쳐를 매 초마다 그리며 행동하는 게 가능하긴 할까?

        

        당장 다이스 자신도 유진의 인기척을 느낀 순간 시야가 좁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판에.

        

        

        

       “…뭐하는 사람이라냐.”

        

        

        

        입가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무의식적인 말을 뒤로 하고, 다이스는 흐트러진 금발을 자연스럽게 귀 뒤로 쓸어내렸다.

        

        아직 디브리핑은 끝나지 않았고, 스크림은 막 시작일 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이스의 성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말투와 행동을 통해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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