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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9

    <629 – 오크노디의 테마파크(4)>

     

    기적을 경험했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육신이 되살아났다.

    암흑마나에 오염된 육체가 수복됐다.

     

    니알라토텝과 용사행을 하며 익힌 기술.

    그 기술을 담아내기엔 이미 오염되었던 육체.

     

    그 육체가 암흑마나를 정화하며 자유를 되찾기 시작했다.

    교황급 대사제가 자신의 수행을 대가로 바쳐서 한 명의 영웅을 회복시키는 것보다 더한 역행현상이 디스트로이어를 되살리는 것이다.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신체부위와 암흑기관이 된 장기도 있군.’

     

    환골탈태는 때를 놓친 기관을 과감하게 도려내고 남은 부위를 가다듬었다.

    숙련된 의사의 손으로 집도하는 수술처럼 개선 불가능한 신체부위가 도려내졌다.

     

    파스스스!

     

    도려내고 분해한 부위가 입자가 되어 체외로 배출되었다.

    이미 반쯤 오염되었던 축성받은 성검이 한층 위태로운 기미를 보이며 깜빡깜빡 빛이 흐릿해졌다.

    디스트로이어의 신체는 훼손된 부위만큼 작아졌으나, 그만큼 동시에 건강해졌다.

     

    ‘키가 작아진 것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신체기관은 어떻게 하지?’

     

    그의 깨달음의 그릇을 채우고자 이끌린 마나들이 정답을 알려주었다.

    차면 비우고, 비우면 채운다.

    암흑기관이 적출된 빈자리에 영자기관이 생성됐다.

    수명을 넘기는 영물들이 마나연공법을 익히지 않고도 연명할 수 있는 비결, 스스로 마나를 모으고 응축하여 신체에 보내는 <내단>이 형성된다.

    내단은 인체모든장기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다.

    심지어 부수적인 기연도 찾아왔다.

     

    ‘지속적인 정화작업이 영단에 각인되었군.’

     

    자동정화기능이 영단에 정착되었다.

    이제 그는 신의 힘이나 성검의 효능에 기대지 않고도 암흑마나를 자동적으로 정화할 수 있다.

    심지어 효율도 좋다.

    키가 작아지면서 체구 또한 작아졌다.

    세인들이 반로환동이라 부르는 현상이었다.

    신체가 최적의 균형을 찾도록 도와주는 현상이 환골탈태이기에 환골탈태의 영향으로 병든 장기가 축소 재생되면 신체 또한 줄어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단점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키가 작으면 공격 시의 사거리가 짧아진다.

     

    누군가는 더러운 기만질이라 외칠 것이다.

    디스트로이어는 애초에 눈으로 영역을 전개해서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상대를 찍어 누르는 자.

    몸만 젊어지고 사거리의 제약은 없다시피 하니까.

     

    기연을 선물한 당사자.

    오크노디는 양쪽 다 아니었다.

     

    “헉. 교수님이 쇼타가 됐어!!”

     

    그냥 혼란에 빠졌다.

     

    “그것도 나만큼 작아졌어!!”

    “…”

    “댄디한 매력이 있는 미중년이 쇼타타락이라니, 이건 악몽이야!!”

     

    …할 수만 있다면 확 저놈의 주둥아리를 다물도록 머리를 때려주고 싶다.

    하지만 환골탈태 도중에는 제 몸을 관조하기도 바쁘다.

    디스트로이어는 열심히 신체의 균형을 되찾았고, 마침내 눈을 떴다.

     

    “디토교수님이 어린이 세트복을 입다니, 이런 세계선은 잘못됐어!!”

     

    빼액빼액 귀가 아프도록 소리를 지르는 이 고맙고도 못난 제자의 머리통을 딱 한 번만 세게 때려주기 위해서.

     

     

    * * *

     

     

    [당신은 교수님을 위해 생명연장과 회춘의 꿈을 동시에 실현하는 환골탈태라 쓰고 쇼타타락이라 읽는 기적을 선물했습니다.]

    [친절한아이 경험치+30]

    [친절한아이 기능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 기세로 당신의 운명을 늘려나간다면 머지않은 시일 내에 당신은 <천사 같은 아이> 기능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이야 고맙지만 기왕이면 이마에 혹이 나기 전에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

     

    “힝. 교수님은 키가 작아졌는데 힘은 왜 전보다 더 세진 거예요?”

    “애초에 내 주먹으로 네 머리에 꿀밤을 먹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맞았으니 유독 더 아프게 느껴지겠지.”

    “그렇구나!”

    “이번에는 내가 물어볼 차례다. 대체 이 계약서들이 뭐기에 이런 기연이 닥친 것이냐?”

    “그야 읽었던 것처럼 소유권 이전 계약서죠!”

    “물건의 소유권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환골탈태에 암흑마나 정화가 가능하다고…?”

    “아, 물론 환골탈태는 아무나 가능한 건 아니에요! 교수님은 원래 스탯도 높고 기본치가 높았으니 수집효과가 플러스로 얹어져서 운 좋게 환골탈태 요건이 충족되신 거죠!”

     

    환골탈태의 정확한 발동 조건은 체력 80 돌파.

    이거 정말 쉽지 않은 수치다.

    능력치 상승에는 각 능력의 경험점이 필요하다.

    능력치 10의 필요경험점은 19.

    20은 57.

    30은 114.

    10의 자릿수 단위로 필요경험점을 공식화하여 도달하는 80의 필요경험점은 684.

    무려 684에 달하는 체력경험점이 필요하다.

    말이 좋아 684지, 능력치 경험점은 개나소나 막 퍼주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진짜 죽어라 단련하고 경험을 쌓아도 ‘경험등급’에 미달 되면 어떤 경험은 경험점 상승을 절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무엇이든 자신이 천 번 넘게 반복한 일을 이력서에 기록해 보시오, 라고 대기업 서류면접에 문제가 적혀있다고 젓가락으로 파리 잡기 1000번, 신호위반 1000번 이딴 걸 인정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클래스, 직업에 따라서는 특혜를 받는 경우도 존재하기는 한다.

    가령 뛰어난 동체시력을 요구하는 궁수나 도적에게 그런 천 번의 경험은 경험점 상승이 조금 더 관대한 수치까지 적용되겠지.

    반대로 사제나 상인에게 그런 경험은 마이너스가 되어 경험점이 역으로 감소하기도 한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이런 상한제약을 무시하는 시스템이 있다.

    바로 수집도감보상이다.

     

    “수련으로 인한 성장한계는 뚜렷하지만, 수집으로 인한 성장한계는 존재하지 않아요. 수집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 행위니까요!”

    “…내가 직접 부담한 어려움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런데도 혜택만 볼 수 있단 말이냐?”

    “모은 사람이 대신 수고했으니까요? 남의 수고로움을 이용할 수 있는 권력이나 자산을 쌓은 것도 널리 보면 노력의 일종이 아닐까요!”

     

    전대용사는 폼으로 딴 것이 아닌지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은 내가 하고 싶은 함축된 말을 짚어냈다.

     

    “수집을 우선시하는 사람의 고점은 성장을 우선시하는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군.”

    “우와! 마자용!”

    “…오크노디. 너는 식탐이 상당히 강하지 않았나? 식품을 수집하는 행동은 수집을 우선하는 행동과 일치하는데, 이건 모순이 아닌가?”

    “디토교수님도 참. 음식은 나중부터 먹기 시작하면 먹어야 할 음식이 산더미처럼 많잖아요!”

    “…!”

    “초반에 능력치를 바짝 땡길 땐 식품도감을 이용해야죠. 일단 기본 스펙부터 미달이면 다른 도감을 존버하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과연, 오크노디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군.”

    “그렇죠! 앞으로는 저를 스마트노디라고 불러주세요! 헤헤.”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스마트노디. 이슈타르와 헤스티아의 앞에서도 빠짐없이 너를 스마트노디라고 불러주마.”

     

    어라.

    그거 그냥 내가 일방적으로 고로시 당하는 거 아닌가…?

     

    “스마트노디 취소!”

    “동방제국에서도 그맘때의 소년소녀들이 별호를 만들고 주변인에게 불러달라고 청하는 관습이 있다고 하지. 동방의 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적극적으로 스마트노디라는 별호를 널리 알려주마.”

     

    아니 진짜 이 교수님 도적 아니랄까 봐 약점찌르기 딜각 장난 없으시네.

     

    “그래서 사과는 언제 하실 거예요?”

     

    내 손 안에서 팔랑거리는 유언장을 보며 교수님이 감회가 새롭다는 것처럼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가볍게 마나를 일으켰다.

    유언장에 불이 붙더니 놀라서 손을 떼기 무섭게 허공에서 재가 되어 흩어졌다.

     

    “히엑!”

    “더 이상 그 유언장은 필요 없겠지.”

    “놀랐잖아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정말요?”

    “지금도. 그리고 전에도. 그 유언장을 남겼을 때는 정말로 내게 남은 시간이 끝났다고 여겼지. 너에게는 과중한 짐을 남겼다.”

     

    조나와 지젤 다음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칫. 이렇게 솔직하게 사과하면 제가 화풀이를 할 수 없어지잖아요.”

    “굽힐 때는 오기 부리지 말고 확실하게 굽혀라. 도적의 처세술이지.”

    “조금 칭찬했다고 으스대시기는. 몸이 젊어졌다고 성격까지 젊은 시절 성격 나오는 거예요?”

     

    교수님의 눈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놀라움이 일었다.

    이내 떠오르는 잔잔한 미소.

    저 얼굴을 보니 하비가 어째서 교수님을 그리도 좋아하고 원망했는지 이해가 갔다.

    쇼타모드부터 저렇게 잘생긴 아이가 내 곁을 떠나서 내가 없는 곳에서 나만 버리고 잘 먹고 잘산다고 생각하면 억울해서 눈물이 나오겠지?

     

    ‘나도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어차피…’

     

    언젠가는 엔딩을 볼 세상인데.

    아이템을 강화하면 얻는 등급.

    5강의 보물.

    10강의 유물.

    15강의 전설.

    20강의 신화.

    이를 한층 더 넘어서 여섯 장의 확정강화권을 이용해서 26강에 도달하면 등장하는 <소원석>.

    소원석에 소원을 빈다면 <회귀>를 할 수도, 자신만의 차원계를 <창조>할 수도, <차원이동>이나 <화신체 현현>을 할 수도 있다.

    즉, 지구로의 복귀도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처음엔 그런 생각으로 즐겼는데.

    지금은 왠지 가슴이 불편했다.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놀이터라서 그런가?

     

    “오크노디. 너의 ‘수집’에 대한 이해와 관념은 이해했다. 그렇기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네가 만든 수집종합세트는 누군가가 지키지 않으면 세상을 도탄에 빠뜨릴 극도로 위험한 개념이다.”

    “그래요?”

    “선황이 건재했다면 단숨에 금기지정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겠지.”

    “그럼 교수님도 막을 거예요?”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지만… 그래서야 못난 스승을 구하려고 먼길을 온 제자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지. 하여 결심했다.”

     

    교수님은 소년답지 않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카데미로의 복귀는 하지 않겠다. 너의 수집품을 모아둔 보관소. 그곳을 내가 지켜주마.”

     

    진화를 이루고 암흑마나의 제어에 힘을 아끼지 않고 전보다 더 맑고 많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몸이 되어 경지마저 상승한 지금.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은 교장급은 아니어도 기존의 삼대거악보다 근소한 우위의 강함을 넘어서 선황파파급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한 강자 중에서 만사를 제쳐두고 나를 도울 사람은 오직 교수님밖에 없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한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수집품 테마파크 경호대장을 고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황급 경호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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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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