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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0

        

         

       영혼은 존재하는가?

       영혼이 존재한다면 그것에는 무게가 있는가?

       영혼에 무게가 있다면 그것을 느낄 수 있는가?

         

       느껴진다.

         

       진성의 감각에 케네스의 영혼이 사라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최후에 내뱉는 숨이 그의 몸을 일부나마 가볍게 만들고, 그를 이루고 있던 결속의 고리 중 하나가 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리 세 개로 안의 내용물을 지탱하던 솥의 다리 하나가 없어졌을 때처럼 그것은 엎어져 바닥에 쏟아버리게 되니 이것이 바로 죽음이라.

         

       케네스는 죽었다.

       이제 그는 살아서 움직이지 못한다.

         

       다만 그가 남긴 소망은 잔류하여 그에게 작게 속삭였으니.

       그 감정의 색은 타오르는 불꽃도 아니요 살을 엘 듯한 바람과도 닮지 않았다.

       흔들리는 땅과도 닮지 아니하였고 거대한 파도와도 닮지 아니하였다.

         

       그것은 태양의 빛처럼 따스한 것이요, 흘린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다.

       발바닥에 기분 좋은 감촉을 안겨주는 흙이요 어머니의 품과 같은 물이다.

       그 감정의 이름은 사랑이라.

         

       케네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사랑을 속삭이고 갔다.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을 부르짖으며 세상에 사랑이 넘치기를 소망하였다.

         

       숭고하고 숭고하다.

       그리고 이런 숭고한 이가 스스로 목숨을 불살라 숭고한 목적을 이루고자 하였으니.

       신이 어찌 이 다시없을 희생에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납치당해 바친 것도 아니요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니다.

       광신을 품고 한 것도 아니요 저주를 품은 것도 아니다.

       저것은 신이 흡족해야 마땅할 것이요 여타 다른 인신공양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라.

         

       그리하여 신이 응답하였다.

       신께서 그의 소망에 응답하였다.

         

       치이익.

         

       가장 먼저 용암이 식었다.

       케네스를 흔적도 없이 삼켜버린 뜨거운 용암이건만.

       누군가가 냉기를 쏟아붓기라도 하는 듯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용암은 식어 돌이 되었다. 케네스의 뼈와 살점을 태운 재를 그대로 품에 안은 채 그대로 흐르던 모양대로 굳어버렸고, 그렇게 비탈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의 흉터가 되었다.

       다만 그 흉터는 봉합이 된 것이라서, 그래서 피를 닮은 용암을 더 이상 흘리지도 보이지도 않게 될 것이라.

         

       이로써 산의 상처는 봉합되고 더 나아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상처가 나아졌으니 들끓던 열도 가라앉을 때가 되었음이라.

       성질 더러운 한 여신과 같이 끓어오르던 화산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눈을 불러오고 냉기를 끌어모았으니 그 냉기가 땅에까지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요, 아팠던 이가 열이 났다가 냉찜질을 받았을 적 낫는 것처럼 그렇게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다.

         

       쩌저저적.

         

       땅이 얼어붙는다.

       땅속 깊숙한 곳이 얼어붙는다.

       냉기가 아래로 내려가고, 땅의 압력을 가라앉힌다.

       마그마의 온도를 낮추고, 가스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묘한 주술의 힘이 마그마와 가스, 휘발성 물질에 영향을 끼치며 화산을 점점 가라앉힌다.

         

       그것은 이능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정말로 기적처럼 보이는 광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화산의 분노가 가라앉고 진정하는 이 모습을 보고 누가 기적을 의심하겠는가?

         

       지금 이 순간부터 이 화산의 위험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어지간히 멍청한 짓을 벌인다거나, 악의를 품고 이 화산을 폭발시키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한동안은 안전하겠지.

         

       한 주술사의 희생이 인류에게 긴 유예를 준 것이다.

         

       구원.

       이 주술사는 미국을 구원했다.

         

       화산쇄설류, 폭발, 마그마, 그 뒤에 찾아오는 재앙, 화산 폭발과 함께 광기가 폭발해버린 수많은 사람….

         

       한 사람이 그 모든 것을 막아내었다.

       물론 완벽하게 막아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어설프게나마 막아낸 것이 어디인가?

         

       엉성하게 만든 판잣집도 집의 역할을 하는 법이다.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고 비바람을 막아주며, 맹수와 벌레에게서 사람을 막아준다.

         

       이번 주술은 그것과 같은 것이다.

       완벽하게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판잣집이 그러하듯 어설프게나마 구분을 짓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이제 그 이후의 일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겠지.

       집을 짓는 것이 어렵지 그 뒤에 수리하거나 벽을 보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 않는가.

       그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었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케네스의 최후의 선업은 그렇게 성공하였다.

         

       다만 성공하였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케네스와 진성이 이번에 행했던 주술 의식은 거의 대주술 의식에 맞먹는 것이었다.

         

       대주술 의식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

       국가가 달라붙어야 할 재물을 잔뜩 사용해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가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것이 대주술 의식이요,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면 개개인으로서는 감당키 힘든…. 일반적인 주술 의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을 지불해야만 하는 까닭이다.

         

       그러한 강력한 주술이니 그 대가가 오죽하겠는가?

       그야말로 끔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수준일 것이다.

         

       게다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케네스가 죽은 것은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라, 케네스가 죽음으로써 주술을 시전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진성은 이 강력한 주술 의식의 대가를 혼자서 모두 받아들여야 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겠지.

         

       …정말로 진성이 이 주술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말이다.

         

       “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

         

       관점에 따라 그러하다는 것은 또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그러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정상에 올라서 풍경을 본다 한들 서쪽과 동쪽의 풍경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느냐?

       관점이라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이번 주술은 케네스가 행하고 케네스가 죽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화산이 있는 곳에 살아가던 이는 누구냐?

       케네스다.

       화산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격퇴하기 위하여 애를 쓴 이가 누구냐?

       케네스다.

       자신에게 덤빈 침입자에게 존중받아 선물을 받은 이가 누구냐?

       케네스다.

         

       옛적부터 포로는 장군의 것이요 바쳐진 공물은 주인의 것이라.

       사람은 재산이며 그것은 오롯이 주인의 것이요 주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싸움하였다가 도움을 주는 이를 무어라 불러야 할 것이냐?

       싸움의 끝에 감화되었느냐?

       싸움의 끝에 호적수에 대한 존중을 표현한 것이냐?

         

       “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པདྨ་འབྱུང་གནས स्वाहा!”

         

       그럴 수도 있으리라.

       분명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케네스를 도운 이가 진성이었다면 그럴 가능성이 포함되었을 것이나.

         

       이 자리에 박진성은 없다.

         

       가면을 쓴 이는 그 가면과 똑같은 이가 될 수 있다.

       흉내를 내는 이는 그 사람이 될 수 있다.

       믿으라.

       얼굴을 가린 가면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한다.

       가면 뒤의 본질을 가리고 모방하고 연기한다.

       그리하여 사람은 가면을 써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귀신도, 신령도, 다른 사람도.

       가면을 쓰고 흉내를 내는 것으로 사람은 그것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이 자리에 박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행을 저질렀다가 파드마삼바바에게 항복한 신령이 있을 뿐.

         

       보아라.

       천장대의 수호신이 이곳에 있다.

         

       이야기 속에서 그러하듯 얼어붙은 눈이 주위에 있고, 눈이 녹아 웅덩이를 만들었고, 웅덩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살점을 모조리 삶고 태워 흉한 해골의 형태로 바꾸지 아니하였더냐? 매끈한 골격이 겉으로 튀어나오고 살점 하나 없는 해골이 되지 않았더냐?

       저 얼굴을 보고 어찌 부정할 수 있으리?

       저 해골을 보고 어찌 저 자가 천장대의 수호신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던 저 존재가 항복하였듯이.

       굴복한 후에 천장대의 수호신이 되고 길상의 신이 되어 도움을 주었듯이.

         

       그가 케네스에게 도움을 준 것은 당연히 그에게 속하였기 때문이며, 그가 노예이며 포로이기에 주인이며 주군을 따르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행한 것이 아니겠는가?

         

       옛적부터 노예는 주인의 물건이라.

       그리하여 그 책임 역시 주인에게 있는 것이니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색다르고 끔찍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창고 겸 운동기구들이 있는 방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까만색의 이상한 애벌레였죠.
    구더기를 닮은 것 같은데 하얀색이 아니라 새까만…그래서 위화감이 드는 녀석이었습니다.

    어디 창문 틈으로 들어왔나 싶어서 죽였는데…
    와.
    한마리가 아니더군요.
    잔뜩…잔뜩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창문을 확인했는데 그쪽에는 흔적도 없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이곳저곳을 확인했는데…

    천장에서 떨어지고 있더군요.
    벽과 천장이 맞닿는 곳에서…벌려진 벽지 틈에서 꿈틀꿈틀 투둑투둑.
    오 신이시여.

    기겁하면서 테이프를 붙였는데…
    몇 시간 뒤에 확인하니 테이프 안이 새까맣고…

    허허허허.

    이게 뭔 벌레인지 모르겠습니다…
    구더기인지, 나방파리 유충인지…
    구더기라면 천장 안에 뭐가 들어와서 썩었다는 이야기고, 나방파리 유충이면 지붕 빗물받이에 물이 고였다거나 하는 것일텐데…

    허허허.

    이거 참…
    색다르고 끔찍하고 역겨운 경험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구더기나 애벌레에 관련된 묘사를 할 때 더 실감나게 감정을 담아서 묘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참…장마가 불러온 재앙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기괴한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
    기기괴괴하고 신묘막측하다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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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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