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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0

       

        

        

        

        

        

        

        

        

       “오늘따라 집이 조용하다 했더니, 다들 놀러나갔군요. 자립심이 잘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아키타입.”

        

       “그런 게 있어요. 여러분들은 가이아나 잘 보살펴주세요.”

        

        

        

        7월 5일, 오후 여섯 시의 서울.

        

        저쪽 세계에서 이런저런 일을 마무리짓고 와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다이스네 집, 혹은 라운지 바나 지하의 음식점에서 놀고 있을까 싶어 펄스를 반경 500m까지 방사했지만 잡히는 것이 없었다.

        

        여름이었기에 해가 길었고, 이제서야 조금씩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창 밖으로 점점 붉게 물들고 있는 서울의 전경이 보였다. 오늘은 불금이었고, 이 근방을 나다니는 사람들의 수는 점차 늘어만 갔다.

        

        이런 바쁜 와중에 차까지 끌고 어디를 갔으려나 싶지만, 전화나 문자 같은 걸로 물어보는 것도 좀 많이 그렇지. 자식들 어디 갔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극성 부모도 아니고 말이야.

        

        더군다나 집이 비었다면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었다.

        

        

        

       “간만에 집이죠, 우리 메카 막내들? 가이아는 완전히 처음일거고.”

        

       “그렇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저기 내버려두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아, 주인?”

        

       “이, 이곳이 진짜 제대로 된 도시인가…활력이 넘쳐! 사람들이 가득해! 시선이 닿는 끝에서 끝까지 전부 건물과 사람으로…!”

        

       “…우리 새 막내는 테라포밍 전문이랍시고 도시 덕질을 하고 있고.”

        

        

        

        …뭐어, 세상에는 별의별 걸 덕질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철도라든가 버스라든가 말이다.

        

        사실 남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총 좋아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으니 내가 뭐라 할 부분은 아니겠지. 도시를 좋아하는 건 차라리 얌전한 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은 나스티도 데려왔다. 벌써 5인 파티다. 이젠 메카 비얌만으로 한 개 분대를 이룰 수 있을 정도였다. 나중에 가이아를 전투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이 많을수록 일일이 컨트롤하긴 힘들었으므로, 대충 ‘물건 깨먹거나, 바닥 깨먹거나, 하여튼 뭔가 사고치면 즉각 퇴출’이라는 말만을 남겨놓고는 자유방임 모드로 돌입.

        

        그러면서 나는 트리키를 켰다.

        

        

        

       ‘바깥을 나갔다면 여기까지 소문이 들려올 확률이 은근 있단 말이지….’

        

        

        

        딱히 방송을 켜지 않더라도 그러했다.

        

        하모니와 다이스는 이제 전 세계의 어지간한 사람들이 전부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됐고, 아이리스는 네임밸류는 좀 떨어질지언정 외형은…어딜 데려다놓더라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걸.

        

        하얗기 그지없는 꼬리와 머리카락, 로렌티나마냥 루비를 깎아 박아놓은 듯한 선명하고도 투명한 눈동자까지. 그런 사람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게 된다면 당연히 한 번쯤은 눈길을 줄 테니까.

        

        뭐어, 트리키 방송에 없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적당히 오늘, 늦으면 내일 즈음 다시금 복귀할 테니까. 그 부분은 내가 신경쓸 게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당첨인 모양이었군요.”

        

       “응? 뭔가 말했어, 아키타입?”

        

       “아뇨, 그닥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보다 마브는 산책 관심 없어요?”

        

       “으응, 같이 가는 거면 뭘 해도 좋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껴안지 마요, 무거워…!”

        

        

        

        단순히 몸을 기대는 것만으로도 등짝에 400kg 가량의 압박이 실린단 말이지….

        

        그 압력을 힘겹게 버텨내면서 트리키를 실시간 시청자 수대로 정렬했다. 이리 말하긴 뭐했지만 내가 방송을 켜지 않았기에 랭킹은 고만고만했고, 하모니도 오늘은 방송이 없었다.

        

        다이스는 아직 비정기방송이었기에 딱히 생각할 필요는 없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오늘은 당첨이었다 – 최상단에 위치한 방송 중 하나가 무려 시청자 수 110만 명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따로 방송을 켜지 않는 이상 1위는 보통 실시간 시청자 수 50만 명 가량. 그것도 엄청 많은 거긴 하지만…그건 뒤로 하고, 다시금 110만 명의 방송 제목을 확인한다.

        

        

        

       <스텔라 유니버스 버츄얼 투어(특별게스트 있음)>

        

        

        

        한국어 방송인데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숫자.

        

        스텔라 유니버스라는 꽤나 익숙한 이름과 보기만 해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특별 게스트라는 단어까지. 이 정도면 그냥 기정사실이었다. 구태여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하여 홀린 것마냥 해당 방송으로 들어갔고, 그 순간 나는 110만 중 한 명이 되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도네이션은 반쯤 막힌 상태였다.

        

        반쯤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아예 막아놓은 것이 아니라 특정 숫자 이상, 그리고 일정 시간 이상 방송을 한 스트리머들에게만 도네이션이 가능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에, 그러니까, 여기가 뭐하는 곳이더라…사실 저 여기 자주 와본 것도 아님다! 도대체 누가 저희들한테 여기 투어 안내 맡긴 검까-!]

        

       -[우, 우와, 여기 비얌이 셋이나 있어, 나 정신 나갈 것 같아아….]

        

       -[아이리스, 왜 이렇게 행동이 빠른 거야. 진짜 상상도 못 했네에.]

        

       -[그, 어쩌다가 말이 나와서. 아무튼 현실에서 만나는 건 처음인데 반가워요.]

        

        

        

       “…그래도 안의 사람이 누군지는 노출하지 않는다는 건지.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뭔가 말했습니까, 아키타입?”

        

       “가서 놀고 있으세요. 나스티랑 가이아 좀 잘 봐주고.”

        

       “물론 아주 잘 놀고 있습니다, 히히.”

        

        

        

        내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반응해대는 메카 몬낸이들의 머리를 신명나게 쓰다듬어주면서 다시금 화면에 집중.

        

        아까 중얼거린 것처럼, 화면 너머에서는 현실의 모습이 아니라 가상현실에서 사용하는 아바타가 보이고 있었다. 다이스나 하모니, 아이리스가 아니라 이른바 ‘3기생’이라고 불리우는 이들 말이다.

        

        그게 뭔지는 짐작할 필요도 없었다. 당장 재작년의 내가 모습을 밝히기 전까지는 저러고 다녔…지는 않았지.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러고 다녔다고 뻥을 치고 다닌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자면, 실제로 그런 기능 – 요컨대, 드론캠에 홀로그램 덧씌우기 기능 – 이 있으니까 다들 속은 거지. 그리고 그 증거물이 바로 내 눈 앞에 비춰지고 있었고.

        

        몸이 달아오른 나스티가 어디 못 가도록 꽉 잡으며 소파에 등을 기댄다.

        

        

        

       “나가고 싶습니다, 아키타입. 나스티의 귀여움이라면 이 세상의 사람들도 용인해줄 겁니다…우와아아앙! 머리 헝클어지면 안 됩니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발코니에서나 놀고 있으세요. 나중에 어련히 데리고 나갈 테니까요. 전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겠습니다!”

        

        

        

        얘네들은 도대체가 나 없으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몰라.

        

        그리 생각하며 나는 홀로그램 키보드를 두들겼다. 아직 트리키에 적당히 잔돈이 남아있었기도 하고, 직접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보단 도네이션이 훨씬 효과가 좋지 않을까.

        

        메카 몬낸이를 이어 새로이 몬낸이로 진화한 비얌들의 바깥 나들이. 그 대견스러움을 칭찬하기 위해서라도 도네이션 한두 개 정도는 날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시지를 완성하고, 이어 그것을 전송한다.

        

        짤그랑 소리와 함께 반쯤 막혀있던 도네이션이 작동을 시작했다.

        

        

        

       <Eugene(Official) 님이 스텔라 유니버스에 500,000원어치 꿈을 보태주었습니다! 고마워요!>

       -도대체 어쩌다가 거기까지 가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놀고 오세요. 저녁 먹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고 먼저 먹을 테니까 그건 감안하시고, 3기생 분들 화이팅하시길 XD

        

       -[엣, 유진 씨, 방송하고 있다고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아셨대.]

        

       -[우와아, 유진 쌤한테 3기생 분들 화이팅하라고 격려받았어! 미쳤다! 이거 가보로 간직할래!]

        

       -[이게 다 아이리스 덕분임다-!]

        

       -[…에, 지켜보고 계셨어요?]

        

        

        

       -와 50만원 ㅋㅋㅋㅋ

       -이게 뭐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말도 안해줬는데 어떻게 알고 들어온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빅 시스터지 ㅋㅋ

       -얘네 설마 같이살고있음???? 저녁식사먼저한다는거뭐임???????

       -다이스 비얌집 옆으로 이사온게 언제적일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보로 간직할 정도인가?

        

        아무튼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운 내 도네이션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오늘 소개 역할을 맡은 듯한 3기생 친구들의 행동은 더욱 뻣뻣해진 듯했고.

        

        긴장이라도 했나보다.

        

        좌우지간 오늘은 딱히 방송 예정도 없었고, 그리하여 저녁 스케줄은 스텔라 유니버스 투어링 구경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았다.

        

        뒤에서 은근슬쩍 방송을 보던 메카 몬낸이들은 ‘다른 비얌들이 가득해! 이거 뭐야!’하고 연신 초딩스러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었지만, 오늘 내 신경은 온통 아이리스를 향해 집중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지난 번에도 얼추 느끼긴 했지만, 다이스랑 하모니는 걱정할 필요가 없단 말이지.’

        

        

        

        신체가 그리 많이 바뀐 것도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 변화가 큰 것도 아니다.

        

        그냥 기존의 신체에 뱀꼬리랑 귀, 날카로운 송곳니 정도만 달렸으니까, 오히려 경천동지 수준인 아이리스에게 저절로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겠지.

        

        거기에 추가적으로 덧붙이자면, 하모니랑 다이스는 내가 주목할 필요가 없었다.

        

        내 지인이 주목할 확률이 더 높거든.

        

        

        그리고-

        

        

        

       ───삐비빅!

        

        

        

       “…그럼 그렇지, 이 즈음 한 번 정도 연락 올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로렌티나와 로건, 올리비아로부터 걸려온 단체 전화를 감안하면, 하모니와 다이스를 주목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아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제 통장을 털어서 비행기 편도 티켓을 세 장 사줄 테니, 저 친구들 당장 버지니아비치로 오라 그러세요, 막내! 더 이상 육군에 뉴 막내들을 뺏길 수 없다구요!”

        

       “저 미친 놈 뮤트 좀 해라, 유진. 미치고 환장하겠네.”

        

       “걱정하지 마, 진. 내가 쟤네들한테 상어가 노리고 있다고 미리 경고해줬으니까.”

        

       “…진짜 정신 나가겠네요.”

        

        

        

        고막이 터질 것 같다, 증말로.

        

        한참 늦은 생각이긴 했지만, 내 지인 농사는 정말 여러 의미로 잘못된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아이리스는 홀로그램 아이돌로 버는 수익 분배 구조가 어떻게 돼?”

        

       “…갑자기요?”

        

       “음, 좀 갑작스러운 질문이긴 함다. 지금이야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아이리스쨩의 아바타 모티브는 유진 씨의 밈에서 기인했다고 들었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유진 씨가 수익 관련으로 뭐라 말한 건 없나 싶어서 말임다.”

        

       “아하. 그런 얘기였구나….”

        

        

        

       -갑자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뜬금없내 ㅋㅋ

       -뜬금? 수익분배비율은 ‘중대사항’이다….

       -근데 비얌성격에 그런거 신경쓸거같지는 않긴함 ㅋㅋ

       -윾진련은 이미 돈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을 정도로 번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익…?

        

        붉은 노을빛이 서울을 감싸안고, 인공 조명이 어둠을 서서히 몰아낼 무렵, 갑작스럽게 그런 질문이 그녀의 귓속을 간지럽혔다.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질문이기에 되려 생각할 거리를 준 것에 가까웠다.

        

        잠시 이어지는 생각.

        

        

        

       ‘어디 보자…사실 초창기를 제외하면, 아니, 사실 초창기에도 아이리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신경써본 적은 그닥 없던 것 같은데.’

        

        

        

        6월 즈음에 들어서면서 아이리스로서 벌어들이는 돈이 편집자 월급을 어느 정도 – 사실은 많이 – 뛰어넘었긴 했지만, 그로 인해 번 돈을 유진이 일부 떼어가거나 한 적은 딱히 없었다.

        

        거기까지 기억해낸 아이리스가 설명해주자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 초창기부터 방송을 보셨을 분들은 알 것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저희 고용주님이 완전 자유방임주의거든요. 그래서 본인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 수익이든 뭐든 그닥 개의치 않…을지도요?”

        

       “왜 마지막은 의문형임까?”

        

       “피해를 드린 적이 없으니까 그렇죠오…제가 얼마나 평소에 조심에 조심을 기해 방송하는데요. 적어도 저와 고용주님 사이에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요.”

        

        

        

       -맞긴해 ㅋㅋ

       -비얌이 갑자기 엔그램으로 ‘우리 편집자님 요즘 간덩이가 부으신 것 같네요?’하면 그자리에서 오줌지리겠지 그럼 ㅋㅋㅋㅋㅋㅋㅋ

       -섣불리 깝치는 순간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wwww

       -이상하다 하모니랑 다이스는 숨도 안 쉬고 깝쳐대든데….

       -걔네들은 목숨이 두세개 이상인가보지 ㅋㅋㅋㅋ

        

        

        

        휙.

        

        채팅창을 힐끔 훑어보자 무언가 찔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슬그머니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하모니와 다이스. 그걸 미묘한 표정으로 훑어보던 아이리스가 이어 덧붙였다.

         

        

        

       “게다가 이렇게 말하면 조금 쪽팔리긴 한데…사실 요 몇 개월 동안, 아이리스로 버는 돈 중에서 절반 이상은 도네이션이랑 굿즈 구매로 다시 헌납하고 있어요.”

        

       “엣.”

        

       “…이 정도면 수익 문제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건 십일조도 아니고 십오조 정도 되나?”

        

        

        

       -무친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수녀랍시고 십일조 비스무리한걸 진짜내고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찐사랑이다 ㅋㅋㅋ

       -백발적안TS비얌수녀뷰빔이 왜진짜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스랑 하모니도 눈을 휘둥그레 뜰 정도의 발언wwww

        

        

        

        그와 동시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에서 어이가 사라지-다가, 이내 ‘그럴 수도 있지’와 같은 반응이랍시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실제로 아이리스의 설정은 비얌교의 수녀 – 동시에 비얌신을 모시는 신녀 – 였고, 언젠가 말했듯 같은 자리에 있는 3기생 역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설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요컨대 십일조 정도는 설정으로서 이해 가능하단 소리였다.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그리하여 이어지는 말.

        

        

        

       “아이리스 쨩, 혹시 막…진짜 신성력 같은 거 쓰는 거 아니지?”

        

       “손에서 빔 쏴봐, 빔! 축복 내려줄 수 있지! 얼른 꺼내봐!”

        

       “우왓, 얘네들 완전히 미쳐버렸슴다. 하모니랑 다이스 씨도 있는데 무슨 추태를 부리고 있는 검까! 후딱 스튜디오 쪽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슴다!”

        

       “…민아. 저도 좀 더 도네이션 많이 쏴보는 게 좋을까요?”

        

       “복채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낼만할지도….”

        

       “이 사람들도 정신 이상함다-!”

        

        

        

       -소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상인이 없는wwwww

       -아니근데 스튜디오도 있음? 거기서 방송하는 애들 있긴 하냐? 빨간약 하나 건지려고 근처에서 깝치는 애들 ㅈㄴ 많을 것 같은데

       -그건 우리가 알빠가아니지 ㅋㅋ

       -근데 진짜 깔끔하게 잘 꾸며놓긴 했네

        

        

        

        물론 통째로 간과당한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정상인은 그닥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소니아의 능숙하고도 힘겨운 지휘 아래 세 명의 방문객은 빠르게 스튜디오 방면으로 이동했다. 곳곳에 놓여있는 수많은 굿즈들과 훌륭한 시설이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런저런 문답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와, 방음벽이랑 그린스크린은 기본에, 흡음재도 좋은 거 쓰네요. 근데 쓰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한데….”

        

       “아, 그건 문제없슴다. 대부분 인디 아티스트들의 예약으로 차있다고 들었슴다. 그러고 보니 아이리스네 방송 환경은 어떻슴까? 가끔 현실에서도 방송 켤 때가 있을 것 같은데.”

        

       “저 사람, 요즘은 항상 유진 씨네 집에서 지내요. 하모니는 제 집에서 지내고.”

        

       “헉.”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시시콜콜했고, 비교적 가벼운 주제만이 다뤄진다.

        

        그리고 투어 역시도 끝나가고 있었다. 빌딩 자체는 거대할지언정 건물을 전부 쓰는 것이 아니라 일부 층만을 임대하여 사무실을 차린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 처음의 자리까지 오기까지 대략 30분 가량의 시간이 지나간다. 그 와중 하모니 일행은 세 명에게 저녁식사를 함께 하길 권했으나, 당연하게도, 속된 말로 빨간약 문제로 인해 거절될 수밖에 없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러나 그 사이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의 마음 속 거리는 조금 줄어들었고, 스스럼없이 농담을 할 정도까지 되었다.

        

        

        임시 사원증, 그리고 명찰을 반납한다. 갈 시간이 된 것이었다.

        

        방송을 촬영하는 드론캠이 마무리용 엔딩컷을 찍는 사이,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여러분들은 이제 EM급인 거죠?”

        

       “그렇지요?”

        

       “저도 방송 이리저리 챙겨보는 입장이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하나 물어봐도 돼요?”

        

       “아유, 얼마든지요.”

        

        

        

        호출해놓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는 사이 질문이 이어진다.

        

        

        

       “EM급이 되셨다면 신체능력이 엄청 늘어났을 텐데, 유진 씨가 미국에 가면 거의 항상 붙어다니는 분이 굉장히 탐을 내실 것 같은 느낌이-”

        

       “….”

        

       “….”

        

       “…엥, 잠깐만. 왜 아무 말도 안 하세요?”

        

        

        

       -역린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환마마 전쟁 망태할아버지보다 무서운 상어가 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생각해보니 진작 연락한번쯤은 왔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우야 애들 얼굴 굳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희들이 선택한 비얌! 너희들이 선택한 프로게이머! 너희들이 선택한 전문직이다 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시점에서, 세 명은 그것이 역린 of 역린이자, 억지로 기억 사이에 파묻어놓은 불안감이었다는 사실을 아주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대화가 끝나고 헤어지기 전, 관련 주제가 이들 사이에서 금기로 지정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트리플 비얌의 제1차 나들이는 그렇게 떨떠름하게 끝을 맺었다.

        

        

        

        

        

        

        

        

        

        

         

        

        

        

       “…전술교류를 위한 한국 장기 파견 근무라. 실로 완벽한 타이밍이로군요.”

        

       “드디어 준위님이 맨날 노래를 부르던 거길 갈 수 있는 기회가 온 겁니까?”

        

       “후후후, 여러분들도 슬슬 파병 이외의 이유로 해외를 나가봐야만 하지 않을까요. 반대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믿겠어요.”

        

        

        

        한편, 그로부터 만 하고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어딘가.

        

        미국 내에서도 굴지의 타격팀이라고 여겨지던 골드 스쿼드론의 해머헤드 팀이, 한국과의 전술교류를 위한 장기파견근무에 대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든 채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상어가 또다시 한국을 강습하기까지 <알 수 없음>일 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 올 게 왔다고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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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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