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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4

    <624 – 오크노디의 경호부대(5)>

     

    영 탐탁치 않은 내 반응에 미이니가 더욱 화를 내며 삿대질을 했다.

     

    “아무튼 네 골렘을 쳐발라주겠다!! 이 롤스로이스 2호기는 종이비행기 따위보다 훨씬 큰 크기이기에 압도적으로 많은 술식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차근차근 새겨넣을 수 있었지. 술식의 소형화라면 몰라도 다양성과 호환성, 인챈트 기술력에선 고작 12살 꼬맹이 따위에게는 지지 않아!”

    “오오오! 지하격투장 랭킹 3위의 미이니의 기체라면 어쩌면 오크노디의 골렘을 이길지도 몰라. 오크노디라면 모를까, 골렘은 주인만큼 강하진 않을 거 아니야!”

    “보통 반대 아닌가…? 주인이 골렘보다 더 강한 골렘오너라니, 뭔가 느낌이 싸한데…”

     

    구경꾼들이 이게 맞나 싶은 얼굴로 누구에게 포인트를 걸지 혼란스러워했다.

    기대 반 긴장 반의 분위기 속에서 다른 골렘오너들이 주춤주춤 팝콘을 들고 관람석에 앉는 사이, 나랑 미이니는 결투장에 올라갔다.

     

    “선배 소리 들을 때도 졌는데 동급생이 된 지금은 이기기엔 더 힘들지 않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롤스로이스 1호와 롤스로이스 2호는 크기부터 다르다. 게다가 생산학부의 온갖 장인들이 개발한 골렘들을 격투에서 이기고 파츠를 보강했지. 마갑을 장착한 내 골렘은 4학년의 실습재료에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그거 자부심을 가져도 될 부분일까?

    아무튼 미이니는 그 사실에 대단히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사실 중수시절 기억을 떠올려보니 골렘컨텐츠는 제법 돈이 되는 컨텐츠였다.

     

    2학년, 혹은 3학년.

     

    아직 졸업시즌을 겪어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먼저 졸업시즌을 겪는 4학년들과의 접점이 극히 드물다.

    2~3학년을 현명하게 보내는 팁.

    4학년 진급의 비결.

    졸업과제를 선정하는 방법.

    각종 유익한 정보.

    아카데미의 비밀.

    4학년은 마냥 위험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는 접선하기만 하면 들을 수 있는 수많은 정보와 히든피스를 지닌 보물고의 입구이기도 하다.

    보물고에서 보물을 꺼내려면 일단 접근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선배들과 어울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골렘을 만들고 선배들의 실습도구로 투입하는 거다.

     

    -오토실드를 골렘에 탑재했다고? 잘했다. 실드파괴연습을 하는데 도움이 되겠군.

    -화염방사기를 골렘에 탑재했다고? 잘했다. 화염내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겠군.

    -은신탐지기를 골렘에 탑재했다고? 잘했다. 은신 훈련에 도움이 되겠군.

     

    수련을 하지 않으면 곧 죽을 사람처럼 수련광이 되는 4학년들에게 골렘이란 적당히 강해서 기능 경험치를 올리기 쉬운 샌드백 취급!

     

    -미안하다. 얼떨결에 좀 세게 쳤더니 고장 났더라. 그동안 잘 썼다.

    -아, 그러셨군요 선배님. 혹시 수리비는 언제 입금해주시려는… 선배님? 왜 갑자기 은신마법을 쓰시는 거죠? 비행마법은 왜 쓰시는 겁니까? 선배님? 선배님?!

     

    간혹 악질선배에게 잘못 걸리면 수리비 떼먹고 도망가는 선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는 일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정말 천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라고 생산학부 고참들은 말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같은 생산학부 선배에게는 골렘을 빌려줘도 된단다!

     

    물론 내가 겪은 최초의 골렘수리비 먹튀범이 바로 생산학부 고참이라는 사실은 뻔한 일이지.

     

    “어차피 수리비도 못 건지고 폐품이 될 골렘, 제 손으로 해체해 드릴게요!”

     

    대결 시작을 알리는 호각소리와 함께 미이니의 골렘이 망토 옆으로 한쪽 손을 뻗더니, 팔 하단부로부터 거대한 골렘웨폰이 튀어나왔다.

    가뜩이나 4m 크기의 거대한 골렘이 제 키만큼 큰 창을 드니, 제법 봐줄 만한 모양새가 되었다.

     

    “동방제국의 고수 레이의 무구 회천팔륜창은 모든 마법을 분쇄하는 <마법파괴> 술식이 걸려있지. 네 잘난 마나제어술도 여기까지다!”

     

    오. 내가 너무 미이니를 얕봤나 보다.

    무기에 걸린 술식도, 위력도 제국귀족들의 전술병기 마갑도 찢을 정도로 강력하다.

    마법만 덕지덕지 바른 마갑이나 골렘은 그냥 종잇장 찢듯이 찢어발길 술식과 위력이 실려 있다.

     

    <밀치기>

     

    그런 흉악스러운 창을 상대로 손을 들이미는 내 골렘을 보며 구경꾼들이 탄식했다.

     

    “저러면 손이 창에 휘말려서 말려들어갔다가 뚝 끊기거나 어깨부터 박살이 나지 않아?”

    “차라리 팔 하나만 잃으면 낫지. 심하면 충격을 몸체에 전달해서 골렘 내부를 모조리 엉망진창으로 만들 수도 있을걸?”

    “오크노디도 아직 어려서 그런지 무기술을 접목한 골렘의 전투법은 생소했나 보네.”

     

    2m도 안 되는 인간형 골렘과 4m의 거대한 골렘.

    체구로만 보아도 승기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쩌엉!

     

    물론 그건 <밀치기> 기능을 탑재한 골렘의 진가를 몰랐을 때 하는 소리지.

     

    “바, 방금 뭐야?!”

    “골렘이 패링을 했어?”

    “회천팔륜창의 회전력은 같은 회전력을 실어 역방향으로 받아치지 않으면 무기의 타점이 어긋나면서 팔이 말려 들어가 무조건 손해를 볼 텐데?!”

    “아무래도 오크노디의 골렘은 무술도 탑재한 모양이군.”

    “거짓말! 오크노디의 골렘은 그런 특별한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다른 소재가 있지 않나. 무술을 학습시킬 수 있는 수단이. 저건 병기가 아닌 골렘 자체가 기술을 습득한 거다.”

     

    관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골렘 본체에 학습모듈을 장착했다고? 그걸 사람 흉내라도 낼 수 있을 때까지 가르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삑사리가 나면 금방 허공에 창질하는 멍청이가 되잖아!”

    “자동조준 보정을 하면 모를까, 그걸 보정술식 새기느니 자동조준 술식이 걸린 무구하나 들려주는 편이 가성비도 훨씬 낫다고!”

    “너희같은 허접에게는 그렇겠지. 하지만 처음부터 파츠에 잔재주를 심어두지 않고 학습보조술식과 기본기술만 새겨두면 급이 다른 골렘이 완성된다.”

     

    관객들 사이에서 유독 똑똑한 사람이 하나 있구나 싶었더니, 역시나 금방 경악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깐. 이 사람, 지하격투장 서열 2위 맨토스잖아!”

    “그 저주받은 삼대역적가문 소속 민트초코 가의 골렘오너 맨토스 민트초코가 격투장에 나왔다고?! 저 녀석, 북부토벌임무에 자원하지 않았어?”

    “저쪽의 괘씸한 꼬맹이 덕분에 북부 전장이 빠르게 소강상태가 되었다. 공을 세울 큰 기회가 사라졌으니, 아카데미에 복귀해서 학업에 충실한 편이 낫다고 판단했지. 그리고 내 가문을 함부로 험담하지 마라. 네놈의 골렘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히익!”

     

    맨토스 민트초코의 사람 하나 잡아먹을 것처럼 험악한 눈빛에 구경꾼들이 기겁하며 입을 다물거나 달아났다.

    어설픈 자존심 챙기기도 못 해먹을 정도로 말도 안 되게 강한 골렘오너 앞에서 허접한 골렘오너들은 제발 시비가 걸리지 않기만 기도해야 하는 골렘개조 재료 셔틀에 불과했다.

     

    “오. 저쪽은 미이니 선배의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골렘이네요! 전쟁세대 루트가 개방되어서 그런가?”

     

    이슈타르의 평화의 시대에는 귀족들의 마갑이나 기사들의 골렘이 등장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흉악한 전술병기를 학생들이 하하호호 비무나 대련, 시험이나 치르면서 칼질하고 마법이나 쏘는데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타로트의 전쟁의 시대에는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 비슷한 상태가 되어서 모든 조직이 아껴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마음껏 꺼낸다.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기득권이 되기 위해서.

    기존의 권력을 사수하기 위해서.

    혹은 그저 강자들의 핍박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변변찮은 파츠도 없는 개인단위 허수아비 제로급 골렘.

    약소국이나 조직의 지원으로 그럴싸한 파츠를 하나씩 마련한 폰급 골렘.

    나름 기술력을 몰빵한 전장의 주역인 나이트급 골렘.

     

    미이니 동급생의 롤스로이스 2호가 딱 이 나이트급에 해당했다.

    고작 나이트급 주제에 <기능>을 탑재한 내 골렘과 수 싸움이 성립되는 것만 봐도 미이니가 나름 좀 친다고 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밀치기>

     

    하지만 파츠의 사용법에는 한계가 있다.

    회전력이 실린 창을 찌르고 휘두르고 백날 해봤자 초식 몇 개를 구사하는 선에 그친다.

    반면에 기능을 탑재하면?

    지면을 <밀치기>로 밀쳐 눈이 휘둥그래질 기동력을 발휘하고, 마나장벽을 <밀치기>로 밀쳐 원거리에서 순간 충격으로 경직을 부여할 수도 있다.

    잠깐의 틈에 <밀치기>로 공격을 밀치면 이중 삼중 다중 타격이 공격을 쪼개어 밀친 만큼 들어가고, 상대의 타점을 <밀치기>로 밀치면 받아야 할 공격은 역으로 가볍게 흘릴 수 있다.

     

    나이트급이 아무리 덤벼들어도 마치 굳건한 성벽처럼 버티며 넘을 수 없는 실력의 벽을 체감시켜주는 골렘을 세간에서는 룩급 골렘이라고 부른다.

    당연히 이런 골렘의 소유는 제국을 향한 반기로 인지되고,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되는 것만으로도 제국의 침략을 받을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

     

    기프트 아카데미.

    그것도 지하격투장.

     

    이런 은밀한 시설이 아니면 평소에는 구경하기도 힘든 골렘을 룩급까지 구경하려면 지하격투장 컨텐츠에서 보통 1, 2등은 해야 한번 볼까 말까하지.

     

    [당신의 경호골렘이 상대선수 미이니의 롤스로이스 2호를 파괴했습니다.]

    [조종술 경험치+20]

    [마나술 경험치+20]

     

    “내, 내 롤스로이스 2호가… 으아아아!”

     

    반파된 골렘을 배낭배낭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또각또각 부위 별로 분질러서 집어넣고 나니, 룩급 골렘오너 맨토스 민트초코가 다가왔다.

     

    “하나만 물어보자.”

    “먼데용?”

    “제국의 신황제를 등극시킨 네가 골렘을 거느리기 시작했다는 건, 이번 대의 제국은 골렘의 금기지정을 해제하고 공식적인 운용을 허락한다는 암시인가?”

     

    오잉?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매스각키한테 물어보면 알걸요?”

     

    근데 될 것 같기도 하다.

    언더월드도 열렸고, 이번 북부침공으로 마왕군도 들썩들썩 하고 있고.

    제국도 황제가 바뀌며 파벌이 쪼개졌고.

    세계각국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네가 이번 매스각키 황제의 흑막, 비선실세라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잘도 내숭을 떠는군.”

    “그렇게 말해도 저는 진짜 몰라요!”

     

    매스각키랑은 안부인사랑 부하들이나 주고받는 사이인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앞에선 부인했던 나였지만 뻘쭘하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에 속보가 전해졌다.

    제국이 금기로 지정해놔도 여기저기서 슬그머니 간 보듯이 골렘을 운용하기 시작하니, 무리해서 막다가 국력이 소모되는 것이 걱정된 매스각키가 골렘의 금기지정해제를 선언했다는 속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누가 봐도 어엿한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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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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