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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0

    <620 – 오크노디의 경호부대(1)>

     

    총총총.

    144cm의 작은 키.

    어린이드레스를 입은 한심한 차림새.

    몸이 작은 어린아이나 동안만 소화할 수 있는 핑크색 트윈테일.

    이 별난 특징이 모두 합쳐진 핑크베리 교수의 등장에 플라톤 교수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틀림없이 오크노디를 몰아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소환수들이 엉뚱한 사람을 쫓았군. 저 교수는 왜 저렇게 쓸데없이 애같이 생겨서 헷갈리게 굴지.”

    “그러게 순순히 우리에게 협력하지 그랬어? 플라톤 교수.”

    “시끄럽다. 교장에게는 큰 은혜를 입었지만, 그게 숲의 쥐새끼와 힘을 합칠 이유가 되지는 않아.”

     

    근육질의 조각상 육체를 지닌 플라톤 교수의 옆에서 커다란 매의 발에 매달려 말을 건네는 이는 숲의 레인저, 미네르바 교수.

    친 오크노디 성향의 교수들과 달리, 예전부터 교장의 명을 받아 오크노디를 감시 및 경계해 왔던 반 오크노디 성향의 대표적인 교수 중 한 명이었다.

     

    “너희들은 오크노디를 왜 그렇게까지 경계하는 거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동정심이 있다면 이럴 수는 없는 거 아니냐?”

    “동정심? 웃기는 소리 하네. 대륙의 마력재해 90%가 암흑마나 소유자에 의해 발생했어. 오크노디처럼 강력한 아이는 더 많은 암흑마나를 모으고, 이 아이가 폭주하면 그때는 근 30년 내의 마력재해 중 최고 수준의, 어쩌면 대륙 단위의 금역을 탄생시킬 재해가 벌어질 거야.”

     

    미네르바 교수는 싸늘한 눈으로 오크노디가 사라진 땅굴 근처를 노려보았다.

     

    “저 아이에게 더 이상 아카데미 외부에서의 활동을 허락할 수는 없어.”

    “혁명가와 선황의 몰락, 마왕군 사천왕의 토벌은 적어도 세계평화에 커다란 이바지를 한 행동이 아니었나?”

    “세상에 착한 암흑마나 소유자는 없어. 그 사악한 힘을 다루던 ‘첫 번째 마왕’이 대륙 북반구를 모조리 오염시켜서 만들어 낸 결과를 배웠다면 그딴 착각은 하지 않을 거야.”

     

    미네르바의 지적에는 플라톤도 대꾸할 말이 없었다.

    북부의 대재해.

    마계령의 탄생.

    이는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니까.

    오크노디에게도 그런 재해를 일으킬 가능성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욱 교육자로서 오크노디가 어긋나지 않도록 인도해야 하는 건 아닌가? 그 아이를 어긋날 존재라고 단정하여 박멸하려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재단의 이사장의 노림수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가?”

    “하지 않아. 교장의 생각은 정반대니까.”

    “정반대…?”

    “오크노디는 기프트 아카데미를 제 2의 마계령으로 바꿀 <재해폭탄>. 그 아이를 키울수록 아카데미는 더욱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 이것이 교장이 품고 있는 현재 생각이야.”

    “자네가 그렇게까지 드래곤 교장에게 신뢰받고 있는 줄은 몰랐군. 직접 들은 말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당연히 훔쳐 들은 속마음이지. 레인저의 비기, <엿듣기>의 극의로.”

     

    미네르바는 자신의 재주에 확신을 지니고, 교장의 속마음이 올바르다고 판단했다.

    플라톤 교수는 그 확신이 두려웠다.

    미네르바가 들은 생각이 없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교장도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겠지.

    그런데 드래곤의 특징이 무엇인가.

    하등생물 구경하기.

    유희 즐기기.

    인간 세상 만끽하기.

    그런 것들이다.

    과연 드래곤 교장의 ‘엿듣기’가 미네르바의 ‘엿듣기’만도 못할까?

    유희생활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엿듣기의 대비책을 세워왔던 교장의 ‘방어기능’이 미네르바의 엿듣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허용할 정도로 형편없을까?

     

    ‘모두 교장이 허락한 것이다.’

     

    몰래 들은 것이 아니다.

    보여준 거다.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품도록.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도록.

    의도된 생각과 행동임은 꿈에도 모르는 채로.

     

    “…”

     

    교장은 무엇을 위해서 미네르바에게 저런 생각을 보여준 것일까.

    오크노디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의도된 것이라면, 실제 본인이 품은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그것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떤 식으로 뒤바꿀까.

     

    ‘걱정되는군.’

     

    누군가는 저 아이의 미래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만 했다.

    물론 오크노디의 곁에도 괜찮은 교수들은 있다.

     

    대표적으로 디스트로이어 교수.

    도적치고는 상당한 전사의 몸을 지닌 남자였다.

     

    다음으로는 브론즈 디 아스트라다 교수.

    정의도둑으로 이름을 날린 여자답게 제도의 마천루를 뛰어다니던 근력에서 비롯된 복근과 대퇴근, 코어근육들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최악은 사다코 교수다.

    언데드답게 언제 마지막으로 단련했는지 모를, 삐걱삐걱 꽈득꽈득 비명을 지르는 관절과 근육.

    하필이면 지금 오크노디를 주로 지키는 교수는 사다코 교수였다.

     

    ‘그런 허접한 교수에게만 오크노디를 맡겼다간 교장의 꼬드김에 넘어간 미네르바 교수나 다른 교수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 테지.’

     

    도움이 필요했다.

    누군가 오크노디를 보살펴 줄 다른 교수의 도움이.

    고민에 잠긴 그의 눈에 총총 교내를 활보하며 개구리를 채집하고, 새카만 물약으로 개구리를 키워서 점프시켜 아카데미 상층구역에 입성하고, 마나보호막에 개구리를 던져 작동시키고 작동한 술식을 역산하여 해제하는 핑크베리 교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흠.’

     

    실력, 나쁘지 않다.

    개구리를 단숨에 거대화시킬 정도로 생물의 근육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은 나쁘지 않은 정도를 넘어서 좋은 수준이다.

    뭘 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따라 들어가니, 4학년 전용의 특별영양식이 가득 담긴 테이블에서 도핑아이템을 욤뇸뇸 먹어 치우는 탐욕스러운 실체!

    이건 아주 훌륭하다.

    작은 자가 커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근육단련의 외길 인생에 있어서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광경이 아닌가.

     

    “핑크베리 교수!”

    “으걋?!”

    “걱정 마시오. 내 교수의 성장에 대한 욕망은 반드시 비밀로 지켜줄 터이니!”

    “그, 그래…?”

    “대신 핑크베리 교수도 내 부탁을 한 가지 들어주면 좋겠소.”

     

    플라톤의 정중한 요청에 핑크베리 교수가 부쩍 주눅든 얼굴로 조심스레 물었다.

     

    “머, 멀 원하는 건데…? 미리 말해두지만 거다이맥스 조각상으로 당신의 빙의체를 변장시켜서 업그레이드 해달라는 부탁이나 개인창고에 남아도는 플라톤의 철인군단의 도해도를 따라 변장술로 금속을 빚어달라는 요구는 들어줄 수 없어.”

    “걱정 마시오. 피렌체 왕국의 왕귀를 위한 큰 계획보다는 작고 소소한 부탁이니. 핑크베리 교수에게 할 부탁은 오크노디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오.”

    “에엥? 오크노디를? 내가…?”

    “그렇소.”

    “대체 왜?”

    “오크노디 학생은 본인도 눈여겨보고 있는 근트레이닝이 무척이나 잘 먹을 것처럼 보이는 학생이오. 그런 학생이 암흑마나라는 외도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 한들, 테러리스트라 단정 지으며 다른 교수들의 핍박을 받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단 말이오.”

     

    핑크베리 교수가 굉장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가?”

    “아니…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싶어서.”

    “역시!! 변장술로 인체근육에 능통한 핑크베리 교수라면 알아볼 줄 알았지. 변장술 강의도 들었으니 오크노디의 전신근육도 파악하고 있겠군! 참 생각할수록 부러운 일이야. 그 작은 신체에 깃든 대량의 근육과 압축된 힘줄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너, 좀 변태 같아서 짜증 나네. 오크노디를 지키는 거야 알아서 신경 써줄 테니까 그만 돌아가!”

    “허어. 어찌 말로만 부탁을 했다고 그리 성급하게 돌아가려 하는가. 아이를 보호하려거든 방법도 정해두어야 하지 않겠소?”

    “보호면 보호지, 무슨 방법까지 필요해?”

    “가령 오크노디의 암흑마나를 강제로 촉발시켜서 마력재해를 일으키려는 자가 있다고 가정하지. 근거리에서 마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파동을 사출한다면 거리를 벌리고 보호할 때, 아이가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 파악할 수 있겠소?”

    “알았어. 그럼 가까이서 지키면 되잖아.”

    “섣부르기는! 그렇다고 가까이서 경호하다가 원거리에서 오크노디가 향하는 시험장에 외부에서 유입된 범죄자들이 암흑마나 폭주진을 설치해서 폭주를 시키면 가까이 있다고 한들, 어찌 아이를 지킬 수 있단 말인가!”

    “억까 가불기 선 넘네. 그럼 어쩌자는 거야?”

    “변장술을 통해서 핑크베리 교수가 오크노디의 가까이에 있는지, 멀리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서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지켜주시오. 외관상 통일된 호위병을 놓고 호위병 중 하나로 변신하면 더욱 알 길이 없겠지.”

     

    플라톤 교수의 제안이 제법 구미가 당겼는지 핑크베리 교수도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나쁘지 않네. 자동에 각기 다른 기능을 입혀서 생체형 골렘으로 세우면… 레어메탈도 조나 교수의 공방에서 빌릴 수 있을 테고.”

    “오오, 그렇게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주다니! 역시 자네는 참된 교수였어. 내 답례의 의미로 근육을 키워주겠네!”

    “필요 없거든?! 저리 가!”

     

    다행히도 오크노디를 돌볼 새로운 교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플라톤 교수는 뿌듯한 마음으로 핑크베리 교수의 매도를 들으며 돌아갔다.

    오크노디를 보호하는 오크노디라는 괴상한 빌드를 탄생시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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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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