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624

       

        

        

        

        

        

        

        

       “좋아. 보고부터 듣지. 뭐부터 해야 하나? 뭔가 특별한 사항은?”

        

       “현재로선 팀장님이 신경써야할 건 따로 없습니다. 단말기에 안전가옥이랑 팀장님 업무, 추후 있을 합동 훈련 목록들과 최고 기밀 물자들만 따로 모아 보관해놓은 창고 위치 표기해뒀으니 확인하시면 됩니다.”

        

       “후, 돌아다닐 틈을 안 주는구만.”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입국은 문제 없으셨습니까?”

        

       “뭔가 문제가 있었더라면 여기 없었겠지.”

        

        

        

        부우웅!

        

        네 명 가량의 인원을 실은 차량 한 대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가로질러 영종대교 방면으로 향한다. 바닷물이 말라 군데군데 갯벌이 드러난 바다가 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순간 차량의 모든 창문이 검게 물들고, 수많은 UI가 표기되어있는 전방 유리창만이 빛을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며 주변을 지나다니는 차량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도록 시선을 차단한다.

        

        그리고 그 시점부터 조수석에 탄 크리스의 주변이 완전히 검어지고, 차량 내부를 완전히 덮은 홀로그램이 눈 앞에 그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비추듯 투영하였다.

        

        

        매끈하게 뒤로 빗어넘겨 고정한 연갈색 머리카락, 슬림하면서도 날카로운 턱선과 깔끔하게 정돈된 턱수염 및 콧수염.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어쩐지 유쾌할 것만 같은, 그러면서도 단단한 인상의 남성.

        

        그것을 눈으로 이리저리 확인하고, 손을 갖다대어 이리저리 만져본 크리스가 후 하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몇 초나 지났을까,

        

        거울에 비친 사람의 외형 자체가 순식간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파지직!

        

        

        

       “…그게 이번에 새로 개발된 변장 키트입니까? 성능 괜찮군요.”

        

       “미국 공항검색대도 통과한 물건이지요. 싱크탱크의 기술 일부를 적용했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더 쓸만하네요. 앞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어요.”

        

       “팀장님은 평소 모습으로 그냥 돌아다니면 어딜 가든 눈에 띄니까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젠 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겠군요.”

        

        

        

        크리스.

        

        크리스토퍼 ‘스펙터’ 로렌티나.

        

        순식간에 말투가 원래대로 회귀하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성의 원래 모습이 드러난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크리스라는 이름은 가명이지만 동시에 진짜 이름이기도 했다. 실제로 과거 그녀가 남자였을 때는 – 이 세계에서는 아예 없던 일이 되어버렸지만 – 그렇게 불렸기에.

        

        오직 그녀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 생각한 상어는 작전대 선임관의 말에 고개를 적당히 끄덕거렸다.

        

        그러자니 이어지는 말.

        

        

        

       “그건 그렇고, 팀장님. 그 외형은 누가 만들어준 겁니까? 제법 신경써서 만든 것 같은데, 자주 보면 정들겠습니다, 하하.”

        

       “뭐어, 만들었다면 만든 거겠지요. 과거 기억을 되짚어서 가져왔다-정도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작전하면서 팀장님이 담가버린 친구는 아니겠지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대충 적당히 상상하시길.”

        

        

        

        그리 말하며 다시금 창 밖을 보는 로렌티나의 표정은 평소와는 달리 어딘가 형언할 수 없는 노스탤지어를 품고 있었다.

        

        돌아갈 수 없는, 하지만 이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닥 상관없는 과거의 잔재…그러나 이렇게라도 다시금 맞이할 수 있었기에, 바로 그래서 보안검색대도 문제없이 통과했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외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숨길 수 없는 새로이 만들어진 습관조차 원래의 모습으로는 다시금 보정될 수 있었기에.

        

        적당히 그리 생각한 그녀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느덧 차량은 인천을 넘어 서울로 향하고 있었고,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 팀원이 입을 열었다.

        

        

        

       “팀장님은 강남 즈음에 세워드리면 되겠습니까?”

        

       “갑자기요?”

        

       “굳이 모르는 척 안 해도 됩니다. 어차피 윗선에서 또 한국 발현자 조사니 하면서 데이터 수집을 빙자한 휴가를 보내줬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까?”

        

       “…후, 기다려봐요. 태스크 확인해볼테니.”

        

        

        

        주르륵.

        

        손짓 한 번에 눈 앞에 떠오른 수많은 업무 목록들.

        

        그 중 기본적으로 팀장이 해야만 하는 업무기도 한 임무 계획 생성 혹은 확인, 훈련 준비, 훈련 시설 사전 정찰, 위험 관리, 자문 및 멘토링과 장비 및 물류 감독, 외부 협력 등등은 예상한 바.

        

        그러나 그와는 별도로, ‘로렌티나’에게만 부여된 과업 및 확인해야만 하는 특이사항 목록이 있었다.

        

        

        

       ‘최고 기밀로 분류된 물자 수량 및 작동 확인, 동봉된 매뉴얼과 교범 확인, 작전교류 시 반출 가능한 정보의 상한선…이런 건 이미 예측한 거고.’

        

        

        

        그리 생각했지만, 그 순간.

        

        아래쪽 언저리에 보이는 업무 일부 – 중요도 ‘중(中)’으로 분류된 업무들 중에서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내용은 굳이 열어볼 필요도 없었다. 제목부터 이미 발현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있었으니.

        

        미국 역시도 발현자의 날에 비교적 여러 명이 E1급, 혹은 E2급으로 변했지만, 한국처럼 EM급이 단숨에 셋이나 늘어난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방했다.

        

        로렌티나가 새하얗고 날카로운, 그리고 뾰족뾰족한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 친구들을 제 아래로 데려올 방법이 없어서 아쉽군요. 후후.”

        

       “…프레스 갱(Press gang)도 아니고, 그만 좀 탐내십쇼.”

        

       “누군지는 몰라도 팀장님한테 집중마크당하는 걸 보니 실력과 불운을 동시에 겸비한 친구들이 틀림없겠군요. 발현자 많이 태우면 차 연비 안 나옵니다. 자중하십쇼.”

        

       “뭐, 반쯤은 농담이죠. 사실 이런 농담을 건넸을 때 그 친구들이 기겁하는 걸 보는 것도 꽤 재밌거든요.”

        

       “반은 진담이란 소리 아닙니까?”

        

        

        

        물론, 이미 로렌티나 아래의 팀원들은 그녀의 사디스틱한 성향과 목표에 대한 탐욕스러움, 그리고 끔찍한 추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상상의 나래가 무지개를 넘어 저 멀리로 퍼져나가기 전 꺾어버리는 것이 가장 올바른 대처법이었고, 바로 그 때문에 로렌티나의 조크는 무자비하게 진압되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차량은 서울로 진입한 지 오래였고, 어느덧 좌측에는 여의도에서도 가장 특이한 건물이라고 여겨지는 여의도의 연양갱, 이카루스 인터내셔널 한국 지부가 보이고 있었다.

        

        그 사이 로렌티나는 태스크 리스트 중에서 발현자 관련 업무를 선택했고, 그 순간 선택된 임무가 녹색으로 점등했다. 해당 소식이 만 하고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전달되기까진 1초도 걸리지 않으리라.

        

        

        어느덧 청담동 인근에 들어서는 차량. 그것이 골목길의 어딘가에서 잠시 멈춘 사이, 로렌티나는 문이 열리기 전 손목을 반 바퀴 돌렸다.

        

        다시금 그녀는 남성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고, 문이 열리기 전 덧붙였다.

        

        

        

       “도착하자마자 놀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일부터 처리해야겠어. 나중에 연락하지. 예정 기한 안에는 돌아갈테니 걱정 마라.”

        

       “어련하시겠습니까. 후다닥 처리하고 오십쇼.”

        

        

        

        철컥.

        

        선글라스를 쓴 훤칠한 키의 남성이 차량에서 내렸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빠르게 인파에 녹아든다.

        

        근처에 널려있다시피 한 카페에 적당히 들어간 그-그녀는 키오스크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능숙한 한국어로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표정과 목소리에 상당한 호의가 담긴 것을 슬그머니 흘려보낸 그-그녀-는 진동벨을 들고 2층의 변두리 좌석으로 올라갔고, 적당히 다리를 꼰 채 단말기를 들어올렸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으려나….’

        

        

        

        위쪽에서 부탁하다시피 추가한 임무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저 새로이 나타난 발현자들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며,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신체 변화사항 등을 수집할 것…사실상 한국 내 발현자들과 두루 친분이 있는 로렌티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스트리밍에 자주 출연하는 이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집할 수 있는 정보 수집을 구태여 상어에게 맡긴다라 –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 간단했다.

        

        그저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얻어갈 수 있는 게 많을 테니, 휴가 겸으로 보낸 것일 터 – 거기까지 생각한 로렌티나의 결론은 간단했다.

        

        그저 밥이라도 한 끼 먹자고 불러내면 되겠지.

        

        

        그러나 그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우우웅!

        

        

        

        유진이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전자기기보다도 정보 수집에 능했고, 안 그래도 그녀가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이 카페에서는 로렌티나가 들고 있는 단말기를 감지하는 게 가능했다.

        

        다시 말해,

        

        

        

       -[Eugene : 아니]

        

       -[Eugene :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거예요??????]

        

       -[Laurentina : 알고 싶어요?]

        

       -[Eugene : 애들 아직 준비된 거 하나도 없는데]

        

       -[Laurentina : 절 도대체 어떻게 보고 있길래 그리 말하는지 궁금하네요, 막내]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뭔지는 어쩐지 알 것 같았으나, 로렌티나는 큭큭대며 웃을 뿐이었다.

        

        과연 유진이 같이 다니는 뉴 막내들에게 자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릴 것인가, 아니면 얌전히 입을 닫고 있을 것인가. 상어가 아직 ‘무엇을 하겠다’고 예고하지 않았기에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말하든 안 하든 상관은 없었다. 결국 늦는지 빠른지를 결정할 뿐이었으니까.

        

        

        실컷 울리는 진동벨을 뒤로 한 채, 로렌티나는 전화가 걸려오는 단말기를 무시한 채 자신이 시킨 디저트를 받으러 계단을 내려갔다.

        

        역시 한국은 언제 오든 재미있었다.

        

        상어는 그리 생각했다.

        

        

        

        

        

        

        

        

        

       “…이 양반은 왜 불길하게시리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요, 유진 씨?”

        

       “아뇨. 그건 아니고….”

        

        

        

        한편, 그로부터 대략 수백 미터 떨어진 비얌 하우스. 유진은 남몰래 패닉에 빠졌다.

        

        상어의 성공적인 한국 강습이었다.

        

        하모니와 다이스의 고생길이 열리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었다.

        

        

        

        

        

        

        

        

        

        

        

        

        

        

        

        

        

        

        

        

        

        

        

        

        

       “주중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막내 덕분인지는 몰라도 어딜 가든 뭐가 있군요. 뉴 막내들도 데려오지 그랬어요?”

        

       “로렌티나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친구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아주 뻔할 텐데, 최대한 충격에서 연착륙을 시켜줘야지요. 덕분에 일정을 좀 당겨야만 할 것 같네요.”

        

       “그거 기대되는군요.”

        

        

        

        7월 중순의 주말, 오후 6시. 서울 삼성동 이카루스 레지던스 호텔 입구 앞.

        

        나는 기어코 한국에 다시금 합법적으로 방문한 상어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아니,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더 맞는 말이겠지.

        

        이미 문자든 통화든 다양한 방법으로 이 사람이 한국에 방문할 예정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결국 또다시 이 시간이 왔다는 점은 언제나 부담…까지는 아니긴 했다.

        

        내가 아니라 내 아래의 애들이 부담 백배겠지.

        

        아무튼.

        

        

        

       “뭐어, 어느 정도는 농담이겠지만…그렇다고 해서 딱히 진담이 섞이지 않은 것도 아닐 것 같기도 하고. 위쪽에서도 꽤 궁금한 게 많나봐요. 현재까지 활동하는 발현자 4명 전부가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소속되어있단 사실만으로는 부족한 건지.”

        

       “뭐어, 그것도 그렇고 막내가 길러낸 친구들은 전부 우수하니까요. 아무튼 진짜로 데려갈 건 아니니까 안심하시길. 이번에 한국에 오게 된 것도 발현자의 날과는 별반 관계 없는 일이고요.”

        

       “전술교류를 위한 한국 장기 파병이라니…해머헤드 팀 전부가 왔다 그랬죠? 그 분들은 딱히 별 말 없던가요?”

        

       “본토에 있는 것보단 저랑 같이 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녀석들이니 그닥 상관없을 거예요. 게다가 일본 쪽은 이미 델타랑 합동 훈련도 자주 뛰고 있으니, 한국은 태스크포스 블루가 와줘야죠.”

        

       “…그게 맞나 싶기도 하고.”

        

        

        

        태스크포스 블루, DEVGRU의 다른 이름이었다.

        

        아무튼 그렇다니 나야 크게 신경쓸 필요도 없을 것 같고…그리 생각하며 나와 로렌티나는 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당연하겠지만 호텔 입구고 1층 라운지고 전부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뭐어, 주말이니까 그럴 법도 하겠지. 내가 저쪽으로 가면 1층이 꽤 북적북적해질 것 같았기에 나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발을 옮겼다.

        

        호텔의 엘리베이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나는 딱히 뭐 없이 호텔 내의 레스토랑이나 클럽, 칵테일바나 수영장 등을 이용하고자 하는 일반 손님 혹은 투숙객들을 위한 것.

        

        다른 하나는 하루 묵을 때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월급에 준하는 비용이 살살 녹아내리는 방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후자는 1층 로비에서 키카드를 받지 않으면 이용조차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삑!

        

        

        

       “흐음, 독특한 인식 시스템이로군요.”

        

       “정맥인식과 피부질감인식, 홍채인식 등을 동시에 하는 물건이라 어지간하면 뚫기 어려운 물건이죠. 보아하니 부모님이 달아놓은 것 같긴 한데.”

        

       “역시, 아까도 말했지만 막내 덕분에 참 이리저리 편하고 좋은 게 많단 말이죠.”

        

       “옛날에 도와줬으니까요. 이젠 제가 할 차례지요.”

        

        

        

        짤막하고 작은 기계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키카드를 대는 곳에 손바닥을 슬쩍 올려놓자마자 불빛이 들어온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 부모님의 안배였다. 아마도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이카루스 레지던스를 방문하여 똑같이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물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부모님한테 들은 바로는 해당 시스템이 작동한 순간 해당 레지던스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휴대폰 혹은 호출기에 별도의 연락이 간다는데…뭐어,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얼마나 먹고 마시든 돈이 안 나간다는 건 아니다.

        

        어쨌든 돈은 통장에서 나가지만, 호텔의 모든 서비스가 나를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야 하나. 대충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방문을 환영합니다, 유진 님. 뭔가 도와드릴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77층 라운지에 있는 바로 갈 예정이에요. 두 명만 차분하게 있을 예정이니 적당히 세팅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숙박은 따로 필요하신가요?”

        

       “차후 별도로 말씀드리죠.”

        

       “알겠습니다.”

        

        

        

        띵.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고작해야 두 명만이 타기에는 넓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 건너편에서 나와 로렌티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투숙객 일부가 호다닥 이쪽으로 달려오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바이바이였다.

        

        그렇게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삼성동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도착 전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뉴 막내들은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나요? 특히 이번에는 막내의 채널을 담당하고 있던 한 친구도 거기 휘말려든 모양이든데.”

        

       “한 2주 전까지는 약간 상태가 애매했는데, 지금은 그닥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어요. 며칠 전에 부모님이랑 가족식사도 하고, 편집자들이랑도 만나서 놀았다나요. 대외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희석된 걸 보면 앞으로는 큰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니 다행이로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말.

        

        

        

       “얼마 전에 막내 스트리밍을 좀 봤지요. 막내가 메이드에 대해 그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후후….”

        

       “…아뇨, 아뇨. 또 이상한 걸로 골탕먹이려고. 하지 마요, 진짜. 어느 날 메이드복 입고 저희 집 들이닥치면 엑스포에 발도 못 들이게 할 거예요!”

        

       “강한 부정은 곧 강한 긍정이라고 하지요. 막내는 어떤 복장을 좋아하나요? 그 아이리스라는 친구도 베이스는 수녀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걸 원한다면-”

        

       “우왁, 제발! 진짜 하지 마요! 저 화낼 거예요!”

        

        

        

        띵!

        

        그리고 우리는 도착하기 직전 아무런 소란도 없었다는 듯 평정과 여유로움, 그리고 고풍스러움을 가장했고, 아니나 다를까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이미 라운지 바에는 사람들이 한무더기였지만,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은 우리 둘은 <예약된 공간입니다>라고 쓰여있는 차단바 안쪽으로 들어갔다.

        

        닭장마냥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있던 방금의 곳과는 다르게, 공간 낭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광활한 공간 내부에 있는 것은 고작해야 테이블과 의자 몇 개 정도.

        

        이미 웰컴 드링크와 몇 가지 안주가 올려져있었고, 우리는 코끼리가 올라가도 안 부서질 것 같은 튼튼한 의자에 슬그머니 앉아 바깥을 구경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그럼, 막내는 이제부터 뭘 할 건가요?”

        

       “음….”

        

        

        

        질문이 너무 광범위하긴 했지만, 사실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이 양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들려주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여기서 상어가 가장 즐거워할 발언이 뭐가 있냐고 한다면-

        

        

        

       “…상어 커리큘럼에 대비해야만 할테니, 한동안 쉬고 있던 뉴 막내-담금질을 다시 시작해야겠죠.”

        

       “훌륭한 선택이로군요.”

        

        

        

        방법은 많았고, 발현자가 됐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우선 내일 혹은 모레부터 손대보도록 할까.

        

        

        

        

        

        

        

        

        

        

        

       “…갑자기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저도요.”

        

       “발현자가 되서 그런가,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음모가 우리를 덮쳐올 것 같은 느낌이….”

        

        

        

        한편, 그로부터 대략 2km 가량 떨어진 유진네 집.

        

        세 비얌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식스센스(딱히 상어를 막아주진 않음)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