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3

        

         

       그녀들은 익숙한 길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무공연습실은 지하 3층에 있었고 매점은 지하 1층에 있었으니 2층을 올라야 했다.

       엘리베이터?

       이용할 수는 있지만….

         

       “으악! 야! 소환사는 소환사 전용 엘리베이터 타라고!”

         

       “아 왜! 얘 작고 얌전하잖아!”

         

       “얌전한 건 둘째 치고…. 미친놈아! 소환수 몸에 불이 붙어있잖아! 그걸 들고 왜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뭐?! 이건 적 아니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불이라고!”

         

       “이 미친 새끼가! 그러면 저 소환수가 나를 적이라고 생각하면…. 야! 당장 안 꺼져?!”

         

       “아~ 잠깐만요~ 지나갈게요~”

         

       “아, 네…. 아니 잠깐만. 너…. 아니, 선배? 선배 이거 뭐예요?”

         

       “응? 별거 아니에요~”

         

       “…해골 표시가 있는 드럼통인데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안전해요~”

         

       “…선배. 신고하기 전에 얌전히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로 가시는 게 어때요?”

         

       “네에~”

         

       언제나 그랬듯 엘리베이터는 혼돈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라는 기물은 항상 넘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특정 능력자들을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연금술사나 마법사들의 경우 아티팩트나 실험물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만을 이용해야만 했으며, 소환사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고 한다면 무조건 ‘소환사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것도 소환사와 소환수 둘 다 말이다.

       그것도 불가능한 경우?

       학교 측의 허가를 받아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교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라는 게 원칙대로만 돌아가던가?

         

       크기랑 안전 설비 때문에 숫자가 적은 전용 엘리베이터는 필연적으로 기나긴 대기시간을 거쳐야만 했다. 넘치는 이용객들 때문에도 그러했지만, 엘리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시간이 긴 것도 한몫했다.

       소환사 전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소환수의 크기나 형체에 따라 눈 깜빡할 사이부터 영겁에 준하는 시간까지 타고 내리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으며, 위험 화물 엘리베이터의 경우 안에 실리는 물건의 위험성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탑승한 후에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터지지 않도록 조처한다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기까지 했으니….

         

       그 때문에 다른 엘리베이터를 노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리라.

         

       뭐, 그게 크게 잘못된 문제는 아니었다.

       작은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는 소환사가 사람이 없는 시간에 비어있는 엘리베이터를 슬쩍 이용하는 것 정도야 뭐…. 애교로 봐줄 수 있지 않겠는가.

       …반대로 말하자면, 위험 화물은 애교로는 절대 봐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하지만 이렇게 ‘은근슬쩍’ 이용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점점 무감각해지게 되고….

       나중에는 저렇게 억지를 부리는 사람도 나오는 법이다.

       사람이 있는데도 소환수를 데리고 타겠다는 저 소환사처럼 말이다.

         

       그러면 뭐….

         

       “벌점 펀치!”

         

       “포획 미사일!”

         

       …대부분은 저렇게 참교육을 당하게 되는 것이지….

         

       퍼억!

         

       억지를 부리던 소환사는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꽤 볼만한 금나수가 무인의 손에서 펼쳐지며 소환사의 턱 끝을 스치고 지나가며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켰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 학생이 아티팩트를 사용해 소환사와 소환수를 그대로 포박해버렸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은 익숙하게 선생과 학생회에 신고했다.

       곧 사람들이 와서 저 소환사를 끌고 간 뒤 벌점을 먹이고, 교육하고, 저 소환사의 멘토로 지정된 선배에게 연락해서 호되게 혼을 내게 하겠지….

         

       뭐.

         

       종종 있는 일이었다.

       동시에, 별로 끼어들고 싶지 않은 난장판이기도 했고.

         

       그렇게 이아린과 예설화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벌어지는 난장판을 외면하며 계단으로 매점까지 향했다.

       벙커에나 설치되어 있을 것 같은 콘크리트와 철근을 떡칠해서 만든 계단은 투박하기 짝이 없었으며, 내구성만을 중요시한 채 디자인은 내다 버렸기에 음산한 분위기가 풍겼지만….

       뭐 언제나 그랬었으니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그렇게 둘은 지하 1층에 도달했다.

         

       그들이 도달하자마자 느낀 것은 코를 찌르는 음식 냄새들.

       고기를 기름에 튀긴 냄새, 여중생과 여고생을 환장하게 만드는 떡볶이와 마라탕의 냄새, 남자들의 눈을 돌아가게 만드는 제육의 냄새, 거기에 선생들이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짜장면과 짬뽕의 냄새까지….

         

       그래….

       그녀들은 도착했다.

       푸드코트와 편의점, 디저트 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이곳.

       소위 ‘매점’이라고 불리는 곳에 말이다.

         

       “오늘도 거기지?”

         

       “당연하지! 사람은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고!”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고기 요리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키오스크를 조작해 자신들이 먹을 요리를 시키기 시작했다.

         

       예설화는 가볍게 동파육 하나와 만두를 시켰고, 이아린 역시 가볍게 양꼬치 6개, 규카츠 1인분, 삼겹살 꼬치구이 4개, 양념치킨 1인분, 케밥, 민트미트파이 3조각, 샤슬릭 6개, 컵 닭갈비(대) 2개를 시켰다.

         

       그렇게 주문이 끝나자 구역마다 설치된 기계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지극히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조리를 끝낸 뒤 서빙 로봇에게 음식들을 전달, 그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쫙 깔아놓기 시작했다.

         

       동파육 한 접시와 만두 한 접시만 있는 예설화.

       그리고 온갖 고기 요리들이 가득 차 있는 이아린.

         

       참으로 대조적이었다.

         

       “서라야. 너 그것만 먹어도 돼?”

         

       “응. 나 다이어트 중이잖아.”

         

       “아무리 다이어트라도 그렇지…. 그것만 먹으면 뼈랑 가죽밖에 안 남겠다.”

         

       “어쩔 수 없지…. 수영복 입었는데 군살 튀어나오는 것보단 낫잖아.”

         

       게다가 둘의 대화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식사인 동파육과 만두를 보고 ‘다이어트 식사’라고 하질 않나, 그 말에 가볍게 긍정하면서 한숨을 쉬기까지 하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이 뚱뚱한 사람이 아니라 예쁜 여학생 둘이었기에 더더욱 이질감이 넘쳐나는 광경이었다.

         

       “그나저나 넌 오늘 양고기가 많네? 평소엔 소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그 뭐지? 꿈에서 양이라도 나왔나 봐. 오늘 양이 계속 생각나더라고…?”

         

       “그러고 보니 너 별명 중에 퓨마도 있었지? 그래서 양이 먹고 싶어진 거야?”

         

       “그런가? 근데 퓨마도 양을 먹나?’

         

       “응? 먹지 않을까…?”

         

       “그건 늑대 아냐?”

         

       “퓨마도 육식동물이니까 양을 주면 맛있게 먹지 않을까? 아니, 퓨마 사는 곳에 양이 없나…?”

         

       “모르겠는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퓨마 애완동물로 기르는 애 없어? 걔한테 좀 물어보게.”

         

       “어…. 퓨마는 모르겠는데 하이에나나 사자를 기르는 애는 좀 있는데. 걔네한테 물어볼까?”

         

       “쉬는 시간에 물어보면 되겠네. 같이 물어보러 가자.”

         

       테이블에 앉은 둘은 자연스럽게 음식을 뜯어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마치 그 나이 때 학생들이 그렇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말이다.

       물론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테이블에서 순식간에 음식이 삭제되는 기묘함이라거나, 시답잖은 듯 말하는 대화 속에서 뭔가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뭐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둘은 순식간에 음식을 삭제했다.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동파육과 만두를 시킨 예설화는 3분도 되지 않아 그릇을 비웠고, 꽤 많은 양의 음식을 시켰던 이아린 역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자신이 시킨 고기들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

         

       “아~ 맛있었다.”

         

       “…응. 맛있었겠네. 아~ 다이어트 하기 싫다….”

         

       “그러게 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그러게…. 내가 왜 비키니 예쁜 거 입겠다고…. 이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

         

       한 명은 만족스러운.

       한 명은 우울해지는.

       그런 식사가 끝이 났다.

         

       둘은 평소처럼 자리에서 일어난 뒤 버튼을 눌러 로봇을 호출해 치우게 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며 한순간밖에 즐기지 못하는 이 풍경을 감상하며 깨달음을 얻고자…

         

       “아! 기억났다. 왜 양이 먹고 싶었는지!”

         

       …하지는 않았고, 그냥 아까 음식을 먹으면서 했던 주제를 이어 나갔다.

         

       “서라야, 들어봐. 내가 꿈을 꿨는데….”

         

       “또 개꿈이지?”

         

       “아니, 한 번 들어보라니까?”

         

       이아린은 예설화랑 팔짱을 낀 뒤 벤치에 강제로 끌고 와 앉혔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예설화의 무릎을 베고 그대로 벤치에 누워버렸다.

         

       “야, 안 일어나?”

         

       “아 기다려봐. 잘 때랑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야 잘 떠오를 것 같아서 그래. 이래야 생동감 넘치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까?”

         

       “아 진짜…. 그래. 말 해봐. 근데…. 재미없으면 한 대 얻어맞을 줄 알아.”

         

       예설화의 진심이 담긴 협박.

       하지만 이아린은 그런 협박을 듣고도 오히려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들어보면 안다니까. 자, 내가 꿈을 꿨는데 내가 퓨마가 되어있었어.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발도 있었고, 내 피부도 얼룩덜룩한 무늬의 털가죽이 되어있었거든. 게다가 입을 벌려보니까 쩍 벌어졌고, 후각도 엄청나게 발달했었단 말이지.”

         

       “얼룩덜룩…? 그건 표범 아니야?”

         

       “그런가? 아니야. 퓨마야. 꿈에서 나는 나를 퓨마로 알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퓨마야.”

         

       “어, 그래. 그래서?”

         

       “퓨마가 된 나는 엄청나게 큰 나무 위에 있었거든? 진짜 농담 안 하고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은 엄청나게 큰 나무였는데, 그 위에서 나는 빨래 너는 것처럼 나뭇가지 하나에 걸린 채 게으름을 만끽하고 있었어.”

         

       “….”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는 거야. 와, 동물 청각이 그렇게 좋은 줄 나는 처음 알았어. 진짜 수천만 원짜리 스피커로 코앞에서 듣는 것 같았다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어.”

         

       “….”

         

       “내가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린 쪽을 봤거든? 근데 거길 보니까 화산이 폭발하려고 하고 있더라고.”

         

       “화산?”

         

       “응. 화산.”

         

       “아, 그래서 네가 오늘….”

         

       화산으로 그렇게 나를 놀려먹은 거구나?

         

       예설화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말을 다시 삼켰다.

       저 말을 꺼내면 이아린이 자신을 약을 올릴 게 뻔했고, 그러면 얄미움에 머리를 한 대 쥐어박을 게 뻔했으니까.

         

       “오늘 뭐?”

         

       “아냐. 얘기나 계속해봐.”

         

       “어. 어쨌든 화산이 터지려고 하는 거야. 그래서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아니 세상에. 갑자기 화산에 눈보라가 일더니 이상한 해골이 딱 허공에 떠오르더라?”

         

       “해골?”

         

       “어. 망토를 뒤집어쓴 해골이었는데…. 게임에서 말하는 그 리치? 그거 같았거든? 이야. 게임에서는 잡몹으로 취급받는 애일 텐데, 와 진짜 분위기 엄청나더라고. 그 눈보라도 리치가 쓴 마법이었던 게 분명해. 8 서클 마법 블리자드! 뭐 그런 거 있잖아?”

         

       “….”

         

       “그렇게 대마법사의 힘을 보여준 리치가 갑자기 어디서 양을 가져오더니 화산 분화구에 집어넣더라고. 그러니까 화산이 갑자기 만족스러웠는지 잠잠해지더라. 이야. 그때 난 생각했지. 와, 양고기 맛이 얼마나 쩔었으면 화산이 화내는 걸 멈추고 저렇게 잠잠해질까? 이렇게 말이야.”

         

       “아….”

         

       얘는 꿈에서도 똑같구나.

       본질이 짐승이구나….

         

       예설화는 이아린의 사고방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화산이 잠잠해졌는데 리치가 갑자기 나한테 오더라고. 그러더니 나를 딱 잡고 이상한 풀을 먹이려고 하는데 나는 퓨마라서 채식이 싫어서 버둥…. 서라야? 듣고 있어? 듣고 있는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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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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