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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6

    <626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1)>

     

    “랜드마크요? 에엣, 필요 없는데.”

     

    호감작도 안해둔 야요이가 불쑥 건넨 부탁은 다소 황당하기까지 했다.

    배낭배낭이 있는데 안전하지도 않게 수집품을 왜 남의 나라에 맡겨놔?

    그러다 털릴 줄 누가 알고!

     

    “나, 나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모두들 분명 재밌다고… 꼭 전해야 한다고 그래서…”

    “아앗, 울지 마세요!”

     

    왕소심 야요이가 티토소가마냥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모습에 다급히 말렸다.

     

    “저는 야요이를 응원하는 편인걸요. 저 때문에 야요이가 울면 굉장히 슬퍼질 거예요!”

    “나를 응원해…? 어째서 그러는 건가요? 저 따위는 언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언니가 남겨주고 간 파벌도 제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데…”

    “그야 야요이가 굉장한 노력가에 왕귀형 캐릭터니까 그렇죠!”

    “왕귀…?”

     

    야요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저, 저보고 왕을 참칭하라는 소리인가요?! 매스각키 언니와 저는 우애 좋은 자매예요. 그런 불의한 짓은 저지를 수 없어요!”

    “아니, 왕귀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팀의 고혈을 빨면서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는 짐덩이가 엄청나게 강해져서 돌아와 모두를 구한다는 의미라고요!”

    “뜻을 알기 전보다 더 상처가 되는데요…”

    “아니 돌겠네!”

     

    어쩔 수 없지.

     

    “제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 제안 받아줄게요!”

    “정말요?! 그런 이유로 무리한 제안을 받아들이다니, 괜찮은 건가요?”

    “수집품을 보관하라고 가지고 있는 수집품을 몽땅 거기다가 옮겨놓을 필요는 없잖아요? 귀찮고 용량만 소모되는 저등급 수집품부터 채우면 되는데.”

     

    흠… 이렇게 생각하면 또 구미가 당기기도 하네.

    게임으로 할 땐 한 번 수집했던 잡템들을 회차가 끝나고 도감에서 열람할 수 있지만 여기는 아직 그런 것도 없잖아.

    내친 김에 수집도감도 내가 만들어서 머머 모으면 된다고 알려주는 기능도 개발할까?

     

    ‘힝. 그거 다하긴 너무 귀찮은데!’

     

    문득 나는 이 모든 번거로움을 굳이 내가 직접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게는 귀찮은 일을 언제나 대신해주는 친절한 도우미가 있는 것이다.

     

    부스럭부스럭.

     

    강의시간이 비는 리프가 풀숲에서 꼭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기척을 내었다.

     

    “리프.”

    “부르셨습니까.”

    “지젤한테 시킬 일이 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리프의 뒷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힘없게 보였다.

     

     

    * * *

     

     

    “골렘재료를 받아가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거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가 와버렸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야 당연히 놀랄 만하겠지.

    국가 단위의 수집품센터라는 이름의 거대 테마파크 건설 및 재료수배 작업을 암흑상회에 모조리 맡겨버렸으니.

    리프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젤.

    아가씨의 곁에 얼쩡거리는 ‘친구’들 중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수상한 인물.

    뒷세계의 인물 사이에서도 과거를 깔끔하게 지우거나 홀연히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느 시점에서 정보를 캐낼 수 없는 자.

    그를 보면 리프는 이따금 생각하곤 했다.

     

    그 불가사의함은 마치 ‘아가씨’의 등장과 비슷하다고.

     

    ‘아가씨는 이 남자의 진가를 이번 기회를 빌려 시험해 보려는 겁니까.’

     

    좋은 기회다.

    차라리 밑천이 드러나면 더 좋다.

    아가씨가 지젤이라는 남자에게 품는 불가사의할 정도의 믿음도 끝을 보일 테니까.

    그 믿음은 본디 받아야 할 사람에게 돌아가리라.

    그 대상이 누구냐고?

    물론 메이드와 집사.

    아가씨를 보필하는 하수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모처럼 부탁을 받았으니 기대에 부응해야겠죠. 어디 한번 추진해 봅시다.”

     

    지젤은 가장 먼저 간단하게 매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종류별로 매입했다.

    매입한 아이템이 트로이 왕국에 세워진 창고에 채워지고, 창고에는 곧 진열대와 보관 물품 목록이 생성되었다.

     

    ‘세상의 모든 물품을 모으는 작업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암흑상회라도 한계가 있죠.’

     

    암흑상회의 수급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트로이 왕국의 지원금이 필요한 순간, 물품수집은 끝난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이 부족하면 어디선가 돈을 만들어내는 창조경제가 있다.

    메이드인 리프는 암흑상인들의 돈 놓고 돈 먹는 돈놀음을 알지 못했다.

     

    “기본무기수집 검 세트를 판매합니다. 구매만 하면 수집품을 단숨에 모으고 보관도 대신해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구매해 보십시오.”

    “그걸 우리가 왜 사야 하는가?”

    “다크프린세스와 황족들의 수집품 취미를 저렴한 돈으로 서민들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다크프린세스는 선황의 양녀. 황족이기도 합니다.”

    “!!”

     

    가장 먼저 수집품의 가치를 아는, 그러나 마땅한 보관공간이나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구매했다.

    소모된 자금이 충원되자 지젤은 그 돈으로 기본무기수집 활 세트를 구매했고, 활 세트를 판매하자 창 세트를 모을 수 있었다.

    검 창 활 삼중세트를 추가로 판매하자 어느덧 암흑상회가 투자한 돈은 고스란히 회수되고 새롭게 투자할 투자금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기세로 방패, 둔기, 총기도 수집해봅시다.”

     

    무기수집률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 싶자 지젤은 아예 무기도감까지 만들었다.

     

    “이 도감은 여러분이 현존하는 무기 중에 얼마나 많은 무기를 수집했는지, 수집률에 따라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예상결과를 기재한 도감입니다. 더 많은 도감을 수집한 사람은 그만한 부와 강함을 과시하는 셈이고, 더 희귀한 수집품을 보유한 이는 수집률은 낮아도 도감가치가 높은 사람이죠.”

     

    무기 도감세트를 판매하고 남은 돈은 방어구 도감세트로, 방어구 도감세트를 판매하고 남은 돈은 가구 도감세트로, 점차 분야를 하나씩 늘려나갔다.

    이쯤 되니 지젤의 도감은 더 이상 투자금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물건제작자들이 제발 도감에 자신의 물건을 실어달라고 부탁하며 돈과 함께 물건을 보내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리프는 어이가 가출하는 기분을 느꼈다.

    그저 돈을 많이 썼을 뿐인데 돈이 벌리고, 심지어 수집품도 알아서 갖다바치는 이들이 탄생하다니!

    지젤은 혼란에 빠진 리프에게 원리를 알려주었다.

     

    “이는 간단한 수집품의 원리입니다. 품목이 적을 때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수집품 도감이 완성되면 도감에 자신의 물건을 올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도감에 속한 물건이 정기적으로 판매되고 품질보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수집품을 엉성하게 만드는 이는 없다.

    저토록 다양한 물건들을 한 번에 깔끔하게 제작해서 보관까지 대신해주는 곳은 더욱 없다.

    편의가 보장되는 순간, 비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저렴한 도감세트.

    값비싼 도감세트.

    가격대별로 구매할 수 있는 도감세트와 품목이 모두 다변화되었으니까.

     

    “오오오! 본국의 재정이 그래프를 뚫고 떡상을 하다니, 짐이 재위 중에 내린 모든 선택을 통틀어 그대에게 일을 맡긴 것은 가장 잘한 일이었구나! 내 아들 헥토르가 참으로 장한 일을 해주었다!”

     

    트로이의 국왕조차 기뻐하여 연회를 열 정도로 지젤의 기념품 사업은 대박을 쳤다.

    무서운 사실은 그럼에도 아직 그가 확장할 수 있는 도감 종류가 잔뜩 남았다는 사실이다.

     

    “공간이 아쉽군요. 수집품의 판매에 그치지 말고 전시관을 통한 수집품의 공개, 수집관 내에서의 각종 이벤트를 통한 희귀수집품 증정으로 방문객 유치, 고급소비층의 확보를 추진합시다.”

     

    급기야 지젤은 관광사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매스각키가 희망했던 테마파크가 정말로 건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테마파크의 시스템에는 기프트 아카데미에서 겪은 도전적인 요소들이 하나씩 섞였다.

     

    “이 에어드롭은 일정높이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안전바가 내려오지만, 높은 근력을 지닌 고객님은 자신의 힘으로 안전바를 먼저 내릴 수 있습니다. 가장 높은 높이에 도전해서 안전바를 무사히 내리는 분에게는 고공에서의 배짱과 힘을 높이 평가하여 매일 <힘의 건틀렛(+5강)>을 증정하겠습니다.”

     

    운만 좋으면 그 주에서 가장 힘 좋은 사람이 되어서 보물 하나를 꽁으로 얻을 수도 있다!

    장비 욕심이 많은 모험가는 홀린 듯이 트로이 왕국을 찾아오게 되었다.

     

    “아니 에어드롭만 13번 타다가 재산을 탕진했어!”

    “온 김에 일이나 뛰어야지, 뭐 어떡해.”

     

    덕분에 트로이 왕국 모험가길드 본부의 실적은 전년도 대비 500% 상승!

    관광객들의 수요로 인해 음식장사와 숙박업이 대호황을 맞이하기까지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금입니다. 전세계 각지에서 요리사들을 수배합니다. 자신만의 시그니처 요리를 지닌 유니크요리사라면 수준의 고하와 상관없이 수배하십시오.”

    “맛이 없어도 괜찮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이 또한 ‘수집’의 일환입니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도 한 번은 ‘수집’을 목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요리사들의 거리!

    이 보고를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젤과 암흑상회는 무서울 정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다가 암흑상회가 와이히엠하이 재단만큼 강해지는 건 아니겠지요…?’

     

    리프는 불안해졌다.

    지젤이 너무 큰 성공을 거두어서 생긴 문제는 재단을 위협하는 입지뿐만이 아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노리는 이들도 늘어나는 법.

    오크노디가 약속한 골렘제조기술의 기술제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당장 주변국들 모두가 돈이 돈을 낳는 노다지를 보고 침공각을 재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 참. 지젤도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리면 어떡해요? 저거 지켜내려면 정말로 골렘 기술까지 팔아야 하잖아요.”

    “하하. 모처럼 의욕을 내보았더니 일이 너무 커지고 말았군요. 미안합니다, 꼬마숙녀.”

    “됐어요. 제조기술이야 준다고 아무나 다 따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료를 알려준다고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 그거라면 수집품과 물물교환을 하려는 장인들이 많아서 수급이 끝났습니다.”

    “희귀소재를 구해도 그걸 제조할 대장장이도 필요해요!”

    “수집품 팔러 온 대장장이들이 하도 많다 보니 천하제일야장을 가리겠다며 장인들도 모였습니다.”

    “아니 뭐가 이리 다 있담?”

     

    오크노디조차 황당해할 정도의 괴물처럼 성장한 나라가 탄생하기까지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떡상해버린 트로이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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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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