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2

    <622 – 오크노디의 경호부대(3)>

     

    호문쿨루스들은 신이 나서 생체형 골렘을 마구 조작하였다.

     

    “달리기이이이!!”

     

    투쾅쾅쾅, 장애물들을 뚫고 달리는 달리기에 980기 선배들이 고구마를 키우던 비닐하우스와 982기 신입생들이 상추를 심은 텃밭이 망가졌다.

     

    “구르기이이이!!”

     

    구구구구,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생체형골렘을 따라 마차가 지나가는 길이 움푹 파이고 땅굴을 파서 도망치던 연구실의 조교가 무너지는 땅굴에 비명을 지르고 때마침 지나가던 선배들이 급히 땅을 파헤쳐 불쌍한 조교를 구해주었다.

     

    “밀치기이이이!!”

     

    위력을 시험해 본다고 실내에서 천장을 향해 발사한 밀치기가 <마나장벽>을 밀쳐 샹들리에를 박살내 떨어뜨리고 어둠이 찾아오며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오크노디 2년생, 당장 그 미친 골렘들을 데리고 기숙사 밖으로 나가!”

     

    화가 난 모험학부 4학년 선배의 꾸지람에 나는 거대로봇 조종에 신이 난 호문쿨루스들을 데리고 기숙사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골렘을 조종할 조종사를 구하면 술식도 덜 새기고 편리하게 조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골렘 조종사는 예로부터 몸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조종사 없이도 잘만 움직이는 전통골렘과 다르게, 별도의 조종사가 필요할 정도로 대단한 하이스펙의 골렘이기에 조종사의 가치도 굉장히 비싸다.

    연차가 쌓일수록 상승속도도 무시무시해지지.

    그래서 끽해야 1년 사는 호문쿨루스들을 데려와서 연봉협상 대신 장례나 치러주고 새 호문쿨루스를 매번 투입시킬 작정이었는데…

     

    수명의 적음에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나이들이 너무 어려서 잼민이인 것!

     

    장수종 호문쿨루스와 달리 단명종 호문쿨루스들은 호위임무에 집중할 정신력이 없었다.

    딱 한 시간동안 벌인 사고를 뒷수습하느라 왕창 깨진 포인트를 보고는 그대로 호문쿨루스들을 황궁에 반품하고 그냥 술식으로 때우기로 결심했다.

     

    “에휴 귀찮아.”

    “응애.”

    “귀찮으면 안 하면 되지 왜 고생이냐고?”

    “응애.”

    “한 번 고생하고 나면 쭉 편하잖아!”

    “응애애.”

     

    응애가 자꾸만 귀찮게 칭얼거려서 왜 이러나 했더니, 열심히 자동가동술식을 새기고 있던 조종석을 잔뿌리로 가리키는 모습에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타보고 싶다고?”

    “응애!”

     

    우리 응애, 성별도 없는 무성 주제에 제법 남성다운 취미가 있었구나.

     

    “응애는 단명종 호문쿨루스보다는 똑똑하긴 하겠지? 혼자서 집도 잘 지키고, 말도 잘 듣고.”

    “응애!”

    “그래도 안 돼.”

    “응애애애!”

    “왜 안 되냐고? 호문쿨루스는 날 죽이러 온 암살자들과 격투를 벌여야 하는데, 애초에 날 죽일 스펙이면 생체형 골렘도 막 박살 나고 쪼개지고 난리가 나는걸. 그 안에 응애가 탑승하면 같이 죽을걸?”

    “으, 응애애애…”

     

    기가 죽은 응애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병기에 호문쿨루스는 왜 태웠냐니, 단명종 호문쿨루스는 어차피 금방 죽잖아!”

    “응애?!”

    “죽기 전에 거대로봇을 조종하는 경험도 주고 취직도 시켜주고 강해질 기회도 주었으면 고향에 돌아가서도 출세했다고 행복해하지 않을까?”

     

    옆집 햄스터가 <전직 거대로봇 조종사> 이런 칭호 달고 있으면 얼마나 간지나고 부럽겠어?

    나도 한 마리만 받아서 아카데미 기숙사에서 키울 걸 그랬다.

     

    “응애.”

     

    당사자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고?

    아님 말고.

     

    “도대체 어떻게 말이 그렇게 잘 통하는 거야?”

     

    앨리스 선배가 모자를 구깃구깃 접으며 전음마법으로 어이없어했다.

     

    “그냥 요즘 따라 해석이 잘 되던데요.”

     

    기능이라도 올랐나?

     

    [응애가 모진 학대 끝에 전음마법을 자각했습니다.]

     

    헉.

    내가 아니라 응애가 똑똑해진 거였구나!

     

     

    * * *

     

     

    오늘은 호문쿨루스 경호부대의 자동운행술식의 시가동을 하는 날.

    때마침 멀리서 티토소가가 달려왔다.

     

    “오크노디이이! 저번에 출범식에 왔던 귀족아저씨 중 한 명이 환락의 도시 카지노에 놀러 오라고 편지로 티켓을 보내줬어! 같이 가ㅈ…”

     

    티토소가의 목 끝으로 날아드는 검격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내가 펼친 마나보호막에 가로막혔다.

     

    “아참, 3m 내로 급속 접근해도 친구들은 공격하지 말라는 안전술식을 안 새겼구나!”

     

    이거 만들던 회차에선 친구가 없어서 깜빡했네!

     

    “흐끅? 머, 머야… 머가 일어난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티토소가는 멍청하게 또 속았구나?”

    “내가 멀 속아!”

    “환락의 도시로 성녀를 부를 이유는 마약으로 길들여서 성녀를 맛탱이가 가게 만들고 쥐락펴락하려는 삼류허접잡졸음모 하나밖에 없잖아!”

    “히에에에엑! 그런 거였어?!”

     

    티켓을 북북 찢어버렸다.

     

    “이런 거 없어도 우리 포인트 많아! 거기선 포인트 환급도 잘 안 해주고 공석이 된 거악의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멍청이 빌런이나 도박으로 인간들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마왕군 사천왕밖에 안 나와!”

    “히잉. 머야 그게. 너무 무섭잖아. 절대로 안 가!”

     

    놀러 갈 생각에 신났다가 적의 함정임을 깨닫고 침울해진 티토소가를 달랠 겸, 도감수집도 끝난 식당메뉴를 같이 먹으러 가던 길이었다.

    지나가던 거위가 와다다다 달려오다가 경호부대의 발에 뻥 걷어차이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던 참새가 경호부대의 <잡기>에 쏙 끌려가 날개가 부러지고, 기한 내에 과제를 제출하려고 급히 달리던 선배가 <던지기>에 참새를 맞아 쓰러지는 평화로운 점심시간.

    갑자기 알록달록한 팔레트 색깔의 머리를 한 빨주노초 학생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저기요!”

    “응?”

    “오크노디 선배는 키가 엄청나게 작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쪽이 오크노디 선배죠?”

     

    982기 새내기 후배들이었다.

    티토소가가 키득키득 웃으며 장난기가 생긴 얼굴로 한 걸음 나섰다.

     

    “나야! 새내기들아, 뭐가 궁금해서 찾아왔어?”

     

    음음. 동기들과 선배들 사이에선 허당으로 널리 알려진 티토소가도 가끔은 후배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을 때가 있겠지.

    재밌어 보이기도 해서 어디 함 내 흉내 내보라고 팔짱을 끼며 구경했다.

     

    후배를 가르치는 나, 너무 멋져.

     

    대충 그런 상상을 하던 티토소가.

    그녀에게는 가혹한 현실이 불쑥 다가왔다.

     

    “우리들의 텃밭을 파괴한 선배의 만행, 용서할 수 없어요!”

    “씨발, 우리가 어떻게 선배들한테 아양을 떨어서 상추종자를 받고 수확의 날만 꿈꾸며 키웠는데!”

    “우리 텃밭 책임지세요!”

    “몰래 선배들한테 팔려고 양귀비도 키우고 있었는데 같이 밀렸잖아요! 이것도 책임져!”

     

    새내기 4인방 사이에서 생뚱맞게 양귀비를 몰래 키우던 초록머리의 발언에 다른 새내기들이 그건 아니다 싶었는지 초록머리의 입을 막고 팔뚝을 꼬집었다.

     

    “으읍!!”

    “양귀비는 물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쁜 새끼. 우리 상추 살려내!”

    “아무튼 선배가 잘못했으니까 우리 텃밭이 망가진 피해보상 해주세요!”

     

    티토소가가 울상을 지었다.

     

    “히에엑?! 오크노디, 그런 못된 짓을 하고 다니면 어떡해! 이럴 줄 알고 내가 오크노디 흉내 내겠다고 했을 때 봐준 거야?”

    “비겁하게 굴지 마세요, 선배. 여자로 태어났으면 당당하게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져야죠. 동기 뒤에 숨으려고 하지 마세요.”

    “양아치! 자기 이름에 자부심도 없이 딴 사람인 척하는 못된 꼴을 봐!”

    “선배를 자꾸 도발하지 마. 그러다가 우리까지 텃밭처럼 갈려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티토소가의 난처해하는 모습은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너무 놀리면 덜컥 울어버리고 신입생들까지 덩달아 울음소리에 놀랄까 봐 이쯤에서 개입했다.

     

    “걔는 티토소가고 진짜 오크노디는 나야!”

    “사람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죠. 친구를 위해서 죄를 덤터기 쓰려고 하지 마세요. 선배는 저희가 봐 드릴 테니까 얼른 지나가기나 하세요.”

    “에엥?”

     

    새내기 일당의 대장으로 보이는 빨강머리 1학년이 <순풍>마법으로 내 등을 떠밀었다.

    물론 그런다고 꼼짝할 내가 아니었고, 마법이 좀 약한가 싶은 얼굴로 후배가 다시 위력을 보강한 술식으로 마법을 걸었다.

    <쾌속의 연속걸음>마법!

    한 걸음을 내디디면 2m를 훌쩍 이동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세 걸음의 이동속도가 상승하는 이동계 보조마법이다.

    칼싸움 할 때 이거 받고 들어가면 집단돌격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서 재밌지!

     

    “어라? 이것도 걸리지 않아…? 칫, 쓸데없이 마법저항력만 높기는! 무고한 선배는 얼른 제 강력한 마법이나 받고 사라지세요!”

     

    빨강이가 작정을 했는지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사용하기엔 아까운 비전술식을 더해서 오늘밤에 깊은 수면을 취하기 전에는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마나를 동원했다.

    <세레딘의 이동선언> 마법!

    아무리 무거운 기물이나 심지어는 배조차도 강제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강제이동에 특화된 마법이다.

    움직이면 안 되는 구조물도 움직이게 만들어서 마을에서 쓰면 집 수십 채를 무너뜨리고 졸지에 빌런으로 지정되기 딱인 4위계 함정마법!

    경호부대와 나를 동시에 움직이게 만든 것은 놀랍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근처에는 툭 치면 쓰러지게 생긴 굉장히 허술한 정자가 하나 있었다.

     

    와르르르!

     

    가만히 놔두어도 지 혼자 흔들거리는 건물에 이동마법이 걸렸으니,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당연지사.

    망연자실한 후배에게 정자가 무너지기 무섭게 조건부 소환술식으로 소환된 공문서가 날아들었다.

     

    ━━━

    <벌금고지서>

    해당 학생은 학생부 시설관리국의 시설물을 파괴한 죄로 1000 포인트 벌금을 지불하거나 정자를 신축하거나 20시간 학생회 봉사활동을 실시해야 함을 알립니다.

    ━━━

     

    “으앙, 이게 머야!”

    “저런, 강의실이나 훈련장이 아닌 곳에서는 함부로 마법을 쓰지 말았어야지!”

    “천 포인트라니, 이런 거금을 내면 흑빵도 살 수 없게 되잖아요!”

    “선심 썼다! 천 포인트 줄 테니까 오크노디 일은 잊고 돌아가줄래?”

    “선배…! 오크노디랑 아무 상관도 없으면서 친구의 허물까지 덮어주고 후배들을 챙겨주다니,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 일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요!”

     

    아니, 오크노디가 난데.

     

    “선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진짜 오크노디 맞는데.

    머쓱한 마음에 대답하려는데 무너진 정자 때문에 어그로가 끌려 산책로를 배회하던 위어드 교수의 추적넝쿨이 바닥을 꿈틀꿈틀 기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으앙, 위어드 교수의 하수인이다! 도망가자!”

    “히엑?!”

     

    뒷덜미를 붙잡힌 티토소가가 허접한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건 천 포인트만 보낸 게 아닌데요?! 텃밭의 피해보상금까지! 친구의 민폐짓을 사죄하며 보상까지 완벽하게 하다니, 압도적인 감사함!! 저분의 이름을 알아야 해요!!”

     

    펄쩍 뛰며 소리치는 빨강이의 외침이 멀리서 들리다가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흑빵에 상추 넣고 샌드위치 만들 생각에 신났던 후배들의 텃밭을 잃은 분노!!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