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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에이펙스 프레데터의 한 판은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지만, 개발진들과 이카루스의 모토는 아무리 길어도 최대 30분을 넘지 않도록 디자인되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백 명 중 한 명만이 1등을 거머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유어스페이스 컨텐츠용 등으로 작정하고 99명을 섭외하여 한 판을 최대로 빨리 끝낼 수 있는 예능성 플레이가 아닌 이상, 하한선은 대략적으로 10분 후반에서 20분 사이.

        

        스크림을 한두 판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이상,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와 디브리핑의 합은 언제나 40분을 초과하지 않았다.

        

        이는 유진의 차례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 Q : 도대체 반동 제어를 어떻게 하시는 건가요?>

        

       “가능할 때까지 그 총만 쏘세요. 미션에서도 쓰시고, PVP에서도 쓰시고. 가능한 모든 전장에서 전부.”

        

        

        

        물론, 그 사이의 내용이 유저의 일방적인 설명을 통해 이어지는지, 아니면 끝도 없는 질문으로 채워지는지는 해당 인물의 플레이에 따라 갈렸지만.

        

        아무튼, 그 와중 그녀의 입에서부터 흘러나온 발언. 분명 정석적인 방법이긴 했다. 총기의 반동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쏴보는 건 그야말로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근데.

        

        

        

       ───!!

        

        

        

        대물저격총 10발들이 탄창 두 개를 고작해야 5초 안에 비워버리는 기행각이 눈 앞에서 재생되고 있는 와중 받은 질문의 답변이라고 하기엔…좀 아니지 않나.

        

        여하간, 그것과는 별개로 – 명장면 그 자체였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 지형지물 및 포지션을 통한 생존력 향상을 극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스크림에서 나왔다.

        

        그야말로 한 점으로 집약된 VR FPS의 로망.

        

        비록 CQ 형태로 개조됨에 따라 기존 대물저격총이 보유한 무지막지한 길이는 사라졌으나, 그럼에도 보드마커만한 탄환을 반자동으로 발사하는 기능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 중이었다.

        

        그것을 사격장도 아니고, 스크림에서, 해당 총기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피지컬을 통해 두 기의 저거넛을 말 그대로 삭제시켜버렸다.

        

        벽면에 부딪혀 잘게 부서지는 귀청을 찢어버릴 듯한 무지막지한 소음. 그 철갑탄의 폭풍에 휘말린 두 기의 적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난 폴리곤이 되었고, 유진은 그것을 가로질러 사라진다.

        

        

        비공개 매치였고, 그렇기에 외부로 이 플레이 영상이 나갈 일은 없었기에 – 모든 이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이를 기억만으로 남겨야만 했다.

        

        그 후에는 간단했다. 저거넛 두 기가 박살나버린 탓에 그녀가 있는 방향에는 포위망에 약간의 구멍이 뚫렸고, 다르게 말하면 이는 유진이 있는 곳만 그러했단 것을 의미했다.

        

        다른 이들이 자기들끼리, 그리고 저거넛과 교전하며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동안, 그녀는 약간은 여유롭게 재정비를 거치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로부터 몇 분 가량 이어진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뻔했다.

        

        그녀는 저거넛을 유인하여 자신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적을 납탄의 폭풍과 강철로 이뤄진 순찰자들로 파묻어버림으로서 1등을 차지했다.

        

        

        

       “…이상입니다.”

        

        

        

        박수가 터져나오며, 스크림의 막이 올랐다.

        

        

        

        

        

        

        

        

        

        

        

        

        

        

        

        스크림.

        

        참으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였지만, 그것을 에이펙스 프레데터로 한정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 많은 프로들과, 그것에 실제로 참여한 이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강행군이었다.

        

        다크 존의 어떤 PVP 모드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단순히 AI를 상대하는 것과 실제 사람들을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는 고인물이라고 불리는 유저들조차 까다롭다고 평가하는 헌터마저도, 유저들의 다채롭고 다양한 움직임을 일일히 따라할 수 없어 그들의 실제 스펙을 유저에 비해 비교적 향상시키는 것으로 때울 정도였으니.

        

        

        한 판의 평균을 20분으로 가정하였을 때, 매칭 시간을 따로 포함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달린다고 가정해도 고작해야 세 판만에 한 시간이 지나간다.

        

        세 배의 시간 가속이 적용되어 현실과 시간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곧 정신적인 피로감의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았기에 – 자연스럽게 프로, 또는 이를 지향하는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많은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받게 되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러한 강행군에서 매번 집중력을 유지하며 상위권에 드는 것도 일종의 자질이라면 자질이었고 – 유진은 당연하게도, 아주 자연스럽게 매번 최상위권 이상에 들었다.

        

        그리 자주는 있지 않았지만, 심심찮게 나오는 극도의 불합리한 상황을 제외하면 그녀는 기이하리만치 자주 1등에 머물렀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유진은 최소 근방에 있는 모든 이들을 황천길 길동무로 삼았다.

        

        스크림이 진행될수록, 모든 이들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전술핵폭탄이었다.

        

        특히나 아군이 없고, 모든 이들이 적군인 솔로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리하여 사망을 극도로 꺼려하는 유진의 행보는 자연스럽게 질문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심심찮게 이뤄지는 그녀의 1등으로 인해 해당 물음은 금방 답변될 수 있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사망하면 끝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만, 막다른 상황에서도 길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물론, 그곳에 있는 이들이라고 하여 유진의 기묘하기까지 한 마음가짐을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나름대로 진지하게 논의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저 인터넷에서 상주하고 있는 흔한 유저 1이 그리 말했더라면 그냥 산더미처럼 쌓인 의견 위에 추가된 글귀 한 줄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몰랐으나, 프로도 거의 불가능한 1등을 심심찮게 행하는 그녀의 말은 그 무게감부터 달랐다.

        

        까놓고 말해서, 이게 어째서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아무튼 유진의 최상위권 독식이 계속해서 이어짐에 따라, 진행을 맡은 프로게이머들이 양해를 구하고 그녀가 아닌 타 유저들의 디브리핑이나 플레이 분석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쯤은 전례없는 일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교전에 능숙한 이들이 심심찮게 게임판에 쏟아지는 일은 미국 서버에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흘러갔고, 1부는 종료를 맞았으며, 그녀는 프로에 준하는 인식을 획득하며 다음 섹션으로 돌입하였다.

        

        

        

        2부.

        

        간단하게 말하자면 택틱 강의였고, 모든 부분을 상세하고 빠짐없이 설명한다면 – 이는 스크림 맵을 그대로 가져온 3D 필드에서 유저들을 데리고 행하는 훈련에 가까웠다.

        

        참여 인원들 중에는 단순히 솔로 랭크 뿐만이 아닌 듀오, 그리고 스쿼드 플레이에도 참여하는 이들도 존재하였기에, 이들을 데리고 하는 모의 교전은 일대일, 2 : 2, 그리고 4 : 4와 같이 다양했다.

        

        이들의 전투는 프로를 포함한 90명 가량의 관전자들에게 평가되었고, 동일한 상황은 2부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이후 이뤄지는 3부는 2부 때 배웠던 실질적인 택틱들을 몸에 익히는 과정으로, 특수하고 세밀하게 조정된 커스텀 매치 설정을 통해 이전에 체험하였던 전투 상황에 좀 더 수월히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까놓고 말해 이는 조금 더 조정된 스크림 경기였고, 이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는 소리였다.

        

        4부 역시도 유진으로서는 크게 배울 게 없었고.

        

        

        

       “…지금은 예선전이 얼마 안 남아서 접속은 불가능하겠지만, 유진 씨 같은 경우엔 스크림 이외에 북미 서버의 경쟁전을 돌리시면 효과가 클 것 같네요.

        

        파이널 챔피언십 예비 기간 때부터는 전 세계 인원을 대상으로 북미에서의 스크림이 있으니, 추후 그걸 기다리시면서 연습하시면 좋은 성적을 거두실 수 있지 않을까….”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올 정도였을까.

        

        그녀에게 있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오후 두 시.

        

        현실 시간으로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여, 인게임 기준 대략적으로 열세 시간을 달려온 스크림에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디브리핑 룸을 가득히 울리는 청량한 박수 소리에 이어 따로 메시지가 가지 않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퇴장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앉아있던 인원들의 머리 위로 각기 다른 색의 커서가 떠오른다.

        

        개중에는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도 있었는데, 모든 커서들은 방에 남아있는 프로게이머들의 머리 위에 떠오른 색과 하나의 페어를 이룬 상태였다.

        

        요컨대, 간단하게 말해, 프로의 간택을 받은 자들이었다.

        

        연단 위에 올라선 그들이 각기 마이크를 생성하여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레드필드 님, 레드필드 님 있으신가요?”

        

       “메달 오브 아너 997LP 스카디아 님 있으신가요? 시간 있으시면 잠깐 이야기 나눠보실 수 있으세요?”

        

       “삼시세끼라면원툴 님, 계시면 손 한 번만 흔들어주세요!”

        

        

        

        그리고 그 와중,

        

        

        

       “…어으, 뭐가 이렇게….”

        

       “유진 님! 손 한 번만 흔들어주세요!”

        

       “와, 이걸 치고 나가네. 니들이 양심이 있냐, 이것들아!”

        

        

        

        머리 위에 열 개 이상의 색색깔 커서가 층층히 쌓인 채 드물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유진과, 눈이 멀어버린 것이 아니었다면 적어도 수백 미터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비주얼을 한 그녀에게 쏟아지는 프로들의 러브콜.

       

        게다가 커서의 ⅓ 가량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와일드카드 – 즉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 대화 또는 영입을 시도하겠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직 VR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였다.

        

        

        당연히, 유진 또한 이것의 의미를 모르는 상태는 아니었다.

        

        마치 옛날 – 가상현실을 다룬 인터넷 소설에서 묘사된 것과 같이, 눈 앞에 떠오르는 무수한 팝업 윈도우들이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머릿속으로의 예측과 실제로 그 일이 눈 앞에 닥치는 것은 언제나 다른 법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유진의 눈 앞에, 하나의 와일드카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지나치기에는 조금은 익숙했다.

        

         

        

       -[알림 : 다이스 님이 보내신 개인 메시지입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어쩌면.

        

        자신이 처음으로 죽인 프로라는 건, 그쪽에 관심을 가져도 된다는 이유라는 핑계를 대도 어쩌면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유진은 그리 생각하면서 그것을 클릭했다.

        

        

        

       -[알림 : 다이스 님의 퍼스널 부스로 이동합니다.]

        

        

        

        눈 앞에 빛이 번쩍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크 존에는 보정 기능이 있지요

    이는 남자건 여자건 동등한 위치에 놓인다는 걸 뜻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실력만 있다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습니다

    이쯤 하면 다들 짐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당..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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