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21

       

        

        

        

        

        

        

        

       “잘들 놀고 오셨나요?”

        

       “아으, 생각했던 것보다도 엄청 힘들었어요. 특히 차 타고 집 돌아올 때, 조수석이랑 운전석에 꼬리 구멍이 안 뚫려있으니 앉아서 운전하는 것도 무지 힘들었고…그런 것만 빼면 재밌었어요.”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아까 방송으로 대충 봤을 때 아이리스도 잘 웃고 다녔던 걸 보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겠지요?”

        

       “…그랬지요.”

        

       “잘 했어요.”

        

        

        

        철컥.

        

        그런 소리와 함께 이제는 익숙해진 형태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이젠 하도 많이 보아서 눈에 새겨질 것만 같은…고용주님이 보인다.

        

        마치 자기 집마냥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하모니와 다이스 씨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밝기 그지없었다. 몸이 바뀌든 말든 간에 1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통유리창은 어둠이 짙게 내린 서울의 전경을 보여주고 있었고, 나 – 아이리스는 그것을 힐끔 보다가 눈동자에 다시금 유진 씨를 담는다.

        

        …알고 있었다. 요즘 선생님은 나를 굉장히 신경써서 챙겨준다는 것을.

        

        하지만,

        

        

        

       “…앗, 어.”

        

       “맘에 안 드나요?”

        

       “그,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좀 놀라서….”

        

       “맨날 저 몬낸이들이 달라붙을 때 해줘서 그런지 손에 익어버렸네요. 다음부터는 싫으면 머리 쓰다듬는 건 그만둘게요.”

        

       “그…그건 안 돼요.”

        

        

        

        …이제와서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입장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단 말이지.

        

        그런 주제에 싫기는커녕 오히려 입에서 미소가 피식피식 새어나올 줄은 더 몰랐고…고작해야 몸이 바뀐지 2주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힐끔 돌아간 눈동자가 현관 전신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빨갛기 그지없는 귀 끝, 우유를 그대로 조형해낸 듯한 얼굴 피부는 진즉 불그스레해진 지 오래였다.

        

        진짜 미치고 환장하겠네.

        

        

        당연하지만 순식간에 들켰다.

        

        

        

       “유진 씨, 이 사람 만화에서 사랑이라는 개념을 막 깨달은 여주인공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요.”

        

       “단순히 흔들다리 효과가 아닐까요.”

        

       “…그렇겠죠?”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오늘 여러모로 즐거운 경험 하고 오셨으니, 그 덕분에 심신이 고양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신체가 변화된 탓에 평소보다 감정의 폭이 커진 걸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맞겠지?

        

        스텔라 유니버스 투어가 끝난 이후 근처의 바에서 독한 술을 여러 잔 마신 탓에 머릿속이 둥실둥실한 것도 조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대강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간 뒤, 몇 주 전 유진 씨가 내어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몇 개의 특수 포장 봉투가 놓여있었다. 하모니와 다이스 씨가 선물이랍시고 사준 옷들이었다. 올리비아 씨의 브랜드 말이다.

        

        당일배달이라는 말이 진짜였구나 싶었기에 의자에 앉아서 포장을 까고 있자니, 유진 씨가 슬그머니 들어왔다.

        

        

        

       “오늘 올리비아의 매장…이라고 해야만 할지. 아무튼 거기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민아랑 예린이도 나름 아이리스의 상태를 꽤 신경쓰고 있었나보네요. 선물을 마음에 들어하면 좋겠다나요.”

        

       “어음…선물은 언제나 좋아해요. 근데 이런 식으로, 이런 종류의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얼떨떨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요.”

        

       “올리비아…그 양반이 디자인하는 것들은 보통 유니섹스 계열이니, 평상시에 입고 다녀도 무난할 거예요. 나중에 그 사람이 한국에 오게 되면 아이리스도 소개해줘야겠네요.”

        

       “…선생님. 이제는 왜 다들 사람들이 비얌 카르텔이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아요.”

        

       “거참, 이게 다 선의라니까요.”

        

        

        

        …선의 맞나?

        

        아니, 오히려 너무 선의가 과해서 문제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지만 사실상 거절하기도 좀 뭐했기에, 나는 그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긴 했다.

        

        그보다 아마도지만, 선생님은 앞으로도 과도하기 그지 없는 이 선의를 내 배가 터져버릴 때까지 계속 퍼먹이지 않을까. 이 분은 자기 사람들에겐 한없이 잘해주고, 자기 사람이 아니어도 잘 해주니까.

        

        아무튼 내 옆에 슬그머니 앉은 유진 씨는 포장지 안의 옷을 같이 살피다가 다시 나가셨다.

        

        다시금 적막이 찾아오고, 이제는 슬슬 하루의 피로를 물에 흘려보낼 시간이었다.

        

        

        

       “후….”

        

        

        

        스륵스륵.

        

        신체를 갑옷처럼 감싸고 있던 옷들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내 몸이지만 전혀 내 몸처럼 보이지 않는 나체의 여성이 거울 너머로 비춰졌다.

        

        일러스트에서부터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모습. 요 2주일 동안 계속해서 봐왔고, 아주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적응이란 단어를 써야만 할 정도로 익숙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샤워실에 들어가 손잡이를 올리자 천장과 벽면에서부터 물이 쏟아진다. 샤워기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벽과 천장에서부터 뜨거운 물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힘겹게 숨을 토해낸다. 피로와 먼지, 오만가지 생각을 배수구로 흘려보낸다. 눈을 감고 있을 때만큼은 이 모든 시간이 거짓인 것처럼 느껴졌다.

        

        

        적응이 되었다는 것은 현실을 직시했을 때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는 뜻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던 현실과 유리되었다는 감각은…과연 그것을 고통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까. 만약 고통이라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고통이 아니라면 나는 적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샴푸, 린스, 바디워시…그리고 나는 샤워실에 놓여진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방금까지가 남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고뇌와 마주하던 시간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완전한 정신수양의 시간이었다.

        

        

        

       ───사각사각.

        

        

        

        의자에 앉은 뒤 샤워실 한 켠에 있는 부드러운 솔을 집어들고, 백색의 꼬리를 살살 문지른다.

        

        몸이 바뀌고, 유진 씨가 자신의 집으로 나와 다이스, 하모니를 불러모은 뒤, 그녀가 가장 처음으로 말해준 것들 중 하나는 바로 꼬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너무 자주는 아니지만, 비늘 사이에는 이물질이 끼기 쉽기 때문에, 매일마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이틀에서 3일에 한 번씩은 이런 솔로 닦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꼬리와 맞닿은 솔에서부터 전달되는 진동.

        

        그 무미건조한 ASMR, 혹은 백색소음. 어째서인지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하더라도 심신이 안정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진 씨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꼬리를 닦는 것이 여러분들에게 있어 정신적인 케어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지.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사실이었다.

        

        

        

       ‘…방금까지 마주해야했던 건 여성의 몸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꼬리를 닦고 있을 때만큼은 그렇지 않단 말이지.’

        

        

        

        이걸 좋아해야만 하는지 싫어해야만 하는지 아직 분간이 안 되는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유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뱀의 꼬리.

        

        내가 원하는 대로 꿈틀거리고, 느긋하게 움직이며, 때로는 허공에서 유영하는 것만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뱀의 꼬리. 그걸 내 허벅지 위에 얌전히 올려놓고 느긋하게 닦는 것.

        

        단언할 수 있었다. 이것만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여러 의미로 부글대던 정신이 명경지수로 수렴하고,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거울을 쳐다본다.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가끔씩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했었지만, 2주 가량이 지난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아마 1주일이 더 지나게 된다면, 샴푸 거품과 함께 쓸려나가던 잡념조차 생겨나지 않겠지.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까.

        

        

        

       “…이 몸을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서 다행이야.”

        

        

        

        몸과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닦고, 드라이 룸으로 향한다.

        

        의자에 앉자마자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온 몸의 물기를 말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5분 가량이 지나자 건조가 완료되었다. 다시금 방으로 되돌아온 뒤에는 취침용 복장을 입는다.

        

        벽에 걸려있는 잠옷. 과거 유진 선생님이 제3회 파이널 챔피언십 당시에 입었던 뱀-잠옷이었다.

        

        

        

       ‘…집 안에 진동이 현저히 줄어든 걸 보니, 유진 씨 빼면 다들 침대에 누웠으려나.’

        

        

        

        그리 생각하며 잠옷을 착용. 옷을 입자마자 느껴지는 보드라운 감촉과 뿌듯함.

        

        뭐라고 해야 할까, 유진 선생님이 한 번 입었다고 생각하니-라고 하면 안 되겠지. 이래서야 진짜 변태가 아닐까…아니, 이미 늦었나?

        

        그렇다면 자기 전에 참회의 기도라도 하는 것으로.

        

        

        슬슬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고…앞으로 좀 더 적응이 되면 부모님과도, 친구들과도, 그리고 동료 편집자와 썸네일러랑도 다시 무난무난히 만날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아니, 그렇게 되겠지.

        

        머잖아.

        

        

        

       ‘…항상 고마워요, 쌤.’

        

        

        

        다시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너무나도 고마웠기에.

        

        어쩌면 이것이 신앙심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진짜로 신녀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까맣게 물들어가는 시야와 꺼지는 천장 조명을 뒤로 한 채, 나는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까무룩 잠들었다.

        

        그리고-

        

        

        

        

        

        

        

        

       “…언제 올지 모르지만, 아무튼 얼마 후에 온다라, 진짜 말세구만. 말세. 이 미친 상어 같으니.”

        

        

        

        한편, 유진은 로렌티나의 개인 메시지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상어의 광기와 행동력은 따라갈 수조차 없었다.

        

        여름이었다.

        

        

        

        

        

        

        

        

        

        

        

        

        

        

        

        

        

        

        

        

        

        

        

       “유진 씨는 월드 빌드(World Build) 해본 적 있으신가요?”

        

       “…월드 빌드?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엥, 진짜요…?”

        

       “살루스, 말했잖슴까. 신님의 머릿속은 다크 존 99.5%, 글로리 앤 아너 0.5% 정도로밖에 안 이뤄져있슴다.”

        

       “일단 소니아 씨는 이따가 새우꺾기 예약할게요.”

        

       “우왁, 잘못했슴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트)이사람은 테라도 월드 빌드도 해본적없다

       -비얌련 두뇌 열어보면 왼쪽에 다크 오른쪽에 존밖에 안 써있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리가…있어!

       -어이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월드 빌드?

        

        입 안에서 섣불리 굴려보기에는 상당히 낯선 단어다. 나는 두 번째로 이뤄지고 있는 합방의 와중 그런 단어를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가, 서서히 떠오르다 사라지는 기억을 간신히 붙잡았다.

        

        분명…VR 게임 중에서 그런 게 있었지. 뭐였더라, 제대로 훑어보진 않았는데 TOP 10에 드는 게임 중 자유도가 좀 많이 높은 게임이라고 소개되는 게 하나 있었지. 아마 그거였던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에블린이 호다닥 눈 앞에 게임 영상을 띄웠고, 잠시간 시청 시간이 이어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네모낳지 않은 서바이벌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감상이었다.

        

        

        흠.

        

        

        

       ‘…이 세상이 기본적으로 과거의 여러 플랫폼 및 게임을 좀 다른 이름으로 답습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 월드 빌드인가 하는 게임의 원래 이름은 아마도 그거겠지.’

        

        

        

        그 있잖은가. 칫솔수염 달린 짝부랄이 쓴 개똥철학 자서전 이름이랑 비슷한 이름의 게임 말이다.

        

        단지 좀…토도키 하와도가 만든 게임이랑 좀 섞은 것만 같은 VR게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잡생각은 집어던지고, 이 게임엔 바닐라에는 없는 여러 모드가 적용된 서버가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그런 서버 중에서는 이른바 스트리머, 좀 더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방송인들만이 출입 가능한 전용 서버가 있었고, 지난 번에 말한 메이드 카페는 바로 그 서버 안에 지어진 것이었다.

        

        흐음.

        

        

        

       “그렇군요.”

        

       “…너무 반응이 무난한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죠. 하지만 여러분들이 제게 뭘 원하는지는 딱히 말 안했잖아요? 옛날에 아이리스가 메이드 카페인가 하는 이야기를 한 걸 보아 그에 대한 게 아닐까 싶긴 했는데, 틀릴 수 있으니.”

        

       “아, 그거 맞슴다. 그게 오늘이라서…시간 있으면 한 번 보러 오지 않으시겠슴까?”

        

        

        

        그 말이 나오자마자 시선을 아이리스 쪽으로 휙 돌린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나와 시선을 피했다. 물론 귓볼이 새빨갛다는 사실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와 동시에 스리슬쩍 내밀어진…초대권. 뭔가 이리저리 글씨가 적혀있긴 했지만 요약하자면 ‘지인 방송인 초대권’이었다. 이런 식으로 들어가는 거였구나.

        

        활성화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리하여 다음 목적지는 한 번도 접속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게임이 될 예정이었다.

        

        서버와 동기화하는 와중에도 이어지는 말.

        

        

        

       “유진 신님이라면 한 번쯤은 다른 분에게 진즉 초대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에…카토랑 리밋, 스톤, 호떡도 진즉 들어와있다구우.”

        

       “그 친구들에게 있어 제가 어떤 이미지인지를 감안한다면, 제게 초대권이 안 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앗….”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버에 사신을 초대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이미지는 무슨 움직이는 전략병기 수준인지wwwww

       -그치만 사실이죠?

       -그것도 그렇고 어떤 간큰놈이 하꼬들밖에 없는 서버에 비얌을 초대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꼬?

        

        그게 맞나 싶긴 했지만, 아무튼 지금 신경쓸 이야기는 아닌 듯했기에 몇 초 정도를 더 기다렸다. 안 그래도 서버 내에 실시간 접속자가 700명 가량이었고, 듣자 하니 다크 존처럼 서버가 튼튼하지는 않다더라.

        

        그리하여 얼마나 기다렸을까,

        

        

        

       “…오.”

        

        

        

        눈 앞에 사람들로 가득한 거대한 광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내 동체시력으로도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퍼어어엉!

        

       ───퍼퍼퍼퍼퍼펑!

        

        

        

       -[알림 : 알려드립니다. 스트리머 <Eugene> 님이 아르카디아 서버에 첫 번째로 접속하였습니다.]

        

       -[알림 : 현재 <Eugene> 님의 서버 연속 접속일은 1일입니다.]

        

       -[알림 : <Error-<Eugene> 님에게 해당하는 인삿말을 찾을 수 없습니다.> 부디 아르카디아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해당 메시지는 단 한 번만 표기됩니다.]

        

        

        

       “…이게 뭔가요?”

        

        

        

       -에러는 뭐야??????????

       -아니 저 인삿말 구독자수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나오지 않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현재 비얌련의 유어스페이스 구독자수는 무려 6795만이다

       -여기 접속한사람 구독자수 싸그리 합쳐도 비얌한테 못비빌듯wwwww

       -어허 그런말하는거아냐!!!!!!!!!!!!

       -(상대적 하꼬)

        

        

        

        …왜 아까 시청자들이 하꼬라고 했는지, 그리고 돌아가는 상황이 어떤지는 대강 알겠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광장을 돌아다니던 수십 명에 달하는 스트리머들 – 전부 처음 보는 이름들이었다 – 이 말 그대로 벌떼처럼 내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에 황급히 같이 접속한 이들을 찾았으나-

        

        

        

       ‘…없어!?’

        

        

        

        소니아, 에블린, 살루스 전부가 마치 연기처럼 증발해버린 상황.

        

        아이리스는 미리 접속한 후 날 인솔하기 위해 광장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해놨지만, 나 한 번 보려고 몰려든 인파의 꼬라지를 보니 쉽게 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건 그렇고-

        

        

        

       “왜 제 이름이 무지개색으로 표시되고 있는-우왁!”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유진!”

        

       “엄멤메, 동네 사람들 여기 좀 와봐요잉! 여기 영물이 오셨어!”

        

       “유진 그녀는 신인가? 그녀는 신이야! 비얌펀치!”

        

        

        

        난리도 이딴 난리가 없었다.

        

        현실마냥 사인 같은 걸 요청하지는 않아 다행이긴 했지만, 이게 무슨 응원경쟁도 아니고 다들 밑도끝도 없이 내 이름만을 연호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간만에 느껴보는 무수한, 그리고 날것의 악수 요청에 내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당겼다.

        

        

        

       ───텁!

        

        

        

       “…!”

        

        

        

        익숙한 감촉.

        

        이 많은 인파를 뚫고 어떻게든 내 손을 잡아챌 정도라면, 그 주인은 당연히 한 명밖에 없겠지. 순간적으로 들었던 다이스나 하모니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접어두고는 손이 잡아당기는 방향으로 이끌린다.

        

        그렇게 마치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마냥 인파의 사이에서 순식간에 빠져나와 인적이 조금 드문 곳으로 향했을까, 아니나 다를까, 눈 앞에는 아이리스가 있었다.

        

        …근데.

        

        

        

       “…왜 메이드복?”

        

       “메이드니까요, 주인님.”

        

        

        

        켁. 아니, 메이드 카페 투어가 스케줄로서 내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어느샌가 아이리스가 날 칭하는 호칭도, 그리고 말투도 바뀌었을 즈음, 그 자리에서 우아하게 한 바퀴 돈 그녀가 메이드복의 양쪽 치맛단을 잡아 들어올리고는 몸을 살짝 숙이며 무릎을 굽혔다.

        

        

        

       “메이드 카페, 스네이크 헤븐으로의 인솔을 맡은 레이디스 메이드인 아이리스 베아트리치아, 인사 올리겠습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련 할말 상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윾진쉑 뇌정지온거 처음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네’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들어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아이리스 얘 진짜 원래 여자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냥 입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연극영화과 무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메이드 이야기는 대략 몇 화 전에서 한 적이 있지요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