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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1

        

         

       다만 대가를 아예 짊어지지 않을 수는 없느니라.

         

       “흠.”

         

       뿌드드득.

         

       진성의 몸에서 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몸에서 나서는 안 될 불길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들린다.

         

       뼈가 뒤틀리고, 운동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았을 것 같은 허여멀건한 피부의 아래에 고통이 느껴진다. 피부 아래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꿈틀거림과 간지럼이 느껴지고, 피부를 죄다 뒤집어 까고 그 안에 있는 벌레를 꺼내고 싶다는 생각이 달린다.

       나를 괴롭히는 혈관을 뜯어서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피부 아래에 자신을 괴롭히는 벌레를 죽이기 위해 피부에 구멍을 내서 살충제라도 뿌리고 싶다는 욕망이 계속해서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러한 욕망은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산 정상에서 눈덩이를 굴리는 것처럼 살이 붙고 점점 커져서 손톱을 세워서 피부를 긁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고통은 경고요 인식이라.”

         

       중증의 마약중독자에게나 일어날법한 환상통.

       신경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 현상.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피부를 긁고 뜯어서 피범벅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하지만 진성은 그러한 감각 속에서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도리어 가면이 그러한 것처럼 웃음까지 지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풀기까지 했다.

         

       뿌드드득.

         

       그 과정에서 뒤틀리는 소리는 더 심해진다.

       뼈가 뒤틀리는 것에 이어 아예 근육까지 뒤틀리기 시작하였고, 몇몇 근육은 파열이 될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는 인대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늘어나고 팽팽하게 조여지고를 반복하며 자신의 내구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움직였다.

         

       진성은 그 어지러운 감각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기 어깨에 느껴지는 인대의 움직임에 집중하다가.

         

       빠악!

         

       오른팔을 들어 올려서 왼쪽 어깨를 그대로 빼버렸다.

         

       왼쪽 어깨에서 느껴지는 격통.

       명백히 이상함을 알리는 뒤틀린 관절.

       빠져서 늘어져 버린 왼쪽 팔….

         

       스스로 몸을 망가뜨리는 기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에도 이유가 있었으니.

         

       “좀 낫군.”

         

       이는 왼쪽 팔이 필요 이상으로 망가지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친 것이었다.

       이리저리 뒤틀리며 어깨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왼쪽 팔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면 근육도 함께 뒤틀리고 찢기며 다치게 되었을 것이며, 미친 듯이 날뛰는 인대를 얌전하게 만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인대에 문제가 생겼다면 최악의 상황에는 팔을 째 버린 다음 끊긴 인대를 직접 연결하는 수술을 할 수도 있었겠지. 혹은 어깨 관절 질환으로 발전을 할 수도 있었을 테고 말이다.

         

       그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재활의 시간이 매우 길었으니까.

         

       그렇기에 먼저 선수를 친 것이다.

       마치 거대한 산불이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해 공터로 방화선을 만들어 불이 더 번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불이 그러하듯, 이 움직임이라는 것 역시 비슷한 면이 있어서.

         

       “이번엔 오른쪽이 그러려고 하는군….”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으로 빠져나오려고 하기도 한다.

         

       주변 지형지물과 오른팔을 이용해서 다시 왼쪽 관절을 맞췄다.

       그 움직임은 꽤 숙련된 사람의 것이어서, 접골원(接骨院)에서 일을 하거나 운동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뚜둑!

       

       뚜둑 하는 소리와 충격이 일었고, 심한 통증이 따라왔다.

       거기에 더해서 어깨 근처가 아까와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부어올라 있었고, 옷이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피멍이 들 것이 분명해 보였다.

         

       ‘쯧쯧. 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거늘….’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탈구된 어깨를 맞추는 것 자체는 진성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용병으로 일했고, 개판이 된 세상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아왔으니까.

       싸우는 와중에 어깨가 빠지거나 다치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응급처치하는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진성이 어깨를 맞추는 것이 익숙해 보이는 것 역시 경험이었다.

       용병들의 경험을 배웠고, 자신이 직접 수없이 하기도 했다.

       아마 어지간한 접골원보다도 그가 더 능숙하게 뼈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있다고 한들 아예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

       특히 진성의 현재 몸 상태로는 더더욱 그러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진성의 몸은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았고, 전투에 으레 따라오는 부상에도 적응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노련한 정신과 비교하자면…. 제대로 길이 들지 않았다고 표현해도 되겠지.

         

       그렇기에 어깨 탈구조차 과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진성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주술의 대가라는 것은 하나를 치르고 있다고 해서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정을 봐주지 않고 들이닥치며, 더 가혹한 고통을 치르게 될지라도 멈추지 않는다.

         

       지금 진성의 상황이 그러했다.

       앞서 행한 주술들 때문에 몸의 내구가 많이 낮아져 있었다.

       거기에 더해 피부와 근육이 연약해져 있기까지 했으니….

       이러한 상황은 이상하지 않은 것이겠지.

         

       아니,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진성의 솜씨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진성은 망설임 없이 오른팔을 탈구시킬 수 있었다.

         

       자신의 솜씨가 녹슬지 않았음을.

       그리고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버틸 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뚜두둑!

         

       오른팔에서 나서는 안 될 소리가 나며 축 늘어진다.

       앞서 왼쪽 팔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아까 그랬던 것처럼 끔찍한 고통이 밀려오고, 그 와중에 피부 아래에서 느껴지는 벌레가 기어 다니며 이곳저곳을 물어뜯는 듯한 환상통은 그를 괴롭힌다….

         

       ‘몇 번을 해야 뒤틀리는 것이 멈출지 모르겠군.’

         

       그 고통 속에서 진성은 생각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근육이 뒤틀리고 뼈가 뒤틀리는 대가가 빨리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야 할 터인데…. 허허허.’

         

       그래야 이곳을 빠져나가고 뒤처리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 *

         

         

         

       뚜둑!

       뚜두둑!

         

       뼈마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관절 사이의 공기가 터지며 소리가 난다.

       목이 거칠게 좌우로 움직이고, 손가락이 힘차게 움직인다.

         

       팔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핏줄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몸 안에 있는 가상의 통로를 통해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그마한 실개울처럼 흐르며 이곳에 강이 있노라고 주장만 하고 있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며 불어나는 것처럼 거칠게 수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며 흐른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속도를 붙여서 손에 도달하고, 흉흉한 기세를 드러내며 밖으로 빠져나가기를 소리친다.

       그리고 마침내 수문(水門)이 개방된 댐이 거대한 물줄기를 쏟아내듯,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밖으로 솟구치려 한다.

         

       “하아압!”

         

       그리고 팔은 그 에너지가 자신의 몸에게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그 에너지가 외부에 입힐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에너지의 움직임을 따라 하기라도 하듯 거칠게 움직이며 팔을 앞으로 뻗는다.

         

       그것은 제어되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하기에는 마치 하나의 움직임과 같았고, 그것은 자연의 어떠한 것을 모방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으니.

         

       이것의 이름은 바로….

         

       “볼케이노 펀치(Volcano punch)!”

         

       …볼케이노 펀치였다.

         

       파아아앙-!

         

       이 ‘볼케이노 펀치’는 허공을 가르며 거대한 파공성을 일으켰다.

       아니, 그냥 소리만 일으킨 것이 아니라 실제로 허공을 터뜨렸다.

       정말로 화산이 폭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먹 끝까지 나아간 에너지는 팔의 움직임과 함께 허공의 한 지점으로 모였고, 마치 화산이 분출이라도 하듯이 터졌다. 거기에 팔의 움직임과 에너지의 형태가 빚어내는 것이 아주 교묘해서, 한 지점이 오목하고 그 반대편이 볼록한 형태가 되어 지향성 폭발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결과.

         

       펑-!

       펑-!

       펑-!

         

       그저 허공에 주먹질한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약 10m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들에 충격이 가해졌다. 그것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당장 기절해버릴 정도의 꽤 강렬한 충격이 말이다.

         

       삐이익-!

         

       그리고 그 충격이 터진 뒤 약 2초 후.

       호각과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저 멀리에서 다른 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그 사람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볼케이노 펀치’라는 우스운 이름의 주먹질을 한 사람에게 거침없이 다가간다. 그러고는 얼굴을 보고, 눈을 마주치고, 약간의 분노를 담은 채 외친다.

         

       “이-아-린!”

         

       ‘볼케이노 펀치’를 쓴 사람의 이름을 말이다.

       그러고는 세간에서는 ‘그라데이션 분노’라고 부르는, 점점 갈수록 심화하고 짙어지는 분노를 한껏 터뜨리기 시작한다.

         

       “야! 이게 무슨 짓이야!”

         

       “으응?”

         

       당연하게도 볼케이노 펀치를 시연한 사람…이아린은 그것에 의아해하지만….

         

       그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은 오히려 분노를 터뜨리는 이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특히 그 사람이 화산파와 관련된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이고, 이아린과 평소에도 사이가 좋은 것 같지만 점수로 경쟁하는 라이벌과 비슷한 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화산과 관련된 무공을 보여주겠다고! 화산의 권법을 보여주겠다고 나를 무공연습실로 끌고 와놓고 뭐?! 뭐어어어-!”

         

       …거기에 더해, 화산(華山)과 관련된 무공을 보여주겠다고 데려와 놓고, 화산(火山)과 관련된 무공을 보여주었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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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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