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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3

       

        

        

        

        

        

        

        

        

        

        

        

        

       <DICE(Official)님의 헌금 10,000원을 신님에게 봉헌합니다…그대의 은혜에 감사를.>

       -당신 진짜 이전에 남자였던 거 맞아요????????

        

       “어, 엄연히 남자였어요. 주인님에 대한 제 애정을 곡해하시면 안 됩니다!”

        

       “…반응해주지 마요, 진짜 환장하겠네.”

        

        

        

       -다이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신발언)뱀꼬리만 난 사람은 TS뱀꼬리가 달린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신님에게봉사하는백발적안TS비얌수녀메이드라는 파워워드를 녹껄룩이랑 다이스가 어케 이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윾진쉑 표정 진짜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였던 것)

        

        

        

        다이스의 도네이션이 통렬하게 팩트폭격을 갈기는 중이다.

        

        …지난 번, 하모니와 다이스, 그리고 아이리스가 저어기 스텔라 유니버스 본사를 구경하고 있었을 때, 내가 도네이션을 날렸을 때의 얘네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것이 다이스가 날린 도네에 반응한 아이리스를 정면에서 직관하고 있던 내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현재 나를 포함한 세 명은 메이드 카페에 있었고, 건물 안에 들어온 지 고작해야 20분도 안 됐기 때문이었다.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을 때 저런 후원 메시지가 날아들면 어느 쪽이든 반응이 열광적인 건 당연한 수순일 거고.

        

        

        그건 그렇고,

        

        

        

       “…채팅창에서 ‘우리가 갔을 때는 이 정도의 서비스까진 안 해줬는데!’하고 울부짖는 분들이 간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이렇게 열과 성을 다해 주인님을 보필하고 있는데, 채팅창에 더 신경이 쓰이는…아부브브!”

        

       “땡깡부리지 마요. 그보다 이게 어딜 봐서 보필인가요? 누가 봐도 당신이 사심 채우고 있잖아요.”

        

       “맞슴다, 맞슴다. 아이리스 쨩은 메이드로서의 자각이 부족함다.”

        

        

        

       -이미 다 들켜버린wwww

       -아이리스레즈레즈야….

       -아니근데 까놓고말해서 예전에 남자였으면 비얌 좀 좋아할수도 있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정신)가 여자 좋아할 수도 있는 거 맞긴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1팔 자꾸 이상하게 구분지으려고 하지좀 마라 머리아프게

       -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정신나갈거같애!

        

        

        

        …생각해보니 그도 그런가?

        

        스스로에 대해 평가하는 건 좀 쪽팔리긴 하지만, 내 외모가 남에 비해 꿇린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단 말이지. 남성에게서 호감을 살 수 있는 첫 번째 요인이 외모란 점을 감안하면 특히나 가중치가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가 유진 사단에 소속되어있는 남성 편집자 혹은 썸네일러 중 아무에게 플러팅을 하게 되면-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된다면 부담스러워서 거절할지언정 진심으로 싫어서 디나이 사인을 보내는 사람은…있긴 하려나 모르겠다.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확률은 소수점 단위로 세야만 하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우리 편집자 1호의 정신적 성별은 남성이니까….’

        

        

        

        여성도 쉽사리 엄두를 내기 힘들 정도의 메이드-무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의 영역이다. 더군다나 방금 전 부끄러워서 그런지 컨셉이 좀 깨진 적도 있었잖은가.

        

        이야기가 좀 많이 길어지긴 했는데, 다이스랑 하모니보다야 낫지. 공식적으로 성별이 변했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고, 아무튼 저 둘보다는 좀 더 합법적으로 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고.

        

        뭐어, 아무튼. 나로서도 딱히 기분은 나쁘지 않기도 하거니와, 지금은 다른 부분에 신경쓸 부분은 아니지.

        

        그리고-

        

        

        

       “아-앙.”

        

       “…이거 꼭 해야 해요?”

        

       “그치만 안 하면 오늘 이곳에 방문한 보람이 없다구요, 주인님.”

        

       “…아앙.”

        

        

        

       -와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얌부끄사직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남이 유진한테 음식 먹여주고 비얌 부끄러워하는거 좋아하네….

       -안그래도 부끄럼 잘타는련한테 수치플레이 시키는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오늘은 이거다

        

        

        

        쓸데없이 음식 재현률이 높아….

        

        혀에 닿기도 전에 느껴지는 온기와 코를 간지럽히는 향, 씹히는 촉감과 목으로 넘어가는 감각까지. 그러나 위장으로 안착하며 느껴지는 포만감만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퀄리티 하나는 좋았다.

        

        듣기로는 포만감이 제거된 이유가 가상현실에서 먹는 밥으로 연명하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런 딴생각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지만, 역시 이건 수치플레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창피해 죽겠네, 그냥. 얼굴에 열이 확확 오르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더더욱.

        

        그리고 지금 이 꼬라지를 지켜보는 사람 수가 무려 270만 명이라고!

        

        

        하지만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리스는 절대로 영업용 웃음이 아닌 것 같은 선명한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덧붙였다.

        

        

        

       “더 맛있어지는 주문을 걸어드릴까요, 주인님?”

        

       “…어쩐지 뭔지 알 것 같은데요.”

        

       “이, 이번에는 조금 달라요. 아마 주인님도 놀라실 거예요. 여태까지 연습 많이 했으니까, 한 번 봐주세요.”

        

        

        

        그리고 그 순간,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새하얀 꼬리가 움직이며 다른 테이블에 놓여져있던 딸기시럽을 스르륵 움켜쥐어 휘감는다.

        

        내가 하는 것보다는 살짝 뻣뻣했지만, 그래도 힘겹게 들어올린 후, 시럽을 조심스럽게 뒤집었다. 붉은 시럽이, 그리고 꼬리가 큰 팬케이크의 위를 느긋하게 유영했다.

        

        아이리스가 꼬리로 하트를 그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0초 가량. 제법 긴 시간이었지만 생각보다도 정교하고 깔끔하게 완성되었다.

        

        그 순간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한쪽 무릎을 들어올림과 동시에 양손을 가슴 부분에 포개어 하트 모양을 만든다 – 그리고 나는 그것이 뭔지 알았다.

        

        

        

       “마, 맛있어져라, 얍…♡”

        

       “…아까 먹은 거 다시 나올 것 같아요.”

        

       “그건 제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닌데요, 선생님!?”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으시다잖아. 나나 소니아, 살루스가 이 분들에게 하는 거라면 몰라도 말이지이….”

        

       “그래도 아이리스가 준비한 거라고 끝까지 봐주지 않았슴까. 그럼 된 거 아닐지.”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무시무시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라안치고 가까이에서 저거 봤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퍼줬을거같다 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진련 당장이라도 발코니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표정인데 ㅋㅋㅋㅋㅋㅋ

       -역겨움이…사라졌어????

        

        

        

        그렇긴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여러 의미로 맨정신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긴 했다. 물론 이건 아이리스가 해서 그런 거였지, 만약 다른 메이드가 해줬으면 오-하고 감탄만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 꼬리로 뭔가 시도하는 건 더 노력해야 할 듯했다. 이 요상해져버린 분위기를 환기할 겸, 꼬리 운용에 숙달이 된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간단하게 보여주도록 할까.

        

        의자에 앉은 채, 여전히 아이리스의 꼬리에 감겨있던 시럽을 아주 간단하게 탈취한다.

        

        

        

       “앗.”

        

       “마침 빈 접시가 있어서 다행이네요. 좀 더 익숙해지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간단히 알려주도록 할까요.”

        

       “오…오!?”

        

       “아니, 시럽으로 뭘 하고 있으신…우와!”

        

        

        

       -와 영어 필기체를 꼬리로 쓰고 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빙포인트)이 사람은 꼬리로 수류탄도 까던지는 사람이다

       -속도 자체가 미쳤는데?

       -하트 하나 그리는데 20초씩 걸리던 허접크싸레 아이리스냔 컷!!!!!!!!!

       -이게 진기명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전원의 이름을 영어 필기체로 접시 위에 작성.

        

        얼마만큼의 힘을 주어야 시럽이 중간에 끊기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세기로 계속해서 나오는지, 얼마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글씨가 어그러지지 않고 이름을 써내려갈 수 있는지와 같은 건 쉬운 문제다.

        

        중간중간 접시가 시럽에 뒤덮힐 때마다 꼬리를 가볍게 튕겨 통을 허공으로 던져놓고, 꼬리로 옆의 팬케이크를 집어 슥슥 닦은 뒤, 그 다음 떨어지는 통을 다시금 붙잡아 작업을 이어간다.

        

        이해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탓에 그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호떡 일행과 살루스, 에블린, 소니아와는 다르게, 아이리스는 눈을 더없이 크게 뜨고는 접시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시럽을 좀 많이 쓰긴 했지만, 상정한 범위 내였다.

        

        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아마 아이리스 말고 하모니랑 다이스도 듣고 있을 것 같긴 한데, 꼬리란 제3의 손입니다. 안 쓰면 기능이 퇴화하지만, 반대로 사용할수록 정교한 행동이 가능해지죠. 부단히 연습하시길 바랍니다.”

        

       “…갑자기 서비스 카페가 아니라 유진쌤의 진기명기로 변했어.”

        

       “이거 유진 씨가 메이드복 입어야만 하는 거 아닌가 몰라.”

        

       “제가 입게 된다면 여러분들도 싸그리 입힐 겁니다.”

        

        

        

       -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나만 죽을 수 없다

       -그와중 호떡쉑 자기는 1도 상관없다는 표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근육이 많으면 여장을 하든말든 남성성은 안 가려지는걸….

       -얘네들 아바타 보니까 슬슬 현실 성별이 헷갈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 말함과 동시에 테이블에 앉은 호떡 일행을 바라본다.

        

        채팅창에서도 그랬듯이 1도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는 호떡, 그럼 그렇지-하고 그닥 신경쓰지 않는 리밋…당연하게도 여기서 반응이 가장 찰진 것은 카토였다.

        

        그를 바라보며 히죽 웃자, 카토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려 나갈 곳이 있나 찾아보더니, 이어 덧붙였다.

        

        

        

       “살려주세요.”

        

       “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거든요.”

        

       “어차피 할 말은 정해져 있잖아요오오-!”

        

        

        

        빼액빼액!

        

        그런 말과 함께 바닥을 신나게 굴러다니는 카토를 보면서, 나는 문득 저쪽 세상에 두고 왔던 가이아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닮았구만.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메이드 카페 투어는 순조롭게 끝나가고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TS라는 키워드가 떠오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으, 힘들었…우왁, 왜 다들 방에 모여있어요?”

        

       “당신 이전에도 남자 아니었죠! 빨리 불어!”

        

       “우왁, 뭐야, 갑자기…으엑, 침대 무너져요오오…!”

        

       “메이드 카페라니, 그런 발칙한 생각은 도대체 누가 한 건가요! 심문하겠습니다!”

        

        

        

        끼기긱…!

        

        유진과 호떡 일행만으로 이뤄져있던 첫 번째 세션이 끝나고, 몇 시간 정도 계속해서 이어진 메이드 카페의 영업이 종료될 무렵, 힘겹게 방송을 끝내고 침대에서 일어난 아이리스를 반긴 것은 두 명의 어나더 비얌이었다.

        

        순식간에 트리플 비얌의 햄버거가 시작되고, 침대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발현자 전용으로 나온 것이었고, 그 덕분에 어지간한 파워랙 이상의 내구성을 지녀,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이어진 실랑이가 끝나고, 찌부된 아이리스가 침대 위에서 끄에엑 하고 기괴한 신음소리를 토해내었다.

        

        

        

       “우에에엑….”

        

       “와, 연극영화과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진짜로?”

        

       “아니, 뭐어. 예전에 유진 씨네 집들이에서 봤을 때 좀…남자치곤 여리여리하다고 생각되긴 했는데, 그게 이거랑 같은 것도 아니고…아이고, 모르겠다.”

        

       “여러분도 메이드 한 번 해보실래요?”

        

       “쓰읍….”

        

        

        

        그 말에 순식간에 회전하기 시작하는 하모니와 다이스의 두뇌.

        

        언뜻 보기엔 부정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부끄러움은 부차적인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이 두 명은 그저 유진이 부끄러워하는 걸 보고 싶어할 뿐이었고, 메이드는 수단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하모니와 다이스는 반쯤 속아넘어갔지만, 그것이 꼭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기도 했다. 그렇게 결론지은 두 명은 메이드라는 단어를 머리에 구겨넣고 덧붙였다.

        

        

        

       “아무튼, 음…오늘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유진 씨가 질색팔색하는 걸 보니 아주…무지막지하게 즐거웠거든요. 엑스포에서 시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네요.”

        

       “어으, 현실에서는 안 돼요. 진짜로 그건 부끄러워서 죽을지도 몰라요.”

        

       “어련하시겠어요.”

        

        

        

        당연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가 이어지는 와중 갑작스럽게 느껴지는…발 밑의 진동. EM급 발현자, 그 중에서도 서펜티아로 신체가 변함에 따라 이들은 자연스럽게 진동에 극도로 민감해진 것이었다.

        

        발걸음의 묵직함으로 보았을 때, 그리고 세 명이 있는 공간 – 유진의 집이라는 특성을 감안하였을 때, 올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것이 문 앞까지 다가왔을 때, 하모니는 자연스럽게 타이밍에 맞춰 방문을 열었다.

        

        유진이 거기 있는 것은 당연했다.

        

        

        

       “…오늘 아주 여러모로 저질러주셨더군요, 정말. 꼬리로 시럽 잡아서 하트도 그리고, 꼬리로 하트도 그리고, 몸에 꼬리 휘감기도 하고, 음료수도 꼬리로 주고…언제 연습했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에요, 아주.”

        

       “앗, 그, 그게.”

        

       “뭐어, 그래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다시 경험해보라고 하면 그건 글쎄다 싶긴 한데…그보다 다이스랑 하모니는 왜 있을까요. 설마 두 분도 절 골탕먹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에, 에헤. 그럴 리가 있나요. 저희처럼 순진무구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걸 하겠어요.”

        

       “꼬리 흔들리고 있거든요. 거짓말하면 흔들리는 거 모르죠, 두 분은?”

        

       “엑, 진짜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유진에게 낚인 두 명이 황급히 고개를 돌아보았고, 이내 자신이 낚인 것을 깨닫고는 부들거리는 사이, 오리지널 비얌은 힘겹게 숨을 토해내며 아이리스가 앉아있는 침대의 옆에 주저앉았다.

        

        누가 보아도 신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가 더 거대한 듯한 모습.

        

        가만히 천장만을 쳐다보던 유진이 입을 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메이드 카페는…앞으로 다시 갈지는 모르겠네요. 1년 동안 느낄 수치심을 1시간 정도 안에 몰아서 받으니 정신이 다 아찔해서….”

        

       “흐히히.”

        

       “유진 씨 나간 이후에도 봤는데, 다른 층에도 무슨…별의별 복장이랑 컨셉이 무지 많든데요? 메이드 복장은 기본에, 무슨 뱀파이어 컨셉도 있고, 서큐버스도 있었어요.”

        

       “…그, 저는 일단 그런 복장은 없어요. 대신 수녀 복장은 있긴 한데.”

        

       “머리가 아파오니까 제발 조용히 좀 해줄래요.”

        

       “앗넵.”

        

        

        

        수녀가 아니라 치녀 아닌가, 그런 말이 유진의 입에서 튀어나오려다 도로 들어간다.

        

        그러나 아이리스 역시도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는 알았기에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히히 웃었고, 유진은 그것을 보며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슬그머니 쓰다듬었다.

        

        

        

       “아무튼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재미있었던 건 진심이었어요.”

        

       “으, 아무리 생각해도 저 메이드보다 임팩트 있는 건 찾기 힘든데…저희는 꼬리가 달려도 딱히 예전이랑 달라진 게 없어서 기분이 묘하네요. 인기가 원래 있어서 그런가.”

        

       “무난한 건 무난한 거대로 장점이 있지요. 아이리스도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상당히 고뇌하고, 정신적 갈등도 있었단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죠.”

        

        

        

        그도 그런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는 두 명을 슬쩍 바라본 유진이 슬그머니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 몇 주 후에는 그런 말도 하기 어려울 걸요.”

        

       “…네?”

        

       “궁금해요?”

        

        

        

        그와 동시에 눈을 깜빡거리는 하모니와 다이스.

        

        짐작이 가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짐작가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당장 몇 주 후에는 엑스포도 있었고, 올리비아도 올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 가장 불길한 가능성이 수렴을 시작했다.

        

        하모니와 다이스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리스로부터 닮은꼴을 찾아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잠깐만요. 선생님, 설마요. 진짜? 거짓말이죠? 아니죠?”

        

       “전 아무 말도 안 했답니다. 뭔가 짐작가는 거라도 있으신 게?”

        

       “아이씨, 이 사람 말이 안 통해!”

        

       “유진 씨, 그 패 까봐요! 상어예요? 상어죠!?”

        

       “글쎄요오-”

        

        

        

        휘적휘적.

        

        다이스에게 옷이 잡혀 연신 흔들거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진은 그저 히죽 웃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오히려 아이리스를 제외한 두 명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안의 분위기를 살펴보던 아이리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개판이네. 아니, 뱀판인가?’

        

        

        

        물론 이제 그녀도 그 사이의 당당한 한 축이었다.

        

        일상이었다.

        

        

        

        

        

        

        

        

        

        

       “후덥지근하구만. 여길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지난 번에도 와봤지 않습니까, 크리스. 얼른 타십쇼.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후, 좋아. 가자고.”

        

        

        

        한편, 그로부터 얼마 후.

        

        한국에 누군가가 입국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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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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