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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8

        

       ‘귀신 빌딩’에 놀러 온 이들은 원초적인 재미를 느끼는 이들이 지을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이 귀신 빌딩이 무서우면서도 이 무서움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웃고 있었으며, ‘다른 세계로 향하는 방법’을 행할 것이 기대되어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주체를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들뜬 분위기.

         

       단체로 모여서 노는 파티나 축제에서나 볼법한 그런 분위기다.

         

       이들은 공포와 스릴 그 사이에 있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으며, 일반인들이 놀이기구에 탔을 때 느끼는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저들은 아드레날린이 펑펑 분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그저 비어있을 뿐인 빌딩을 즐긴다.

       이번 담력 시험을 인솔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말이다.

         

       “자~ 여러분. 차례대로 움직입시다, 차례대로. 다들 거울 꺼내셨죠?”

         

       “예~”

         

       어쩌면 이것은 그리 이상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저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흉가를 탐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다.

       폐가에 스토리만 붙어 있어도 환장하는 인간들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사람들이 귀신 빌딩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붙은 곳에서, 무려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이라는 듣기에도 즐거워 보이는 일을 한다고?

       당연히 무슨 약이라도 한 것처럼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저들이 저렇게 들떠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일사불란하게 거울을 들고 있는 것도, 다른 손에는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이 빼곡하게 기록된 것을 들고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 손에는 거울을.

       한 손에는 종이나 수첩, 혹은 스마트폰 메모 앱을 켠 채 엘리베이터 문을 등지고 있는 저들의 모습.

       언제 엘리베이터의 모습이 바뀔까 두근두근 기대를 감추지 못한 채 상기된 얼굴로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았다가 열었다가 반복하는 저 모습.

         

       세상을 즐기는 이의 모습으로는 합격이요, 건물주의 처지에서는 그다지 달가운 이들은 아닐 것이다.

       좋게 봐주어도 무례한 손님이겠지.

         

       “오! 바뀐 것 같은데요?!”

         

       “저기 천장 좀 봐요! 위치 좀 바뀐 것 같잖아요!”

         

       “그래요? 다들 타죠!”

         

       조용한 빌딩에서 갑자기 소리를 빼액 지르고, 다짜고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는 손짓으로 황급히 사람을 부르는 저 모습을 본다면 그 무례함은 이윽고 확신이 서리라.

       저들에게는 교양이나 예절이라는 것은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으며, 건물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다고 말이다.

         

       게다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자마자 망설임 없이 실과 펜을 꺼내는 모습이라니….

       건물주는 물론이고 엘리베이터를 관리할 사람이 겪을 어려움은 떠올리지도 않은 채, 그저 자신의 재미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아닌가.

         

       참으로 무례한 이들이로다.

         

       “아~ 이 엘리베이터 생각보다 작네요. 몇 명 탔어요?”

         

       “아 거의 만원이네. 잠깐만요. 숫자 좀 세볼게요.”

         

       “꾹꾹 밀어 넣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그런 무례한 이들이 잔뜩이다.

       말 그대로 잔뜩.

         

       엘리베이터 안이 바뀌었음을 확신하고 탄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꽉꽉 차지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갔기에 비어있던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가득 찰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가지고 온 짐들까지 있으니 더더욱 그러했겠지.

         

       그 때문에 아직 엘리베이터 밖에 사람이 남아있음에도 안의 사람들은 ‘좁다’라면서 연신 불평해댔다.

         

       마치 아직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보고 들으라는 듯이 말이다.

         

       아니, 들으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불평을 입으로 내면서도 슬쩍슬쩍 아직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못한 이들을 보는 저들의 눈빛을 본다면 저들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쾌적한 체험을 위해서 당신들이 희생하라는 이기심 가득한 무언의 강요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탑승하지 못한 이들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쓰읍. 조금 아쉽긴 한데. 뭐 됐습니다. 즐기고 오세요. 저희는 다른 날에 와서 하면 되니까.”

         

       “다음에는 엘리베이터 크기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은데…. 우리 후기 올리는 곳에는 엘리베이터 크기에 대해서도 적어놓읍시다.”

         

       “가세요, 가.”

         

       하지만 탑승하지 못한 네 사람은 딱히 그들에게 화를 터뜨리진 않았다.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을 순순히 보내준 것이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서 밀고 들어가도 되었을 텐데 말이다.

         

       그 때문일까?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들도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이기적인 마음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을 자각했거나, 저들이 보내는 배려를 무례함으로 돌려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이겠지.

         

       엘리베이터 안의 사람들은 구경 잘하고 오겠다느니, 다른 세계를 구경하고 온 뒤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주겠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는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엘리베이터 문이 빠르게 닫혔고, 탑승한 사람들의 모습 역시 문 뒤에 가려졌다.

         

       이제 저들은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대로 번호를 누르면서 올라갈 준비를 하리라….

         

       그리고 이 상황을 즐기겠지.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네 사람만을 남겨둔 채 말이다.

         

         

         

         

         

        * * *

         

         

         

       엘리베이터는 올라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들을 싣고.

       이 빌딩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바보들을 안은 채.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도 모를 글.

       누가 썼는지도 모를 수상하기 짝이 없는 설명서.

       보자마자 당연히 떠올려야 하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흉가 체험이니 오컬트니 하면서 즐길 생각만 하는 스릴 중독자들.

         

       “샤삐(傻屄).”

         

       “하하하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못한.

       아니,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않은 네 명이 보기에는 참으로 멍청해 보일 수밖에 없다.

         

       저 수상하고 위험해 보이는 짓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이 타지 못하게 견제까지 한다니.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지 않은가!

         

       [ 저 고려 놈들은 머리에 뭔가 하자가 있는 것이 분명해. ]

         

       그렇기에 이들은 웃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이들을 비웃으며, 웃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지 전음을 사용해서 저들을 욕하기까지 했다.

         

       앞서 말했던 ‘병신’이라는 뜻의 샤삐라는 짧은 욕설이 아닌, 아주 구체적으로 저들을 비웃으면서 말이다.

         

       [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들킨다. ]

         

       [ 그래서 나도 전음으로 하고 있잖아. 말이 아니라. ]

         

       [ 그래도 그런 생각이 태도에 묻어나오는 거야. 괜히 방심해서 중국말 길게 말해서 특정 당하거나 하지 말라고. ]

         

       [ 철저하기도 하셔라. 고작 소국의 주술사인데 뭐 그리….]

         

       [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방심하지 말라고. 소국이지만 그래도 옛날부터 잘 싸우는 걸로 유명한 놈들이었어. ]

         

       게다가 그런 전음을 날리는 이들이 한 사람도 아니었다.

         

       무려 네 명이 전음을 날릴 수 있는 무인이었다.

         

       게다가 여러 사람에게 한 번에 전음을 보낼 수 있는 기술까지 익히고 있어서, 정말로 전음이라는 수단으로 여럿이 대화를 나누고 있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러면서도 저들의 표정은 약간의 실망감과 짜증을 담고 있는 것이, 정말로 담력 시험을 왔다가 참가하지 못해서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평범한 이들이라고 보기에는 잘 훈련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이 익숙해 보였다.

         

       [ 우리는 급조된 팀이다. 당연히 손발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 게다가 여기서 둘은 본토에서 왔고, 둘은 여기서 첩보 활동을 하던 사람이다. 조직이 다르니 성격도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지금 하나의 작전에 투입되는 하나의 팀이다. 이 정찰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기 위해서는 우리끼리 존중하고, 팀장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해. ]

         

       [ …. ]

         

       [ 가장 중요한 건 작전에 성공하는 것이다. 다들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 지원한 거잖나. ]

         

       [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 공산당에서 출세하려고 다들 여기에 있지. 적극적으로 협조할 테니까 꼰대 같은 말 그만해. ]

         

       [ 좋아.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

         

       이들의 정체는 공산당 소속의 무인들.

       그중 둘은 중국에서 얼마 전에 건너온 무인이었고, 둘은 한국에서 첩보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던 무인이었다.

         

       평소라면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 크게 얽힐 일이 없었을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 이 빌딩에 모여있었다.

       출세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의 집안이 가난하건 부유하건.

       농민공의 자식이건 상해의 사업가의 자식이건.

       그들은 지금 이곳에 출세하기 위해 모여있는 것이다.

         

       공을 세워서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

       직급 하나라도 올리기를 바라기에, 위로 가서 어마어마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를 바라기에.

       그 어마어마한 권력을 토대로 집안을 부흥시키고 자신이 권력자로 등극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에 모인 것이다!

       

       [ 지금부터 주술사 박진성의 거처를 탐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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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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