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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1

    <621 – 오크노디의 경호부대(2)>

     

    플라톤 교수의 부탁을 들은 뒤, 나는 곧바로 오크노디 경호부대로 만들 생체형 골렘의 주재료인 레어메탈을 얻고자 조나의 공방을 찾아갔다.

    원래 모습이 아닌 핑크베리 교수의 모습으로 향했음에도 조나는 순순히 상담에 응해주었다.

     

    “근육바보 주제에 제법 괜찮은 생각을 해냈군. 플라톤 교수의 아가씨 보호계획에는 물론 협조하겠다. 헌데 당신은 왜 아가씨를 도우려는 거지?”

     

    조나의 성녀 피습 건으로 현장에서 발견되었기에 취조를 받았다가 겨우 풀려난 리프가 입구부터 꾸준히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댔다.

    티토빔을 쏜 건 아니고 그냥 따가운 시선이다.

    조나 역시 경계심 어린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평소라면 순순히 허락할 간식이나 장난감도 없고, 언제나 따뜻하게 데워두는 실내온도도 얼른 꺼지라는 것처럼 냉랭하기만 했다.

    조나와 리프의 평소와 달리 차가운 반응을 본 나는 괜히 뿌듯함이 느껴졌다.

     

    차가운 도시집사와 메이드.

    하지만 내 아가씨에게는 따스하지.

     

    나한테만 충성도가 높은 하수인에게서 볼 수 있는 태도 변화에 기뻐하지 않을 주인은 없지!

     

    “플라톤 교수에게 부탁받았어. 1학년 때 가르친 정으로 도와달라는데 나도 일단은 오크노디를 가르친 교수이기도 하니까 마음에 걸리더라고.”

     

    조나의 태도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방안의 보온술식을 차단하던 차단술식이 해제되더니 온도가 조금 올라왔다.

    리프도 한참을 빈 찻잔에 수저만 달각거리더니 이제야 찻물을 넣고 차를 내어주었다.

     

    “조나 교수님은 그걸로 만족하셨을지 모르겠지만 임시교수 겸 메이드인 저로서는 아직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해주실 수 있습니까?”

    “얼마든지?”

    “그럼 첫 번째 문제입니다. 아가씨는 커피에 설탕을 몇 개 넣어서 마십니까?”

    “하나도 넣지 않아. 그래야 도감수집에 차질이 없으니까. 어른의 쓴맛을 아는 아이지.”

    “정답입니다. 그럼 두 번째 문제입니다. 아가씨가 교복 안주머니에 숟가락을 넣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1번. 적의 머리를 깨고 뇌수를 먹으려고. 2번. 배가 고프면 빈 수저를 입에 물고 다녀서. 3번. 친구의 간식을 뺏어 먹으려고.”

    “3번!”

    “정답입니다.”

     

    리프의 눈에 설마 이것까지 맞출지는 몰랐다며 감탄의 기색이 어렸다.

    하지만 차가운 도시 메이드는 이 정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처럼, 다시금 애써 경계의 기색을 안면 위에 덧대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아가씨가 배고프다고 칭얼거릴 때, 당신의 식품주머니에는 맛있는 녹차 아이스크림과 희귀한 현미 크래커, 새로 개발한 맛없는 싸구려 흙빵이 있습니다. 당신은 아가씨에게 무엇을 대령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셋 다 줘야지! 도감수집을 위해서 싸구려 흑빵을 먹어야 하지만 그런 것만 먹으면 입맛을 버리잖아. 크래커랑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해야해!”

    “정답…입니다.”

     

    더는 놀라지도 못하겠다며 고개를 젓는 에이프릴.

    그녀가 메이드용 배지 한 장을 증정했다.

     

    “받으십시오. 당신은 오늘부터 아가씨의 전속메이드 에이프릴이 인정한 견습메이드입니다. 당신이라면 아가씨를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어… 고마워?”

    “그런데 당신… 직접 떠올렸다기보다는 꼭 자기가 먹고 싶은 걸 골랐다는 표정이더군요. 어째서 입맛이나 식습관까지 아가씨와 같은 겁니까?”

     

    헉!

    방심하고 있던 차에 제대로 뒷덜미를 붙잡힐 위기에 처했다.

    메이드의 예민한 직감이 이 정도로 날카롭다니!

     

    “설마…”

    “머, 내가 머…!”

    “저희 아가씨와 종종 식사를 함께 하시는 겁니까?”

    “응?”

    “함께 식사를 여러 차례 했다면 식습관이 닮는 경우가 있습니다. 메이드 몰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돌아오시는 것은 섭섭하니 앞으로는 함께 외식을 하고 돌아올 때는 조교나 하수인, 마법시계를 통해서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거 너무 진상 아니야?

    한마디 하려다가 왠지 모를 무형의 압박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의 목록과 수량을 적어주십시오.”

     

    조나가 내미는 시트지에 나는 거침없이 필요한 재료들을 적어내렸다.

    설마 칸을 넘어서 뒷면에까지 요구사항을 줄줄이 적을 줄 몰랐던 조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절 파산시키러 온 자객이라도 됩니까?”

    “아닌데!”

    “아니라면 원래 낯이 두꺼우셨겠군요.”

    “그래서 오크노디 지키는 데 이 정도 지원도 안 해줄 생각이야?”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지원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작공정을 제가 지켜봐야겠습니다.”

    “음, 조나는 오크노디의 집사니 특별히 허락할게.”

     

    생체형 골렘 제작은 쉽지 않다.

    좋은 재료를 쓸수록 더욱 그렇다.

    무기나 방어구를 만드는 난이도만 봐도 알 수 있지.

    레어메탈은 녹는 점도 다르고 단조법도 다르다.

    대중정으로 알려진 금속과 다르게 장인들의 비전기술처럼 알음알음 전해지는 제조 기술로 인간의 관절을 흉내 내고, 근육의 탄력성을 흉내 내고, 자동수복술식과 재료보충을 위한 마나수집도 힘을 들여야 한다.

    좋은 재료를 쓰면 고장은 덜 나지.

    대신 유지와 수리에 엄청나게 큰 비용이 든다.

    하루에 상급마석 하나를 쓰는 마석 먹는 하마의 탄생이다.

     

    ‘피지컬이 부족하던 시절엔 돈빨로 제련기술만 연구하면서 골렘제조에 최적화된 기술도 찾고, 제조법도 연구하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피지컬이 딸려서 배드엔딩을 당하는데, 이렇게라도 우회법을 찾고 싶었던 시절이 고인물에게는 어찌 없었겠는가.

    가끔 배드엔딩의 망가진 캐릭터들의 모습도 좋아하는 미치광이 피폐충 고인물들도 있지만!

    이미 엔딩 수집도 다 끝낸 마당이다.

    그렇게까지 잔인한 엔딩은 보고 싶지 않았다.

     

    [불행의 룬 소지 페널티로 제조 성공확률이 50% 감소합니다.]

     

    물론 당사자가 어떻게 마음 먹든 억까는 어떻게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균형감각을 발휘해서 어긋난 감각을 단숨에 되찾았습니다.]

    [균형감각 경험치+1]

     

    그러니 더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뚱뚱. 땅땅.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으려니 어쩐지 굉장한 시선이 느껴졌다.

     

    “왜~? 이게 그렇게 신기해?”

    “…몰라서 묻는 건가? 금속술사인 나조차도 모르는 금속의 제련법에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마나회로 설계, 인공적으로 상시 마나를 충전하도록 명령어 형태로 삽입한 마나연공법 운공방법은 사실상 마도공학 교수 수준의 실력이 아닌가!”

    “당연히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재료를 달라고 했지. 아니면 조나 당신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겠어?”

    “그 정도의 실력을 지금껏 감춰온 이유가 뭐지?”

     

    그러게.

    변장술 교수가 마도공학에 능통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을까?

     

    “뭐든 이유가 있으니 비밀로 했겠지!”

    “비밀이 많은 여자였군.”

    “맞아. 알았으면 더 묻지 마!”

     

    조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했다.

    수 시간 뒤.

    생체형 골렘의 몸체 제작이 완료되었다.

    소모와 충전을 반복할 최상급 마석도 재단과 수도에서 줍줍한 물건을 집어넣었고.

    마석에 의지를 투영하여 <어떤 기능>을 사용하는 골렘으로 만들지 전문화 과정도 끝마쳤다.

    다음은 이 인형을 조종할 <자아>가 필요한데.

    인공자아를 직접 만드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

    배드엔딩 분기도 굉장히 많아서 함부로 손을 댈 것이 못 되고, 배드엔딩을 회피하는 방법도 보통 인공자아를 모두 처분하는 방법뿐이었지.

    그래서 통신실로 냅다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히틀러 교관님!”

    “…또 너냐.”

    “오늘도 제도 황궁으로 연결해주세요!”

     

    한번 방문할 때마다 기가 허해져서 교관직을 그만두는 사람들과 달리, 뚝심 있게 통신교관 일을 계속하는 히틀러 교관님의 도움을 받아 회선이 연결됐다.

     

    “어라~? 바로 얼마 전에 헤어져놓고 또 이렇게 금방 전화를 하다니, 그렇게 내가 보고 싶었어~? 풉풉. 허접노디 날 너무 좋아해♡”

    “응, 매스각키 완전 좋아! 그러니까 제도에서 구한 호문쿨루스들 좀 보내줄 수 있어?”

    “…칫. 그렇게 순순히 인정하니 재미없네. 호문쿨루스 보호기관에서 격리 보호하고 있어. 그런데 얘들을 데려가서 어디다가 쓰려고? 쥐보다 작은 난쟁이들로 생체실험이라도 하려고?”

    “아닌데? 일자리 줄 거야!”

    “기특하네!”

     

    매스각키는 순순히 호문쿨루스를 보내주기로 약속하였다.

    돈을 펑펑 쓰며 모든 전송소를 넘나든 덕분에 호문쿨루스가 조나의 공방으로 도착하기까지는 채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 호문쿨루스들은 최단기 황제 파케 히우그마그가 금기연구소에서 제물인간으로 사육하던 호문쿨루스들이었다.

     

    “소인 여러분. 월급은 딱히 없고 매일 3교대 근무로 저를 습격하는 암살자들과 혈투를 벌이면서 기능경험치를 잔뜩 올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는데 어때요?”

     

    호문쿨루스들이 자그마한 팻말을 들었다.

     

    [엄마나죽어]

    [싫어]

    [살려줘]

     

    다들 일자리가 마음에 안 드나 보다.

     

    “대신 이 거대생체형 골렘을 조종할 수 있음!”

     

    호문쿨루스 중 절반이 팻말을 높이 들며 흔들었다.

     

    [당근빳다죠쉬바]

    [거다이맥스골렘조종은못참지]

    [까짓것함해보죠]

     

    적극적 계약의사를 표명한 호문쿨루스들은 하나같이 남성이었다.

    하긴 남자로 태어나서 거대로봇 조종은 못 참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인들의 거대로봇(인간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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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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