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29

        

       중화인민공화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대국이 되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놀라운 속도로 팽창하였고, 가난하고 미개했던 옛날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첨단화되었다. 그렇게 중국은 중국공산당(中国共产党)의 깃발 아래 모여 인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였어도 모자란 점은 많았다.

         

       한참 전부터 주변 국가들을 침략하고 뜯어먹으며 발전을 거듭한 승냥이 같은 유럽의 국가들.

       역사상 최강의 제국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나라 미국까지.

         

       중국은 아직 그들에게 대항하기에는 모자랐다.

       충분히 강해져 아시아에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있는 체급을 가진 나라가 없건만.

       저 서양을 이기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에 공산당에서는 비대칭 전력(非對稱戰力)을 간절하게 원했으며, 노력을 거듭하고 있기도 했다.

       어느 정도 성과를 보기도 했고.

         

       핵무기?

       생화학무기?

         

       말할 필요도 없다.

       한참 전부터 각국 나라에서 정보를 빼내는 것은 물론 세균학자, 화학자, 핵물리학자 등의 고급 인력들을 잔뜩 양성했었다. 그리고 양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우에 더해 애국이라는 동기까지 더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런 무기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만큼 세상이 만만하지 않았으니까.

         

       당장 얼마 전 존재했었던 나라, 북한만 해도 그러하지 않은가.

         

       북한은 지구 전체를 뒤엎고도 넘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생화학무기(生化學武器)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가난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쥐어짜서 핵무기까지 만들어냈으며, 엄청나게 먼 곳은 몰라도 근처에까지는 핵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미사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소련이 망할 때 핵 가방을 확보했었는데, 그것의 일부는 핵 가방을 자체 생산하기 위해서 연구하기 위해 해체했지만…. 대부분은 최후의 순간에 사용하기 위해서 보관해두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핵 가방을 짊어진 특수부대를 투하해서라도 핵을 터뜨릴 수 있었다.

         

       당연히 핵 가방을 터뜨린 사람은 죽겠지만….

       뭐 그게 문제인가?

       본래 인민은 당에 충성하고 그 목숨도 초개같이 버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이런 무력을 가지고 있던 북한도 순식간에 몰락해버렸다.

       이는 중국에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중국이 평가하기에는 북한은 경제 쪽으로 살펴보면 형편없다 못해 이게 현대는 맞나 생각이 들 정도이기는 했지만, 손에 쥔 무력 덕분에 그래도 유지는 할 수 있으리라 여겨왔었다. 그렇기에 시간을 들여 자신에게 의존시키고 속하게 만들어 하나로 합병을 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

       북한을 합병하면 남한을 합병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니 그것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그런데….

       망했다.

         

       그것도 정말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고난의 행군이니 뭐니 하면서 소빙하기에서나 볼법한 대기근이 찾아와 고통에서 허우적대더니,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하더니…. 중국이 딱히 개입할 틈도 없이 그렇게 망해버린 것이다.

         

       대주술 의식의 실패로 인해 나라가 망해버린다는,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괴한 이유로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주술 의식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

       대주술 의식은 멋지게 성공했다.

         

       다만 그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다를 뿐.

         

       북한 처지에서는 실패요, 대주술 의식에 희생된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성공이다.

         

       대주술 의식은 주술사들의 악의와 희생자들의 원망을 한 몸에 담은 채 그렇게 성공했다.

       적어도 그들의 의도를 그대로 체현(體現)한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북한은 그렇게 죽음의 땅이 되었다.

       사람 대신 악령과 악귀가 판을 치는 곳이 되었고, 사람이 발을 들이면…. 낮이라고 해도 재수가 없으면 빙의가 되어서 죽을 수 있는 금지(禁地)로 변모하였다.

         

       그때 중국은 이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대주술 의식에 나라가 망해버리는 북한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것은….

         

       [ 오늘 우리의 역할은 정찰이다. 주술사가 연구자료 같은 걸 잘 안 남기는 건 알고 있겠지? 일단 거처를 탐색해서 상징 같은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뭔가 특별해 보이는 것이 있다면 기록한다. 그렇게 주술 의식이나 대주술 의식과 관련이 있는지, 주술사로서의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만 판단하는 것이다. ]

         

       …주술사의 거처.

       그것도 타국 주술사의 거처에 이렇게 요원들을 보내는 것만 봐도 대략 짐작할 수 있겠지.

         

       [ 사전에 얘기했던 대로 둘 단위로 찢어진다. 팀장이 있는 1팀은 위로. 부팀장이 있는 2팀은 아래로. ]

         

         

         

        * * *

         

         

       “이야. 이거 으스스한데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겼다.

         

       흔들다리 효과 때문일까?

       그들은 마치 서로가 전우가 된 듯한 기분에 취해 있었고,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 군인이나 요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나왔던 1층에 진짜 요원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하하. 그러게요. 이거 좀 떨리네요. 이 느낌…. 이거 혹시, 진짜일지도?”

         

       “오오. 귀신 잡는 영덕대게 님은 정말로 영감이 있는 분 아니셨나요? 이거 정말로 진짜일 수도 있겠네요.”

         

       “인터넷에 올라왔던 글이라서 조금 반신반의했는데…. 정말로 오늘 다른 세계 구경을 할 수도 있겠네요. 공포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뭔가 떨리네요.”

         

       “공포게임이요? 공포 영화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주제로 하는 건 공포게임이 더 많으니까요. 공포영화에서는 CG를 써야 하니까 비싸서 그런가, 다른 세계니 이면 세계니 하는 걸 주제로는 잘 안 만들더라고요. 만들더라도 형편없고….”

         

       “그래요? 난 영화만 알았는데…. 그럼 이번 체험 끝나고 게임 좀 추천해줄 수 있어요?”

         

       “오, 좋죠. 뒤풀이 끝나고 피시방에 같이 가시죠. 제가 목록 쫙 뽑아서 알려드릴게요.”

         

       그들은 매뉴얼에 적힌 대로 엘리베이터 안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굴들이 약간은 상기된 것이 ‘다른 세계’가 얼마나 흥미로울지 기대되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얼굴에는 기대감 말고 또 하나의 감정이 있었다.

         

       공포는 아니었다.

       공포감은 어느새 전율과 기대감으로 치환이 된 지 오래였으니까.

         

       어떤 감정이냐 하면….

         

       “그런데 가장 먼저 누가 가실래요?”

         

       “흠. 이거 참. 귀신빌딩에 오기 전에 미리 정해놓을 걸 그랬나 봐요.”

         

       “빠르게 가죠. 괜히 시간 오래 필요한 거 하면 우리 다 관광 못 해요.”

         

       “관광이라니. 하하하하. 그러네요. 관광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죠. 좋아요. 빠른 관광을 위해서 우리, 데덴찌 한 판 한 다음에 가위바위보로 가르죠.”

         

       “아이고. 데덴찌가 뭡니까. 엎어라 뒤집어라죠.”

         

       “예? 아, 뭔 얘기하나 했네. 앞뛰기 뒤띠기 말하는 거였어요?”

         

       “이야. 하하하. 신기하네. 이거 지역마다 다 다르게 부른다더니 참. 우리 지역에서는 젠디라고 했는데….”

         

       그것은 바로 승부욕이었다.

         

       가장 먼저 탐사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얻고 싶다는 이들의 마음이 승부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놀이터에서 놀았을 때부터 배워왔던 전통적인 방식대로 순서를 정하기로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추억이 떠오르면서 다시 이야기꽃이 피기는 했지만 말이다.

         

       “자. 그냥 데덴찌로 갑시다. 숫자 적은 쪽이 먼저인 겁니다? 자. 데덴~찌!”

         

       “오. 많이 갈렸네. 좋아요. 뒤집은 분들은 손 내리고. 자, 가위바위보 합시다.”

         

       “가위, 바위, 보!”

         

       그렇게 평화로운 방법이 이어지고 마침내 첫 탐사를 할 이가 정해졌다.

         

       “하하. 이거 참. 제가 첫 타네요. 빠르게 갔다 오겠습니다. 하하하!”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하던가?

       최근에 흉가 체험에 입문한 사람이 걸렸다.

         

       흉가 체험을 많이 경험하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설렘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흉가 체험이라는 위험하면서도 기묘한 일을 취미로 삼은 만큼, 그는 무섭다고 덜덜 떠는 대신에 거침없이 밖에 발을 디디는 것으로 자신이 이 모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몸에 실을 묶은 채 어둠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갔고,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리는 것에도 흠칫 놀라면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물론 한 손에는 실을 붙잡은 채, 실이 어디 모퉁이나 이상한 곳에 걸려서 끊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주의를 하면서 말이다.

         

       매뉴얼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실이 끊어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말이다.

         

       아무리 공포체험이 좋다고는 해도 그런 미친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세계에 갇히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남자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실 하나만을 구명줄처럼 엘리베이터에 연결한 채 말이다.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