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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5

        

         

       이아린은 진성이 머무는 빌딩으로 향하기로 했다.

         

       거기로 가는 이유?

       딱히 없다.

         

       그냥 생각이 났으니까.

       박진성 생각도 났고, 빌딩 생각도 났으니까 그냥 가는 것뿐이었다.

         

       산책하러 갈 때 딱히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가고 싶어서, 머릿속에 떠올라서 그런 것이지.

       이아린이 진성이 있는 빌딩으로 가는 것도 그것과 같은 이유였다.

         

       그렇게 이아린은 깜깜한 거리를 누비며 진성이 있는 빌딩에 도착했다.

         

       진성이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지름길을 미리 파악해두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사람 하나도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좁은 틈이라거나, 옥상과 옥상을 뛰어넘어야 한다거나, 꾸불꾸불한 미로 같은 골목길을 지나가야 한다는 자그마한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속도만큼은 압도적이었다.

         

       속도만큼은 말이다.

         

       “어? 야야. 저기 봐.”

         

       “아 왜~ 어?”

         

       다른 말로 하면 속도 외에는 단점투성이라는 뜻.

       정말 안타깝게도 이아린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은 으슥한 곳이었으며, 불량한 학생들이 모여들기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

         

       으슥한 골목길….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모이기 참 좋은 환경이 아니던가.

       게다가 CCTV까지 없으니, 오히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모이지 않으면 더 이상한 이야기이리라.

         

       “누구 애인이야?”

         

       “아니 그냥 지나가는 거 같은데?”

         

       불량 학생들은 갑자기 등장한 이아린에게 관심을 보였다.

       어두컴컴한 으슥한 골목길에서도 눈에 확 띌 만큼 이아린의 외형이 뛰어났기 때문이리라.

         

       몇몇 학생들은 피우던 담배도 그대로 바닥에 짓눌러서 불을 꺼버리기까지 했다.

       이아린이 오면 바로 꾈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점점 이아린이 가까워지고….

         

       “에이 씨. 저거 그 교복 맞지?”

         

       “쯧.”

         

       …그녀가 입은 교복이 눈에 들어오자, 그들은 실망 반 짜증 반 섞인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교복이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씨. 또 저놈들이네. 없는 곳이 없어.’

         

       ‘쓰읍. 그냥 얌전히 지나가라. 얌전히….’

         

       ‘서특고’라고 불리는 서울 이능 특성화 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은 현장 학습의 비중이 높았다.

       직업을 체험해본다거나, 결연을 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거나, 높은 경지에 이른 이들에게 조언을 듣는다거나, 대회에 출전한다거나 하는 등의 현장 학습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 학습의 특성상 서특고의 학생들은 전국을 넘어서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고, 여러 일들에 끼어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여러 일’ 중에는 당연히 치안과 관련된 일들도 있었으니….

       불량 학생들이 서특고의 교복을 보자마자 치를 떠는 것은 바로, 이 이유였다.

         

       치안을 지키겠다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들쑤신다.

       불량 학생들이 주먹으로 위협을 하면 ‘진지하게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라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외치면서 능력을 사용해서 흠씬 두들겨 패거나, 협박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수중에 든 채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사람을 패면 후환이 두렵지 않냐고?

       그렇다.

       적어도 서특고의 학생들은 후환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다.

         

       서특고 자체가 어마어마한 빽이기 때문이다.

       이능력자라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들이 배출되는 곳 특성상 졸업자 중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권력과 돈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며, 부당한 일로 동문의 후배들이 피해를 본다고 한다면 발 벗고 나설 이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거기다가 학생들 자체도 만만찮은 빽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실력과 태도가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이상에는 배경이 없더라도 빽이 붙는다.

       그러니 얻어터진 학생들이 얼마나 대단한 빽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듣는 순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 아니라면 빽 싸움에서 질 리가 없었다.

         

       그리고 빽 자체를 떼어놓고 생각해보더라도, 이능력자와 척진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리스크이기도 했다. 능력자가 눈이 돌아가서 암살자로 바뀌어서 원한을 진 사람 당사자와 가족들의 모가지를 노린다고 친다면 골치가 아플 테니까.

         

       그렇기에 불량 학생들 역시 이아린을 무시하기로 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긴 했는데…. 그 외모가 ‘서특고 학생’이라는 위험을 감수할 수준은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불량배는 어두운 골목길의 특이한 배경이 되었고, 이아린은 그 배경 속을 거니는 행인 1이 되는 듯했는데….

         

       “저기. 잠깐만.”

         

       갑자기 불량 학생 중 한 명이 이아린을 불러세웠다.

         

       그 부름은 정적을 깨는 거대한 종소리와 같았고, 옆에서 배경에 녹아들고 있던 불량 학생들의 고개마저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엄청난 도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소리이기도 했다.

         

       ‘이 새끼가…. 예쁜 여자애만 보면 눈이 돌아가더니.’

         

       ‘아 씨발 선배가 서특고랑은 엮이지 말라고 했는데.’

         

       불량 학생들은 똥 씹은 표정으로 이아린을 부른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아린 역시 별로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뭐. 왜?”

         

       짧고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이아린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고,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듯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 가슴께를 가리고, 어서 이야기해보라는 듯 무심한 눈길이 남학생에게 닿는다.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보이는 모습과는 딴판의, 차갑고 사나운 모습이었다.

         

       “아. 아니. 그게.”

         

       “뭐. 불렀으면 말을 해.”

         

       겉으로 보기에는 예쁜 여학생인 이아린이건만.

       분위기 때문인지 오히려 이아린이 사나운 불량배처럼 보였고, 이아린에게 말을 걸었던 남학생이 불량배에게 붙잡힌 가련한 피해자처럼 보였다.

         

       이아린이 뿜어내는 기세를 감당하지 못해서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기까지 했으니….

       누가 본다면 정말 이아린이 심약한 남학생을 괴롭히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으리라.

         

       “그게 너. 혹시 담력 시험하러 가는 거 아니지…?”

         

       이아린 앞에서 심약해진 이 불쌍한 남학생은, 이아린이 뿜어내는 기세를 이겨내며 질문을 던졌다.

         

       “뭐? 담력 시험?”

         

       그 질문은 좀 이상한 것이었다.

         

       보통 이렇게 남학생이 다가와서 질문을 던지면 번호를 좀 받을 수 있냐느니, 이름이 뭐냐느니 하는 질문일 텐데.

       이상하게도 이 남학생이 한 질문은 ‘담력 시험’을 하러 가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아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남학생을 보았다.

       부연 설명을 하라는 듯 말이다.

         

       그리고 남학생은 이아린이 호응해주는 듯 보이자 살짝 커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 네가 가는 방향이 그 빌딩이 있는 곳 같아서….”

         

       “그 빌딩?”

         

       “어. 귀신 빌딩에 담력 시험하러 가는 거 아니야?”

         

       귀신 빌딩.

         

       이아린은 그 단어를 듣자 남학생이 왜 자신을 불러세웠는지 깨달았다.

         

       “하.”

         

       귀신 빌딩이라니….

         

       이 근처에서 그렇게 불릴만한 곳은 단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자신의 오래비.

       박진성이 머무는 그 빌딩이다.

         

       “귀신…푸훗.”

         

       이아린은 어느새 동네에서 소문이 난 폐가가 되어버린 진성의 빌딩을 생각하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아무리 분위기가 음산해도 그렇지.

       사람이, 그것도 주술사가 사는 빌딩에 귀신 빌딩이라는 별명이 붙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아린은 불량배가 한 말에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쟤한테 들은 이야기로 오라비를 좀 놀려줘야겠다.’라는 생각과, ‘내가 직접 나서서 귀신 빌딩이라는 오명을 벗게 좀 도움을 줘야겠다.’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뭐….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 얼굴도 좀 자주 보고 같이 어디 놀러 갈 수 있으면 더 좋고.

         

       진성이 나간 다음 집안이 조용해진 것 같아서 심심한 차였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 그래. 걱정해줘서 고맙고. 거기 귀신 빌딩 아니니까 그런 헛소문 퍼뜨리지 마.”

         

       이아린은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렸다.

       가던 길을 계속 가기 위해서 말이다.

         

       “아, 아니. 거기 진짜 위험한 곳이야…! 담력 시험하러 간 사람들이 거기서 실종되었다는 소문도…!”

         

       하지만 불량배는 질척거리며 다시 이아린을 붙잡았다.

       진성의 빌딩에서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까지 지껄이면서 말이다.

         

       “야. 헛소문 퍼뜨리지 말라고 했지?”

         

       이아린은 이런 놈들이 진성의 빌딩의 부동산 가격 방어를 위해 불량배의 멱살을 잡으며 위협을 했다.

       그리곤 그딴 이야기 다시 한번 내 귀에 들리면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 패주겠다며 속삭이기까지 했다.

         

       이제 저 녀석들은 확실하게 입단속을 하겠지….

         

       이아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귀신 빌딩’이라는 웃기는 별명이 붙은 그곳.

       진성의 빌딩을 향해서 말이다.

         

         

         

        * * *

         

         

         

         

       『 (카테고리) 공포/미스터리

       제목 : ★☆★☆귀신 빌딩에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글쓴이 : 비파를든AcrobaticClowns

         

       서울에는 귀신 빌딩이라고 불리는 심령 스폿이 존재합니다.

         

       (사진 1)

         

       딱 보기에도 음산한 분위기죠?

         

       이곳에는 무려 다른 세계로 향할 수 있다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면 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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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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