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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3

    <623 – 오크노디의 경호부대(4)>

     

    골렘에 안전술식을 추가하며 함부로 야생동물이나 선배, 친구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보강하려고 지젤에게 재료를 받으러 가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길을 구르던 내 앞에 심상치 않은 커다란 장애물이 나타났다.

    거대골렘에 탄 생산학부 선배, 아니 월반한 지금은 3학년 동급생의 등장이었다.

     

    “오크노디. 니가 그렇게 골렘을 잘 만든다며?”

    “죄송한데 제가 지금은 바빠서요. 동아리는 못 들어가요! 나중에 놀아요!”

    “놀아? 난 너와 놀러 온 게 아니다!”

     

    동급생이 품에 넣은 손을 벼락처럼 출수하자 한 장의 종이가 경호골렘의 손가락 사이에 붙잡혔다.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티켓!

    갑자기 골드를 마구 퍼주는 골드던전 입장티켓은 아니고 어둠의 골렘격투리그 초대장이었다.

     

    “들어는 봤나? 생산학부에는 예로부터 자동운행골렘을 제조하는 학생들이 최강의 골렘오너를 가리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지하결투장이 있음을.”

     

    현실 학교에서도 과학동아리 지하결투장에서 열리는 로봇격투대회마냥 생산학부 선배들도 교수들 몰래 비합법 결판을 벌이는 대회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어둠의 골렘격투리그!

    적어도 재학생이 잠든 야심한 밤, 아카데미 부지 곳곳에서 쿵쿵쾅쾅 골렘을 타고 뛰어다니며 최강의 골렘오너를 가리겠다고 싸우며 시설물을 파괴하는 민폐 짓보다는 자기들끼리 알아서 지하에 틀어박혀서 승부를 가려주는 편이 낫기는 했다.

    교수들도 저것들이 밤마다 밖으로 뛰쳐나와 아카데미를 개판으로 만드는 대신, 한정된 공간에서 지들끼리 지지고 볶으라고 모르는 척하는 걸 알기나 할까?

     

    “알고는 있어요!”

    “훗. 운 좋게도 양면띠지의 방을 찾았나 보군. 지하결투장과 골렘격투리그의 존재를 알 방법은 양면띠지의 방에 남긴 우리들의 조언밖에 없으니!”

     

    실제로도 초보시절 처음 그 존재를 알고 지하결투장에 입장했던 계기가 양면띠지의 방이기는 했지.

    고인물인 지금 뉴비들 사이에서 날뛰면 너무 양학인지라 외면해 왔는데 자기들이 티켓을 주다니, 맛있게 구워진 양념 닭고기가 제발 나 좀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수준이라서 참기가 버겁다.

     

    “으으음… 그래도 싫어요! 3학년들이 애지중지 만든 조악한 장난감을 제 골렘이 무자비하게 쥐어뜯고 파괴하는 광경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데요! 허접동급생의 당돌한 짓은 특별히 못 본 채 넘어갈 테니 앞으로는 저 찾아오지 마세요!”

    “아니 이 새끼가 면전에서 도발까지? 초대장이 오면 당당하게 선전포고 하려고 벼르고 있었구나!! 이 괘씸한 녀석, 비열한 2단승급 월반생과 정의로운 1단승급 재학생의 차이를 그 작은 키에 똑똑히 새겨줄 테니 내일 오전 생산학부 지하결투장에 나와라! 만일 도망친다면 널 <겁쟁이 오크노디>라고 부르겠다!!”

    “겁쟁이?! 너 미치셨어요!! 어떻게 그런 끔찍한 마이너스 칭호를!!!”

     

    어지간하면 그냥 못 들은 척 지나가려던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겁쟁이는 선 넘었지.

     

    *겁쟁이* : 당신은 승부에서 도망친 겁쟁이입니다. 이길 수 없는 승부에서 달아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지만,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한 번 도망치기를 선택한 초식동물은 낙인처럼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아카데미 공인 초식동물입니다.

    [보유효과 – 부정적 이벤트 발생확률 200% 상승]

    [장착효과 – 도주속도 200% 상승]

     

    숨만 쉬고 있어도 동기 때리는 양아치, 후배 돈 뜯는 선배, 노예 구하는 교수가 마구마구 꼬여 드는 저주받은 칭호!

     

    “상남자는 겁쟁이 칭호를 용서하지 않아욧!!”

    “하하, 아카데미 최단신 주제에 마음가짐은 남자답군. 승부의 날을 기대하마!!”

     

    그렇게 나는 엉겁결에 지하결투장의 골렘격투리그에 출전하게 되었다.

     

     

    * * *

     

     

    “이사벨. 오크노디가 몇 시에 오기로 했습니까?”

    “7시.”

    “늦는군요…. 무언가 일이 생겼나 봅니다.”

    “그러게.”

     

    오랜만에 오크노디가 놀러온다는 소식에 재료를 잔뜩 쌓아놓은 지젤과 요리까지 준비한 이사벨.

    두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는 집무실에서 주홍빛으로 저무는 저녁노을과 차갑게 식은 식기만 묵묵히 쳐다보았다.

    느닷없이 도전장을 받고 한 눈이 팔린 오크노디가 지젤에게 골렘의 안전보조술식에 필요한 희귀재료를 받기로 한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린 결과였다.

     

    “요리, 싸갈래?”

    “오크노디가 늦게라도 오면 어떡합니까?”

    “따뜻하게 새로 만들어 주지 뭐.”

    “그럼 감사히 받도록 하지요.”

     

    지젤이 쓴웃음을 지으며 식은 음식을 밀폐용기에 담아 받아 갔다.

     

     

    * * *

     

     

    “아니 위어드 교수님 요즘 선 넘네 진짜.”

     

    지하까지 땅바닥을 뚫고 넝쿨을 쑥 내밀어서 실내를 한 바퀴 스캐닝하고 돌아가는 식물하수인을 보면 불만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아주 아카데미를 자기 혼자 쓰는 것처럼 깽판 치시니 본래의 모습보다 핑크베리 교수의 모습으로 다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어떻게든 교수님을 따돌리고 도착한 지하격투장은 벌써 자신들의 골렘을 시험하고 싶어 하는 3학년 동급생들로 가득했다.

     

    “내 골렘은 양팔에서 회전톱날을 사출해서 대열을 이탈하고 칼치기를 하는 비겁한 추적골렘들을 갈가리 찢어버리지.”

    “응 어림도 없죠? 내 추적골렘은 피해흡수 술식으로 딜 무시하고 달라붙어서 몸통 녹이죠?”

    “입만 산 골렘오너는 필요 없다. 링으로 올라와라!”

    “크큭. 이 대결에서 이기면 그 멋대가리 없는 골렘의 동체는 전부 녹여다가 내 골렘의 개조용 재료로 써주지!”

     

    때마침 격투를 벌이는 동급생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나한테 티켓을 뿌렸던 생산학부 동급생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때, 우리 애들도 굉장하지?”

    “나름 노력하긴 했네요!”

    “흥. 그 여유만만한 태도도 오래 가진 못할 거다.”

     

    회전톱날골렘오너가 마나보드를 펼치며 명령어를 입력하자 칼날이 허공으로 떠올라 추적골렘을 향해 날아들었다.

     

    “크읏, 요격이다!”

     

    추적골렘오너 또한 마나보드를 펼치며 급히 조이스틱을 조작하듯이 조작계를 건드리며 회피기동을 펼쳐 회전칼날을 쳐냈다.

     

    “아아앗, 내 롤링스핀골렘의 무기가!”

    “회전톱날을 잃어버린 회전톱날골렘에게 아이덴티티를 잃은 골렘이 얼마나 하찮은지 알려주마!”

     

    접착폭탄을 꺼내들고 고속으로 날아드는 추적골렘.

    그러나 얼굴을 부여잡고 절규하던 회전톱날골렘오너의 벌어진 손 아래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은근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하, 함정인가?!”

    “늦었어.”

     

    추적골렘의 뒤에서 돌아온 회전톱날이 추적골렘의 동체에 틀어박혔다.

     

    “크으읏, 골렘의 손상도가 11%라니.”

    “하하. 내 회전톱날은 <부메랑> 술식을 새겼지. 한 번 쳐내도 다시 한번 돌아오는 기습은 당해낼 수 없지.”

    “두 번은 방심하지 않아!”

    “아니, 네게 다음은 없어.”

    “뭣?”

    “톱날을 막느라 뭔가를 잊지 않았나?”

    “헉. 내 폭탄.”

     

    골렘의 어깨에 파고드는 회전톱날을 막느라 그만 접착폭탄을 든 손을 어깨에 가져다 댄 결과, 추적골렘의 어깨가 피해흡수를 상회하는 폭발력에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큭. 내 패배다…”

    “하하. 네 흡수기술은 내 골렘에 잘 이식하마.”

     

    대결이 끝나자 날 초대한 동급생이 자기가 이긴 것처럼 으스대었다.

     

    “봐라. 순간적으로 출력 이상의 강함을 발휘할 수 있는 조작 실력을. 골렘에 탑재한 파츠로 이루어지는 수 싸움을!”

    “개발력이 부족했네요. 완전자동운행도 안 되는 반푼이들이라니! 게다가 움직임이 너무 둔하고 무기원툴이에요. 기능도 담지 못한 허접이류골렘이에요!”

     

    노골적인 내 폄하에 동급생이 단단히 화가 나서는 콧김까지 뿜으며 씩씩거렸다.

     

    “다들 주목! 누구라도 상관없다. 여기 오크노디의 수제골렘을 격파하는 녀석에게는 골렘 정비에 필요한 윤활유 100L와 4등급 오토실드 파츠, 5등급 배리어가 내장된 골렘원형방패, 상급마정석 3개를 주마!”

    “우와아아! 빅 이벤트다!”

    “상품 미쳤네!”

    “그래서 누굴 상대하라고 했지?”

    “방금 오크노디라고 하지 않았어?”

     

    오크노디.

    내 이름이 다시금 거론되자 상품에 눈과 귀가 멀었던 골렘오너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크라켄소환수 오크노디다!!”

    “말도 안 돼! 공포의 벨벳 소환수 오크노디가 지하격투장에 나타나다니!! 벌금은 내기 싫어어어!!!”

    “저 녀석의 손에 걸린 페이퍼콤파니는 아직도 핑크베리 교수의 연구실에 끌려간 채로 수십일 째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고 있어!!”

    “이런 비인간적인 시련이!!!”

    “끼야아아아악!!”

     

    뒷걸음질 치며 절규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고, 마나보드로 골렘을 조작해서 출구를 주먹으로 쾅쾅 때리며 탈출하려고 하는 동급생들!

    동급생들의 열렬한 환영인사에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며 이거 언제쯤 끝나나 기다리고 있으려니, 묵직한 발걸음과 함께 마나파동이 격투장 내부를 뒤덮었다.

     

    “그만.”

     

    푸슈욱 소리와 함께 개방된 격투장 내 특별대기실.

    다른 골렘보다 크기는 작으나 유난히 화려한 붉은 망토를 두른, 곡선형의 유려한 파츠를 지닌 강해 보이는 골렘이 나타났다.

    골렘의 어깨에는 학생 한 명이 팔짱을 낀 채 올라타있었다.

     

    “대운동회 이후로는 처음이군. 오래도록 이런 날이 오기만을 고대했다, 오크노디. 하늘이 나를 도와 이렇게 복수의 날을 점지하였구나.”

    “누구세요?”

    “나를 모른단 말이냐? 네놈에게 종이비행기던지기 경기장에서 술식 최적화 및 소형화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겪었던 이 미이니를?!”

     

    열심히 고민해 보았지만 기억 속 대운동회 종이비행기던지기 경기장의 상대방들은 모두 경악, 허탈, 절망하는 얼굴들만 기억났다.

     

    “아아~ 그때 그… 그 머지… 무슨 비행기더라…? 멀티콥터 헬파이어 군용전투 종이비행기 접으신 분이세요?”

    “그런 비행기 들어본 적도 없거든?! 내가 접은 롤스로이스 1호기는 조력자를 공중급유기 겸 외부저장장치로 이용하는 10중 술식 편대비행 종이비행기다!”

     

    뭐지 그게.

    삼류허접 브론즈 서포터랑 듀오하는 원딜 장인 같은 건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 발로 나타난 골렘 보강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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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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