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63

       “하지만 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무런 기억이 없는 혼을 구분하는 것은 수많은 모래알 중에서 원하는 것 하나를 찾는 것만큼 어려울테지. 그래도 할 것이냐?”

       

       

       내 말에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겠습니다.」

       

       “지금 뭐든지 한다고 했지?”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되는데. 이 아이는 자신이 한 말의 무게를 전혀 모르고 있구나.

       

       

       “인간의 수명으로 네 가족의 혼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너에게 제안을 하마.”

       

       

       인재는 얼마나 있어도 모자람이 없는 법.

       

       

       “저승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

       

       「네? 저승에서요?」

       

       “그래. 저승을 거의 완성해놓은 상태였지만, 인재 부족 문제로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물론 저 아이가 저승의 관리를 온전히 하기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신성력을 사용하긴 하지만, 그 뿐인 인간에 지나지 않고 말이지.

       

       그렇지만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채워주면 될 터.

       

       힘이 부족하다면 내가 더해주면 될 것이 아닌가.

       

       적당히 힘을 얹어준다면 염라와 동급인 저승의 관리자까진 안되더라도 그 아랫급까지는 갈 수 있을테니 말이지.

       

       한 계층을 관리하는 위치까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저승에서 일한다면, 모든 혼들이 저승을 통하게 될 것이니 네 아내와 자식의 혼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구름고래의 몸을 이루고 있는 혼들을 샅샅히 훑어 보는 것보다, 모든 혼이 지나가는 저승에서 찾아보는 것이 효과적일테니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승을 거쳐가는 혼들은 셀 수 없이 많을테니까.

       

       

       「저승입니까…. 하지만 저 따위가 가능하겠습니까?」

       

       “안될게 무어냐.”

       

       

       중요한건 어느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거나 한게 아니다.

       

       얼마나 잘 일하느냐. 그 부분이 중요한 것이지.

       

       

       “솔직히, 저승에서 일하며 네 가족의 혼을 찾는 것이 아니면 네가 네 가족의 혼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말이다. 이 외에는 다른 방법은 거의 없는 셈이지.”

       

       

       그렇다고 구름고래에게 가서 육체를 이루고 있는 혼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저 아이의 아내와 자식의 혼을 찾아보겠다! 하는건 무리고 말야.

       

       구름고래가 이제는 내 말을 적당히 들어주긴 하지만, 그런 일까지 들어줄 것 같진 않고.

       

       무엇보다 인간의 짧은 수명이 가장 문제가 되고 말이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승에 가기 위해서는…. 죽으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 아직은 아니란다. 아직 저승의 운영이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일단은 지금의 삶을 살아가거라.”

       

       「하지만…. 아내와 자식이 없는 삶은 제겐 너무나도 힘겹습니다만….」

       

       

       사제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이로구나.

       

       

       “그렇다면 사후세계…. 저승에 관한 기록을 남겨 보겠느냐?”

       

       「네? 저승에 관한 기록입니까?」

       

       “그래. 저승에 대한 정보를 살짝 풀어놓는게다.”

       

       

       내 말에 사제는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큰 의미가 있지.”

       

       

       나는 손에 쥔 백을 살펴보며 말했다.

       

       

       “먼저, 저승에 대한 정보를 인간들에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단다.”

       

       「인간들에게 저승의 존재를 퍼트리는 것입니까?」

       

       “그래. 수많은 인간들이 저승의 존재를 알게되고, 믿게 된다면…. 그들의 인식에 의해 현실이 변화하게 되니 말이다. 내 설계와는 달리 온전히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인간들의 믿음이 현실을 변화시켜서 정상화되도록 도와줄테니 말이다.”

       

       

       많은 인간들의 인식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염라와 구름고래를 통해 확인했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그것은 저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은 믿음이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이니.

       

       

       “그리고 두번째. 저승에 대한 정보를 풀어내는 것으로, 인간들의 머릿속에 사후 심판에 대해 새겨놓는 것이다.”

       

       「사후 심판….」

       

       “지은 죄에 따라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다. 라는 인식이 남아있다면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죄악감을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

       

       

       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억제기가 되어갈 수 있을테니 말이지.

       

       거기에 죄를 지은 자들이 지옥에서 끔찍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도 알려진다면…. 죄를 저지르는 횟수도 줄어들테고 말이야.

       

       그렇게 최소한의 양심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는 말씀.

       

       

       “그러니 네 수명이 끝날때까지 여러가지 글을 남겨 보자꾸나. 그 후 네가 수명이 다 되어 죽게 된다면 저승으로 데려가 일을 시키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미력한 몸이나마 생명의 어머니를 위해 이 일생을 걸고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마. 그리고 너의 아내와 자식의 백 말인데….”

       

       「네?」

       

       

       나는 손에 쥔 두 사람의 백을 바라보았다. 음…. 이걸 계속해서 손에 쥐고 지낼 순 없으니, 어딘가에 담아둬야 할 것 같은데.

       

       혼을 담아둘 수 있는건…. 음…. 이것저것 만들어서 테스트해보도록 할까.

       

       

       “일단 네가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두 사람의 백을 다른 물건에 보관하도록 하마. 언제까지고 내 손에 쥐고 있을 순 없으니 말이지.”

       

       

       영혼의 절반. 백을 보관할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라고 묻는다면….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보석에 담는 방법이 있었으니.

       

       나는 검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에메랄드를 두개 만들어냈다.

       

       하나는 원형의 에메랄드. 다른 하나는 사각형의 에메랄드. 그 두가지에 두 사람의 백을 담았고, 원형에는 사제의 아내가, 사각형에는 사제의 아들이 스며든다.

       

       그러자 백은 온전히 보석에 자리를 잡는다.

       

       음, 혼과 백이 온전히 있는게 아니라 그런지 용량이 상당히 넉넉하구만. 뭐, 이렇게 담아두면 이 보석이 부서지지 않는 한 얌전히 있으리라.

       

       나는 두개의 에메랄드를 사제에게 전송시켰다.

       

       

       “둥근 에메랄드에는 너의 아내가 들어있고, 사각형의 에메랄드에는 너의 아들이 들어있으니 소중히 보관하거라. 그 보석이 부숴진다면 다시 찾아야 하니까.”

       

       

       부숴지자 마자 찾는다면 금방 찾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땅을 헤집어서 찾아야 해서 말이지. 귀찮기 그지 없거든.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앞으로의 남은 삶에는 책을 쓰면서 지내도록 하거라. 무엇을 쓰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상세히 가르쳐 줄터이니.”

       

       

       인간들 중에서는 현명한 자라고 불리우는 사제이니, 그의 글이라면 많은 이들이 인정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한 명의 대필가를 통해 여러 책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 – – – – – – – – – – – – – – – – – – –

       

       

       그후 그는 사제의 일을 하면서도 틈틈히 글을 썼지만.

       

       

       「생명의 어머니시여…. 점토판이 부족합니다. 그렇게 많은 내용은 쓸 수 없습니다.」

       

       

       책을 남기는데에 큰 문제에 봉착했다.

       

       

       “곤란하구나. 몇자 쓰지 않았는데 벌써 가득 차버리다니.”

       

       

       이 시대의 기록매체로는 점토판과 양피지가 있었지만, 양피지는 보통 값비싼 물건이라 흔히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그런 물건에 글을 써서 남긴다면…. 아마도 부유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부의 상징이 되리라.

       

       동방에서는 그나마 대나무를 엮어서 죽간으로 만들어서 남기고는 하지만. 서방에서는 대나무가 없으니까. 곤란하구만.

       

       끄응. 하는 수 없지.

       

       여기서는 파피루스를 꺼낸다! 역시 원시적인 종이라면 파피루스를 꺼낼 수 밖에 없지!

       

       나는 리자드맨의 대주술사에게 말을 걸었다.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오오, 위대하신 창세신룡께서 제게 말을 걸어주시다니! 그 위대하신 이름이 세상을 밝게 비출 것이옵니다!」

       

       

       아니, 그런 미사여구는 필요없고.

       

       

       “리자드맨의 영역인 습지에서 한가지 식물을 찾고자 하노라. 찾아볼 수 있겠느냐?”

       

       「창세신룡께서 한낱 식물을 찾으시다니, 무슨 일이신지요.」

       

       “모두에게 도움이 될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재료로서 찾고 있느니라. 그 높이는 1미터에서 2미터 정도이며, 위쪽 끄트머리에서 잎이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갈대와 같은 식물이니 찾아보거라.”

       

       「알겠습니다. 리자드맨들을 풀어서 찾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이니 리자드맨들에게 맡겨두면 금방 찾아낼 수 있겠지.

       

       어쩌면, 리자드맨들의 주요 수입원이 될지도 모르고 말이야.

       

       가장 좋은 것은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지만…. 리자드맨들이 종이를 필요로 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이렇게 찾도록 시키기라도 해야지.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찾게 하지 않는다면 리자드맨들은 종이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테니까 말야.

       

       인간들이 점토판을 쓰는 것처럼, 커다란 석판을 손쉽게 들고 옮기는 리자드맨들. 단단한 바위에 손톱만 가지고 글자를 새겨가는 리자드맨들.

       

       압도적인 근력이 있으면 종이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듯한 느낌이니까. 리자드맨들은.

       

       아무튼, 습지에 자라는 파피루스니까, 이 세계에도 있다면 그들의 영역 안에 있을 것이다.

       

       없으면 뭐, 내가 씨앗이라도 만들어서 뿌리던가 하지 뭐.

       

       

       “점토판을 대신해 글을 쓸 물건을 찾으라 지시해 두었다.”

       

       「어떤 물건입니까?」

       

       “식물로 만든 양피지와 같은 물건이지. 얇고 가벼우며 글귀를 적어서 남기기에는 가장 좋은 물건이기도 하고.”

       

       

       파피루스가 발견되어 만들어진다면, 이 세계의 지식 수준은 크게 오를 수 있겠지.

       

       점토판이나 양피지 같은 제한적인 기록매체가 아닌, 파피루스라는 대중적인 기록매체가 태어날테니까.

       

       어쩌면 전체적인 지적 수준이 크게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러고보면 엘프는 어떻게 하지?

       

       그들의 시선으로 본다면 파피루스는 가족의 가죽 – 실제로 쓰는 부분은 줄기 속의 부드러운 부분이지만, 대충 묘사적으로. – 을 벗겨서 양피지 같은 물건으로 만든 것이라 생각할텐데.

       

       뭐, 엘프는 어쩔 수 없겠지. 씨앗을 퍼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먹히도록 만든 열매조차 본능적으로 꺼리는 이들이니까.

       

       걔들은 그냥 양피지나 쓰라고 하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고 있지만, 점저 기력이 부족해지는게 조금씩 체감이 되네요. 매일 연재 힘들어…! 오늘도 늦어버렸어…!

    또라애몽님 7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크흠, 코인 갯수의 상태가…! 후원 메시지의 상태가…!!! 음담패설은 안되는 거시읍니다!

    skydragon74님 7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수능 대박 치세요! 최선의 결과를 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수능이 되시길!

    내일이 수능이네요. 혹시 제 글을 읽으시는 수험생이 있으시다면, 수능 대박 치세요! 학창생활이라는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니까요! 후회하지 않을 수능이 되시기를!

    이전에 작가 후기에 각 종족의 근력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정해야 할 것 같더군요.

    근력이 중요한 활을 다루고, 육식주의자들인 엘프들의 근력이 약할리 없다는 의견이 있었기에 밸런스 패치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제 엘프들의 근력은 드워프보다 약간 부족하고 수인보다 조금 강한 정도가 됩니다.

    이제 근력마저 최약체가 될 인간들에게는 좀 더 까다로운 선택이 필요하게읍읍!

    오늘도 늦어버렸네요. 으으…. 그냥 하루 휴재하고 몸 좀 추스려야 할지. 끄응.

    예약해둔 비축분이 있다면 괜찮겠지만…. 역시 중요한건 비축분인가…. 끊고 있던 커피를 다시 마셔야 하는가…!!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